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취재 정신병원에서 무슨 일이
병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자들의 도박판과 술판. 병원 안은 취재진이 예상한 문제의 범주를 한참 넘어섰다. 환자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마치 방전된 배터리를 급속 충전하듯 술을 들이켰고 자유롭게 일까지 나갔다. 또 대부분 기초수급자인 환자들에게 매달 수급비는 술값이자 도박비였다. 병원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갖가지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고 드러나지 않은 정신병원 자체의 문제를 조명하기 위해 애쓴 결과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엮인 이들의 불법행위를 파헤치게 됐다.취재진이 정신병원 환자로 잠입한 결정적인 이유는 ‘진료비 허
TV조선 ‘김정남 암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 등 7편 선정
한국기자협회(회장 정규성)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21일 제318회(2017년 2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회의를 열어 TV조선의 ‘김정남 암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 등 총 7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시상식은 오는 3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취재보도1부문△SBS 시민사회부 김정우 기자 ‘安 선물 덕에 아내한테 점수 땄다…녹취록 공개’△TV조선 정치부 엄성섭·김남성·백대우·이채현 기자, 사회부 최우정 기자 ‘김정남 암
김기춘 우파단체 지원 및 국정원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의혹…
박근혜 대통령은 ‘희망의 새시대’를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드러난 현실은 ‘절망의 구시대’였다. 근현대사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관제데모’가 부활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청와대가 우파 시민단체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시하고, 그 단체들이 최근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재정지원 지침은 박근혜 정부 초반인 2013년 말 작성됐다. ‘의혹’은 ‘사실’이 됐다. 배후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있었다. 박 대통령이 ‘진보 성향의 작가와 출판사를 배제하라’며 문
차병원, 기증 제대혈 불법 투여
영원한 젊음, 누구나 꿈꾸는 겁니다. 안 되는 걸 알기에 우리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늙어가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돈과 권력으로 젊음을 사려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병원 회장 가족입니다. 그들은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 주사를 마음대로 맞았습니다. 그들과 친한 지인들, 차움 병원의 고객들도 마찬가집니다. 그렇게 제대혈은 상위 1%, VIP의 회춘을 위해 쓰였습니다.산모들이 믿고 다니는 병원의 회장 가족이 저지른 일이라기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넘는 해명의 시간을 줬지만 병원 측은 연구 목적이었다는 말만 되풀이
단독 입수 안종범 업무수첩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 보도…
안종범 전 수석은 꼼꼼하고 부지런했습니다. 청와대에 입성한 2014년 6월부터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인 2016년 10월까지, 그는 ‘박근혜 정부 국정의 거의 모든 것’을 기록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회의·티타임 내용 등을 자신의 업무수첩에 적었습니다. 그중 12권을 시사IN이 단독 입수했습니다. 시사IN 특별취재팀은 400쪽에 달하는 그의 손 글씨를 문자 그대로 해독하면서 박근혜 게이트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훗날 ‘사료’로 평가받을 정도의 기록물입니다. 박근혜 게이트 의혹으로 나오던 상당 부
필리핀 경찰 한인납치 사건…
외교부 당국자에게 물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경찰에 납치됐다는데 어떡하나요?” 그가 말했다. “수사라는 게 현지 당국에서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난해한 언어이자 답변이다. 외국정부 공권력에 의한 납치를 이야기하는데 바로 그 공권력이 스스로 해결할 거라고 한다. 다시 필리핀 현지에 많은 직원을 파견했다는 경찰 간부에게 물었다. 그도 대답했다. “우리가 나서면 내정간섭이 됩니다.” 이번에도 알아듣기 힘들다. 정부 당국자들의 이해되지도, 이해할 수도 없는 말은 이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대만에서 우리나라 여대생들이 택시기
37년 만에 밝혀진 계엄군의 5·18 헬기사격
세월호와 5·18은 닮았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고, 재앙과도 같은 참사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대다수 국민이 알고 있지만 그들은 “책임이 없다”며 거짓을 말하고 있다.전일빌딩이 37년간 품어왔던 헬기 사격 탄흔은 “헬기 사격은 없었다”, “자위권 발동”이라는 신군부와 계엄군의 주장을 완벽히 뒤집는 증거다. 무려 37년이다. 그런데도 5·18의 진실 규명은 미완으로 남아 있다. 양심 고백이나 진정한 사과도 없었고 국가의 정식 보고서조차 없다. ‘북한군의 만행’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고 민주주의를 외치다 산화한 5월 영령들을 ‘빨갱
하나로 원자로 내진설계 대진단
지난해 한반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전국 곳곳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고, 그중 대부분은 원자력 시설에 집중됐다.대전에는 발전용 원자로는 없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에 1995년부터 가동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와 수많은 방사성 폐기물이 존재하는 원자력 밀집 지역이 있다. 하나로는 4년 전 내진설계 성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해 2월부터 내진보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연은 착공 당시 공사를 지난해 8월 말까지 끝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공사는 지금도 끝
시사IN ‘안종범 업무수첩’ 치열한 취재정신과 뛰어난 분석력 호평
중도일보 ‘하나로 원자로’ 기획단계부터 기자 탐사정신 돋보인 수작올해 첫 달인 1월(제31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시사IN의 ‘단독 입수 안종범 업무수첩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 보도’ 등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 응모작은 대부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작품이어서 여전히 이 사건에서 파헤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사건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취재보도1부문의 ‘안종범 업무수첩 연속 보도’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12권을 단독 입수·보도해 ‘박근혜-최순실 게
문체부 블랙리스트·관리지침 실물 공개
2016년 12월26일 오후, 특별취재팀 사무실을 향해 걷던 그 순간, 두 손이 ‘뜨끈뜨끈’했습니다. 제 손에 들려 있던 노란 봉투 안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들어 있었습니다. 선배들의 취재로 입수된 문건을 그저 배달하는 순간이었지만 심장이 쿵쿵 뛰던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블랙리스트 입수는 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는 ‘관리지침’에 의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됐고 그래서 형식도 여러 가지였습니다. 수백 명이 넘는 예술인과 단체들이 어떤 활동을 해온 사람들인지 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이 왜 배제가 됐는지 일일이
세월호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보도
기자는 작가가 아니다. 기사는 팩트를 확인해야 쓸 수 있다. 그러니 좋은 취재원이 없다면 좋은 기사도 없다. 박수와는 인연 없는 기자들이 가끔 상이나마 받는 것도 거의 대부분 그들 덕분이다. 기자 생활 25년 동안 좋은 취재원을 많이 만났다. 과분한 복이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청와대의 혹독한 압박을 받는 처지에서도 미르-K스포츠재단 내사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대통령을 빼놓고 저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 지난해 8월25일의 일이다. 그보다 엿새 앞인 19일 미르-K스포츠재단 취재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결정적 팩트를 알려준…
김영재와 세월호 7시간
“저희는 그날 서울에도 없었는데.”두 달여 전 처음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와 접촉했을 때 박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입니다. 청와대를 출입했느냐는 질문에 나온 답입니다. 세월호 참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왜 저런 대답을 했을까. 대통령 비선 의료진을 취재하며 품고 있던 의문이었습니다.취재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 같다는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취재팀은 병원 계단에 버려진 쓰레기봉투를 발견하고 찢긴 내용물을 하나하나 맞춰보고 분석했습니다. ‘정유연’ ‘최 회장님’ ‘최 외 1인’이라는 단어를 찾아냈습
정호성 녹취파일과 유출 기밀문건 추적
최순실씨는 너무 많은 일을 저질렀다. 쏟아지는 폭로와 의혹 속에서 우리도 어느 지점에서든 사건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몇 차례의 변곡점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키를 쥐고 있는 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라고 판단했다. 정 전 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 중에서도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이자 최씨와 직접 접촉해온 인물인 만큼 취재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온갖 의혹 제기가 계속된 상황에서 정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은 사건의 핵심을 밝힐 결정적 증거였다. 팀원 전체가 백방으로 나섰다. 결국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최씨의…
블랙리스트 청와대 정무수석실 작성 전달 추적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우리가 믿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새해 벽두 타계한 영국의 예술지성 존 버거(1926~2017)가 남긴 유명한 명제다. 우리가 세상사를 보는 과정은 알게 모르게 이미지 뒤에 숨은 이데올로기의 압박을 받는다는 뜻이겠다. 존 버거는 이 명제를 남성주의가 지배해온 서양회화사와 자본이 휘감은 대중광고 맥락에서 풀었다. 하지만, 기자는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작성전달 경위를 캐면서 버거의 명제를 섬뜩한 권력장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40여년전 유신 이데올로기로 예술판을 편갈라 통제해야한다는 헛된 믿음과 망상이 한국 문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수상작을 보니 대부분 국정농단 관련이네요. 그래선지 받아도 기쁘다기보다는 우울합니다. 어찌 보면 기자라는 직업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겠지요.수상소감을 쓰려고 앉으니 시간은 쑥 과거로 되돌아갑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것은 지난해였지만 소문은 2014년부터 돌았습니다. 지원하는 쪽에서는 힘들어 죽겠다는 푸념이, 지원받는 쪽에서는 대체 요즘 지원 선정되는 곳을 보면 아는 곳이 없느냐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처음엔 투정, 푸념 아니겠냐 생각했었습니다. 그치지 않고 이어지던 이런저런 투정과 푸념이 지시하는 방향은 딱 하나였습니다.“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