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하던 5·18 침묵의 카르텔을 깨뜨리다
지난달 초 5·18과 관련해 귀가 솔깃한 제보를 받았다.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의 암매장과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는 당시 계엄군 지휘관이 전북 진안군에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헬기 사격·전투기 출격 의혹을 조사하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고 5·18 기념재단이 행불자 암매장 발굴조사에 들어간 상황에서 해당 지휘관은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었다. 수소문 끝에 연락처를 확보하고 조심스레 통화를 시도했다.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 의중을 묻자 그는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사절했다. 다시…
불타버린 코리안드림
2014년 봄, 화상 산업재해(이하 산재) 관련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를 시작한 지 한 달 뒤, 경기도 부천에 사는 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로부터 같은 고향 출신의 화상 산재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칠 뒤, 카메라 장비를 챙겨 포항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해가 저물 무렵 도착한 포항의 이주노동자센터에서 화상으로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피로르스 씨를 만났다. 화상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가슴에 안고 있었고, 눈에 맺힌 눈물 너머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고교 실습생 사망사건’ 제주CBS·한겨레 이례적 동시 수상 눈길
광주일보 ‘5·18 침묵의 카르텔 깨뜨리다’ 기자의 끈질긴 노력 호평제327회 이달의 기자상은 많은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1건, 방송 부문 1건, 지역취재보도 부문 2건, 전문보도부문 1건 등 5건의 수상작을 배출했다. 이번 출품작 가운데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엇갈려 최종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발굴과 격려’라는 시상 목적을 따져본다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며, 취재 현장에서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더욱 사회적 파급력과 의미가 큰 보도를 위해 분발해주길 기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제언이…
국정원, 매년 박근혜 靑에 특활비 상납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과거를 남김없이 파헤치고 있다. 검사들은 국정원의 과거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의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강한 의지라고 이해하고 있다. 검찰 기자로서 수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취재해야 했다.국민들에게 국정원의 무엇이 가장 큰 관심사일까 고민을 거듭했다. 법조인들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전·현직과 지위고하를 구분하지 않고 질문을 거듭할수록 ‘특수활동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특활비에 대한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할 무렵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검찰 상황에 관심이 많은 정치권 인사들로
이명박 전 대통령 장남 시형씨, 중국 법인 4곳 대표·회계총괄 선임…다스 실소유 의혹
다스가 뭐냐고 초등학교 5학년 딸래미가 묻습니다. 아마도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유행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종종 방송에서 이 문제가 소재로 다뤄지기도 합니다. 대부분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수준에 머뭅니다. 정색하고 나서는 보도는 많지 않습니다. 왜일까. 취재해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다스의 주주 구성이나 회사 경영은 이미 이 전 대통령의 큰 형인 이상은 회장 위주로 돼 있습니다. 실소유 여부를 증명할 문건 등은 이미 사라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핵심 내부제보자가 커밍아웃하지도 않습니다. 여기
우리은행, 국정원 직원·VIP 자녀 등 20명 ‘특혜채용’
특혜 채용 의혹 관련자들의 해명은 한결같았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국가정보원 직원이나 VIP 고객의 자녀를 은행 인사부서에 별도로 추천했고, 인사부서는 이를 리스트로 정리했다. 은행 자체 조사 결과 이러한 내용은 인사담당 부행장에게까지 보고됐다고 한다. 하지만 채용 절차가 마무리된 뒤 합격 여부만 통보하는 등 유력자나 ‘큰 손’ 고객에 대한 일종의 ‘관리’ 차원에서 정리한 것이지 실제 채용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보도한 이 ‘추천 리스트’에는 국기원장도 이름을 올렸는데, 그의 해명도 비슷했다. 채용이 끝난
2017 대한민국 과로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과로사 유족들은 종종 이런 말을 했다. 장시간 근무와 스트레스 탓에 쓰러진 노동자 10명 중 2~3명꼴로만 산재를 승인받는 현실에서 과로로 인정받은 것 자체가 운 좋은 일이라고 했다. 기막힌 아이러니였다. 남의 얘기로 들리지도 않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과로사로부터 자유로운 노동자는 많지 않다.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는 모두 7회에 걸쳐 노동자 과로를 낳는 우리 사회의 낡은 법·제도와 문화를 지적했다. 30대 젊은 기자 5명(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
‘비리 화수분’ 사학, 부안여고의 민낯
지난 6월19일 늦은 밤이었다. 전북 부안의 한 학교에서 시끄러운 일이 일어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부안여고 한 체육교사가 여학생들을 상대로 수년간 저지른 성추행과 사학의 비리를 밝히기 위한 4개월 넘는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경찰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침묵의 카르텔로 곪을 대로 곪아 있던 사건이 터져 학생들이 불안에 떠는 상황이었다. SNS에서는 해당 교사를 고발하는 내용이 빗발쳤다.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이 수백명에 달하는 상황인데 지금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
인정받지 못한 영웅의 눈물, 대통령이 응답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를 통해 남긴 말이다.일제 35년은 우리 민족의 정통성과 역사가 단절된 시기였다는 점에서 치욕스러운 기간이다. 나라를 되찾고자 다방면에서 힘쓴 이름 없는 민중들과 애국선열들의 활동, 그리고 그들이 만든 독립 단체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 민족의 역사다. 기자는 우연한 기회에 故 김용관 선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됐다. 이에 경기일보 사회부는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인증 시스템 분석에 나섰다. 유사 사례를 모으는 것부터 취재가 시작됐다. 독립기념관, 민족문
밍크고래의 춤
울산 앞바다는 고래가 많았던 지역으로 과거에는 ‘고래의 바다’, ‘경해(鯨海)’라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19세기 포경산업이 발달하면서 동해바다의 대형 고래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수십 톤에 달하던 대형 고래들이 사라진 후 이제 남은 것은 밍크고래뿐. 그 많던 고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예부터 고래고기를 먹는 풍습이 남아 있어, 울산 장생포에는 고래고기집이 성행한다. 밍크고래의 경매가는 3000~4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로 어부들은 밍크고래를 바다의 로또라 부른다. 포경이 법으로 금지됐지만 불법 포획과 유통이 성행하는 이유다
서울신문 ‘대한민국 과로리포트’ 시의적절한 주제·세밀한 자료분석 ‘호평’
뉴시스 전북 ‘비리 화수분 사학, 부안여고의 민낯’ 지역언론의 역할 충실히 수행 2017년 10월 제32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각종 국정농단 사안과 이명박 정부 당시 부정부패 사건들과 함께, 최근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특혜채용, 건설비리, 갑질 등 사회 전반의 고질적인 적폐에 대한 고발기사들이 다수 출품됐다. 세계민주주의 역사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촛불혁명 1년을 지내면서 권력의 부정부패와 각종 범죄행위를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통해 고발함으로써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언론들의 사명감이
靑 지시로 軍 사이버사 불법 활동 外
군의 정치 개입이란 헌법 유린 행위를 이대로 꼬리자르기 식으로 끝내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해선 안 되겠다. 양만희 부장 이하 SBS 기획취재부가 뜨거운 9월 한 달을 보내며 가진 문제의식이었다. 따져보니 대선 전 군 사이버사 특별 증원이 청와대 지시였다는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군의 불법 정치개입과 김관진 장관의 구체적인 개입 증거, 그리고 민간인 아이디까지 도용한 불법 댓글작업, 군까지 민간인 블랙리스트 비방물 합성 유포, 4년 동안 뭉갰던 김관진 전 장관 수사, 대선 당시 해킹 부대의 수상한 지휘통제 등 모두 1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현행법상 3만㎡ 미만 공사는 오랜 세월 문화재 조사가 소홀했지만, 그 문제점이 제대로 공론화된 적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관련 난개발 실태가 자세히 조사된 사례가 없었다.간접적으로라도 문화재 훼손 실태를 데이터로 검증하고자 나섰던 이유이다. 18년 동안 100만 건의 건축 데이터와 9만 건의 매장 문화재 유존지역 데이터에 매장문화재 조사 자료를 대조해 자체 공간 분석을 하기로 했다.데이터 수집과 정리 과정은 쉽지 않았다. 누락된 매장문화재 조사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여름 내내 각종 제보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의혹
지난 6월19일 늦은 저녁 인천의 어딘가에서 제빵기사 5명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함께 자장면을 먹을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착수할지도, 또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할지도, 이 사안이 한국사회의 큰 논란이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그 생각은 있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빵을 만들면서도, 파리바게뜨 본사 소속도 가맹점 소속도 아닌 변칙적인 고용형태가 왜 생겨났는지,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밝혀내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분명했다. 지난달 21일 고용노동부
공공기관 부정채용 민낯
“강원도 가는 길, 직선 주로는 별로 없다. 굽이굽이 돌고 돌아 어디든 겨우 들어간다. 이 사회, 청년들 취업 경로가 그렇다. 울고 부모 탓하고 기어코 목숨 놓는 이들이 굽이마다 있다. 한겨레 디스커버팀은 7월 말부터 ‘공기업 채용 비리’를 탐사취재해왔다. 그 결과물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보좌진이 주요 공기업에 부정·편법 채용된 사실을 앞서 보도했다. 부정청탁·세습채용 따위 ‘반칙의 세계’로 한 발 더 여러분을 안내한다. 강원랜드는 그 세계의 축소판이다.”이 편집자주와 함께 9월10일 강원랜드 합격자 518명 중 493명 ‘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