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와 기자의 직업정체성
학교 수업시간에는 잠을 자고 대신해서 과외나 학원수업으로 학습내용을 대체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앞서가기에 지식 전달자로서 교사의 역할이 손상되고 있는 증거이다. 의학정보의 범람과 의사 처방전의 공개는 전문정보와 기술에 기반 한 의사의 권위를 낮추고 있다. 이제 환자들은 의료행위를 비교 검색하기 시작했다. 시장 진입이 꽁꽁 묶여 있던 변호사도 그 수가 늘어나면서 최고 전문직으로 불리던 지위가 떨어지고 있다. 교수도 예외는 아니다. 해 묵은 노트를 들고 강의실에 들어간다면, 분명 그 교수의 강의 평
‘휴전체제’라는 올가미
1953년 7월 27일, 3년간 수백만의 인명을 앗아가고 온 국토를 잿더미로 만든 6.25전쟁이 휴전되었다. 싸움을 멈추고 평화를 이루기 위한 첫 절차이었다. 그런데 한반도의 휴전은 평화로 연결되지 못한 채 5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반세기를 넘긴 지금 언론은 체니 미부통령이 이례적으로 휴전 기념행사에 나와 북한을 호되게 비난했다는 소식은 전했지만, 휴전이 이제는 “휴전체제”, 즉 일시적 절차가 아닌 정착된 질서로 자리 잡아버린 모순과 낭패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총성은 멎었으되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니…
언론이 좋아하는 ‘전문가’
기자들에게 있어서 취재원은 소중한 존재다. 취재원들 목록이 곧 기자의 경력과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누가 정보를 많이, 빠르게 얻느냐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혈연과 지연, 학연을 통해 인맥을 많이 쌓은 기자가 능력 있는 언론인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된다.기자들은 인맥을 쌓으며 취재원을 ‘관리’하는데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접대를 하고, 접대를 받으며 명함첩을 두둑하게 만들어간다. 명함첩 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높은 직위나 명예, 학벌이나 훈장, 또는 부를 가지고 있다.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은 기자들이 매우 좋아하
북한 미사일과 IMF경제위기의 단상
북한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들은 연일 정부의 대응방식에 비판의 초점을 가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 언론은 정부의 대북 정보력에 많은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언론의 이 같은 비판은 정부에 대한 감시자로서 타당하고 정당한 문제제기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내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문득 1997년과 98년의 IMF통화사태와 연이은 경제위기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당시 국내 언론은 통화정책의 실패와 국제 경제정보에 대한 취약성 등을 들면서 호되게 정부를 비판했다. 기업들에게는 글로벌한 스탠더드
'정신분열적 증상 청와대' 질타할 언론없나?
군부독재시대도 아닌 대명천지에 국민의 알 권리가 이렇게 철저하게 외면당한 적이 또 있을까? 그것도 성경의 창세기 처럼, 이 일로 처절한 고통을 겪을 우리 아이들의 이름, 그리고 그 아이들과 또 그 아이들의 이름을 줄줄이 기록해야 할지도 모를 그런 일에 이렇게 침묵할 수 있을까?물론 일차적으로 그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딱 “관세 좀 낮춰서 수출 좀 늘리자는 것” 정도로 국민이 인식할 정도로, 간장 종지 만큼의 정보만 제공한 정부의 탓이다. 그러나 과연 일선의 기자나 피디들은 정보에 허기진 국민들에게 따끈한 밥 한 그릇의 정보를 전달하
보다 강력하고 의미 있는 여론면을 위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설 와중에 나온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애쉬턴 카터 전 국방 차관보의 북한 미사일 기지 선제폭격론은 미국 내 열띤 찬반론을 촉발했다. 두 전직 고위 관리가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칼럼에서 편 주장에 대해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와 의회는 곧바로 의미 있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칼럼이 나온 바로 다음 날에는 잭 프리처드 전 국무부 대북 협상 전담대사의 반론이 같은 신문에 실렸다. 오랫동안 미국의 신문과 방송을 접하면서 부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이들의 여론 형성 기능이다. 뉴욕타임스와 워싱
강남의 법칙
서울 강남의 대치동이 ‘학원 1번가’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2000년 연말께부터 주요 일간지들이 대치동의 사교육 시장에 대한 특집기사를 연이어 내놓는 등 사실상 ‘대치동 띄우기’를 하면서부터라는 게 ‘강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대치동 뉴스만 그런 게 아니라 강남에 관한 거의 모든 기사들이 그런 효과를 내고 있다. 언론 입장에선 뉴스 가치가 높기 때문에 보도하는 것뿐인데, 그게 오히려 사회적 차원에서 강남의 문제점을 키우는 역기능을 낳는 것이다.부동산 문제만 해도 그렇다. 언론은 선의의 고발성 기사로 강남의 아파트 값이 폭등
지상파 MMS 시험방송, 파장과 해법
2006 독일 월드컵 개막과 함께 전격적으로 허용된 지상파 TV 4사의 멀티모드서비스(MMS)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MS란 영상압축기술을 활용하여 디지털 HD 방송을 위해 각 방송사에게 할당된 주파수대역을 HD급과 SD급 채널, 오디오 채널과 데이터 방송 등으로 분할 서비스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상파 MMS 시험방송은 논의 과정과 정책 일관성 그리고 시청자 복지 측면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먼저 지상파 MMS는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5월…
자율규제 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
수 만원의 휴대폰 이용료로 인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한 중학생의 죽음으로 다시 불거지는 청소년 유해 콘텐츠 논란이 본격화되면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위한 움직임들이 거세게 일고 있다. 관련 학회 차원의 연구 모임이 구체화되고 전문가 토론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공통적인 목소리는 교과서적이기는 하나 자율규제의 틀 마련과 이의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실천으로 모아지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의 사법적 규제는 최후에,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반면 청소년에 대한 음란물 규제는 광범위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많은…
균형 잡힌 국제보도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게임문화를 가진 나라로 전문가들이 묘사하는 한국에서는 당국이 전자게임 중독이라는 전염병에 놀라고 있다.” 5월27일자 워싱턴포스트는 1면에 3단 크기로 ‘한국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인터넷 게임 몰입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나라라면서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더 많은 게임중독 사례를 보지만 사회학자들과 정신과 의사들은 한국을 문제의 진원지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이보다 앞서 5월 25일자 뉴욕타임스는 대전에서 탈북 여성들을…
공영방송 비판, 이대로 좋은가?
공영방송인 KBS와 MBC 비판에 늘 따라붙는 말 중의 하나가 ‘상업주의’다. 타당한 비판이다. KBS와 MBC가 그런 비판에 수긍해 상업주의를 포기할 리는 없겠지만, 만의 하나 그런 시도를 하려 한다면, 나는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왜 그런가?상업주의를 포기하면 시청률이 떨어지고 수입이 줄 게 틀림없다. 그러면 일부 언론은 KBS와 MBC의 ‘위기’를 선언할 게다.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말도 나올 게다.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아 시청률이 바닥을 기고 있다는 말도 들어야 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흥청망청’ 했다는 비난도 감수
KBS 때리기의 진실
조선, 중앙, 동아 등 이른바 보수언론들의 공영방송 KBS 때리기가 도를 넘어설 정도로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이 신문들은 평소 애용하고 있는 언론 관련 필진들을 총동원할 뿐만 아니라, KBS에 유감을 지닌 채 퇴사한 전직임원들을 용케도 찾아내어 아낌없이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정당과의 커넥션 속에서 KBS에 대한 공격 자료를 요긴하게 제공했고, 이도 모자라 공공연하게 자사 비판을 부르짖고 있는 현직 간부의 눈부신 활약(?)은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필진이 화려하고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뉴욕타임즈, 골프 등 접대규정서 배우자
6년 전 워싱턴특파원으로 처음 부임했을 당시 서울과 워싱턴의 취재환경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취재를 위해 공직자를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취재원을 만나 식사나 차를 같이 할 경우 거의 예외없이 기자가 비용을 내는 점이었다.정치부에 오래 근무하면서 정치인들과의 잦은 식사와 술 자리, 골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대접받는 데 익숙했던 내게 취재원의 식사 비용을 내는 것은 부담이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당황스러웠다. 서울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츰 익숙해
정치적 독립성? 정치적 책임성!
바야흐로 인사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의 울음소리에서 봄이 왔음을 알 수 있듯이, 연일 자신이 속한 조직을 공격하는 KBS 감사의 속 보이는 고군분투 속에서 그리고 그의 언행을 연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보수신문들의 행태 속에서 인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상투적이면서도 당위적인 인사기준을 제시하는 각종 칼럼들 속에서 방송계 인사를 바라보는 이상론과 현실론의 괴리를 거듭 감지할 수 있다.주지하다시피, 다가오는 5월에는 우리 방송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중책을 담당하게 될 방송위
골프 마피아
이른바 ‘3·1절 골프 파동’이 벌어졌을 때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눈에 띄었다. 언론은 이 전 총리의 골프 시점과 상대의 부적절성만을 물고 늘어졌을 뿐 골프 자체는 문제삼지 않았다. 이 전 총리가 누군가? 그는 92년부터 환경운동에 몰두해 환경사회정책연구소와 라는 책자를 만들었고, 민주당 환경특위 위원장도 맡았다. 그는 그런 맹렬한 활동 덕분에 93년 한국환경기자클럽에서 주는 ‘올해의 환경인상’, 94년엔 환경운동연합이 주는 ‘녹색정치인상’을 받지 않았던가. 왜 언론은 이 전 총리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캐고 들면서 그 사실은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