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면세산업
2015년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면세점 특허권 갱신이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한 데다 주요 기업들의 특허권 재계약이 모두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한국·중국·일본 간 관광객 유치 경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5년짜리 시한부 영업권으로 인해 자칫하면 주도권을 놓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었다. 일자리 상실에 직면할 노동자들이 생기고 기업은 경영안정성 저해로 사업 자체를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기업과 언론, 정부가 모두 간과하고 있었다. 매경 취재팀은 10월 중순부터
신세계 1천억원대 ‘차명 주식’
두려웠습니다. 제가 다시 잘할 수 있을지, 예전처럼 ‘기자질’을 할 수 있을지….지난 한해는 제겐 참 힘든 한해였습니다. 결혼 8년차에 ‘난임’임을 알게 되고 시험관 시술에 임신, 유산, 다시 시험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후회와 패배감, 1년을 임신에만 집중하자면서도 일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도 심했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회사의 배려로 1년의 휴직 기간을 보냈지만 저의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홀몸으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기자 생활 13년차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출입처를
쌀 생존전략 리포트-해외에서 길을 찾다
2014년 1인당 쌀 소비량 65.1㎏. 하루에 밥 두 공기도 먹지 않는다. 2014년 쌀 관세화 유예 종료.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그야말로 쌀의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2015년 초, 편집국 기자들은 우리 쌀이 겪고 있는 심각한 내우외환을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편집국 내에 TF가 꾸려졌다. 고심 끝에 찾은 방법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 주요 쌀 생산국인 일본·호주·베트남·중국 4개국 현장 취재를 통해 쌀을 살리는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문제는 섭외였다. 이번 기획은 기자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
스노든 폭로 2년, 인터넷 감시사회
지금 한국 신문 편집국에서 ‘기획’이란 단어는 오염되어 있습니다. 팩트에 대한 치열한 추구 없이 나태한 취재에 바탕해 관점을 앞세워 만든 저널리즘이라는 이미지가 그것입니다. 캠페인성 기획기사 때문에 생긴 이미지일지 모릅니다. 탐사보도와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이처럼 오염된 ‘기획’이란 단어와 쌍으로 묶여, 종종 함께 비난받습니다. 그러나 탐사보도와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본령은 검경과 출입처가 알려주지 않는 중요한 사실과 ‘전체 그림(whole picture)’의 추구와 발굴이라 생각합니다. 관점의 추구가 아니라 사실의 발굴이 의무라 생각
‘노동위 심층 보고서’ 누가 심판하는가?
노동위원회는 중요한 곳이다. 노동자가 해고를 당했을 때 그게 정당한지 부당한지 따지는 ‘심판’ 기능, 노사 분규를 ‘조정’하는 기능,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성과가 낮은 사람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해고’ 요건을 새로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이런 개념이 도입되면 부당해고를 판정하는 노동위원회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1년에 1만 건이 넘는 해고·징계 사건이 전국 12개 노동위원회에 접수된다. 이 가운데 법원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5% 미만이다. 95% 이상은 노동위원회에서 결론이 난다. 이
테스트 타이어 대량 유통
취재는 지난해 9월, 한 통의 제보전화로 시작됐다. 완성차 업체 연구소에서 차량 주행 시험에 사용하고 폐기하는 ‘테스트 타이어’ 중 일부가 시중에 새것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테스트 타이어’는 극한 상황을 가정한 고속 주행과 급제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수명이 크게 단축돼, 전량 폐기해야 한다. 타이어를 빼돌린 곳은 완성차 업체가 테스트가 끝난 타이어를 폐기 처리하도록 지정한 폐기물처리업체였다. 겉보기가 멀쩡한 것들을 골라 판매점에 팔아넘겼고, 판매점은 이 타이어를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경찰과 함께 창고 안
경찰 물대포에 맞는 농민 백남기씨
지난해 11월14일 집회 현장에서 목격했던 경찰의 물대포는 그 어느 때와 달랐다. 그날 종로구청 사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직사 조준 물대포에 고꾸라졌다. 바로 그때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선생은 한 달이 넘도록 생사의 경계에 있다. 그리고 나는 백 선생이 그렇게 쓰러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서 이렇게 때아닌 상복을 누리게 되었다.나는 경찰의 집회 해산 지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을 향해 정조준한 물대포는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장비다. 당황스러운 것은 그날 또 그날 이후에도 경찰이 바로 그런 사실을 인정
CBS ‘추위에 떠는 어린이합창단’ 아동인권 이슈화 돋보여
제30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총 52편이 출품돼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출품작에는 오래 공들인 깊이 있는 기획이나 스쳐지나갈 법한 사안을 예리하게 포착해 이슈화한 작품들이 많았고, 영상과 사진 등 비주얼의 강점을 살린 작품이 다수 출품된 것도 눈에 띄었다.취재보도 부문에서는 CBS의 ‘추위에 떠는 YS 영결식 어린이합창단’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영하의 추위에 눈발까지 날린 영결식장에서 얇은 단복만 입은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어린이들을 담은 영상은 순식간에 SNS를 타고 큰 반향을 일으켰고, 유족 및 정부
CBS ‘추위에 떠는 YS 영결식 어린이합창단’ 등 선정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15일 제303회 이달의 기자상에 CBS의 ‘추위에 떠는 YS 영결식 어린이합창단’ 등 총 8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또 이날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선정하는 2015년 4분기 자살예방 우수보도상에 국제신문의 ‘절망하는 이에 희망을’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취재보도 부문△CBS 뉴미디어부 강종민 기자 ‘추위에 떠는 YS 영결식 어린이합창단’
최경환 부총리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청탁 의혹
2013년 6~8월 있었던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입직원 채용에는 36명을 뽑는데, 무려 4500여명의 청년들이 지원했습니다. 청년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4500명’이라는 숫자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 부총리 지역구 사무실에서 4년 동안 인턴을 했던 황아무개씨도 원서를 냈습니다. 대대적인 점수조작과 면접 결과 뒤바꾸기를 통해 서류전형 2299위를 했던 그가 최종 합격했습니다. 황씨를 합격시키는 과정에서 점수가 좋았던 청년 지원자 3명은 아무것도 모른 채 불합격됩니다. 그야말로 ‘헬조선’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지난
재향군인회 ‘돈 선거’ 의혹 및 향군 비리 커넥션 추적
“앞으로 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 털어놓으니 후련하네요.”제보자 정OO씨가 두 시간 동안 자기 고백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그는 전임 재향군인회 회장 측과 수년간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다. 지난 7월 기자와 처음 만난 정씨는 좀체 입을 열지 않았다. 긴 설득 끝에 그는 드디어 입을 열 수 있었다. 향군 사업권을 미끼로 향군의 고위층과 향군의 이권을 바라는 업자들의 물고 물리는 비리 커넥션의 단면은 정씨의 말과 녹취록, 관련 자료 등을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정씨가 독백 같이 내뱉은 “후련하다”는 말
롯데, 삼성 화학사업 3兆원에 모두 인수
이 기사는 적극적인 팀플레이의 산물이다. 송종현 기자는 석유화학 업계(롯데케미칼), 김현석 기자는 삼성그룹, 정영효 기자는 투자은행(IB) 업계를 각각 출입하고 있다.삼성이 한화그룹에 매각한 한화토탈·한화종합화학 이외에 남아 있는 화학 계열사를 모두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을 접한 건 해당 기사를 보도하기 한 달쯤 전인 9월 말 경이었다. 당시엔 “삼성이 매각의도를 갖고 있다”는 정도만 파악됐다.최초에 이 소식을 접한 김 기자는 해당 분야 출입인 송 기자, 정 기자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메신저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TF를 만들었다.
기업發 경제위기 시리즈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인재(人災)였다. 기자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온 국민을 실업의 공포로 몰아넣고 수십 개의 대기업이 무너지고 가난한자와 부자간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계기가 됐던 IMF는 미리 막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역사의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IMF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생각은 경제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기업발 경제위기’시리즈는 두 번 다시 IMF와 유사한 경제위기를 겪지 말자는 의지를 다지는 것부터 기획됐다. ‘가계부채보다…
‘정권의 편향’-국정교과서 연속 검증
“역사교육은 결코 정쟁이나 이념대립에 의해 국민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누어선 안된다.”(박근혜 대통령)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받게 해선 안된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지난 10월 정부와 여당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공식화하며 내세운 대표적인 주장이다. 즉 현행 검인정 교과서는 ‘이념 편향성’을 보이고 있으니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거다.실제 국정화 드라이브가 본격화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간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언론도 ‘검인정 교과서가 과연 편향성을 보이는가’를 집중 검증하며 국민의 이해를 도왔다.하지만 여전히…
은폐된 심해 방류관 누수 그리고 부실 복마전
10년차 기자가 되었다. 슬슬 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올해 초 지역 특산물인 낙동김의 출하량이 급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보니 행정미숙이 주범이었다. 인근에 긴 하수처리장 방류관이 고장났는데, 당국은 통보도 없이 방류지점을 옮겼다. 하필 김양식장 근처였고, 방류수는 양식업을 망치고 있었다.몇주 뒤 시의회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문제제기부터 해결까지 깔끔하게 정리된 듯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뭐가 급해 당국은 허둥지둥 긴급보수에 들어갔을까?” 핵심을 놓친 기분이었다.1~2년차 경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