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괴물 ISD, 뒷걸음질 치는 정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라는 낯선 제도를 처음 접한 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한창이던 2007년이었다. 몇몇 인사를 중심으로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스쳐갔다. ISD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4년 후인 2011년,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앞두면서였다. 소위 ‘ISD 괴담’이 SNS에 퍼졌고, 정부는 수색했다. 그리고 또 4년이 지난 2015년 ISD는 론스타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되어 나타났다.그런데 이상했다. 더 이상 괴담이라 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도 정부의 태도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월호 탐사 보도
한겨레21 마감을 끝내고 2014년 4월19일 전남 진도행 첫 아침 버스를 탈 때만 해도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을 당연히 취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닷새 만에 기자는 이미 ‘기레기’로 낙인 찍혀 있었습니다. 명함을 내미는 순간 부모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습니다. 단 한 명의 부모도 인터뷰하지 못하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지난 1년9개월은 그 취재 현장에서 무기력했던 나를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2014년 7~8월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38일간 800km를 걸었고, 2015
몽고식품 회장의 직원 상습폭행
“그럴 줄 알았다.”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의 직원 상습폭행 단독기사가 나가고 난 뒤 경남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김 회장의 언행이 한번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실 김 회장은 그동안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직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폭행·폭언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하지만 회사나 가족 중 김 회장을 말릴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김 회장은 그렇게 자신의 폭행에도 무감각해졌을 것이다. 언론보도 이후 사태는 커질대로 커져 결국 매출이 뚝 떨어질 정도로 몽고식품은…
원전도시(Mega Nuke City)
“우리 곁에 원전이 그렇게 많았나요? 정말 몰랐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부산권역 안에 8기나 되는 원전이 이미 들어서 있고, 최소 2기가 더 건설계획이란 사실은 기자 중에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우리 프로그램의 영어 제목 ‘Mega Nuke City’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불과 20㎞ 거리에 세계에서 가장 큰 원전단지가 있고 부산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계 최대 원전도시가 됐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 불편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 우리 프로그램은 목표
JTBC ‘중공군 유해 송환 조작 의혹’ 저널리즘 본령 상기 ‘호평’
경남CBS ‘몽고식품 회장 직원 상습폭행’ 기업 총수 갑질 사회적 반향 ‘홈런’급은 아니지만 ‘안타’급 작품들이 많았다. 출품작 수 대비 수상작 수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304회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된 작품은 42건, 평소보다 20% 정도 적었다. 반면 수상작 수는 평소보다 다소 많은 8건이었다. 본심에 단번에 올라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건 4개, 딱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패자 부활전 격인 예선 재심 끝에 본심에 올라가 수상했다. 물론 전자 그룹과 후자 그룹간의 점수 차는 ‘간발’이었다. 수상작 절반인 4건이 취재보도 부문에서
YTN '선생님 빗자루로 때리고 욕설하는 학생 ‘짓밟힌 교권'' 등 선정
한국기자협회(회장 정규성)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15일 제304회(2015년 12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회의를 열어 YTN의 '선생님 빗자루로 때리고 욕설하는 학생 ‘짓밟힌 교권’'등 총 8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취재보도1 부문△경향신문 사회부 구교형·선명수·김상범 기자 '강남구청 ‘댓글부대’ 운영 의혹'△MBC경제부 김장훈 기자, 사회2부 홍신영·이준희 기자 '인천 11살…
추위에 떠는 YS 영결식 어린이합창단
故김영삼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숙하게 거행된 국회 앞마당.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눈까지 내려 체감온도는 영하권에 머물렀다. 영결식에 참석한 내·외빈은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고 주최 측에서 준비한 무릎담요를 덮은 채 고인을 추모했다. 그런데 영결식장 앞에서 추모곡을 부르기 위해 대기 중인 어린이합창단원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합창단은 강추위에 얇은 단복 하나만 입고 있었다. 뒤에 앉아 있는 성인 합창단은 패딩 점퍼를 입고 목도리와 장갑을 끼고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상반된 모습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
시한부 면세산업
2015년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면세점 특허권 갱신이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한 데다 주요 기업들의 특허권 재계약이 모두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한국·중국·일본 간 관광객 유치 경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5년짜리 시한부 영업권으로 인해 자칫하면 주도권을 놓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었다. 일자리 상실에 직면할 노동자들이 생기고 기업은 경영안정성 저해로 사업 자체를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기업과 언론, 정부가 모두 간과하고 있었다. 매경 취재팀은 10월 중순부터
신세계 1천억원대 ‘차명 주식’
두려웠습니다. 제가 다시 잘할 수 있을지, 예전처럼 ‘기자질’을 할 수 있을지….지난 한해는 제겐 참 힘든 한해였습니다. 결혼 8년차에 ‘난임’임을 알게 되고 시험관 시술에 임신, 유산, 다시 시험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후회와 패배감, 1년을 임신에만 집중하자면서도 일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도 심했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회사의 배려로 1년의 휴직 기간을 보냈지만 저의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홀몸으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기자 생활 13년차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출입처를
쌀 생존전략 리포트-해외에서 길을 찾다
2014년 1인당 쌀 소비량 65.1㎏. 하루에 밥 두 공기도 먹지 않는다. 2014년 쌀 관세화 유예 종료.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그야말로 쌀의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2015년 초, 편집국 기자들은 우리 쌀이 겪고 있는 심각한 내우외환을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편집국 내에 TF가 꾸려졌다. 고심 끝에 찾은 방법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 주요 쌀 생산국인 일본·호주·베트남·중국 4개국 현장 취재를 통해 쌀을 살리는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문제는 섭외였다. 이번 기획은 기자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
스노든 폭로 2년, 인터넷 감시사회
지금 한국 신문 편집국에서 ‘기획’이란 단어는 오염되어 있습니다. 팩트에 대한 치열한 추구 없이 나태한 취재에 바탕해 관점을 앞세워 만든 저널리즘이라는 이미지가 그것입니다. 캠페인성 기획기사 때문에 생긴 이미지일지 모릅니다. 탐사보도와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이처럼 오염된 ‘기획’이란 단어와 쌍으로 묶여, 종종 함께 비난받습니다. 그러나 탐사보도와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본령은 검경과 출입처가 알려주지 않는 중요한 사실과 ‘전체 그림(whole picture)’의 추구와 발굴이라 생각합니다. 관점의 추구가 아니라 사실의 발굴이 의무라 생각
‘노동위 심층 보고서’ 누가 심판하는가?
노동위원회는 중요한 곳이다. 노동자가 해고를 당했을 때 그게 정당한지 부당한지 따지는 ‘심판’ 기능, 노사 분규를 ‘조정’하는 기능,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성과가 낮은 사람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해고’ 요건을 새로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이런 개념이 도입되면 부당해고를 판정하는 노동위원회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1년에 1만 건이 넘는 해고·징계 사건이 전국 12개 노동위원회에 접수된다. 이 가운데 법원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5% 미만이다. 95% 이상은 노동위원회에서 결론이 난다. 이
테스트 타이어 대량 유통
취재는 지난해 9월, 한 통의 제보전화로 시작됐다. 완성차 업체 연구소에서 차량 주행 시험에 사용하고 폐기하는 ‘테스트 타이어’ 중 일부가 시중에 새것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테스트 타이어’는 극한 상황을 가정한 고속 주행과 급제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수명이 크게 단축돼, 전량 폐기해야 한다. 타이어를 빼돌린 곳은 완성차 업체가 테스트가 끝난 타이어를 폐기 처리하도록 지정한 폐기물처리업체였다. 겉보기가 멀쩡한 것들을 골라 판매점에 팔아넘겼고, 판매점은 이 타이어를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경찰과 함께 창고 안
경찰 물대포에 맞는 농민 백남기씨
지난해 11월14일 집회 현장에서 목격했던 경찰의 물대포는 그 어느 때와 달랐다. 그날 종로구청 사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직사 조준 물대포에 고꾸라졌다. 바로 그때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선생은 한 달이 넘도록 생사의 경계에 있다. 그리고 나는 백 선생이 그렇게 쓰러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서 이렇게 때아닌 상복을 누리게 되었다.나는 경찰의 집회 해산 지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을 향해 정조준한 물대포는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장비다. 당황스러운 것은 그날 또 그날 이후에도 경찰이 바로 그런 사실을 인정
CBS ‘추위에 떠는 어린이합창단’ 아동인권 이슈화 돋보여
제30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총 52편이 출품돼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출품작에는 오래 공들인 깊이 있는 기획이나 스쳐지나갈 법한 사안을 예리하게 포착해 이슈화한 작품들이 많았고, 영상과 사진 등 비주얼의 강점을 살린 작품이 다수 출품된 것도 눈에 띄었다.취재보도 부문에서는 CBS의 ‘추위에 떠는 YS 영결식 어린이합창단’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영하의 추위에 눈발까지 날린 영결식장에서 얇은 단복만 입은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어린이들을 담은 영상은 순식간에 SNS를 타고 큰 반향을 일으켰고, 유족 및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