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제대로 쓰이나…
“내가 낸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독자의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그러고 보니 기부금 대다수가 몰리는 겨울철인데도 언론사조차 기부를 촉진하는 기사만 낼 뿐, 제대로 된 기부단체가 어디인지에 대한 기사는 담고 있지 않았다. 이런 찜찜함이 남지 않도록 한다면 기부가 늘 텐데도, 누구도 검증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사전 취재에 나서보니 이유를 바로 알게 됐다. 기부단체에 대한 검증은 우리 사회에선 이미 금기시 돼 있던 거였다. 이들 단체가 투명성과 먼 존재로 국민에게 자리 잡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뇌물 누명 ‘대쪽 해경’의 억울한 파면…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열정은 인정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천박한 에너지였을 뿐이다. 크고 작은 기자상들을 받았지만, 나는 더 교만해졌고 이내 모든 일에 심드렁해져 버렸다.2009년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1년 동안 연수하면서 나른한 삶이 ‘전복’되는 경험을 했다. 미국 기자들의 비극과 이를 극복하는 열정을 목도하면서부터다. 금융위기 여파로 수많은 기자들이 거리로 내몰렸음에도 그들의 저널리즘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느낀 바가 많았고, 각오도 굳혔다. 손톱만큼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계속 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쪽 해
기적 그 후 40년, 위기의 숲…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친 뒤 화전이 성행하면서 ‘붉은 산’으로 불릴 정도로 산림이 황폐화되었다. 그러다 1967년 산림청이 발족하고 1973년부터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이 2차례에 걸쳐 87년까지 이어지면서 산림이 점차 푸르게 변했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불과 40년 만에 ‘붉은 산’에서 ‘푸른 산’으로 기적을 이룬 것이다.산림청은 푸르게 변한 산에 있는 나무를 목재로써 활용하겠다며 지난 2009년부터 벌채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나무마다 다르지만 평균 40~50년이 지나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며 이를 베어낸
250개의 책상이 주인을 잃었습니다. 슬픈 2014…
지난해 11월 단원고 재학생들의 학부모들이 ‘2학년 교실 정리’ 문제를 제기했다. 면학분위기 조성과 단원고에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없어져 학교가 존폐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학교·유가족·재학생 학부모·경기도교육청은 2학년 교실의 정리 여부를 논의했고 2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교실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교실 정리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해가 가기 전에 아이들의 빈 책상과 교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는 교실을 기록해 아이들이 부모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전
원전회의록-그림으로 읽는 32가지 원전이야기
2014년에는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둘러싼 중요뉴스가 많았다. 원전부품 비리와 안전 소홀문제, 노후화를 비롯한 문제들이 잇따라 제기됐다. 문제는 언제나 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듯했다.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기 녹록지 않은데다 지면의 한계까지 겹쳐 있었다. 이래서는 시민사회에서 널리 토론이 이뤄지기 쉽지 않았다.이 ‘재미없는’ 원전뉴스를 ‘재미있는’ 뉴스로 만드는 것이 경향신문 디지털스토리텔링 ‘원전회의록’의 으뜸 과제였다. 쉬운 목표는 아니었지만 자신 있었다. 우리 팀은 앞서 국가기관의 2012년 대선개입 사건을 다룬…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비정상적 권력 암투·인사 난맥상 공론화
제292회 이달의 기자상은 정치적·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후보작들이 다수 올라왔다.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세계일보와 한겨레가 각각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보도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파행’보도를 출품했고, 이른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서도 한겨레와 세계일보가 1차 선행보도를, KBS가 ‘박창진 사무장 단독 인터뷰’를 출품해 한 사건을 두고 여러 개의 기자상을 복수 수여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 심사위원들간에 토론이 있었다. 하지만…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 10편 선정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3일 제292회(2014년 12월) 이달의 기자상에 세계일보의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 총 10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시상식은 다음달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 ◇취재보도1 부문△세계일보 사회부 김준모, 박현준 기자, 경제부 조현일 기자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한겨레신문 정치부 석진환, 하어영 기자, 디지털콘텐츠팀 김원철 기자, 정치부 김외현 기자 ‘비선 실
한국경제 ‘삼성, 화학·방산산업 한화에 판다’ 호평 이어져
전 부문에 걸쳐 무려 66편이 출품됐다. 세월호 관련 보도를 한데 묶어 심사한 제286회(일반응모작 포함 67편)를 제외하면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예년에도 후반으로 갈수록 출품작 수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최근 심사에서 “‘관심의 사각’을 두드리고 ‘보도 그 이후’를 되짚어 캐낸”(제290회 심사평) 기사들이 호평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출품작들이 다룬 주제도 폭넓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의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문제를 파헤치는 노력이 두드러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딱 떨어지는 특종이나 보도 직
서울대 교수 인턴 여학생 성추행 혐의…
‘서울대 교수 인턴 여학생 성추행 사건’은 단순한 성추행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교수와 학생들 간의 ‘갑을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상징적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도 뒤 다른 학교의 비슷한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고, 교육부에서는 성추행 등을 저지른 교수를 의원면직하지 않도록 학칙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취재는 지난 11월 초 ‘서울대 교수가 국제학술대회 때 여성 인턴을 심하게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그 뒤 며칠 동안 경찰과 검찰, 세계수학자대회…
삼성, 화학·방산사업 한화에 판다…
처음 취재망에 오른 곳은 삼성토탈이었다. 2년 전인 2012년 겨울로 기억한다. 호형호제하는 인사가 “삼성토탈 상장설이 돌길래 알아봤더니 상장이 아니라 매각을 한다는군”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탓에 접근 가능한 정보는 거기까지였다. 길고 지루하며 소득없던 취재에 돌파구가 열린 건 올 초였다. 프랑스 토탈그룹에 지분을 매각하는 협상이 안 풀리자 삼성그룹이 국내 대기업 H사나 L사에 지분을 넘기려 한다는 정보였다. 올 여름부턴 움직임이 긴박해졌다. 정식 매수자(한화였다)가 나타났다는 거였다. 9월초엔 또다른
예산 돋보기 시리즈…
경제 관련 정치·정책 기사 중에서 독자들의 ‘클릭 세례’를 받는 기사는 단연 세금에 대한 것입니다. 자기 지갑에서 직접 돈이 나가는 뉴스인 만큼 세금이 오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늘 반응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정작 세금의 최종 지출처인 예산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세금 항목에 비해 예산 사업이 워낙 많아서, 자신과 관련성이 낮거나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특히 정치인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예산 사업을 계속 늘리려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의회 권력’이 과거 대비 강력해진 요즘에는 예산 낭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비리로 얼룩진 청년창업…
대구·경북은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너무나 막막한 도시입니다.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대기업은 사실상 전무하고, 장기화된 경제 침체로 인해 지역기업은 취업준비생들이 기대하는 연봉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이처럼 희망이 없던 대구·경북 청년들에게 ‘취업이 안되면 창업을 하라’며 이명박 정권이 대대적으로 시작한 청년창업은 희망이 됐습니다. 게다가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맞물리며 지자체는 물론 다양한 기관들까지 청년창업에 열을 올리자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듯 했습니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권침해·비리백화점, 사회복지법인 향림원…
철옹성. 경기도 광주 사회복지법인 향림원에서 자행된 장애인 인권침해와 이사장 일가의 각종 비리를 취재하면서 느낀 솔직한 속내다. 향림원 인권지킴이단은 이사장 며느리가 공동대표를 맡으며 유명무실했다. 향림원으로 지원되는 각종 후원금과 법인 수익금은 이사장 일가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그러나 누구 하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회복지법인의 폐쇄성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각종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면서도 마치 사유재산처럼 움직이는 사회복지법인 시스템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감독을…
시사기획 창-중국, 동해를 삼키다
동해안은 오징어가 대표 수산물이다. 그런데 어획량이 줄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연간 국내 생산량이 25만 톤이 넘었는데 최근 15만 톤으로 감소했다. 어민 소득도 작아졌고 지역경제는 위축됐다. 어민들은 동해 북한수역으로 이동하는 중국어선의 싹쓸이조업을 의심하고 있었다. 중국어선은 왜 멀리 이곳 동해까지 오나.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서해나 남해와 달리 동해에서는 중국어선을 취재하기 어려웠다. 중국어선이 북한 동해수역에서 조업하기 때문이다. 서해처럼 불법조업으로 해경에 나포되는 중국어
한겨레 ‘서울대 교수 인턴 여학생 성추행 혐의’ 등 6편 선정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19일 심사회의를 열고 제291회(2014년 11월) 이달의 기자상에 한겨레신문 ‘서울대 교수 인턴 여학생 성추행 혐의’ 등 총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센터장 안용민)와 함께 선정하는 2014년 4분기 ‘자살예방 우수보도상’으로는 한국일보의 ‘10년 넘게 OECD 자살률 1위…이대로 놔둘 건가’를 뽑았다.시상식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취재보도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