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56곳 가맹계약서 전수분석
“실정법상 어긋나는 점이 없습니다.” 취재 도중 각 프랜차이즈의 법무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이른바 “가맹사업법에 어긋나지 않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장님’ 당사자가 합의했으니 이 가맹계약은 유효하다”는 취지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계약서가 일방이 제시하는 것이고, 받는 일방이 이를 수정할 여지가 전혀 없다면 얘기는 다르다. 실정법상 개정이 필요한 허점이 많다면 더욱 그렇다.계약서란 양 당사자 간 맺어진 합의를 문서화한 것이다. 하지만 양자의 우열관계가 뚜렷하다면 그 문서는 일방만이 의무를 지게 되는
망자의 돈까지 노리는 노인요양시설
취재는 한 통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속초시에 대한 강원도의 감사에서 사망자의 돈을 가로챈 노인요양시설이 적발됐다는 내용이었다. 감사 기록과 현장을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곧바로 후속 취재에 들어갔다. 취재는 험난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보를 구할 수 없다 보니, 요양시설 명단 한 장을 들고 한 곳씩 찾아 나섰다. 요양시설과 지자체를 번갈아 방문해 퍼즐을 맞춰나갔다. 시설 한 곳의 비리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 300~400㎞ 오가는 건 기본이었다. 의혹은 있는데 증거가 없어 일주일간의 취재를 버리기도 했다. 이런 식의 취재가 한…
신(新)맹모삼천지교:부산 공교육 희망 프로젝트
‘2016 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3위. 부산 학력 대폭 신장.’지난해 11월 부산시교육청이 낸 보도자료다. 이 같이 자랑스러운(?) 소식은 언론을 통해 앞다퉈 다뤄졌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과연 모든 아이의 학력이 나아진 것일까.” 여태껏 공부를 더 잘 가르치는 동부산으로 떠나는 ‘신(新)맹모삼천지교’는 부산 교육의 현실이었다.우리는 ‘중·고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3~4년 치 자료를 모두 입수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원도심·서부산권 학업성취도는 하락했고, 동부산권 아이의 실력은 나날이 향상됐다.
JTBC ‘빨간 마티즈의 비밀’ 국정원 직원 사망사건 실체 접근 호평
부산일보 ‘신 맹모삼천지교’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대안 제시 성과 제32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 72편이 출품됐다. 특히 개혁 작업이 진행 중인 국가정보원 관련 기사가 많았다. 전체적으로 심사 과정에서 호평을 받은 기사들이 많았지만, 치열한 논의 끝에 7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취재보도 부문에서 4건의 수상작이 나왔다. 먼저 국정원 개혁과 관련한 여러 출품작 중에서 세계일보의 ‘SNS 장악’ 등 국정원 보고서 단독입수 및 총·대선 전 청와대 보고 확인과 JTBC의 ‘빨간 마티즈의 비밀’ 2년 만에 복원된 휴대전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 검증…저서·혼인무효 등…
인사 검증 취재는 가장 꺼려지는 취재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기에 앞서 치부를 찾는 데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성과가 있더라도 항상 인간적 미안함이 남는 취재입니다. 이번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취재를 통해 팩트가 발견될 때마다 보도가 적절한지 여부를 팀원들과 논의했습니다. 괜한 트집은 아닌지 적격 여부와 관련이 있는지…. 이런 과정을 통해 자녀의 이중국적부터 저서마다 드러난 왜곡된 여성관, 그리고 상대의 인감을 위조 날인한 혼인무효 사건까지 연속 보도에 이르게 됐습니다.…
햄버거 먹고 신장장애 2급…맥도날드 “책임 없다”
기자들은 ‘팩트’ 확인에 놀랍도록 집착한다. 하지만 때를 놓쳐서든, 사람을 놓쳐서든, 팩트로 향하는 길이 사라져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4살 여자 아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출혈성 장염에 걸렸다. 이후 합병증으로 찾아온 HUS(용혈성요독증후군)로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당장 궁금한 건 아이의 신장장애가 햄버거 때문이냐다. 맥도날드는 같은 매장에서 같은 제품이 300개 이상 팔렸지만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찾았던 병원은 초기 치료시기를 놓쳤고 균 배양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부의 역학조사도 없었다. 지난해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현충일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의 첫날. 20대 초반의 여자 회사원은 서울 청담동에 있는 일식집으로 향합니다. 어렵게 구한 직장, 여직원은 회장님과 단 둘이 시작하게 된 식사자리에서 끔찍한 일을 겪게 됩니다.여직원을 불러낸 것은 다름 아닌 최호식 회장, ‘호식이 두마리 치킨’으로 성공신화를 썼던 인물이었습니다. 여직원의 손을 꽉 쥔 채 식당에서 나온 최 회장은 근처 호텔로 향합니다.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던 여성은 때마침 지나가던 여성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호텔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YTN의 최 전 회장에 대한 성추행 의혹 보도 이
숭의초교 학교 폭력 축소·은폐 의혹
숭의초는 사립초등학교 중에도 사회 지도층의 자제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전직 대통령 등 정치권 유력 인사와 재벌 기업인 그리고 유명 연예인들의 자제들이 숭의초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을 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밖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운동회 장면 몇 컷 찍으면 그게 기사화가 되는 학교니까. 학교장은 피해아동 부모에게 “이사장님이 무섭지 교육청은 안무섭다”, “이번일 끝나면 애 데리고 나갈거 아니냐?”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취재의 초점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 그리고 학교가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잘못을 확
갈 길 먼 공익제보
지난 5월 중순 한 제약회사의 비리를 제보한 공익제보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대전시 외곽에 위치한 그의 아파트를 찾았을 때다. 아파트 거실은 서류와 사진, 통화 기록 등 사건 관련 서류로 도배돼 있었다. 회사와의 소송이 장기간 이어지며 그는 아직 ‘감옥’ 속에 살고 있었다.공익제보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어 우리 사회를 바꾼 사람들이었지만 취재팀이 만난 그들의 현재 모습은 그야말로 비참했다. 합당한 대접을 받기는커녕, 삶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취재팀은 공익제보자와 관계자 수십 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통한 질적 분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파견노동자 최미애씨에게당신을 만난 건 지난해 2월 겨울날이었습니다. 저와 당신을 비롯한 많은 파견노동자들은 경기도 안산 파견업체에 모였죠. 당신의 나이는 21살. 꽃다운 청춘은 왜 파견업체를 통해 공장에서 일하겠다고 나섰을까요. 저는 불법파견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위장취업을 한 상황이었고, 당신과 꼭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당신을 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오늘도 파견노동자로 공장을 지키고 있을까요? 우리가 만나기 일주일 전, 인천 남동공단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이진희씨가 쓰러졌습니다. 일한…
국가는 아들을 책임지지 않았다-‘김 상병’ 장애보상금 문제 연속보도…
“부를 땐 국가의 아들, 다치면 느그 아들.”군 장병의 장애보상금과 관련한 연속 보도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연극배우를 지망하던 스무살 젊은이의 꿈이 산산조각 날 때까지는 10초의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곧 병장이 되어 제대해 연극 무대에 설 날을 기다리던 김 상병의 꿈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지뢰 폭발 사고로 인해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한쪽 무릎 아래를 통째로 잃은 김 상병과 가족들의 삶은 사고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그런 김 상병에게 국방부가 장애보상금으로 내놓은 돈은 고작 800만원. 김 상병이 겪은 고통과 트
세계 최대 원전, 누가 만들었나?
울산광역시에 있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둘러싸고 국가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건설 주장 측은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고, 반대 측도 탈핵만이 답이라고 반박한다. 신고리 5, 6호기가 들어설 고리원전은 원자로 10기가 있는 세계 최대 원전이라는 사실이다. 비상대피구역에는 382만명이 살고 있다. 사고가 나면 이 사람들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주요 산업단지 가동이 멈추면서 국가경제 전체에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된다.취재를 위해 원전 찬반 양측 주장과 비교적 중립적 입장의 원전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그
YTN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가맹점주 배상법 이끌어내
부산일보 ‘국가는 아들을…’ 김 상병 장애보상금 문제 시민서명운동 전개 등 호평 2017년 6월 이달의 기자상(제322회)에는 YTN의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등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주제나 소재에서 겹치는 기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언론의 차별화 노력과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었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가장 많은 4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기사는 끈질긴 취재로 최 회장이 여직원을 강제로 호텔로 데려가기…
국정농단 수사 이영렬 중앙지검장 ‘조사 대상’ 안태근과 부적절 만찬
기자가 잔인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번처럼 공직자로 오랜 기간 긍지와 보람을 갖고 일해 왔을 사람들이 기사로 인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몹시 불편해진다. 특히 밥 먹으러 가자는 윗사람의 지시 아닌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가 봉변과도 같은 징계를 당했을 몇몇 부장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든다. 참석자의 이름을 알면서도 굳이 명기하지 않는 것으로 마음 한 조각이라도 전하고 싶었다.이십 수년 기자로 일하는 동안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다. 어릴 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그림자 아이들’ 기획 시리즈
국제기구와 이주민단체 직원을 만나다 우연히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의 인권 침해 사례를 듣고 본격 취재에 나섰다. 하지만 취재원들은 짙은 회의와 냉소로 “우리 이야기가 보도돼봤자 나아질 게 없다”고 답했다. 어렵사리 소개받은 미등록 이주민들은 아픈 이야기를 말하려다가도 꿀꺽 삼켜버렸다. 괜히 신변만 노출돼 단속될 것을 두려워했다.이들의 회의와 냉소에는 이유가 있었다. 2014년 12월 당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대표로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불법 체류자인 부모는 법대로 처벌을 받더라도 아동만은 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