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채널A 법조팀이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4남 정한근 씨의 송환 소식을 보도한 다음 날, 정 씨는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IMF 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 사태’의 장본인인 정 회장의 모습은 없었다. 채널A 법조팀은 유골함에 담겨 돌아온 정 회장의 사망 진위 여부와 이들 부자의 도피 생활을 추적해 나가기로 했다. 국내 취재팀은 정 씨 일가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을, 해외 취재팀은 에콰도르 현지에서 부자가 남긴 흔적들을 쫓았다. 2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도착한 에콰도르에선 밤낮없는 취재가 이어졌다. 에콰도르 과야킬 시내를 누비며…
경찰 수사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형이 어떻게 된 걸까요?”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해자 남동생을 처음 만난 건 고유정이 긴급체포 되고 제주로 압송되기 직전이다. 그때 남동생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충혈된 눈, 상기된 표정, 그리고 일말의 희망…. ‘고유정 사건’을 최초 보도한 후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시신을 찾을 수 없다는 좌절감, 특히 실종신고 이후 경찰이 기민하게 대응했다면 시신 유기와 추가 훼손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고든 이유다. 취재는 녹록지 않았다. 경찰이 기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
KBS ‘北목선 정박’ 현장취재 중요성 일깨워… 조선 ‘교육부 교과서 수정 개입’ 묻힐 뻔한 진실 발굴…
제346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6월)에는 교육부의 초등학교 교과서 수정 개입에 관한 조선일보 보도 등 모두 6건이 선정됐고 심층성 등 내용 면에서는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 특종 보도를 놓고 경쟁하는 ‘취재보도1부문’에는 모두 12편이 제출됐으며, 최종적으로 KBS의 ‘북한 목선의 삼척항 정박’ 보도와 조선일보의 ‘교육부, 교과서 고치려 도장 도둑 날인’ 보도 등 2편이 심사를 통과했다. KBS 보도는 새삼 현장 취재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는 데서 호평을 받았다. KBS는 “해상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국방부의 발표 내
교육부, 교과서 고치려 도장 ‘도둑 날인’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정 사회 교과서가 집필자 몰래 213군데 고쳐졌다는 의혹은 지난해 3월에 불거졌었다. 당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수정과정은 적법했으며 교육부는 관련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의 양심선언 외에는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이 문제에 대한 보도는 차츰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정 사회 교과서는 전국 6064개 초등학교, 43만3721명의 초등 6학년 학생에게 배포돼 교재로 쓰였다.취재가 시작된 것은 ‘국정교과서 무단수정’ 의혹이 모두의 기억에서 잊히던 지
‘北목선 삼척항 정박’
월요일이었던 그날은 다른 아이템을 취재할 예정이었습니다. 출발하는 와중에 일명 ‘꽝’이 났습니다. 취재팀은 이틀 전 삼척 앞바다에서 발견됐다고 보도된 북한 목선을 취재하기로 했습니다. ‘강원도 최남단까지 뚫렸다’ 정도는 다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삼척항에 도착했습니다. 목선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취재진도 볼 수 없었습니다. 커다란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다니자, 어민들이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북한 어선 벌써 끌고 갔다’면서 너무 늦었다고 했습니다. 어민들은 한목소리로 항의했습니다.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가 모두 거짓
‘벤처투자 취지 역행’ 증권사 발행어음 실태
증권업계, 이제는 영역이 넓어져 금융투자업계라고 불리는 곳에서 취재는 무엇일까요. 금융투자업계 출입 기자는 돈을 따라 움직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지, 투자된 돈을 기업이나 증권사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수익이나 손해가 났는지 묻습니다. 기자에게 금융투자업계 ‘선수’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투자된 돈에 꼬리표가 달려 있나?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거지. 아무도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없다. 정해진 원칙도 규칙도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 그걸 왜 따져 묻느냐?” 꼬리표는 과거 화물
10대 노동 리포트-나는 티슈노동자입니다
“주휴수당이 뭐죠? 저희도 다치면 산업재해 적용되나요?” ‘10대 노동 리포트’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만난 청소년들은 저희 취재기자들에게 되물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권리들을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선뜻 주장하지 못했습니다. 생계를 위해서,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나름의 이유로 일을 하는 청소년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비롯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급 5000원을 내 건 고용주들도 있었습니다. 직업계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의 현실은 더 심각했습니다. 학생들
“심사받으셨습니까” 의원님들의 주식
2~3주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취재는 한 달이 넘어도 끝이 안 보였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이 겪은 고충의 8할은 정보 부재에서 비롯됐다. 주제는 ‘이해 충돌’이었다. 비리 방지의 효과적인 수단이요, 공직사회 신뢰의 기반이라는 이해 충돌 방지. 관련 내역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회의원은 보유 주식을 어떻게 심사받고 조치했을까? 인사혁신처, 국회 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하자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취재진은 당사자에게 직접 묻기로 했다. 의원, 의원실에 ‘심사받으셨습니까?’라고 묻고 또 물었다. 예상대로 짜증 섞인 답변들이 쏟아졌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5월31일 금요일 밤 평소 알고 지낸 취재원인 한 지역 주민으로부터 제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천 서구 지역에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를 상대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수차례 통화 시도와 추가 확인 끝에 인천 서구 일대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왔고, 인근 초·중·고교가 급식을 중단하고 대체급식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사고 원인도 함께 파악해 보도했습니다.인천시는 처음에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려고 했습니다. 상수도본부는 수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이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겨레 ‘요양보고서’ 보도… 고령사회 문제 심층 기획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8개 부문 6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4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이번 달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이 많았다. 이중 한겨레신문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대한민국 요양보고서’에 대해 기자가 3개월 넘게 교육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에 취업해 한달 동안 일하며 취재한 결과라는 점에서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기사를 보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다른 지역의 방문요양
대법원 한진중공업 통상임금 ‘엉터리 판결’
일반인들에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일종의 ‘성역’이다. 1·2심과 달리 항소·상고 절차도 없는 데다 판결문 열람도 제한돼 있어 설사 결론에 잘못이 있다 해도 이를 되돌릴 방법은 거의 없다. 수조원의 자금 흐름부터 사람의 생사까지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1년 남짓 대법원을 출입한 기자 역시 늘 높은 벽을 마주하는 기분으로 취재를 한다. 그저 법률의 대가인 대법관의 권위에 기대 결론을 신뢰해야만 하는 구조다. 지금의 법원은 이를 ‘사법 신뢰’라고 부른다.지난 5월 초. 5월3일 오후 12시로 엠바고가 걸린 채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지난 가을부터 올해 여름까지, ‘대한민국 요양보고서’가 완성되기까지 8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총 8회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를 기획하고 보도하면서 2008년에 시작된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11년째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인의 수가 늘면서 장기요양 기관의 수는 2만개 이상 늘었지만, 돌봄 서비스의 질은 그대로였습니다.직접 뛰어든 노인 돌봄 현장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은 식사와 휴식 공간이 제공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노인들을 돌봤고, 요양보호사들의 낮은 처우는 노인의 돌봄권을 보장하기 어려웠습니다. 요양원
지옥고 아래 쪽방
‘신 계급사회’를 다룬 영화 ‘기생충’이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극단적인 양극화가 전 세계 보편 현상이라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영화가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통칭한 주거빈곤 중 ‘지하’에 주목했다면, 현실에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최저 빈곤이 도심에 있습니다. 바로 ‘쪽방’입니다.기획은 지난해 11월 쪽방에서 만난 한 주민이 “이 골목 쪽방 건물 여러 채가 모두 우리 집주인의 소유이며, 월세를 모아 인근에 빌딩도 세웠다”며 무심코 건넨 말에서 시작됐습니다. 얼핏 봐도 쪽방은 사람에게…
‘내쫓기고 외면되고’… 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
작은 시신이 물 위로 떠 올랐다. 시신에는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는데, 이는 엄마의 재혼한 남편이 낸 것이었다. 엄마는 딸의 숨이 넘어가는 현장에 있었다. 아이는 숨지기 보름 전 경찰에 의붓아빠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신고했다. 이 요청은 친부에 의해 철회됐다. 여기까지가 취재를 시작하기 전 드러난 사실이었다.취재진은 친부가 신변 보호를 철회했다는 데 의문이 들었다. 친부가 철회했다 해서 받아들인 경찰도 이해되지 않았다. 취재는 ‘왜 죽였나’, ‘어떻게 죽였나’보다 ‘왜 죽을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었다. 취재 폭을…
한겨레 ‘여의도 농부님’ 보도, 기자 홀로 전국 돌며 국회의원 소유 논·밭 취재
한국기자협회의 제34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 1부문 심사에서 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 조선일보의 ‘고위공직자 재산 추적’ 연속 보도, SBS의 인보사, 종양 유발 위험…허가 과정의혹 등 세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SBS의 정준영 휴대전화로 드러난 ‘연예계-공권력’ 유착비리는 휴대전화 속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간 중대한 사회 현안을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집요하게 이슈화했고, 끈질긴 취재를 통한 후속 보도로 사건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