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실사 보고서 단독 입수 분석
제가 공개한 대우조선해양 실사 보고서는 작년 산업은행이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핵심 자료입니다. 올해 20대 국회 첫 정무위원회와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끝내 제출되지 않았던 극비 문건입니다. 이 자료가 제 손에 들어오게 된 연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궁금해합니다만 이를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취재원 보호는 기자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니까요.자료를 입수하게 된 것은 순전히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원이 그 많은 기자 중 저에게 자료를…
“심장 멎은 택시기사…두고 떠난 승객”
“출근 시간, 택시가 앞에 가던 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어요. 운전기사가 심정지가 온 것 같은데 지금 사고 처리 중이에요.”다급하게 걸려온 제보전화. 단순 교통사고인지 현장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여느 교통사고와 다를 바 없는 상황. 하지만 무언가 달랐습니다. 현장에 나온 보험사 직원과 경찰이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들을 찾고 있는 겁니다. 목격자들은 사고 직후 승객들이 다급하게 내려 골프가방과 짐을 꺼내 다른 택시로 쏜살같이 옮겨 타고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취재에 들어가자, 승객들이 일본 골프여행을
방파제 특혜 의혹
‘방파제 공사요? 업계에서 ○○○○○가 다 해먹고 있어요.’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됐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발주한 모든 공사와 공사를 맡은 설계·공사·감리업체, 해당 업체와의 중복성을 찾기 시작하자 의혹이 속속 나타났다. 문제의 업체는 ‘사실상 같은 회사지만 이름만 바꿔’ 설계-자재납품-감리까지 했다. 공사상 문제를 지적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누가 봐도 오해 살 만한 모양새’였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했다.알고 보니 해피아가 있었다. 해수부에서 민간기업으로 이동한 인원을 파악하자 해당 업체가 많은…
녹조 토하는 낙동강
바다에 적조가 있습니다. 조금은 검붉은 색입니다. 적조의 원인은 갯벌의 감소로 인해 갯벌에 사는 미생물들도 함께 감소하면서, 미생물들의 먹잇감인 바닷물 속 붉은색 플랑크톤인 적조류가 급속하게 번식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민물에는 녹조가 있습니다. 녹조류도 일종의 플랑크톤입니다. 녹조의 급속한 번식의 원인은 대략 3가지입니다. 수온, 물속의 부영양화 그리고 물이 흐르는 속도 즉 유속입니다. 26년 동안 현장 기자를 하면서 녹조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로부터 상을 받은 것이 4번째입니다. 모두 최근입니
4대강 사업의 민낯
‘녹조라떼 낙동강’에서 투명카약 두 대가 대형 현수막을 끌고 간다. 현수막 위에선 물고기 한 마리가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나는 살고 싶다” 지난 4대강 특별취재단과 함께한 낙동강 퍼포먼스의 한 모습이다. 낙동강에서 처음 발견된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1급종인 물고기 흰수마자가 외치는 피울움이다. 4대강사업으로 이제 낙동강에서 멸종된 흰수마자가 “나는 살고 싶다”고 간절히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4대강과 뭇생명들의 한 맺힌 절규다. 4대강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거대한 16개 보로 막혀 시름시름 앓으며 죽
경향 ‘공항공사 퇴직 간부 성추행’ 약자보호라는 언론 역할 돋보인 수작
TJB대전방송 ‘심장 멎은 택시기사…두고 떠난 승객’ 이기주의적 사회 풍토 고발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더위를 잊게 해줄 언론의 ‘시원한’ 보도가 어느 때보다 아쉬웠다. 더위 못지않게 사회적 모순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이를 고발, 비판하려는 언론의 노력은 부족해 보였다.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8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 과정에서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비리를 고발하는 후보작들이 호평을 받았다. 단순한 현상을 구조적 문제와 연결해 해결을 촉구하는 적극적 ‘기자 정신’을 현 사회가 요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취재
청와대·친박계 새누리당 공천 개입…
정치 기사에서 ‘팩트’는 대부분 ‘정치인의 말’입니다. ‘정치인의 말’은 통상 마이크 앞에 정제된 상태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기자들의 심증이 ‘왼쪽’으로 향하고 있더라도 특정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오른쪽’이라고 말하면 이를 뒤집어 보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려졌다’, ‘전망이 나온다’ 등의 표현들로 기사가 채워지곤 합니다. 이번 취재는 베일에 가려있던 정치의 숨은 모습을 밝혀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보도였다고 자평합니다.보도 이후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정치적 유불리가 명백한 사안인 만큼 어느
공기청정기·에어컨 필터서 살균제 OIT 검출…전량회수 권고
공포의 작동원리는 간단합니다.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을 먹고 삽니다.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으면 공포는 쉽사리 깨지지 않습니다. 이번 역시, 기업이나 정부 누구도 그 설명을 제대로 해 주지 못했습니다. 당장 검증해야 할 유독물질만 수백 가지. 환경부에 등록된 것만 1천 가지가 넘습니다. OIT가 미국에서 면역 독성물질로 지정된 게 이미 우리보다 40여년 앞선 지난 1971년이었습니다. EU 역시 OIT를 피부 부식성과 과민성 물질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유독물질로 지정된 건 불과 2
한국의 민주화와 미국-美 정부 기밀해제 문서 단독 입수…
올해 초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대한 미국 정부 기밀해제 문서를 입수해 조사하고 있을 때였다. 한국은 4·13 총선 열기로 뜨거웠다.기밀해제 문서에는 젊은이들의 희생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눈물, 거리로 뛰어나온 시민들의 숫자가 메마른 문체로 기록돼 있었다. 그 희생과 눈물이 민주화를 이끈 동력이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여당에서는 친박·비박 싸움이 계속됐고, 야권은 호남 민심을 놓고 다퉜다. 30년이 넘는 시차에 현기증을 느꼈다. 민주화는 이뤄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성취하지 못했다는 사
사학비리 연속기획
“김문기가 인사동에 어마어마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입자를 내쫓고 있대.” 우연히 접한 한마디 제보로 취재는 시작됐습니다. 100여건의 물건지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확인하는 3주 동안의 취재결과, 인사동 외에도 김씨 소유 부동산은 전국적으로 싯가 1조원에서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씨 부동산의 전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한겨레 보도가 처음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궁금증은 ‘이 돈의 출처는 어디일까?’로 모아졌습니다. 김씨는 사학비리의 대명사인 까닭입니다.매입시기를 보면 그가 상지대를 인수한 뒤인 1974년 이후부
비소·카드뮴 침출수, 강으로 농경지로 ‘콸콸’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석탑으로 유명한 익산(益山), 지명의 한자를 풀이하면 산이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북 익산은 우리나라 3대 화강암 주산지로 예로부터 질 좋은 화강암이 많이 나 주민 삶에 큰 도움이 됐다.그런데 요즘 이 익산의 산들이 아프다. 아낌없이 내어준 산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아서다. 아니 오히려 해를 주는 해산(害山)이 되고 있다. 돈에 눈이 먼 일부 부도덕한 업자들이 돌을 캐낸 빈 석산에 전국에서 가져온 일반폐기물은 물론 지정폐기물까지 불법매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암물질 침출수가 수년간 대량으로 무단 방류되
특집 다큐-검은 삼겹살 2부작
스페인에서 돼지 뱃살을 내던지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폐기물통에 던져진 지방은 화장품의 원료로 쓰거나 질 나쁜 것은 가축 사료용으로 팔아버린다는 것. 국내 생산량 15만 톤도 모자라 연간 20만 톤을 수입하는 돼지 뱃살,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의 45%에 달하는 삼겹살의 정체가 이것이었다. 한국은 어쩌다가 삼겹살 공화국이 되었을까? 돼지고기는 효자 수출품이었다. 기름기 적은 등심과 뒷다리를 일본에 팔아 큰돈을 벌었다. 남겨진 뱃살은 국내 소비자가 먹어줘야 했다. 그런데 지방에 입맛이 길들여진 나머지 지구촌 돼지뱃살의 1/4을 수입하고…
‘복지 마피아’ 득세
지난해 12월 현장 사회복지사로부터 4급 퇴직 공무원이 20년 가까이 열심히 현장을 누빈 복지시설 기관장을 내몰고 그 자리에 취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피아(금융 마피아), 해피아(해수부 마피아)에 이은 복피아(복지 마피아)의 출현이었다.본지 취재팀은 본격적인 취재에 나섰다. 우선 사회복지사업법, 공직자윤리법, 공무원연금법, 장애인복지법 등에 관해 법률부터 시행령 시행규칙까지 꼼꼼히 점검했다. 이후 시민단체, 뜻을 같이한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조사해 1000여 곳의 시설 중 주로 예산과 인력 규모가 큰 노인장애인 시설을 선호한다는
국책사업에만 눈독…환자 진료 거부 ‘파문’
믿기지 않았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니. 얼마 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한 대학병원이 야간에 응급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단 말인가. 처음 병원 측에 확인했을 때 문제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장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환자를 찾을 수도 없고 난감했다. 그러다가 퍼뜩 떠오른 생각. 바로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구급대였다. 구급대원들의 증언은 충격이었다. 조선대 병원 응급실이 야간에 환자를 받지 않은 지 3개월 가까이 되었다는 얘기였다. 진료 거부 사실을 모르고 응급실을 찾아간 환자들은 지금도 ‘헛걸음’을
국민 ‘한국의 민주화와 미국’ 기밀해제 문서 깊이 있는 분석 ‘호평’
국제신문 ‘복지 마피아 득세’ 중간 관료 유착 폭로·제도 개선 이끌어내 제311회 ‘이달의 기자상’은 논쟁적인 작품들이 유달리 많은 점이 특징이었다. 기자의 취재윤리와 녹취 제보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놓고도 심사위원들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출품작은 적었어도 평소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격론 끝에 총 8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취재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TV조선의 ‘청와대·친박계 새누리당 공천 개입’은 4·13총선 공천과정에서 권력 핵심부 사이에 압박과 회유를 포함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