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스캔들의 비극
하루 24시간은 크게 세 토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이 하루를 아무리 복잡하게 살지라도 3분의 1은 잠을 자고, 3분의 1은 일을 하며, 3분의 1은 생활을 한다. 그런데 잠을 자는 것과 일을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먹고 살기 위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방정식으로 치면 고정 상수와 같다. 따라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변수는 나머지 3분의 1인 ‘생활의 영역’이 된다. 이 영역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색깔은 시간이 지나면서 확연히 달라진다. 어떤 사람을 판단하려면…
경제개혁 포기의 데자뷰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직후 캠프의 핵심인사들을 불렀다. 노 당시 당선인은 새정부 국정방향과 관련해 “정치·사회개혁을 반드시 하겠다”고 천명했다. 당시 자리를 같이한 인사는 “순간 경제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경제개혁을 주장한 인사들은 대부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배제됐다. 또 노 대통령은 얼마 뒤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갔다”며 경제개혁 포기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13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후회
최근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외아들이 정계에 입문한다는 뉴스를 들은 후, 2001년 그를 인터뷰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부토 전 총리는 인터뷰를 위해서 만났던 외국의 지도자급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중 한 명이다. 2001년 5월 2일 기자는 서울의 최고급 호텔에서 얼굴이 유달리 하얀 부토 전 총리와 악수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화여대 강연을 위해 방한했었다. 영국식 악센트의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화려하고 당당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망명 중인 정치인이 어디에서 돈이 나서 이렇게 화려
평양의 악동들, 잘못된 만남?
역시 그답다. 북한의 새내기 지도자 김정은 말이다. 그가 미국 프로농구계(NBA)의 ‘악동’ 로드먼을 만났다. 서로 파안대소하는 대화 장면은 물론 포옹까지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미국 등 서방 사회는 김정은을 장거리 로켓과 핵을 갖고 불장난을 치는 악동으로 대해 왔다. 그렇다면 악동끼리의 만남이다. 농구 코트에서 로드먼의 일탈 행동은 익숙하다 못해 친근하다. 김정은과 서로 어긋맞긴 목과 손의 문신 자국이 뚜렷하다. 입, 코, 귀의 피어싱도 가관이다. 극은 극과 통한다? 아니면 유유상종인가? 로드먼은 세계 언론
민주주의 전당, 마산에는 ‘개 발에 닭 알’
민주주의 전당이 있다. 2001년 6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건립한다고 돼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광주에 짓겠다고 공약했고, 박근혜 현 대통령은 2012년 11월 28일 마산에 짓겠다고 공약했다.어쨌든 민주주의 전당을 마산에 두자는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으면 좋겠다. 마산이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적 사건인 3·15의거와 10·18부마민주항쟁의 고장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 또는 반독재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코드’를 알면 삶이 달라진다
var programming = “프로그래밍 공부”;var language = “외국어 공부”;if (programming==language) {alert(“새로운 세상을 이해했다”);} else {alert(“세상만 불평하며 살아갈 것이다”);}‘자바스크립트’라는 이름의 이 언어는 일종의 외국어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이런 뜻이다. “프로그래밍 공부가 외국어 공부와 같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새로운 세상을 이해했다.
예술교육의 힘
“놓아라. 이 더러운 계집아. 김중배의 금강석 반지가 그렇게 좋더란 말이냐!”바짓가랑이를 부여잡으며 용서를 비는 심순애한테 이수일이 내뱉는 이 유명한 대사는 소설 ‘장한몽’의 줄거리 전체를 요약한다. 몰락한 문벌가 아들과 사랑만 믿고 결혼할 것인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정열적으로 구애해오는 돈 많은 은행가의 아들 품에 안길 것인가. 엔도 슈사쿠의 분류에 따르면 김중배를 선택한 심순애는 ‘삶’이 아닌 ‘생활’을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생활이
재벌의 맨얼굴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부 문서와 이메일이 공개됐다. 지난 1993년 창립 이래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며 직원을 사찰해온 전근대적 경영행태의 곪았던 종기가 드디어 터진 셈이다. 불과 며칠 전 정용진 부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자들이 줄지어 서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책임경영’을 외쳤던 직후여서 그 충격을 더해준다.삼성 이건희 회장의 손자는 사립학교인 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대상자(
박근혜-오바마 시대의 신 대북 전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에 존 케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기용키로 한 결정은 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의 미국측 주요 인사 기록카드에서 케리 지명자는 지한파(知韓派) 인사로 분류돼 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측과 정부 관계자들은 ‘케리 국무장관’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자신이 속한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할 때도 한·미 FTA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한·미 동맹이 미국의 동북아 정책
중국 ‘남방주말’ 파업 사태와 우리 언론
새해 들어 중국 당국의 기사 사전 검열로 촉발된 진보 성향 주간지 ‘남방주말’의 파업 사태가 기자들과의 합의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홍콩발 보도에 따르면 남방주말 파업을 지지한 시위가 사옥 근처에서 계속되자 당국은 여지없이 시위 참가자들을 연행했다.남방주말을 성원하던 연예인과 다른 유명 인사들도 중국 당국의 경고를 받았다. 재미있게도 차(茶)의 나라인 중국에서 당국자의 경고는 “차 한잔 마시자”로 통한단다.일당 독재 중국에도 언론 자유의 바람이 불까. 아직은 조심스
지긋지긋한 단일화 왜 없애지 못할까?
2012년은 단일화로 시작해 단일화로 끝났다.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진행됐고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두고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진행됐다.경남의 경우 4·11 총선서는 16개 모든 선거구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이 단일화가 이뤄졌으나 김해갑에서만 민주통합당 후보가 이겼다. 거제가 무소속이 당선(나중에 새누리당 입당)됐고 나머지 모든 지역은 새누리당이 승리를 가져갔다. 창원 성산구와 거제에서는 진보신
“열심히 하는 수밖에”라던 그 말
3년 반 전이었다. 이른바 ‘7·7 디도스 사태’가 한창이던 시기에 편집국으로 복귀해 다시 정보기술(IT) 분야를 취재하기 시작했던 때였다. 복귀 후 첫 기사는 정보보안업체 안랩의 김홍선 대표 기자회견. 그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이런 일 여러 번 겪어 봤다.” 잊을만하면 터지던 정보보안 사고 얘기였다.이후 그 말이 예고였던 것처럼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있었고, 6월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으며, 11월 게임업체
검찰과 언론의 공통점과 차이점
이명박 대통령 임기를 두 달여 남겨놓은 지금, 언론과 검찰을 생각해본다. 둘 다 지난 5년 동안 만신창이가 되었다.사회 현안을 보도해야 할 언론은 지난 5년 내내 스스로 사회적 현안이 됐다. 정부가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언론사들이 5년 내내 홍역을 앓고 있다. 어느 정부나 우호적 언론 환경을 만들어보려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건 계속 봐왔던 일이다. 나는 노무현 정부 때 언론 편가르기가 심해졌다는 지적에도 대체로 동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지난 5년 동안의 언론판은 전쟁터 그 자체였다. 아
인어공주 전상서
수 년 전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어 열심히 후보를 도왔던 어떤 중견 연극인을 기억한다. 선거가 끝나고, 축제가 끝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의 생활로 조용히 돌아갔을 무렵 그도 대학로의 조그만 극장에서 1인극을 올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그의 연기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도 배우이기에 객석의 반응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사람들은 환상에 빠지기 위해 돈을 내고 극장에 간다. 그게 예술의 본질이다. 그런데 그는 더 이상 환상을 줄 수 없었다. 배우에겐 어쩌면 목숨과 다름없다 할 수 있는
이건희 회장이 남긴 절반의 약속
이건희 삼성 회장이 11월30일 취임 25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 회장은 “취임 초 삼성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절감해 신경영을 선언하고 낡은 관행과 제도를 과감하게 청산했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이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취임 직전인 1987년 삼성 매출은 17조70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는 273조원으로 무려 15.4배 늘었고, 순이익은 1230억원에서 20조원으로 164배 늘었다. 재계 1위 삼성의 위상은 세계적이다. 미국 ‘포춘’이 발표한 2012년 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