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 내셨나요” 선거비 미반환자
상습 고액체납자들의 집을 뒤지자 고가의 명품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 1년에 한두 번은 꼭 등장하는 뉴스입니다. 지난 14년간 당선무효형을 받은 선거출마자들이 미납한 선거 보전비용은 230억원. 시효 5년이 지나 영영 못 받게 된 돈도 57억원인데, 수십억원의 선거비용을 미납한 정치인의 집을 뒤지는 뉴스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누가’ ‘왜’ 반납을 하지 않고 있는지, 당국은 그들의 집은 뒤지지 않는지 알고 싶었습니다.우선 미납자 명단이 필요했습니다. 선관위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개인 정보라는 이유였습니다. 품을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청와대 특감반 활동 관련 연속보도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겉면’을 보는 것과 ‘내면’을 보는 것,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 다 ‘팩트’일 수 있다. 다만, 전자는 진실이 아닐 수 있고, 후자는 진실에 가깝다. 둘 중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이번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도 그랬다. 기자생활의 경험으로 알게 된 권력기관의 속성을 비춰볼 때, 청와대 민정 내부에 이상 징후가 있었다. 단순히 행정관 한 명의 개인 일탈이 아니었다. 역대 정권에서 그랬듯, 정부 권력 오남용의 정황이 보였다. 권력 감시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만
프랑스 내 한국독립운동사 재발견 보도
파리특파원으로 부임하면서 쏟아지는 국제뉴스의 물결 속에서도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아이템 발굴을 게을리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지만, 막연했던 이런 목표는 역시나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독립운동의 역사를 프랑스에서 취재하는 행운을 만났다. 이후 여러 훌륭한 취재원들과 깊은 신뢰 관계를 쌓으면서 여러 가지 운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고, 뜻 깊은 기사들을 연속해서 쓸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를 추적하는 일은 미스터리와 감동이 가득하다. 수십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흔적을 탐문
‘문팬’ 카페지기, 코레일 자회사 이사로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로운 정권은 없습니다. 정치철학을 공유하는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비판받을 일만은 아닙니다. 매 정권마다 지적돼 온 단순 코드 인사의 문제점은 이제 더 이상 설득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구체적으로 기준을 제시해 새로운 관점으로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주요 공공ㆍ산하기관의 임원 명단을 살펴보니 유독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코레일유통의 비상임이사 박모씨.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적시된 경력은 모 사교육 기관 실장직 단 하나였습니다. 추적 결과 박씨가 문재인 대통령
대통령 사칭 사기당한 윤장현 전 시장
지난해 9월 믿기 힘든 제보를 받았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보이스피싱에 당해 거액을 뜯겼다는 것이다. 광주·전남지방경찰청에 확인했지만 접수된 사건은 없다고 했다. 관심이 멀어져 가던 이 제보는 박진표 사건캡이 지난해 11월20일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한 50대 여성 피의자가 구속됐고 통장에서 윤 전 시장의 이름이 나왔다는 정보를 확보하며 같은달 23일 대서특필된다. 단순 피해자였던 윤 전 시장에 대해 광주일보는 피해시점이 지난 6·13지방선거 경선 과정이었던 점을 감안해 ‘공천 청탁 등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금품을 건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 보도
뉴미디어 시대에도 ‘제보’와 ‘끈기’의 힘은 강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누군가’가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금융감독원에 제보하면서 회사와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공모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사건을 취재할 때도 누군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누군가는 ‘내부 문건’에 등장하는 직원들의 역할을 제보했고, 누군가는 급박했던 삼성바이오의 당시 상황을 제보했다. 회계라는 숫자 속에 숨을 수 있었던 ‘분식’ 의도가 이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물론 이름 있는 누군가의 도움도 컸다. 오랫동안 이 사안을 쫓아왔던 참여연대의 회계사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관련 의혹
‘고위 공직자를 감찰하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수사기관에 갑질을 일삼고 골프 등 향응을 받았다’는 믿기 어려운 정보. 팩트 체크에 돌입했다. 취재원 한 명 한 명의 진술로 퍼즐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소문처럼 떠돌던 이야기는 실체를 드러냈다. 이번엔 특감반원을 접촉할 차례. 경위와 해명을 들었다. 그런데, 사실 관계가 다른 말을 했다. 다시 취재원들을 찾아 헤맸다. 보다 구체적 상황이 하나둘 확인됐다. 청와대 특감반 관계자에게 따져 물었는데, 사실무근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뿌리부터 흔들렸다. 취재범위를 확대해야 했다. 결국 복수의…
KBS ‘특감반 의혹’ 워치독 역할 충실… 광주일보 ‘사기당한 윤장현 전 시장’ 왜곡된 정치구조 드러내
2018년 11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68편이 출품됐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으며, 엄정한 심사를 거쳐 KBS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관련 의혹등 5편이 힘겨운 수상의 관문을 통과했다. 취재1부문에서는 KBS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관련 의혹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현안 보도로서, 11월 중 보도 가운데 가장 폭발성을 가진 보도였다. 어려운 취재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부 상황을 잘 정리해 보도했고 감시견인 ‘워치독’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
‘한국당 경선 불법 무더기 구속’
“경선 결과에 승복합니다. 하지만, 저의 정치 인생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자유한국당 이재만 전 최고위원은 결연해 보였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패배한 실망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다음 목표는 총선이었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여론조사에 대한 의혹도 모두의 관심에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대구 정치가 왜 이 지경이 되었던가. 생각해보면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늘 집토끼 취급을 당했고, 정권을 내준 뒤에는 산토끼 취급을 받았다.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불법으로 선거판을 어지럽혀도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니
‘난개발 그늘, 해안의 역습’
“오지도 않은 ‘해양 재난’으로 공포심만 조장하는 거 아닙니까.”이번 보도의 최대의 벽은 그동안 쌓여온 ‘재난 불감증’이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부산 해안엔 100~200년 급 해일 발생 가능성이 예상됐다. 지난 50년간 태풍 각도, 빈도, 시기 등 모든 데이터가 ‘초대형 매미’ 발생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국립해양조사원, 부산시 등은 ‘주민 불안’만 조장할 수 있다며 침수예상도 공개를 꺼렸다. 그 이면엔 해안에 줄줄이 서 있는 초고층 빌딩의 집값 하락 우려도 숨어 있었다. 부동산업자, 주민 반발도 심하니 괜한 보도로 분란을…
‘정신병원 끌려간 고아소녀들의 눈물’
취재의 시작은 지난 9월17일 광주일보에 들어온 한통의 제보전화였다. 민주·평화·인권 도시인 광주에서 다른 보육시설도 아닌 가장 전통 있고 영향력 있는 대표 시민단체인 YWCA 산하 성빈여사의 보육생들이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추석 연휴기간 중에 만난 보육생은 여느 여대생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 내용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광주의 어머니 조아라 여사가 6·25 전쟁고아들을 수용하기 위해 ‘가난하지만 성스러운 여자아이들이 사는 집’이라는 설립운영 취지로 세운 성빈여사에서 어린 고아소녀들이…
‘인강학교 장애학생 폭행 의혹’
지난 6월 다급한 제보 하나를 받았다. 서울 인강학교에서 근무하는 일부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폭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가해자들은 의사 전달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화장실이나 사회복무요원실 등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폭행을 가했다. 은밀하고도 교묘한 이들의 폭행에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행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이 무마되곤 했다. 제보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취재는 난항을 겪었을 것이다. 증거를 찾기까지 3개월의 시간 끝에 음지에서
‘삼성 차명부동산, 흔들린 조세정의’
삼성 일가 차명부동산과 흔들린 조세정의 특종 보도는 ‘공정한 집행인’이어야 할 국가기관이 재벌 앞에서 흔들린 실태를 끈질기게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지난 3월 ‘끝까지 판다’팀이 에버랜드의 수상한 공시지가와 삼성합병 문제를 보도한 이후 취재팀은 수상한 거래를 포착했고, 7달에 걸쳐 이 거래를 추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찾아낸 수상한 회사, 그 회사와 에버랜드의 대규모 땅 거래 배경을 심층 취재하면서 삼성일가의 차명부동산 실체를 하나씩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국세청 등 국가기관이 삼성 일가를 위해 어떻게 조세정의를 내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어떤 현상은 사건이다.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입국하자 한국 사회엔 기다렸다는 듯 ‘혐오’가 창궐했다. 한 번도 난민 문제를 ‘우리 안의 문제’로 인식해보지 못했던 입장에서 뜻밖이었다. 어떤 이들은 왜 분노하는 것인가, 무슨 공포로 공동체의 밑동이 흔들리는 것인가. 그 전쟁을 주도한 건 ‘가짜뉴스’였다.후배들과 함께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시작은 지지부진했고, 과정은 쉽지 않았다. 회로 안에 들어서지 못하고 입구인지 출구인지 모를 지점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렇게 ‘3단 연결망 분석’이라고 이름 붙인 ‘가짜뉴스 생산-유포-
‘공정이란 무엇인가’
전·현직 주요간부 12명이 무더기로 재판 받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과연 퇴직자 채용 압박 문제뿐일까 싶었다. 이름에 ‘공정’이라는 가치를 포함시킨 유일한 국가기관인 공정위, 본연의 업무에선 공정한가?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데이터 저널리즘팀에서 보니 새삼 그렇구나 싶던 속담이다. 다 공개돼 있었지만 14년 치 의결서를 정리해 분석해 보니 안 보이던 사실이 드러났다. 과징금 평균 52% 감면, 특히 위원 재량이 큰 3차에서만 47%를 깎아줬다. 1년에 최대 8번까지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기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