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정보 접근권과 취재 자유다
이른바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정부와 언론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과 언론단체 대표들과의 방송 토론 직후 기사송고실 통폐합 공사 등 일련의 조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또 기자협회 등 언론관련 단체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해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매우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조치이다. 비록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해서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언론사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아쉬움, 그리고 정부와 대통령의 일정에 의존해 토론회가 준비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토론회의 성과물 전체를
정부여! 기자들 민심부터 제대로 읽어라
‘기자 민심’이 나왔다. 한국기자협회가 전국 언론사 기자 3백1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문제가 논란이 된 뒤 한쪽 당사자인 기자들의 생각이 객관적인 데이터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기자 민심’은 예상보다 훨씬 냉담했다.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10명 중 9명이 반대했다. 스트레이트 부서일수록, 젊은 기자일수록 반발을 더욱 거셌다. 일선 현장에서 부대끼는 빈도가 많을수록 반대의 목
현 정권 고립 자초하지 말아야
‘취재지원 선진화’. 참으로 아름다운 말이면서 아득한 말이다. 기자의 취재를 도와주고 취재과정을 선진화시켜주겠다니 고마우면서 황당하다. 권력의 독선은 항상 위험하다. 권력 자신이 가장 옳고 타자는 틀리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언로를 축소하려는 권력의 전지전능이 가능할까. 독선은 독단을 낳고 배타적 어리석음으로 향할 뿐이다. 기자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묶어두려는 기도가 성공할까. 29일 노대통령은 기자실 통폐합에서 한발 더 나가 “한꺼번에 바뀌면 기자들이 너무 불편할까봐 브리핑실 외에 기사 송고실을 제공
기사송고실 통·폐합은 정보통제다
노무현 정부는 언론 접촉을 제한한 현행 브리핑 제도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노 정부는 22일 ‘취재 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발표, 언론 접촉을 다시 대폭 줄이는 조치에 착수했다. 과거의 어느 정권도 이처럼 언론 접촉을 제한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꽤나 충격적이다. 이번에 정부가 기존의 부처 브리핑실(기자실)을 대폭 줄이는 조치를 마련한 것은 현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언론 기피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노 정부의 언론 기피는 스스로 홍보능력의 부재를
‘재벌회장 보도’ 반성 없는 언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재벌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됐다. 뒷북을 치고 나선 언론의 집요한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 회장은 결국 주요 혐의 내용을 시인했다. 스스로 거짓말쟁이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재벌회장의 보복 폭행 사실보다 더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끝까지 법과 국민을 기만하려 했던 김 회장측의 잘못된 처신이었다. 이번 사건은 언론이 자본 권력을 감시할 때 어떤 잣대가 필요한가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사건이 불거진 초기, 재계 일각에선 자식 사랑이 남다른 ‘화끈한 성격의&rsqu
‘모그룹 모회장’이 보도관행인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이 경찰 수사가 진척되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재벌 그룹 회장님이 직접 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민망한 의혹들이 양파껍질 벗겨지듯이 하나둘 사실로 확인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재벌 회장이 술집 종업원들을 사전에 제압하기 위해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의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만하면 재벌그룹과 조직폭력배들 간의 관계에 대한 의구심까지 자아내게 된다. 그런데 이번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에 대한 우리 언론의 초기 보도행태를 보면…
5월! 자녀들과 놀아보자
신록의 푸릇함이 온 국토를 싱그럽게 하고 있다. 맑은 봄 햇살은 가만있어도 어깨를 들썩거리게 한다. 세상을 예의주시하는 기자들이라고 춘흥에 무감할까. 사건과 사건 사이에 정위치하고 팩트를 찾아 사람들에게 묻고 묻는 사이, 계절의 여왕은 메마른 가슴 곁으로 다가왔다. 오늘 아침도 출입처의 정황을 훑어 본 다음 기사발제를 마쳤다. 잠깐 사이 점심이 지나고 취재원과의 기나긴 추적을 벌였다. 기사를 구성을 마치자마자, 스트레이트를 완성해 송고하고 추가 취재에 돌입한다. 사안의 가닥을 잡아주는 해설박스를 잇달아 꾸미느라 자판 두드리는 소리는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보도 자성해야
지난 16일 밤 이후 국내 언론사의 국제부 기자들은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 때문에 꽤나 바빴을 것이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캠퍼스 총격 중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버지니아 공대 난사 사건은 이날 이후 역대 국제부 기자, 사회부 기자, 정치부 기자들까지 지원작업에 끌어들였다. 23일 이후 새로운 주가 시작되자 이번 사건은 국내외 언론에서도 차츰 ‘치유와 안정’의 방향을 잡아가면서 보도량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보도를 놓고 우리는 향
수습기자교육 인식변화와 투자 시급하다
기자의 꿈을 안고 모 언론사에 들어간 한 수습기자가 도를 넘은 교육 때문에 마음과 몸에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그 날 사고가 수습기자와 선배간 누적되어온 갈등의 폭발이었는지, 우발적인 사고였는지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선후배간 신뢰(Trust)가 부족했던 것 같다. 서로 믿으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자세, 직장 선후배 기자로서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 온 관계였다면 그런 불행한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기자사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습교육과정을 되돌아보고 개선할 게 있으면 과감히 고쳐 나
선임기자들이여! 존재가치를 높여라
선임(先任) 기자제가 한국 언론계에 등장한 지 2년이 됐다. 매체마다 도입 취지가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인사 적체의 해소와 더불어 중견급 기자들의 적절한 활용이라는 일석이조의 묘책으로 시도했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어떤 언론사는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어떤 언론사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평가가 엇갈리고는 있으나 선임 기자제가 한국 언론의 인사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의 하나라는 점에는 언론계에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앞으로 각 언론사의 대표적 인사 제도로 자리 잡을 것인가에 대해선 아무도 낙관하
한·미 FTA 비준과정 국민입장서 보도를
시한을 두 번씩이나 위반한 ‘반칙’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협상이 결국 타결됐다. 두 나라가 작년 6월 얼굴을 마주하고 협상을 시작한지 10개월 만이다. 우리나라 경제와 국민들의 생활과 살림살이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다면 경악할 속도전이다. 하지만 빠르다고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FTA협상 개시 전부터 스크린쿼터 축소 등 4대 선결요건을 풀어줘 우리의 중요한 협상 카드를 스스로 포기해버렸다. 또 막바지 단계에서 “협상시한 연장은 없다”던 정부 방침을 생각하면 시한을
對언론 접촉창구 줄이려는가
국정홍보처가 이번에 내놓은 ‘국내-외 취재지원 시스템 실태조사 결과’가 언론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홍보처는 이번 자료의 말미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취재지원 시스템을 선진화시키고 나아가 언론의 취재지원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가 이번 조사를 계기로 그나마 제한적이던 대언론 접촉창구마저 대폭 줄이려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현장 기자들에게서 분출되는 비난의 목소리도 매우 높다. 이번 조사를 보면 홍보처는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외국 기자들의 눈에 비친 한반도 평화
비무장지대를 지나 휴전선을 넘어설 때 그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했고, 그들의 귀는 한 곳으로 모아졌다. 그들의 표정은 진지했고, 그들의 입에선 질문이 쏟아졌다. 국제기자연맹(IFJ) 특별총회 기간 중이던 지난 14~15일 세계 70여개국 2백여명의 기자단은 8시간의 여정 끝에 금강산을 방문했다. 이어 16일에는 80여명의 기자들이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 개성공단을 찾았다.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라는 이번 특별총회 주제에 걸맞는 일정이었다. 외국 기자들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했다. 남측…
기자 진압에 나선 한국 경찰
꽃샘추위 쌀쌀한 바람이 서울 도심거리를 휘감은 10일 저녁.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시위대와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패기 시작했다. 시민 인권을 보호한다는 경찰이 곤봉과 방패로 찍어 누르며 집단 구타를 시작한 것이다. 한·미 FTA 8차 협상에 항의하며 ‘FTA반대’집회를 진행하던 2천여명의 시위대가 광화문에서 종각방향으로 강제해산당하고 있었다. 밀리는 시위대가 경찰의 무장력에 휩쓸리는 현장 최일선에 기자들이 있었다. 기자는 항상 현장에 정위치 한다. 기자는 시야만 확보되는 안온한 전망대를 선택하지
IFJ소속 ‘놈’들의 특별한 만남에 거는 기대
국제기자연맹(IFJ) 특별총회가 오는 12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서울과 금강산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의 의의는 여느 총회보다 남다르다. 먼저 특별총회는 80여년 IFJ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총회 주제 자체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이며 이를 촉구하는 선언문도 채택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총회에는 북한 국적의 재일조선인 총연맹 소속 조선신보 기자 3명(참가신청)을 비롯해 70여개국 2백여명이 참가한다고 해 모임의 의의를 더해주고 있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11월 60년 분단역사 최초로 금강산에서 이뤄진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