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재시공…‘부실’ 스크린 도어
‘안전도시 대구’. 2·28 지하철 참사의 아픔을 겪은 대구시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정작 스크린 도어 설치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지난해 천억원대 규모의 스크린 도어 설치 사업 입찰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 사업은 황당하게도 스크린 도어 제작 능력이 없는 대기업에 넘어갔다. 선정 과정에서 국제안전인증업체를 부당하게 탈락시켰다는 제보, 대기업이 차액을 남기고 하청업체에 불법으로 사업 전체를 떠넘긴 제보를 입수해 확인했다. 게다가 조달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이러한 사업을 시설공사가 아닌 물품구매로 발주했다. 하도급에
한국동서발전 발암물질 유출 수산물 파문
공기업 한국동서발전이 ‘디메틸폴리실록산’이란 유해물질을 바다에 유출했다는 울산해경의 보도자료가 나왔다. 하지만 해당 물질이 배출되면 안 된다는 명확한 법규가 없다는 동서발전의 해명과 생태계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한 피해 내역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은 ‘논란거리’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도 관련 법규를 서로 달리 해석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발전소가 수십 년에 걸쳐 유해물질 수천 톤을 방류한 게 단순히 논란거리에 그치는데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 바다에 대한 성분 분석을 해봤다. 취재 결과 발전
복지사각 ‘제로맵’
재송1동과 2동. 부산 해운대구에 있지만 도로 하나 사이로 두 동네의 생활 여건은 뚜렷한 차이가 난다. 윗동네 주민들은 ‘센텀시티’로 불리는 아랫동네를 닮으려 간판마다 ‘센텀’ 두 글자를 붙인다. 아이들도 아랫동네, 윗동네를 구분하며 따로 어울린다.정(情)은 고사하고 시기와 배제의 대상이 돼버린 이웃 동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동네별 격차’를 줄일 수 없을까. 특별취재팀은 삶의 척도가 되는 통계를 모은 뒤, ‘추락’의 정도가 심한 동네를 찾아 나섰다. 봄꽃이 지고 장맛비가 내릴 때까지 현장 취재는 계속됐다. 노인정, 미용실, 골
TV조선 ‘미르·K스포츠 비리 의혹’ 최순실 파문 물꼬
부산일보 ‘복지사각 제로맵’ 탄탄한 기획력·취재력 보여준 수작 연일 쏟아지는 비리와 추문으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9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 임했는데, 어느 때보다 알찬 출품작들을 보며 더없이 반가웠다. 출품작 수는 평소보다 다소 적었지만 권력비리 추적에서 평범한 일상에 도사린 위험환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깊이 있게 다뤄졌다. 덕분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1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취재보도 부문에선 세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이번엔 스폰서 부장검사…수사검사에 사건무마 청탁’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특종 보
TV조선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 등 수상
한국기자협회(회장 정규성)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18일 제313회(2016년 9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회의를 열어 TV조선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 등 총 11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센터장 홍창형)와 함께 선정하는 2016년 3분기 ‘자살예방 우수보도상’은 동아일보 ‘트라우마 떨쳐낼 손길 필요...年10회 이상 치료 받아야 효과’가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부인·자녀와 망명”
지난 8월17일 한 회사 간부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다. 하루 전 중앙일보가 단독 보도한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부인·자녀와 함께 망명’ 기사를 영국 BBC가 인용보도한 데다 국내외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함구하던 정부도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파장이 꽤나 컸던 특종의 단초는 짤막한 국제전화 한 통이었다. 동남아 지역 ‘대북 소식통’은 “윗동네 분들이 테임즈 강변에서 아이 하나를 잃어버려 난리가 아닙니다”라고 귀띔했다. 런던에 체류하던 북한 핵심인사가 탈북했음을 직감케 했다.취재과정에서 복수의 국내 취재원은 “
“공항공사 퇴직 낙하산 간부, 노래방서 멍들도록 성추행…죽고 싶었다”
사실 처음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눈물의 삭발식’ 현장은 이러한 생각을 대번에 뒤바꿨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대낮에 여성 청소노동자가 생애 처음으로 머리를 밀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떨어질 때 그를 지켜보는 동료들의 비명도 함께 울려 퍼졌다. 그리고 머리를 민 청소노동자는 회식 때 당한 성추행, 가혹한 근로 조건을 폭로했다. 삭발식 현장을 보도한 첫 기사는 약 400만명에 도달했다. 댓글도 수천개 달렸다. 많은 이들은 열악한 처우를 증언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에서 자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 음주사고 경력
올해 7월 말, 이철성 당시 경찰청 차장이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된 뒤, 과거 음주운전 경력이 있다는 정보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3년 전 일이었고, 범죄 경력이라는 내밀한 개인정보였기 때문에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도 매우 어려웠습니다. 불법적 방식의 개인정보 취재는 절대 안 된다는 문제는 취재팀의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이 내정자는 “23년 전 일이지만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부적절한 처신에 거듭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보도 뒤 ‘여론’은 나뉘었습니다. 경찰 수장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대우조선 실사 보고서 단독 입수 분석
제가 공개한 대우조선해양 실사 보고서는 작년 산업은행이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핵심 자료입니다. 올해 20대 국회 첫 정무위원회와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끝내 제출되지 않았던 극비 문건입니다. 이 자료가 제 손에 들어오게 된 연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궁금해합니다만 이를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취재원 보호는 기자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니까요.자료를 입수하게 된 것은 순전히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원이 그 많은 기자 중 저에게 자료를…
“심장 멎은 택시기사…두고 떠난 승객”
“출근 시간, 택시가 앞에 가던 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어요. 운전기사가 심정지가 온 것 같은데 지금 사고 처리 중이에요.”다급하게 걸려온 제보전화. 단순 교통사고인지 현장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여느 교통사고와 다를 바 없는 상황. 하지만 무언가 달랐습니다. 현장에 나온 보험사 직원과 경찰이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들을 찾고 있는 겁니다. 목격자들은 사고 직후 승객들이 다급하게 내려 골프가방과 짐을 꺼내 다른 택시로 쏜살같이 옮겨 타고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취재에 들어가자, 승객들이 일본 골프여행을
방파제 특혜 의혹
‘방파제 공사요? 업계에서 ○○○○○가 다 해먹고 있어요.’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됐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발주한 모든 공사와 공사를 맡은 설계·공사·감리업체, 해당 업체와의 중복성을 찾기 시작하자 의혹이 속속 나타났다. 문제의 업체는 ‘사실상 같은 회사지만 이름만 바꿔’ 설계-자재납품-감리까지 했다. 공사상 문제를 지적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누가 봐도 오해 살 만한 모양새’였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했다.알고 보니 해피아가 있었다. 해수부에서 민간기업으로 이동한 인원을 파악하자 해당 업체가 많은…
녹조 토하는 낙동강
바다에 적조가 있습니다. 조금은 검붉은 색입니다. 적조의 원인은 갯벌의 감소로 인해 갯벌에 사는 미생물들도 함께 감소하면서, 미생물들의 먹잇감인 바닷물 속 붉은색 플랑크톤인 적조류가 급속하게 번식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민물에는 녹조가 있습니다. 녹조류도 일종의 플랑크톤입니다. 녹조의 급속한 번식의 원인은 대략 3가지입니다. 수온, 물속의 부영양화 그리고 물이 흐르는 속도 즉 유속입니다. 26년 동안 현장 기자를 하면서 녹조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로부터 상을 받은 것이 4번째입니다. 모두 최근입니
4대강 사업의 민낯
‘녹조라떼 낙동강’에서 투명카약 두 대가 대형 현수막을 끌고 간다. 현수막 위에선 물고기 한 마리가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나는 살고 싶다” 지난 4대강 특별취재단과 함께한 낙동강 퍼포먼스의 한 모습이다. 낙동강에서 처음 발견된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1급종인 물고기 흰수마자가 외치는 피울움이다. 4대강사업으로 이제 낙동강에서 멸종된 흰수마자가 “나는 살고 싶다”고 간절히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4대강과 뭇생명들의 한 맺힌 절규다. 4대강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거대한 16개 보로 막혀 시름시름 앓으며 죽
경향 ‘공항공사 퇴직 간부 성추행’ 약자보호라는 언론 역할 돋보인 수작
TJB대전방송 ‘심장 멎은 택시기사…두고 떠난 승객’ 이기주의적 사회 풍토 고발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더위를 잊게 해줄 언론의 ‘시원한’ 보도가 어느 때보다 아쉬웠다. 더위 못지않게 사회적 모순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이를 고발, 비판하려는 언론의 노력은 부족해 보였다.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8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 과정에서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비리를 고발하는 후보작들이 호평을 받았다. 단순한 현상을 구조적 문제와 연결해 해결을 촉구하는 적극적 ‘기자 정신’을 현 사회가 요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취재
청와대·친박계 새누리당 공천 개입…
정치 기사에서 ‘팩트’는 대부분 ‘정치인의 말’입니다. ‘정치인의 말’은 통상 마이크 앞에 정제된 상태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기자들의 심증이 ‘왼쪽’으로 향하고 있더라도 특정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오른쪽’이라고 말하면 이를 뒤집어 보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려졌다’, ‘전망이 나온다’ 등의 표현들로 기사가 채워지곤 합니다. 이번 취재는 베일에 가려있던 정치의 숨은 모습을 밝혀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보도였다고 자평합니다.보도 이후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정치적 유불리가 명백한 사안인 만큼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