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범죄’ 와 ‘조그만 교외’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 투기를 한 적은 없다.” 현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 내정자가 자신을 둘러싼 절대농지 매입 의혹을 해명하려고 한 말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 말인지 필부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원래는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기 위한 의도로 한 말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해명이 원래의 의도와는 완전히 반대의 효과를 가져 온 것도 분명하다.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문제에 대하여 당사자, 혹은 주위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애초에 뜻한 것과는 전혀 다른 파장을 불러오는 경우는 우리 사회에
기자들이여, 경제지표에 매몰되지 말라
외환위기 전야의 실수부터 고백해야겠다. 1997년 봄 각종 경제지표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당시 ‘시사저널’ 경제팀장이었던 나는 머지않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내용의 특집을 기획했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면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경기 회복은 고사하고 외환위기의 징후만 뚜렷해졌다. 물론 외환위기는 워낙 비정상적인 상황이기는 했다. 그래도 독자들을 오도한 데 대한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해를 넘겨 외환위기가 현실화되자 도저히 더는 스스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해당 특집
언론의 비정규직 해석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법에는 “쓰레기나 먼지를 양탄자 밑으로 쓸어 넣는 것은 특별청결법으로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를 이런 법률들은 물론 펜실베이니아 사람들도 그 존재를 거의 알지 못하는 ‘황당한 법률’이다. 그 외에도 네바다주에는 “낙타를 타고 고속도로에 나와서는 안된다”는 법률이 있는가 하면, 미시간주에는 “아내의 머리카락은 법적으로 남편의 소유물”이라는 법률도 있다고 한다. 미국의 황당한 법
TV의 위기를 부채질하는 간접광고
1980년대 초반 KBS나 MBC 등 5~6개 정도의 지상파방송 밖에 없던 시절부터, 케이블TV를 비롯한 다매체·다채널 시대가 구현된 최근에 이르기까지 인기있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광고를 하려면 줄을 서야 했었다. 급기야 방송광고를 대행하는 코바코에서는 지상파에 광고를 하려면 종교채널에도 광고를 해야 하는 연계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전체 광고시장의 총액은 거의 증가하지 않은 반면에 인터넷과 위성방송, DMB, 그리고 최근의 IPTV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플랫폼이 속속 진입하는 바람에 광고시
‘MBC PD의 이메일’ 발췌의 위험성
참여정부 초기, 한창 검찰개혁 논쟁이 불붙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연수원 기수가 낮은 법무부장관이 부임하면서 서열파괴의 바람이 불고 ‘검사와의 대화’라는 초유의 일까지 일어나게 되자 검찰 내부에서도 뭔가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움직임이 생겼다. 대검찰청에 근무하던 중견 검사들은 한자리에 모여서 회의를 했고 그 결과를 간단한 성명서 형식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당시 대검에서 가장 말석이었던 나는 컴퓨터 자판 앞에 앉아서 오고 가는 이야기를 정리해야 했다.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아서 “현재 검찰은 미증유의 위
기업 홍보성기사 뒤의 부끄러운 진실
부끄러운 고백부터 해야겠다.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당시 돈을 긁어모은다는 평을 듣던 한 대기업이 기자인 내게 제안을 하나 해왔다. 자사가 주관한 대학생들의 중국 여행에 동행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까지 해외 취재에 관한 내 원칙은 분명했다. 기업이 비용 전액을 대는 후원성 취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제안은 너무 달콤했다. 당장 기사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 대학생과 함께하는 배낭여행이라는 성격도 그럴싸했다. 무엇보다 격무에 시달린 심신은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아우성이었다.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고야 말았다.…
언론, 감시자 역할 제대로 못하면 역사후퇴
‘악이란 비판적 사유의 부재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자신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한 말이다. 그녀는 미국의 교양잡지 ‘뉴요커’의 위탁을 받아 나치 학살의 주역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재판을 참관한 뒤 ‘아이히만’의 죄는 바로 ‘악’에 대한 ‘banality(평범성, 진부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범죄에
노 전 대통령 서거와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 전환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방송 참여를 주된 골자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 방송정책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전환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선거에 도움을 준 주요 신문사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시작된 미디어 관련법 개정이 국회에서의 격돌을 거쳐, 사회적 합의기구인 미디어위원회의 활동도 조만간에 마무리될 것이다. 일정대로라면 여야의 새로운 원내대표들이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을 둘러싸고 충돌을 하였을 것이고 여당의 날치기 통과와 후속작업으로 공영방송의 민영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6월의 미디어법 처
융합시대 미디어정책, 원칙이 필요하다
미디어법 개정논의가 시작된 지도 1년여가 되어간다. 융합의 속도에 대하여 여러 가지 전망이 교차하였으나,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는 네트워크, 단말기, 콘텐츠 등 각 분야에서 거의 동시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IP를 기반으로 하는 영상서비스가 불완전하게나마 상용화되었고, 방송과 통신을 동시에 완벽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 역시 조만간 개발·보급될 것이다. 콘텐츠 역시 방송과 통신서비스 각각에 적합한 것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미디어의 융합이 각 분야에서 진전되고 다수의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사업자
요즘언론, 칼보다 강한가?
사자성어 중에 의미가 중의적으로 사용되는 대표선수로 ‘설망어검(舌芒於劍)’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뜻이니, ‘문사(文士)의 논변(論辯)이 날카로움’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이지만, 문맥에 따라서는 ‘총칼보다 글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는 정반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용례에 극단적 ‘양면성’이 있는 셈이다. 대저 말이란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지만, 언어 자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특정 현상을 제3자에
‘녹색 방송통신’ 성장논리의 신화
대통령의 키워드가 ‘대운하’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바뀌었다. 대운하 키워드가 아직도 ‘4대강 살리기’로 잔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을 접은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하여 지구온난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세계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구상도 의미있는 국가전략이라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한마디에 모든 공무원과 국민들이 저탄소 녹색성장에 매달리는 것은 지나치다. 대통령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 합리적 방안 강구돼야
며칠 전 국회에서 개최된 IPTV 관련 토론회에서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다시 제기되었다. 이해관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이 간략히 요약할 수 있다.먼저 지상파사업자 측에서는 IPTV나 디지털케이블TV가 난시청 해소를 주목적으로 하던 기존의 아날로그 케이블TV와는 달리 상업성이 강하기 때문에 지상파콘텐츠 제작비용을 일정부분 부담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IPTV사업자 측에서는 현재 가입자 확보율이 저조하고 초기투자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지상파콘텐츠의 공급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
‘세계저명인사 초청행사’ 실익 있나?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저명인사’들의 한국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한 세미나와 국제 심포지엄이 서울에서 자주 열면서 거기에 초청되는 저명인사들의 면면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물론 열리는 행사만큼 주최측도 다양하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곳은 언론사다. 두 번째는 정부기관. 그 다음으로는 지자체나 단체들이라고 한다.(물론 공식 통계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그래서인지 행사의 제목들도 엇비슷하다. 물론 석학들을 모시고 지혜를 듣는 자리의 제목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
멈출 줄 모르는 인터넷 언어폭력
오늘은 집 앞 매화나무에서 갓 피기 시작한 매화꽃을 솎아 땄습니다.손님들이 찾아오시면 차 대접하기 좋은 봄날입니다. 찻잔 속에 매화꽃 한 송이를 띄우면 잔속에서도 꽃이 핍니다. 매화꽃을 솎아주는 평화로움은 기쁨입니다. 잠시나마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하지만 요즘 기쁘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보는 신문이니 이제 저의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겠습니다. 한 인터넷신문에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저와 관련있는 기사가 하루에 많게는 네다섯개 씩 게재됩니다.물론 인터넷에 띄우는 기사니 제가 모르는 척하고 넘기면 그만입
‘30년 방송정책’ 바꾸는 미디어위원회 무용론
국회 주도로 미디어국민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달 가까이 되어 간다. 1백일이라는 활동시한을 감안하면 사회적 합의기구와 회의공개 여부, 운영소위 방식 등을 둘러싼 겉치레 논박이 답답하기만 하다. 여야의 정쟁 속에서 소수의 미디어전문가와 일부 시민단체출신들이 신방겸영과 대기업허용 여부 등 30년 가까이 지속되어 온 방송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고 말한다. 애초 미디어위원회는 메이저신문에 보은(?)을 해야 하는 다수여당의 밀어붙이기와 무능력한 소수야당의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KBS와 YTN 등 주요 매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