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사태는 진정 ‘노사문제’인가
요즘 정부여당에서 유행처럼 떠돌아다니는 말이 있다. “언론사 해직사태는 노사문제”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해직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데 그쳤다.“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해직 언론인 출신에 유신 쿠데타를 비판했던 반골적인 소신을 가진 분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이 야당의 이경재 후보 불가론을 반박하며 했던 말이다. 우리는 이 말을 믿고 싶다. 그런데 1980년 신군부에 의한 해
신문을 살리자
올해도 어김없이 신문의 날(4월7일)은 찾아왔고 또 지나갔다.기자와 경영진, 광고주들이 참가한 가운데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이 열렸다. 하지만 신문업계가 처한 현실은 유관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축하떡을 자르고 잔을 높이 드는 일회성 행사로 넘겨버리기엔 너무나 가혹하다.신문의 위기다. 구독률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하철에서 종이신문을 펴고 기사를 탐닉하는 독자를 찾기 어렵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상징되는 미디어환경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 상실이다.정치
‘엎질러진 물’ 뉴스스탠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또다시 언론계를 흔들어놓았다.4월 1일 오후 2시, 네이버가 그동안 뉴스 기사들의 다양한 제목들로 가득찼던 첫 화면 ‘뉴스캐스트’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뉴스캐스트는 2009년 1월 1일 시작한 이래 4년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포털사이트의 자체 뉴스 편집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받자 내놓은 뉴스캐스트. 언론사들이 스스로 포털사이트 첫 화면의 뉴스를 편집하게 하면서 편집권을 넘겨줬다.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뉴스 서비스였다. 그런데 왜 다시 바뀌었을까. 뉴스캐스트 초창기
‘제2의 김재철’은 안된다
MBC 김재철 사장이 해임됐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권력의 비호 아래 방송민주화의 역사를 퇴행시키고 50년 관록의 공영방송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간 ‘한국 언론계의 폭군’도 종말을 피할 재주는 없었다.지난주 본보가 김재철 사장에게 스스로 물러날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타의에 의해 물러나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도 김재철 사장은 제멋대로 쫓아낸 기자, PD, 아나운서를 원직 복직시키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외면했고, 측근들을 전국 MBC…
지금이 스스로 물러날 마지막 기회다
‘회사가 직원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MBC 직원들이 사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고 한다. 당사자 동의 없이 악성 프로그램을 고의로 유포해 직원들의 메일과 메신저, 일기까지 무단으로 전송받는 감청행위를 했다는 것이다.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이 정도 사건이면 당장 검찰이 나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사주가 처벌받고, 언론이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MBC는 20여개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방송그룹이고,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회사가 아닌가.MBC 사측은 컴퓨터 해킹뿐 아니라 사무실 안에
양김(兩金) 다 떠나야 MBC 산다
요즘 공교롭게도 ‘만시지탄’이란 말을 자주 쓰게 된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물러난 데 이어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역시 ‘만시지탄’이다.박사 논문 표절 판정으로 궁지에 몰렸던 김 이사장은 단국대가 학위 취소 절차까지 마치자 더 이상 버틸 핑계조차 잃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논문 표절이 아니더라도 각종 ‘의혹의 산실’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며 MBC사태를 악화시킨 책임만으로도 그는 일찌감치 물러났어야 옳았다. 방송통신위
한·미 방송사 사장의 도덕성 차이
미국의 한 방송사 사장이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다 걸려서 징역 100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귀신이 되어서도 채우기 힘들 것 같은 비현실적인 형량이 내려진 데는 방송사 사장이라는 위치가 고려된 듯싶다. 미국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길다는 형량의 배경엔 ‘방송사 사장에겐 더 높은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고 더 높은 사법적 판단까지 따라 온다’는 재판부의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한국에도 손가락질을 받는 방송사 사장이 여럿 계신다. 특히 수십 개의 계열 방송사를 거느린 한 방송그룹의 사장은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스캔들
‘언론자유’는 최대 국정과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오른손을 들고 약속했다. 그 선서의 첫마디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였다. 그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명제로 시작한다. 약속의 대상도, 이 나라의 주인도 국민이란 뜻이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서한 대로 초심을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 5년 임기 동안 헌법을 준수하는, 주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길 바랄 뿐이다. 사실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헌법대로 하면 된다. 그게 준수의 사전적 의미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하면…
이명박 정부를 보내며
이명박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오는 24일로 끝난다. 이 대통령은 19일 마지막 국무회의와 고별 연설, 출입기자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역사의 평가를 받겠다”고 한 이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 등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오히려 상승했고 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업적으로 자평했다. 이에 대해서 이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언론계에 대한 언급에 먼저 쏠렸다. 그는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기분 나빠하면 나만
하락하는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최근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13년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79개 국가 중 50위로 지난해 44위보다 6단계 하락했다.우리 언론자유지수는 특히 이번 정부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취임 첫해인 2008년 39위에서 47위로 떨어졌다. KBS, MBC 등에 대한 ‘방송 장악’이 본격화되고 미네르바 사건 등으로 인터넷 검열까지 심해진 2009년에는 69위로 최악이었다. ‘방송 장악’이
해직자 대신 최시중이 돌아오다니
진정 돌아와야 할 해직언론인들은 아직도 풍찬노숙하고 있는데 엉뚱한 사람이 돌아왔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강행한 설 특별사면에 포함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범죄 행위가 이것뿐일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드물다. KBS, MBC, YTN 등 MB정권의 ‘방송장악’에 그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2009년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후임 사장을 논의했던 ‘KBS 사장…
‘부실 4대강’ 부끄러운 언론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에 처해있다는 2차 감사 결과를 내놨다. 4대강의 핵심인 16개 보는 모두 이런저런 문제를 갖고 있었다. 수질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사업비를 낭비한 경우도 있었고 앞으로도 과다한 유지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문제점들은 환경단체들이 지금까지 지적해왔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외면해왔을 뿐이다.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이 반박에 나섰지만 쉽게 수습이 될 것 같지 않다. 야당은 국회 청문회를 주장하고 있다. 곧 출범할 새 정권도 정부 기관조차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4대강을 모른 채
문제는 방송의 공공성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구로 방송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췄고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은 흔들림없이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2008년 3월26일, 최시중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식에서 토해낸 사자후다. 수많은 언론사 관계자들이 앞 다퉈 줄을 지어 ‘알현’을 청해야 했던 ‘방통대군’의 등장이었다. 수장의 위세와 더불어 방통위는 21세기의 미디어 권력기관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 방통위의 현실은 몰락한 로마제국처럼 처참하다. 이름 대신 수감 번호로
용기 있다면 물러나라
언론인 출신이라는 이유에서였나 보다. 윤창중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취임인사 겸 첫 기자회견에서 언론인을 ‘동지 여러분’으로 부르며 “동지 여러분께서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언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제가 하는 일을 적극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그를 동지로 생각한 적이 없다. 24년 경력의 한 언론인은 그가 ‘동지’라고 부른 것에 진심으로 화를 냈고,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이 제대로 반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자정신의 실종’을 한
2012년, 잔치는 끝났다
2012년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후대는 2012년 언론계를 어떻게 평가할까.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진 ‘정치의 해’였다. 언론계도 당연히 조용할 수 없었다. 언론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던 한해였다. 한국방송광고공사 독점체제였던 방송광고판매 시장이 31년 만에 공영·민영미디어렙 경쟁체제로 바뀌었다. 지상파 24시간 종일방송 시대가 열렸고 아날로그 방송도 디지털 방송에 자리를 내줬다. 언론사를 ‘을’로 만든 ‘갑’ 포털 네이버는 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