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종범 업무수첩’ 치열한 취재정신과 뛰어난 분석력 호평
중도일보 ‘하나로 원자로’ 기획단계부터 기자 탐사정신 돋보인 수작올해 첫 달인 1월(제31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시사IN의 ‘단독 입수 안종범 업무수첩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 보도’ 등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 응모작은 대부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작품이어서 여전히 이 사건에서 파헤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사건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취재보도1부문의 ‘안종범 업무수첩 연속 보도’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12권을 단독 입수·보도해 ‘박근혜-최순실 게
문체부 블랙리스트·관리지침 실물 공개
2016년 12월26일 오후, 특별취재팀 사무실을 향해 걷던 그 순간, 두 손이 ‘뜨끈뜨끈’했습니다. 제 손에 들려 있던 노란 봉투 안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들어 있었습니다. 선배들의 취재로 입수된 문건을 그저 배달하는 순간이었지만 심장이 쿵쿵 뛰던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블랙리스트 입수는 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는 ‘관리지침’에 의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됐고 그래서 형식도 여러 가지였습니다. 수백 명이 넘는 예술인과 단체들이 어떤 활동을 해온 사람들인지 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이 왜 배제가 됐는지 일일이
세월호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보도
기자는 작가가 아니다. 기사는 팩트를 확인해야 쓸 수 있다. 그러니 좋은 취재원이 없다면 좋은 기사도 없다. 박수와는 인연 없는 기자들이 가끔 상이나마 받는 것도 거의 대부분 그들 덕분이다. 기자 생활 25년 동안 좋은 취재원을 많이 만났다. 과분한 복이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청와대의 혹독한 압박을 받는 처지에서도 미르-K스포츠재단 내사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대통령을 빼놓고 저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 지난해 8월25일의 일이다. 그보다 엿새 앞인 19일 미르-K스포츠재단 취재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결정적 팩트를 알려준…
김영재와 세월호 7시간
“저희는 그날 서울에도 없었는데.”두 달여 전 처음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와 접촉했을 때 박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입니다. 청와대를 출입했느냐는 질문에 나온 답입니다. 세월호 참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왜 저런 대답을 했을까. 대통령 비선 의료진을 취재하며 품고 있던 의문이었습니다.취재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 같다는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취재팀은 병원 계단에 버려진 쓰레기봉투를 발견하고 찢긴 내용물을 하나하나 맞춰보고 분석했습니다. ‘정유연’ ‘최 회장님’ ‘최 외 1인’이라는 단어를 찾아냈습
정호성 녹취파일과 유출 기밀문건 추적
최순실씨는 너무 많은 일을 저질렀다. 쏟아지는 폭로와 의혹 속에서 우리도 어느 지점에서든 사건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몇 차례의 변곡점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키를 쥐고 있는 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라고 판단했다. 정 전 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 중에서도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이자 최씨와 직접 접촉해온 인물인 만큼 취재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온갖 의혹 제기가 계속된 상황에서 정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은 사건의 핵심을 밝힐 결정적 증거였다. 팀원 전체가 백방으로 나섰다. 결국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최씨의…
블랙리스트 청와대 정무수석실 작성 전달 추적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우리가 믿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새해 벽두 타계한 영국의 예술지성 존 버거(1926~2017)가 남긴 유명한 명제다. 우리가 세상사를 보는 과정은 알게 모르게 이미지 뒤에 숨은 이데올로기의 압박을 받는다는 뜻이겠다. 존 버거는 이 명제를 남성주의가 지배해온 서양회화사와 자본이 휘감은 대중광고 맥락에서 풀었다. 하지만, 기자는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작성전달 경위를 캐면서 버거의 명제를 섬뜩한 권력장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40여년전 유신 이데올로기로 예술판을 편갈라 통제해야한다는 헛된 믿음과 망상이 한국 문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수상작을 보니 대부분 국정농단 관련이네요. 그래선지 받아도 기쁘다기보다는 우울합니다. 어찌 보면 기자라는 직업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겠지요.수상소감을 쓰려고 앉으니 시간은 쑥 과거로 되돌아갑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것은 지난해였지만 소문은 2014년부터 돌았습니다. 지원하는 쪽에서는 힘들어 죽겠다는 푸념이, 지원받는 쪽에서는 대체 요즘 지원 선정되는 곳을 보면 아는 곳이 없느냐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처음엔 투정, 푸념 아니겠냐 생각했었습니다. 그치지 않고 이어지던 이런저런 투정과 푸념이 지시하는 방향은 딱 하나였습니다.“리스트
세월호 수색 한창때 朴은 미용시술 흔적
세월호 수색이 한창이던 그때, 대통령의 얼굴엔 피멍과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했다. 대화와 위로가 절실했던 희생자 가족을 ‘순수하지 못한’ 세력이라며 외면한 대통령은 몰래 아름다워지는 시술을 받고도 태연했다. 그런 그녀 얼굴에서 시술의 흔적을 발견한 순간 ‘엽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일말의 책임감도, 염치마저도 내동댕이친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잔혹 동화의 한 장면을 상상했다. 시간이 갈수록 젊고 팽팽해지는 대통령 얼굴이 신기하고 궁금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4만여 장의 사진을 분류하고 얼굴 형태의 변화를 조목조목 따져봤다.…
밥상 위의 세계
“팔팔하던 연어가 저렇게 불쌍하게 죽어서 포장되고 있어요. 연어알에서 막 깨어난 갓난 연어부터 새끼연어, 어른 연어, 사망한 연어 다 봤네요.” 지난해 9월, 시리즈 1회차 ‘연어는 만들어진다’를 취재하러 노르웨이 올레순으로 날아간 선배가 취재팀 카카오톡 채팅방에 남긴 글이다. 세계 최대 연어양식업체인 마린하베스트의 이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연어 100만 마리가 파이프로 공급되는 사료를 받아먹으며 자란다. 크릴새우를 먹은 연어에게서는 자연스럽게 나왔던 속살의 붉은색은 화학적으로 합성된다. 잘 손질된 연어는 72시간만에 한국의 대형마트
군기해이 軍 폭발사고, 줄줄 새는 국민 세금 막았다
“군부대니까….” 울산 예비군육성지원금을 심사하는 한 구의원이 “주민들 볼 낯이 없다”며 기자에게 말끝을 흐렸다. 군 특수성을 의식해 예산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자기 고백 같은 말이었다. “다른 지자체도 대부분 비슷한 실정인데….” 담당 공무원들도 말을 얼버무리며 책임을 피하기 바빴다. 예비군육성지원금 부실 집행 실태가 전국적 현상이라는 얘기였다. 지난해 12월13일 9명의 병사가 중경상을 당한 울산 예비군훈련부대 폭발사고는 폭음통 화약투기 같은 군수물자 낭비 관행에서 기인했다. 각자가 제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요행을 부리다 인재(人
한국일보·한겨레·SBS,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파헤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보도 다수…진실 요구하는 국민 요구 부응‘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진상과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요구 역시 국민적 차원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31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현장기자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땀을 흘린 기사들이 다수 출품됐다.취재보도 1, 2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6편 모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사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다룬 한국일보의 ‘세월호 선언…
세월호 VIP 보고서 단독 입수
“지지도 상승국면에서 맞닥뜨린 ‘여객선 사고’ 악재가 정국 블랙홀로 작용” “보수언론·단체들의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여론전 전개 병행” 11월 중순,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유품에서 발견한 빳빳한 33쪽짜리 보고서.세월호 참사 직후 작성된 이 보고서를 훑어보는 내내 등짝이 따끔거렸습니다. “좋은 보도에 써달라”는 유족의 당부를 받고, 일단 가방에 담아 나왔지만, 보고서의 실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남궁욱 캡의 도움을 받아 보고서 작성 당시 민정라인 핵심 관계자, 현직 청와대 관계자 등에게 보고서를 거듭 확
“부회장 물러나야 CJ 산다”…청와대, 대기업 오너도 교체
11월 초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 열흘 전후로 최순실 씨가 귀국해 수사를 받고 안종범 전 수석이 한밤 중 긴급 체포되는 때였습니다. 1차 촛불집회는 성난 민심을 담는 첫 단추였지만 그래도 적은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그만큼 더 많은 진실들이 밝혀져야 했고 그 몫을 메고 가야할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도 더 치열해지기 시작했습니다.취재 압박이 몰려오며 MBN 전체가 고심을 할 때 쯤 한 지인으로부터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의 사퇴를 손경식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사실과 이를 뒷받침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7명 독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은 필연적으로 처음부터 대통령을 겨냥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보도를 보며 그 의혹의 끝에 누가 있는지 모두들 예상할 수 있었다. 사건은 검찰로 넘어왔고 수사가 시작됐다. 우울한 예감이 합리적인 의심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에 우리도 적극 가세해야 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검찰 수사 상황을 취재하며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대통령과 대기업들 간 소통에 집중했다. 청와대 주장대로 기업들이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에 공감해 재단에 출연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 간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는
김기춘·청와대, 언론·사법·문화계 등 통제(김영한 비망록)
지난 7월, 국정농단 보도를 시작할 때부터 ‘비선실세 핵심’에 최순실씨가 있다면, 이를 비호한 ‘청와대 중추인물’을 드러내야 한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찾았습니다. 김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비밀’이 집약됐던 2014년, 청와대에 있었습니다. 특히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국회 출석 종용’으로 청와대를 떠난 터였습니다.그런데 8월,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전후로 김 전 수석의 어머니와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오랜 설득이 있었습니다. 최순실이 구속된 직후였습니다. “여기서 끝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