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리스트의 쓸쓸한 죽음 ‘덫이 된 금메달’
“지나친 특혜 아닌가요?”故 김병찬 선수의 비극적인 말로와 그가 처했던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취재하면서 여러 차례 들었던 말이다. 매월 금메달리스트에 지급되는 연금 52만5000원의 ‘소득’이 있는 그에게 최저생계비까지 온전히 주는 것은 중복지원이라는 논리다.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고 암까지 앓게 된 김 선수는 금메달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최저생계비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2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그의 어머니는 김 선수가 받는 연금 때문에 기초노령연금도 못 받았다.영광의 금메달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김…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지난 4월, 선배가 책 한 권을 알려줬습니다. 에런라이크가 쓴 ‘노동의 배신’. 미국 중견 여기자가 워킹푸어로 1년을 산 뒤 쓴 책은 현장 기사의 백미였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자던 선배는 제안했습니다. “최저임금을 벌며 한 달간 생활하고 매일 가계부를 써보자. 재미있겠다.” 체험은 시작됐습니다. 월 24만원짜리 고시원에 짐을 풀었습니다. 창문이 없었고 화장실 두 칸을 50여 명이 썼습니다. 호텔 주방·공장·마트·주유소에서 최저임금을 벌며 한 달을 살았습니다. 하루 평균 8시간 서서 일했습니다. 쉬어야 할 때는 화장실 변기에 몰
불타는 내화재(耐火材), 불타버린 시민안전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건축물 내 배관 등 관통부위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내화충전재. 건설사가 이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종종 나왔다. 그런데 내화충전재를 제대로 설치해도 소용없다는 시험결과를 접하게 됐다. 정부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다시 실험했더니 처참히 타버려 불길을 막지 못했다.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다.내화충전재 제조업체들이 인증시험을 위해 제출한 샘플과 시중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두께·무게 등은 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이런 ‘불량’ 제품들이 대형 공사현장 곳곳에서 쓰이고 있었다. 불을
신양항 여객선 좌초…예견된 사고…
운항을 시작한 지 불과 닷새가 지난 여객선이 한 달 전 공사를 마친 항만에서 좌초됐다. 사고 소식을 듣고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항만 안에서 배가 좌초되지?’ 다음날 새벽 배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항만관리를 맡은 제주시와 운항 면허를 발급한 제주해양관리단, 해양안전심판원은 하루 만에 선장의 운항과실을 원인으로 발표했다. 지역 언론들은 제주시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받아 운항과실로 사고를 마무리 지었지만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항만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상식의 문제였다. 항만 설계도와 설계 규정, 여객선 제원을 요청했다.…
질병관리본부 오판, 강제퇴원 메르스 확산시켰다…
“입원 환자 모두 내보냈어요. 아무런 조치도, 제재도 없이!”평택 지역을 담당하는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확인이 필요했다. 감염병이다. 설마 아무런 대책 없이 퇴원이라니. 의학 담당 기자는 쉴 새 없이 확인 전화를 돌렸다. 사실이었다. 이미 수원과 오산 등의 종합 병원에 입원했거나 거쳐 간 뒤였다. 그렇게 경기일보는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환자 입원했던 병원서 뒤늦게 40여 명 강제퇴원 물의’(5월29일 1면)를 단독 보도하며 메르스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길고도 짧았다. 책임 회피와 변명을 일삼던 보건당국이 잘못을 인정하기까지는 참
이건희 회장 병상투혼 포착, 사망설은 헛소문…
이건희 회장 보도가 이달의 기자상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힘들게 달려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그동안 수많은 기획 취재를 해 봤지만 이번 취재에 대해선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했다. 기본 정보나 취재 포지션 등에 대해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특종이 아니지’라는 굳은 신념으로 취재에 나섰다. 작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에 대한 루머는 몇 달간 계속됐다. ‘사망 보도’가 나왔고 지라시에 ‘사망설’이 퍼졌다. 도대체 진실은 뭔가. 병실은 접근도 못
MBN ‘경력법관 임용 논란’ 묻힐뻔한 이슈 발굴해 사회적 반향…
언론은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현실사회의 불의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저널리즘의 소명에 충실해야 한다. 언론은 시민의 기본권과 약자의 삶을 지키는 민주주의의 수호자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기자상 심사과정을 통해 권력과 자본의 억압이 거세지고,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한 데 대한 사회적 비판 속에서도 시민 이익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기자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제29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부문 수상작인 MBN의 ‘경력법관 임용 논란’은 대법원이 6개월 넘게 공개하지 않았던 경력법관 합격
MBN ‘경력법관 임용 논란’ 등 총 7편 선정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1일 제298회(2015년 6월) 이달의 기자상에 MBN의 ‘경력법관 임용 논란’ 등 총 7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시상식은 오는 2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취재보도1 부문△MBN 사회1부 법조팀 서정표, 이성훈, 전정인, 선한빛, 김근희 기자 ‘경력법관’ 임용 논란◇취재보도2 부문△강원일보 사회부 최기영 기자, 교육체육부 강경모 기자, 정치부 홍현표 기자 금메달리스트의
한겨레 ‘부끄러운 기억, 아동학대’ 심사위원 만장일치 선정…
제29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44편의 작품이 출품돼 이중 총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 부문을 망라해 예심을 1위로 통과한 한겨레신문 탐사기획팀의 ‘부끄러운 기억, 아동학대’(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는 소재와 주제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탄탄한 기획력과 이를 뒷받침한 꼼꼼한 취재력이 단연 주목을 받았다. “읽어나가면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본심에서도 투표대상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하는 기록을 남겼다. 취재보도 부문이나 기획부문이나 심사위원 만장일치 표
국정원의 경력판사 사상검증 의혹…
법적으로 근거가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했다. 대통령 직속의 행정기관인 국가정보원에서 경력판사 지원자들을 접촉해 사실상의 면접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나온 대답이다. 다른 곳도 아닌 바로 대법원에서 말이다. 보도가 나가자 “기사 내용 중에서 오해되거나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다”고 항의가 들어왔다. 이 또한 대법원에서 한 말이다.하지만 열흘도 지나지 않아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내부통신망에 “일부 부적절하거나 오해를 살 만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진의 질문지를 받고 최소한
메르스 환자 격리요구 ‘묵살’…무너진 초기 방역망…
“모자람은 지나침만 못하다.”적어도 방역에 있어선 그렇다. 메르스 발생 초기 질병관리본부가 ‘모자란 방역’으로 일관한 건 그래서 비극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지침을 무시한 채, 국민에게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 이름을 꽁꽁 숨겼다. “메르스 환자와 ‘2m 이내에서 한 시간 이상 접촉한 경우’만 밀접 접촉자”라는 근거 없는 기준으로 격리 대상자 수를 축소했다.KBS는 지난 5월20일, 메르스 3번째 환자의 딸이 병원 격리를 요구했다가 보건당국으로부터 거절당한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메르스 최초 환자와 한 병실에 머물
나는 왜 배신자가 되었나
누군가 세월호 침몰 사고는 불의에 눈감았던 이들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했다. 어떻게 전대미문의 비극을 이 땅에 재현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불의에 눈감지 않았던 내부고발자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특히 보통의 시민에서 내부 고발자가 된 이들에 주목하려 했다. 2030대 젊은 청년, 그리고 여성 내부고발자를 섭외하기로 했다.지난해 국민적 분노를 샀던 윤 일병 폭행 사건의 최초 제보자 김재량씨를 섭외했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 부담스럽다’는 그를 그가 살고 있는 부산에 내려가 이틀 동안 만났다. 포스코 계열사의 동반성장 실적 조작을 고
부끄러운 기록, 아동학대…
죽은 아이들을 조명해 산 아이들을 계속 살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가해자를 직·간접적으로 만나 과거 사건을 되뇌이게 하고,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이들의 아픔에 비하랴’라는 생각으로 취재의 괴로움을, 주저함을 떨쳐냈습니다. 그렇게 연수 기사가, 재석이 기사가, 민이 기사가 쓰여졌습니다.사람을 탐구하고 제도를 헤짚었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풀린 대목보다 풀리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취재는 번번이 벽에 부닥쳤습니다. 제 자식을 죽인 범인은 친엄마나 아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생을 준 자가 생을 끝낸 것입니다
한글 교육의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모국어 문자 읽기 교육을 공교육에서 책임지지 않는 나라입니다.”요즘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한글을 배우지 않은 아이가 거의 없다. 아이들은 입학하자마자 알림장에 받아쓰기를 하고, 1학년 교과서는 첫 장부터 어려운 단어와 문장이 등장한다. 수업이 한글 해득을 전제로 이뤄지는 탓에, 한글 선행을 하지 않고 온 아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부진아’로 낙인찍힌다. 한글은 모든 학습의 토대가 되는 중요한 교육이지만 학교에서 한글 교육은 너무도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었다.꼬박 6개월에 걸친 취재는 모두 20편의
도심을 바꾸자 ‘빅하트 프로젝트’ 시리즈…
부산시는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통해 원도심 산복도로 지역의 주거 중심의 지역 재생에 성공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하지만 도심 재생에 대해서는 이해나 정보가 부족했다.도심은 말 그대로 도시의 중심부, 심장을 말한다. 도심 재생 모델을 만드는 건 부산시는 물론 지역 언론에서도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다.‘빅하트 프로젝트’ 기획시리즈는 그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부산에 흩어져 있는 도심을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선임연구위원과 이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부산지역에는 많은 도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