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온라인 여론조작 의혹 보도
경찰이 온라인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내용을 담은 첫 기사를 쓸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군에서 나온 단서에서 출발해 이정표 없는 길을 헤매다 또 다른 증거를 잡아 기사를 쓸 때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을 취재했다. 그렇게 가닿은 곳은 경찰청 보안국이었다. 여러 동료들의 노력으로 철벽같은 보안국 담장의 한 귀퉁이를 헐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국정원,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마찬가지로 경찰청 보안국에서도 포털사이트 등에 댓글을 달아 여론을 움직이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많은 고민이 들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경찰이 ‘은밀한 공작
'김윤옥 3만달러 든 명품백...'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 기사가 나간 지난 3월2일 아침 뉴욕에서 한 통의 이메일이 왔다. ‘김윤옥 여사 2007년 대선 때 엄청난 실수, 사재 털어 각서까지 써 주고 막았다’는 기사의 각서 소지자가 뉴욕에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황도 곁들여져 있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편집국과 협의해 국내 취재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문득 “그래 밑져야 본전이지 뉴욕에 한번 가 보자”고 맘을 먹었다. 망설임도 있었다. ‘고참 논설위원이 오버하는 것은 아닌지’, ‘가서 허탕 치면 어쩌지’…. 그러나 결국 ‘이거 취재 안 하면 평생…
'김윤옥 명품백', '에버랜드 땅값' 기사... 보기 드문 수작들 나와
2018년 3월(제33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취재보도1부문 11편 등 모두 56편의 작품이 응모했다. 이중 서울신문의 ‘김윤옥 3만 달러 든 명품백 받아’ 등 총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김윤옥 명품백’ 기사는 최근에 나온 작품 중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논설위원이 직접 폭로 당사자를 인터뷰하고 나아가 뉴욕 현지 취재까지 갔으며, 특파원과 공조해 각서라는 결정적 증거까지 제시한 것에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한겨레신문의 ‘경찰 온라인 여론 조작 의혹 연속 보도’도 땀이 배어 있는 특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
‘전두환회고록 검증’ 팩트 체크 10회
사실 처음엔 부담스러웠습니다. 재판 중인 사건을 팩트체크 한다는 것이 쉽게 내키는 일은 아닙니다. 모든 취재와 기사가 팩트를 체크하는 것이지만, 팩트체크 간판을 내건 기사는 팩트 확인에 더 엄밀하고 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두환회고록’은 지난해 법원이 출판·배포 금지 1차 가처분 사건에서 5.18 재단의 주장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씨가 문제된 부분을 삭제한 뒤 다시 출판하는 바람에 2차 가처분 사건이 시작될 즈음, 이번 기획 취재는 결정됐습니다.2차 가처분 사건에서 팩트체크 가능한 쟁점을 추려내고, 기존 5.18 관
‘꽃의 내부’ 무단철거 사태 보도
“이게 바로 문화적 테러에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겁니다.”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세워져 있던 세계 조각 미술계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가 용광로 속 쇳물로 사라졌다는 소식이 부산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지역 미술계와 예술계는 한탄을 쏟아냈다. 부산비엔날레와 부산바다미술제 등의 국제적 미술 행사를 통해 한층 한층 쌓아온 부산 미술계의 명성이 어이없는 행정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부산 시민들 역시 ‘어떻게 세계적 작가의 작품, 그것도 유작을 철거할 생각을 했느냐’며 해운대구청의 결정에 깊은
대학생 현장실습 참혹한 실태 조명
취재의 시작은 고등학생 현장실습 문제를 점검해보자면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말 제주에서 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으니 우리 지역은 문제가 없는 지 살펴보자는 의도였습니다. 취재를 하던 중 업체마다 특성화고 학생이 아닌 대학생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학생들은 대기업 콜센터, 영세한 제조업 공장, 가죽 가공업체 같은, 한 눈에 보기에도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대학생들의 현장실습을 문제 삼는 기사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취재 방향을 대학생 현장실
‘MB 차명재산 가평 별장’ 추적 보도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유행처럼 번졌던 질문에서 취재는 시작됐다. 과거와 현재의 일을 이으며 퍼즐을 맞추던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 고 김재정 씨의 재산 목록을 입수하게 됐다. 김 씨 사망 뒤 부인 권 모 씨에게 재산이 상속됐는데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눈길을 끈 건 아무 조치 없이도 상속세로 물납되지 않고 남은 경기도 가평의 별장이었다. 현장을 돌며 단서를 얻었고 관련된 사람들을 물어물어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취재를 할수록 ‘별장 주인은 이 전 대통령’이라는 문장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1968 꽝남! 꽝남!’ 연속 보도
“원한 같은 건 없다.” 지난해 12월26일~1월2일 베트남 중부 다낭시와 꽝남성에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현재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줄곧 ‘과거는 과거일 뿐’이란 태도를 보였다. 그들이 유가족이거나, 피해 생존자이거나, 목격자였기에 그 말은 잘 와닿지 않았다. ‘과거를 닫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정부 기조를 따라 형식적으로 대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50년 전 사건이 벌어진 날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은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기억은 생
현직 검사의 강원랜드 수사외압 폭로
검사는 수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검사의 수사를 방해한 것이 검찰 윗선입니다. 수사 잘하기로 정평이 난 안미현 검사는 자신이 맡은 강원랜드 수사를 제대로 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 보도가 세상에 나오게 된 데에는 “검사이고 싶다”라는 한 직업인의 강직함 덕분이 컸습니다. 지난해 전모가 드러난 강원랜드 채용 비리는 규모에서부터 많은 이에게 박탈감과 실망감을 줬습니다. 2013년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뽑힌 교육생의 95%(493명)가 ‘빽’으로 합격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수사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샀습니다. 지난해…
“한국 사회 부조리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점 돋보여”
제33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많은 출품작 중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기자정신을 발휘해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6편이 치열한 토론과 심사 과정을 거쳐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취재보도부문의 MBC와 시사IN의 공동 취재물인 현직 검사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 폭로는 현직 검사의 실명 인터뷰를 이끌어 내며 외압 의혹을 폭로했고, 검찰이 별도 수사단을 꾸릴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 방송매체와 프린트매체가 협업해 공동으로 한 이번 보도에 대해 그 자체가 실험이며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주목될만한 점이라는 호평이 나왔
2018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예산심사 왜 그렇게 하셨어요?」(온라인)
428,833,912,567,000원. 한번 읽는데도 8초 가까이 걸리는 국가 예산이다. 나라의 가장 중대한 재정활동이고, 잘못된 예산 집행은 경제파탄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지만, 접근은 쉽지 않다. 언론은 당위적 측면에서 예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지만, 비현실의 영역처럼 느껴지는 엄청난 규모 때문에 단편적 검증에 그쳤다. SBS 마부작침과 비디오머그가 어렵더라도 보다 정밀하고 실증적인 예산 기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다. 다만, 다짐은 쉬었지만, 현실은 고난의 연속이었다.‘효과적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는 예
일몰제의 경고-도심 속 공원이 사라진다
'부산은 공포도시입니다, 공원을 포기한 도시라는 말이죠'한 전문가는 부산을 설명하며 공포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지난해 초 부산의 한 환경단체가 연 포럼이었다. 2020년 7월 1일 이기대, 청사포 공원과 같은 부산의 절경부터 집 앞 작은 공원까지 더이상 공원으로 불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장기간 집행이 되지 않은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공원, 유원지 등) 중 사유지가 공원 지정이 해제되는 '공원일몰제' 이야기였다.전국의 모든 공원에 해당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공원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
울산 고래고기 ‘전관예우 의혹’ 사건
"만약에 뇌물을 받은 공무원 집을 수색했는데, 뇌물 외에 불법을 입증하지 못했거나 합법적으로 번 돈까지 압수했다면 당연히 돌려줘야 하잖아요. 같은 맥락에서 고래고기 21t(30억 원 상당)을 피의자들에게 환부한 겁니다." 지난해 9월 기자가 불법포획 밍크고래 고기를 왜 포경유통업자에게 돌려줬는지 묻자, 검찰은 그럴싸한 해명을 댔다. 하지만 취재가 거듭될수록 검찰과 고래업자, 전관예우 의혹 변호사가 얽힌 사법체계의 어두운 민낯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6년 5월 불거진 이 사건은 본보의 장기간 추적 끝에 1년 4개월여 만에 세
돈과 권력에 밀린 도로 안전-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부실 설계
돈 때문이었다. 창원 방향 진입 차량과 요금소로 진입하는 차들이 교차하는 금정나들목, 80m 안에 2개 차로를 가로질러야 하는 기장분기점, 시속 100㎞ 속도에서 ‘X자’로 엇갈리는 대감분기점. 차가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는 소위 ‘합리성’이라는 우선순위에 밀려 위험을 내포한 채 개통했다.도로 안전은 정치인의 탐욕에도 밀렸다. 부산 지역 한 국회의원은 주민 편의를 위한다며 김해금관가야휴게소의 설계를 바꿨다. 한참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휴게소에는 4곳에서 진·출입한 차량이 뒤섞여 교차하는 회전교차로가 생겼다. 사고의 위험이
마약리포트-한국이 위험하다’ 8부작 시리즈
마약 투약자 약 100명의 삶을 파고 들었다. 비참한 약물 중독인생을 생생하게 그린 것이 이번 ‘마약 리포트’다.한 달 넘게 중독자들과 밀착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들과 보름간 합숙하던 중 기자에게도 마약을 권한 40대의 중독자, 마약 판매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인터뷰하다가 결국 다시 약에 손을 대 구속된 50대 남성 등 돌발 상황이 넘쳐났다. 심층 인터뷰 이후 갑자기 중독 후유증인 불안이 급습해 “없던 일로 해달라”고 엄포를 놓은 여성도 있었다. 약물 중독의 속성과 그 심각성을 그대로 실감했고, 일부는 지면에도 실었다.마약 중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