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말말 |
“‘벤츠 여검사’ 사건. 김영란법 적용하면 당연히 유죄.” “대한민국을 ‘믿지 못할 사회’, ‘부패한 사회’로 만들어 온 주범이 검사들과 판사들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 “리퍼트 대사 테러 사건 이후 사드 배치 공론화는 우연의 일치일 뿐…선거용 의도는 100분의 1도 없어.” “무상급식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도지사의 재량 범위 내에 있는 일.” “반드시 올해 내에 수신료 현실화가 이뤄져서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고 제대로 된 제원으로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
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의 장본인인 이 모 전 검사에게 대법원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 모 검사가 내연관계에 있던 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고급 외제 승용차와 전세 아파트, 명품 가방 등 수천만 원 대에 이르는 금품을 받고 사건 청탁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금품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고 사랑의 정표로 봐야 한다는 게 무죄 판결의 요지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사건을 계기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13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금품을) 오로지 사랑의 정표로 볼 수 있느냐, 그게 아니랴 청탁의 대가라는 부분을 동시에 갖는 것”이라며 “이 검사가, 검사의 지위가 없고 그냥 평범한 여성이었다고 하면 어느 누가 과연 5000만원 가까이 되는 벤츠 승용차 그리고 신용카드를 줬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탁의 시점에 바로 뇌물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래에 청탁할 가능성이 있을 것을 대비해서 그 이전에 미리 줄 수도 있다”며 “이 사건은 보면 청탁이 이루어졌던 시점으로부터 4개월 전에 신용카드를 받아서 그 신용카드로 2000여만 원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부분은 청탁이 이루어진 시점과 시간적으로 가깝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내연관계가 무죄의 근거가 된 것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통 변호사들이 판검사에게 뇌물을 제공할 때 갑자기 그냥 모르는 상태에서 주지 않는다. 평상시에 꾸준히 향응을 준다거나 접대하거나 그리고 떡값이라고 하는 걸 줘가면서 친분관계를 유지해 가다가 나중에 청탁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내연관계라는 것 때문에 대가성이 없다는 건 오히려 반대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이 ‘벤츠 여검사’ 사건은 당시 ‘김영란법’ 논의를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서 의원은 “김영란법은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고도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다 유죄판결이 선고된다”며 “김영란법이 적용된다면 이 사건은 당연히 유죄”라고 말했다.
‘벤츠 여검사’, ‘스폰서 검사’와 같은 사건들이 김영란법 논의를 촉발시켰지만, 실제 많은 사건에서 법을 집행하는 검사와 판사들은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망을 벗어나 처벌을 피하는 사례가 더 많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SBS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용하는 포괄적 뇌물죄를 검사나 판사 스스로에게는 적용하지 않으면서, 대가성이 입증 안 됐다고 하는 건 뻔뻔하고 낯 뜨거운 일 아니냐”고 비판했다.
표 소장은 “두 전직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했던 1997년, 소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순호 변호사가 자신의 관내에 있는 검사와 판사 15명에게 수백만 원씩을 떡값이나 휴가비 명목으로 준 사실이 드러나 여론이 들끓었다. 이때도 검찰과 법원은 떡값이니 뇌물은 아니라고 해서 형사 처벌 없이 경고나 정직 등 자체 징계만 하고 무마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제 식구 감싸기’, ‘전관예우’, ‘법조3륜 유착’ 이런 말들이 마치 상식처럼 회자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벤츠 여검사’나 유사한 경우인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그리고 판사들의 비리 스캔들인 ‘의정부 법조비리’, ‘대전 법조비리’ 등 다른 일반 공무원들이라면 엄하게 처벌받았을 부패나 비리를 저질러도 자신들은 증거불충분이다, 대가성이 없다 등 명분과 변명을 내세우며 처벌받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들이 자리 잡고 있다”며 “사법 불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최근에 문제가 된 ‘댓글 판사’, 일반인에게는 사이버명예훼손이라고 해서 처벌 받는 일인데, 그렇지 않았고 김학의 전 법무차관은 기소도 안 됐다. 그리고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소위 바바리맨이라고 하는 당시 일반인 3명은 처벌받았지만 이 사람은 처벌받지 않았다”면서 “이러니 이들은 법 위에 군림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신뢰지수’는 56.9점으로 세계 66위였고, 세계투명성 기구에서 조사한 ‘부패지수’는 세계 175개국 중 43위에 머물렀다. 표 소장은 “다른 정치나 행정, 산업 등 다른 분야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청렴’이나 ‘사회적 신뢰’의 핵심이자 최후의 보루는 검찰과 법원, 사법시스템”이라며 “결국 대한민국을 ‘믿지 못할 사회’, ‘부패한 사회’로 만들어 온 주범이 검사들과 판사들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검사와 판사 직위를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수단, 무기로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서 최대한 자신과 가족에게 유리한 이득을 얻겠다는 생각을 가진 검사, 판사들이 많고 또 이런 사람들을 법조계에서 용인하고 감싸 안는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제도 뿐 아니라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