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하기 힘들어지는 ‘국회 무용론’
국회 방송공정성특위가 8개월 만에 수명을 다했다. 방송공정성특위는 지난달 28일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그간의 논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와 해직언론인 관련 결의문을 채택했다. 여야는 △KBS·EBS 이사 및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위원 결격사유 강화 △KBS 사장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보도·제작·편성의 자율권 보장을 위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합의로 해직언론인 복직 촉구 결의문이 채택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동안 새누리당의
앵커만 달라진 공영방송 뉴스
최근 공영방송 뉴스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젊은 앵커들의 파격적인 등장이다. KBS가 가장 먼저 지난달 21일부터 14년차 젊은 기자를 메인 뉴스인 9시 뉴스의 앵커로 기용했다. 그동안 부장급의 고참 기자들을 앵커로 기용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KBS에 이어 MBC 역시 젊은 앵커 기용이라는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 18일 가을 개편을 맞아 1997년에 입사한 비교적 젊은 연차의 기자를 뉴스데스크의 새 앵커로 발탁했다. 앵커 기용 과정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화려한 세트장과 첨단 그래픽 화면 속에…
혼란스러운 방송정책
지난 14일 미래부 등이 연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토론회’는 국내 방송정책에 대한 각계의 입장이 이해관계별로 얼마나 치열하게 갈려져 있는 지를 보여줬다. “전통적인 공익성 중심의 규제 완화를 통한 방송 산업의 활성화”를 내건 ‘방송산업발전 계획안’은 그동안 각계에서 제기됐던 규제완화 요구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 그중에는 다채널방송(MMS), DCS, 8VSB, UHD, 중간광고, 수신료, 광고규제 등 그동안 업계 간의 이해가 부딪혀 보류상태에 놓였던 각종
기자도 노동자다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절규하며 스러져간 날이다. 43년이 흘렀건만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충남 천안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수리기사 최종범씨가 목숨을 끊었고 전기기사로 일하며 아내와 두 아들을 미국으로 보낸 한 ‘기러기아빠’가 유학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는 슬픈 소식도 들려온다.어느 때보다 노동자의 단결된 힘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전교조, 공무원 노조 탄압으로 이어지는 박근혜 정부의 노조 무력화 기도 앞에 노동운동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KBS에서 거듭되는 이상한 일
KBS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소식이 귀를 의심케 한다. 타 방송사의 보도를 과잉 인용보도해 기자들의 보도국장 불신임까지 거론된 게 얼마되지 않았다. 가을개편에서 신설된 ‘역사저널 그날’의 출연 패널을 문제 삼아 첫 방송이 다른 제작물로 교체됐다. 이어 ‘TV쇼 진품명품’ 진행자를 제작진과 협의 없이 교체하고 이에 반발한 담당 PD와 팀장까지 5명을 강제 인사 발령 조치했다.이제는 ‘블랙리스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KBS 라디오 2FM ‘황정민의…
KBS 전 이사장의 유신 미화
“오늘은 당신의 따님 박근혜 대통령 정부 아래서 마음껏 당신을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니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하고 사무칩니다.…우리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습니다. 각하! 아직도 5·16과 유신을 폄훼하는 소리에 각하의 심기가 조금은 불편하실 걸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태산 같은 각하의 뜻을 소인배들이 어찌 알겠습니까.”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지난 26일 낭독한 10·26 34
지난 5년 동안 언론은 무엇을 했나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원전비리,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문제 등 이명박 정권 시절 제기됐던 큰 의혹과 논란들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을 지낸 이상돈 교수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은) 실패 정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을 무리하게 해 국토 환경을 파탄내고 나라 재정에도 크게 손상을 입힌 불법적 망국적 사업”이라며 “이제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다고 판단한 감
MBC 사장의 위험한 노동 인식
김종국 MBC 사장은 지난 8일 노사협의회에서 “MBC노조가 전국언론노조를 탈퇴해야 단체협상 체결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조합이 소속돼 있는 언론노조, 그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엔 정치위원회가 있고 규약상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지향하는 정파적 정치성을 띤 만큼 조합과 공정방송을 논의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고 MBC노조는 공개했다. 또 “단협 협상은 하겠지만 이 부분에선 뒤로 물러서거나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KBS는 기자들에게 귀를 열어라
KBS 기자들이 다시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KBS기자협회는 2일 긴급총회를 열어 김시곤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KBS기협은 신임 투표 시기와 절차, 방법 등은 기자협회장 및 운영위원회에 일임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리셋(Reset)! KBS 국민만이 주인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돌입했던 총파업이 노사 합의로 종결된 지 1년 4개월만에 다시 KBS 기자들이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총파업은 물론 이번 역시 불공정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문제의식이 폭발한 것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
공영방송 맞추기
‘민족의 명절’ 추석 당일인 9월19일 방송뉴스를 보면 A 방송사는 첫 번째부터 여덟 번째 리포트 포함 9개가 추석 관련 소식이다. B 방송사는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가 추석 관련 기사였다. 같은날 C 방송사의 추석 관련 리포트는 다섯 꼭지였다. D 방송사의 추석 관련 리포트는 딱 하나 뿐이었다. 그것도 5번째였다.이 네 방송사 중에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종합편성채널이 섞여있다. 과연 어느 방송이 공영방송일까. 공영방송의 본질에 대한 가치관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상사에 가까운 추석 관련 기사
공직자 검증과 어린이 인권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파장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진실을 놓고 핵심 권력기관의 수장과 거대 신문이 일전을 벌이는 광경은 보기 드문 일이다.채 총장은 24일 법원에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접수하면서 조선일보의 혼외자식 보도를 다시 한번 전면 부인했다. 이에 조선일보도 유전자 검사 등 진위 규명이 늦어질 경우 유전자 감정을 위한 증거보전 신청 등 관련 법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지만 진실은 법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제
주의해야 할 공안사건 보도
공안사건 보도는 우선 검·경, 국정원 등 수사기관의 수사결과 발표로 최초 보도된다. 하지만 공소 제기와 재판을 거치면서 애초 혐의 사실이 전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 최근 예로 꼽힌다.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했던 유모씨는 탈북자들의 정보를 북한으로 몰래 빼돌린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지만 지난달 1심에서 국가보안법상 간첩·특수잠입·탈출·회합·통신 등의 위반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여권법과 북한이탈주민 보호
‘석기시대’로의 퇴행
대한민국이 ‘석기시대’를 맞은 느낌이다.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뉴스의 중심에 선 요즘이다. 그를 둘러싼 혐의와 발언이 한마디 나올 때마다 수십 건의 기사들이 뒤따라 나온다. 그야말로 2013년 대한민국은 ‘석기시대’가 된 듯하다. 이는 사회적 충격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석기 의원이 강연했다는 이른바 5월 모임 안팎의 내용은 더욱 시대착오적이고 황당하기 그지없다. 북한체제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광기적 역사인식에, 장난감 총을 개조하자는 등 기가 차는 발언이 뒤섞여있
편집권 독립 제도화 시급하다
언론은 세상의 소금과 같은 존재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세상이 썩지 않도록 지켜준다. 언론이 사회의 파수꾼 역할을 충실히 해 낼 때 그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언론이 당당히 할 말을 하고 잘못된 점을 비판하려면 먼저 스스로 정부나 자본 등 어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사주나 경영진의 입김으로부터도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언론이 제 기능을 하는 걸 방해하는 외부의 유혹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정권의 향배에 따라 사장이 바뀌는 공영방송사는 주요 경영진은 물론…
왜 촛불을 두려워하는가
요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한창이다. 그런데 언론보도는 시위의 원인이나 해법보다 다른 쪽에 관심을 보이는 양상이다. 먼저 시위의 ‘산수’화 보도다. 집회 참석자 주최측 추산과 경찰 추산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느냐는 게 화젯거리가 된다. 경찰이 집계 방식을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할 정도다. 대통령 지지율과 집회에 모인 사람 수를 비교 분석하는 ‘신선한’ 접근법도 등장한다. 정확한 수치를 따지는 것은 사건기자 때부터 배운 ABC이니 기본에 충실한 것을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