"허위사실 유포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는 없다"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낙연 총리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이 꾸준히 추진되는 모양새다. 법무부는 지난 16일 허위·조작정보 처벌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체계를 구축해 배후의 제작자, 유포 주도자까지 추적하겠다. 정보의 허위성이 명백하고 사안이 중대하면 고소·고발 접수 전이라도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언론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은 정부의 가짜뉴스 대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김경진 의원실 공동 주최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의견을 교환했다.

 

발제자인 김보라미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먼저 가짜뉴스가 왜 문제인지 설명했다. 김 정책위원은 “법무부 보도자료에서 설명된 것처럼 혐오표현 또는 증오표현을 제외하고 소위 말하는 가짜뉴스는 대부분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보호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허위표현의 처벌에 대해서도 이미 미네르바 사건과 관련된 전기통신기본법 헌재판결에서 위헌판단이 났다. 당시 헌재는 허위사실의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올바른 정보획득이 침해된다거나 범죄 선동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세계적인 입법례를 살펴봐도 허위사실 유포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이 정부여당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최근 법무부가 고소·고발 전이라도 적극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는데 고소·고발 전이라도 진위를 알 수 있는 명제는 바로 유명인들에 대한 것”이라며 “결국 서민들의 명예는 뒤로 하고 유명인들의 평판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허위를 처벌하자고 하면서 반대로 진실에 대해선 오로지 공익을 입증한 경우에만 예우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는 정부의 가짜뉴스 대책이 미디어 교육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 이사는 “미디어 교육과 관련한 종합적인 계획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지금 흐름이라면 가짜뉴스 안으로 미디어 교육이 들어가게 생겼다”며 “오히려 허위조작정보 근절대책이 미디어 교육 종합계획 안의 중요한 기대효과 중 하나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이 때문에 정부가 가짜뉴스 근절대책을 신중히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라미 위원은 “어떠한 정보가 유통되고 살아남아야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지를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 나온 논의만 봤을 땐 정부 정책에 반하면 재갈을 물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네르바 사건에서처럼 헌재의 위헌판결 취지에 반하는 처벌법을 만드는 것은 필요치 않고, 오히려 혐오표현 또는 증오표현과 관련된 차별금지법 제정에 정부가 적극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술가 김민하씨는 근본적 해결책이 정치체제에 있다고 봤다. 김민하씨는 “만약 사회의 문제가 당장 나의 문제고 정말 중요하다면 무책임하게 가짜뉴스를 믿거나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참여할 민주주의 체계를 마련해주는 사회가 필요하다. 또 언론에선 팩트체크, 리터러시 교육만큼이나 언론사간의 비평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내일신문)도 언론의 혁신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반성과 함께 불편부당성, 객관성 등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온전히 견지해야 한다”며 “이에 기반해 언론 스스로 ‘디스인포메이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스스로 해법을 찾고 시민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공론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도 “가짜뉴스 성장의 자양분은 기존 언론의 불신”이라며 “허위정보 확산의 해답은 진짜 저널리즘이다. 팩트체크를 활성화하고 허위 정보 추적을 일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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