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를 사랑하자
#1. 벌써 올해의 끝 자락인 12월이다. 엊그제 첫눈이 오던 날 아이처럼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도 첫눈이 주는 설렘이 좋았던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한참을 눈을 바라보다가 눈발 사이로 전봇대 꼭대기에 앉아 눈을 맞으며 전깃줄을 묵묵히 손보는 어떤 중년의 남성을 올려다보았다.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며칠 전 영하의 추위에 입김이 씩씩 나는데, 하수관을 묻는 아저씨들이 밤이 늦었는데도 일을 끝내지 못해 살얼음이 언 땅을 파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코끝이 찡해졌다. 두 모습을 잇달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5공 언론으로의 회귀
최근의 미디어 상황을 조금 극심하게 표현하자면, 언론통제의 대명사라 할수 있는 5공화국의 언론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광주항쟁을 피로 물들이고 집권에 성공한 전두환 군사정권은 언론통페합과 ‘땡전뉴스’로 상징되는 언론통제를 일삼았고 기자들과 국민들의 언론자유는 위축되었다. 이명박대통령과 한나라당으로서는 ‘5공언론’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억울하거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는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이명박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이고, KBS와 YTN 등 기간방송사까지도 대
방송통신발전에 관한 기본법 제정
지난 10월31일 정부에서는 방송통신융합정책의 일환으로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기본법제인 방송통신발전에 관한 기본법(이하 기본법)을 입법 공고했다. 지난 2월 구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통합되어 방송통신위원회로 출범하면서부터 장기적으로 공공성 유지를 위한 방송법제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통신관련법제를 통합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왔다. 이번의 통합적인 기본법 제정은 그동안 방송통신정책의 근본적인 전제조건이던 법제통합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기본법 제정을 통하여 그동안 방송과 통신이 수직적 체계에서 분리 규율됨으로써…
외고마저 신문사 논조와 같을 필요 없다
생물 유전학에서는 동종교배보다 잡종교배가 자연도태에서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한 개체에서 동종교배가 계속되면 각 개체는 유전적으로 서로 동일해지고, 그 개체군의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이런 현상은 도처에서 목격 할 수 있다. 70년대에 외국에서 들여온 황소개구리의 개체수가 최근 들어 갑자기 줄어들고 있는 현상도 이로서 설명되고, 동종 단백질 섭취에 의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위협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맥락이 같다. 뿐만 아니다. 프랑스나 스페인 왕가의 몰락이나 일본 왕실의 빈약한
광대는 광대일뿐 오해 마시라
대통령 꿈을 꾼날 복권을 사서 당첨된 사람도 있으니, 실제로 대통령을 만나뵐 수 있다면? 이건 대단 한 거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대단한 행운을 타고난 사람임에 틀림없다. 역대 대통령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청와대 구경도 해보고, 음식대접도 받았다. 이는 내가 코미디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25년동안 코미디언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대통령 복’이 많았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부르는 행사는 무조건 갔었다. 대통령과 친해질 수 있는 절호
IPTV의 ‘장밋빛 낙관론’
지상파 재송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조만간 IPTV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IPTV사업자들은 의욕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정부도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IPTV 3사는 2012년까지 설비 투자 및 콘텐츠 확보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향후 5년간 일자리 3만6천개가 생기고 8조9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신규 뉴미디어인 IPTV가 KBS나 MBC 같은 거대 지상파 방송보다도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국가경제도 어렵고 실업자가 줄줄이 늘어나는 마당에, MB정부의 말을 빌리면…
사이버 모욕죄 ‘비친고죄’ 추진 안된다
최근 정부에서는 인터넷 실명제의 범위를 기존의 접속건수 30만명 이상 인터넷 사이트에서 10만명 이상 인터넷 사이트로 확대하는 한편, 형법상의 친고죄로 구성되어 있는 모욕죄에 대한 특칙으로서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여 피해자의 신고 없이도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이와 더불어 모욕적 표현에 대해서는 인터넷 기업에 대해 임시제한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하되 만일 인터넷 기업이 이를 그대로 인터넷 사이트 상에 방치하는 경우에는 모욕행위자와 함께 인터넷 기업에도 제재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워런 버핏과 소로스 보도
장면 하나 : 세계 최대의 기업 GE와 역시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1백3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워런 버핏은 미국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지 소로스는 미국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금융회사의 모럴 해저드를 보호하는 정부의 조치를 비난하며 금융위기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장면 둘 : 이를 받은 국내 언론은 지면을 통해 오바마의 현인 버핏이 맞을까, 헤지펀드의 대부 소로스가 맞을까를 두고 퀴즈문제를 내듯 보도했다. “모두가 공포에 질릴 때, 나는 점점 탐욕스러워진
기자협회 등반대회! 기자들을 위해 김밥싸고 싶다
기자협회 등반대회 ! 기자들을 위해 김밥싸고 싶다나는 시골 에 산다. 왜 시골에 사느냐고 물으신다면, “자연이 나를 불렀다”고 말하고 싶다. 시골길을 걸으면 기분이 매우 좋다. 요즘은 논에 곡식이황금빛으로 익어가고, 길 양 옆 으로 내가 좋아하는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갈대도 요즘이 제일 예쁘다. 아!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정말 기자들 머리에 쥐날정도로 복잡하고 엉킨 문제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기자들,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기자협회
방송학자의 ‘자성(自省)’과 ‘중립’
새 정부가 들어서거나 신규 매체가 등장하면 방송정책을 전공하는 방송학자들은 새 정부의 방송구조개혁위원회에 참여하여 논리를 정당화한다. 많은 방송학자들이 노태우 정부에서 SBS를 출범시킨 방송제도연구위원회부터 노무현 정부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까지 참여하였다. 또한 2000년 이후 위성방송, 위성 및 지상파DMB와 IPTV에 이르기까지 방송학자들은 사업자면허부터 사업자논리의 정당화에 수많은 세미나와 프로젝트를 통해 ‘특수’를 누려왔다. 방송학자 개인으로서는 국가 정책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커다란 영예일 수도 있고
방송법 소유 및 겸영제한 개정 헌법원칙 지켜야
최근 정부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비, 국내 경기부양을 위하여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디어 분야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폭적인 소유·겸영 제한규정을 완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현행 헌법은 ‘민주정치의 창설적 전제’가 되는 ‘언론’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귀속되지 못하도록 하는 ‘여론주도적 의견형성력 배제’를 헌법원칙으로 하고 있다. 방송영역에서 이러한 헌법원칙은 방송의 독과점을 금지·제한함으로써 방
진보와 보수, 그리고 진실
‘왼팔’과 ‘오른팔’을 가르는 경계선은 몸통이고, ‘우측 눈’과 ‘좌측 눈’을 가르는 경계선은 미간이다.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좌’와 ‘우’를 가르는 경계선은 어디일까? 답은 엿장수 마음대로다. 누군가의 시선이 극단적인 우측으로 치우쳐 있다면 그의 눈에 개혁적 보수는 극좌파이고, 그 시선이 극단적으로 왼쪽에 치우쳐 있다면 합리적 진보는 극우파이다. 같은 논점이라면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의 시대
올림픽과 병역
지난여름 베이징으로부터 속속 날아든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는 무더위에 지친 우리 국민들에게 ‘얼음수박’같은 청량감을 전달해 주었다.성적은 대한민국이 세계 7위. 스포츠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 누구, 그 무엇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에 이렇게 큰 불을 지를 수 있었을까.선수들의 각고 끝에 이루어 낸 값진 메달 못지않게 자랑스러웠던 것이 있다. 분패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화면으로 지켜보며 ‘값진 패배의 감동’을 우리는 공감했었다. 같이 눈시울을 붉히며 그들을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는
기자들은 왜 언론자유 기치 아래…
올림픽이 끝났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최민호의 시원한 한판으로 시작된 금메달 행진이 야구 우승까지 이어졌다. 덕분에 온 국민이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 사이 KBS 정연주 사장 퇴출 작전도 동시에 진행됐다. 올림픽 개막과 더불어 시작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정연주 사장 해임 절차는 사실상 완료됐고, 이제 후임 사장 임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시민들의 시선이 다만 올림픽에 홀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랜 촛불집회의 끝자락에 열린 올림픽은 분열에 지친 시민들이 이의…
방송 독립성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 필요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할 올림픽 개막일에 KBS의 사장이 이사회의 해임 제청이 결정되고, 곧이어 대통령의 해임 결정이 된 후, 체포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번 KBS사장의 해임 제청과 결정과정에서 방송법의 여러 가지 흠결이 노출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과연 대통령에게 KBS사장의 해임권이 부여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해임권이 있다는 견해에 의하면 임명권자는 해임권까지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다거나, 임명 시에 전제되는 기본적인 자질과 전문성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때는 임명권자가 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