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과정서 외압 및 대가성 의혹
“너무 늦게 털어놔 ‘비겁하다’고 비판받지 않을까요?”그는 걱정했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한 전문위원인 그는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찬반을 결정하기에 앞서 지인을 통해 청와대의 뜻을 전달받았고,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청탁성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가 이런 청탁 또는 외압을 거절한 탓인지 실제로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열리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당시에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직접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언론에서 최순실씨 회사로…
‘방역 실패’로 변종 AI 확산
대재앙의 시작은 이랬다. 11월17일 충북 음성 등에서 H5N6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치사율은 60%를 넘었다. 살처분되는 가축이 늘어날수록 농민들의 한숨도 커졌다. 취재 중 AI 확진판정을 받은 한 오리 농장의 주인이 갑자기 카메라를 부순다며 달려온 적도 있었다. 한 달쯤 되자 살처분된 오리와 닭이 2000만 마리에 이르렀다. 오리와 닭의 씨가 마를 지경이다. 정부는 뒤늦게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올렸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AI를 날카롭게 감시하는 언론은 없었다. 취재팀은 AI의 실체를 추적하기 위해 끈질기게 취재했
‘낙동강 오·폐수 불법 배출 사건’ 추적
제보자가 보여준 영상과 증언은 놀라움 자체였다. ‘불법 배출은 그렇다 치고, 관로를 공무원이 직접 묻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사실 앞섰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북면하수처리장 시공사 관계자 등 관련 내부 고발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진실의 얼개를 만들 수 있었다.창원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차라리 관리 부실이라고 한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불법을 단속해야 할 자치단체가 2년가량 오·폐수 불법 방류를 자행했다는 것이 KBS 취재로 확인된 진실이다. 오·폐수 불법 방류 지점에서 1km 하류에는 창원 시민들이 이용하는 본포 취수장이
인류무형유산 제주잠(해)녀-제주해녀 미래성장 동력으로
2005년 봄 한 선배가 불쑥 물었다. “너 ‘해녀’해 볼래?” “내가요?” 고민이 됐다. “잘 모르는데요.” “그러니까 더 해야지.”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새해가 11번이나 바뀌는 동안 이어졌다. 처음 4명으로 시작했던 팀이 뿔뿔이 흩어지며 혼자 남았다가 다시 든든한 후배들로 채워졌다. 제주해녀에 ‘문화’라는 수식어 하나를 더 붙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해녀들조차 그럴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취재 약속을 하고도 물때가 되면 그대로 바다에 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와 수확물을 정리하고 집에 갈 채비
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전 수석
11월6일 오후 8시5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실 부속실 창문으로 한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며 질문하는 기자를 불쾌한 듯 날카롭게 쳐다봐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는 장면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고 서울중앙지검 맞은편 서초동의 한 빌딩 옥상으로 올라간 지 30여 분 만에 그가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600㎜ 망원렌즈에 컨버터를 끼운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렀다. 우 전 수석은 목을 뒤로 젖혀 돌리는 스트레칭을 하며 검찰 직원들에
조선영상비전 ‘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보도사진 백미 ‘호평’
제민일보 ‘제주해녀 미래성장 동력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선정 이끌어 광화문의 촛불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국기문란 사태에 대한 분노의 표출일 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하고 방조해온 언론의 반성을 촉구하는 준엄한 질책이기도 하다.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해 기본적인 책무조차 외면하고 방기했던 언론이야말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등 비선세력의 국정농단을 밝혀내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냈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 작업이 생략된 채 무분별한 보도 경쟁, 과도한 취재 경쟁이 이어지면서
최순실 독일 유령 법인 설립 및 안종범·차은택의 광고사 강탈 사건
경향신문의 ‘최순실 게이트’ 취재는 지난 9월부터 시작해 10월 초 본격화됐다. 최소 수개월, 최대 2년 전부터 관련 의혹을 파헤친 언론사도 있어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그러나 “파도 파도 끝이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 최순실 딸 정유라의 독일 현지 승마훈련을 취재하던 중 승마코치가 ‘비덱 스포츠 유한책임회사’를 운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K스포츠재단이 올 초 설립 이후 국내 한 4대그룹을 찾아가 80억원 투자를 제안했고 사업 주체가 비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당시 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의 연결고리는 주변 정황만 있을 뿐 구체적
최순실 국정개입사건
“우리는 뭐부터 할까요?” 보도국에 미르팀이 꾸려진 건 타 매체에 비해 다소 늦은 지난 9월 말이다. 막막한 팀원들과 함께 화이트보드에 등장인물을 그려나갔다. 대기업-전경련-미르재단-차은택-최순실을 잇는 연결고리는 아직 비선(秘線)이었다. 비선을 실선으로 만들 수 있는 건 현장에 있었다. 국회와 법원, 기존 보도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벽부터 뻗치기, 전화인터뷰, 현장취재를 매일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인물과 회사가 나타났고, 핵심 관계자까지 접근하며 ‘최순실’에 성큼 다가갔다.최씨의 태블릿PC 입수는 결정적이었
최순실씨 인사·예산 농단 및 대통령 사생활 관리 영상
대통령 옷을 만드는 샘플실 CCTV 영상과 문건은 단순 제보가 아니라 취재과정에서 취재를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었습니다. TV조선은 이런 핵심 입증 자료 등을 토대로 최순실, 민정수석실 인사에도 개입했나, 최순실 손에 순방일정표, 대통령 옷 맘대로 결정, 수천억원 문화융성사업, 최순실이 틀 짰다, 최순실, 1조원대 예산 주무르려 했다는 단독 보도를 잇따라 내놨습니다. 최순실씨가 국정과제인 문화융성의 틀을 짜고 인사 예산까지 주무른 국정농단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들이었습니다.특히 최씨 소유 땅 인근의 하남시 복합체육시설 개발 정보가 담긴
최순실 게이트
돌이켜보면 소박한 시작. 9월1일 김의겸 선임기자 제안으로 회사 한 켠 작은 회의실에 모여 앉아 ‘어떻게든 최순실 이름 석 자를 공적인 영역에 등장시키자’는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이제는 모두가 아는 그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부담스럽던 때였습니다. 드러낼 자신은 없었지만, ‘부를 수 없는 이름’이 이 나라에 존재해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만큼은 모인 기자 모두가 공유했습니다.방준호 기자가 우연히 K스포츠재단에서 최순실씨 흔적을 발견한 뒤, 류이근 기자가 얻어 낸 ‘최씨가 대통령에게 지시하는 구조’라는 한 문장을 곱씹으
‘두 얼굴의 LG’ 41억 뒷돈 갑질 10개월의 추적
“보도 안 하겠다고 하면 차라도 한 대 뽑아줄 텐데…. 젊어서 아직 세상을 잘 모르시네.” 어렵게 찾아낸 갑질 피해업체의 대표가 인터뷰를 거절하며 한 말이다. 돌아보면 6년차 사건기자의 승부욕을 불러일으킨 고마운 충고였다. 소문에서 출발한 취재는 내내 맨땅에 헤딩, 김 서방 찾기의 연속이었다. 1년 넘게 수사하고도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은 이유를 묻는 내게 돌아온 건 ‘간부 하나가 특혜를 노린 업체와 짜고 저지른 10억짜리 뒷돈 사건일 뿐’이라는 검찰의 냉소 섞인 답과 지역경제를 위해 보도를 자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경찰 수사책임
최초공개 최순실
인천 아시안게임의 승마 마장마술 경기가 열린 2014년 9월20일. 오전 9시쯤부터 저녁 7시까지 나는 정윤회씨만 기다렸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딸 정유라 선수가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다는 보도를 접한 뒤 아시안게임 취재등록을 했다. 그때만 해도 최순실씨가 아니라 정윤회씨가 비선 실세로 통했다. 둘 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 정윤회씨는 20여 년 전에 찍은 흑백사진 한 장뿐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관객석을 눈대중해 격자로 나누었다. 관람객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촬영했다. 그중에는 모…
파도에 휩쓸렸다 극적인 구조
10월4일 저녁 뉴스에서는 18호 태풍 ‘차바’가 많은 비바람 피해를 입히고 제주도를 지나 5일 오전에 전남 여수로 상륙한다는 기상특보가 연신 귀를 울리고 있었다.5일 아침 여수 오동도는 오가는 차량이 부쩍 줄어 태풍 전의 고요를 실감하게 했다. 카메라를 챙겨 관측이 용이한 인근 주차장에 서서 바닷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길게 뻗은 방파제 옆으로 통상적으로 보이지 않던 커다란 여객선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 6시경에 정박한 부두에서 닻이 밀려서 방파제까지 떠밀려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도를 포착할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는데 멀리 여객
‘최순실 게이트’ 보도, 권력의 민낯 낱낱이 고발하며 기자상 휩쓸어
동아일보 ‘파도에 휩쓸렸다 극적인 구조’ 태풍 차바 현장 생생히 전달 ‘호평’대한민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언론은 연일 대통령과 권력층 및 기득권 세력의 민낯을 고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내내 무기력하고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언론들이 뒤늦게라도 권력에 도전해 어둠의 그늘을 밝히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 기자상 심사를 앞두고 무거웠던 마음이 다소 위안을 받았다. 언론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사태뿐 아니라 국민을 억압하고 고통 받게 하는 사회적 현안들을 적극적으로 파헤쳐…
이번엔 ‘스폰서 부장검사’…수사검사에 사건무마 청탁
8월말 한 통의 제보 메일이 왔습니다. 본인을 사업가라 소개하며, 현직 부장검사와의 스폰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했습니다. 여러 제보 중 하나였지만, 느낌이 달랐습니다. 곧바로 그를 만나, 술 접대와 뒷돈 제공, 수사무마 시도 사실 등을 들었습니다.내용이 강한만큼 철저한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법조팀 전체가 나서, 김형준 부장검사와 사건 무마 의혹에 연루된 검사, 다른 고교 동창, 제보한 사업가의 지인들을 취재했습니다. 여자관계 등 자극적인 내용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하기로 원칙을 세우고, 김 부장검사와 김씨의 스폰 관계, 김 부장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