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옥죄는 고액 임대료
20년째 단골인 서울 강남 미용실의 원장은 지난 6월 중순에 쓸쓸한 얼굴로 “폐업을 할까 한다”고 했다. 늦은 점심으로 먹던 짜장면을 뱉어낼 뻔했다. 고졸로 일본에서 미용을 배운 그는 월급쟁이 미용사 생활을 하다가 14년 전 개업해 어지간한 대졸 회사원보다 두 세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는 “세상이 바뀌어 청담동 기업형 미용실의 월급쟁이 미용사로 취업하는 것이 영세 미장원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라고 했다. 그가 미용실을 폐업하면 5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폐업을 고려하는 이유는 ‘메르스 사태’ 등으로 손님이 크게 줄었는데…
‘데이터의 시대’와 미디어
‘데이터의 시대’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말’을 한다. 고객은 행동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 데이터는 고객 자신도 모르는 그의 본심을 우리에게 말해주기도 한다. 데이터가 ‘결정’도 한다. ‘무얼 읽을지 고민되면 우리가 골라 줄께’라며 아마존이 책을 추천해주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검색어 분석으로 구글이 보건당국보다 더 빨리 독감 발생 지역을 예상해준다. 이제는 교통정보 데이터가 무인자동차를 운전하기까지 한다. ‘데이터의 시대’는 미디어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미디어 운
우리는 강요된 충성, 자발적 충성도 거부한다
본론에 앞서 대통령 관련 보도 2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8·15 특별사면. 대통령이 사면권을 발휘하면 사람들은 은연 중 대통령을 거대한 권력으로 받아들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사법적 정의와 형평성을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초법적인 권력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직후 일반사면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특별사면도 경축일마다 챙겼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수 언론들은 앞다퉈 나서서 경제인 사면은 곧 경제 살리기라며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경제가 살아나리라는 기대에 찬 언론 보도는 생계
당신은 ‘미디어 엘리트’입니까?
우리나라에도 유명해진 미국 드라마 ‘뉴스룸’은 특히 민주진보적 성향의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 자체 완성도도 높지만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급격하게 나빠진 언론 환경은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드라마 속 언론인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줬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가만히 보다 보면 민주진보적 성향의 시청자들 입장에서 약간 멈칫 하게 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멈칫의 지점이라고 표현하니 마치 드라마를 자세히 봐야만 알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드라마 초반, 주인공인 앵커가 자신의 뉴
미래를 향하지 않는 언론
언론은 이미 발생한 사건·사고만을 전달해야 할까? 아니면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보도해야 할까? 언론이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사고를 예언하듯이 보도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들은 많다. 그리고 그런 많은 상황들은 보도의 가치도 충분하다. 매년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말이 자연재해이지 매번 마지막에는 인재라는 말들로 정리된다. 미리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서 피해가 막심해졌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홍수가 오기 전에, 가뭄이 오기 전에, 폭설이 내리기 전에 언론이 보도해야 할만한 기사 거리는 넘쳐난다
‘비밀주의’ 뒤로 숨은 메르스 보도
아직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언론은 정부의 공식발표 때까지 재난관련 정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지난달 7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병원명단을 공개하기 전까지 극소수 언론을 제외하고는 삼성서울병원 등의 이름을 공개한 곳은 없다. 6월 초부터 일부 해당병원이 스스로 공개하거나 관련 병원을 다녀간 환자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히 많은 정보가 쏟아졌는데도 말이다.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의제설정, 용기가 필요하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실감한 6월 셋째 주였다. 디지털 시대에 의제설정이 더 이상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 미디어나 직업 기자들의 배타적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평범하지는 않지만 아주 유명하지도 않은 두 사람이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매장될 각오를 하고 용기를 내 던진 두 가지의 문제제기는 이 사회를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은 신속하게 공론장을 형성하며 불의에 대해 변화를 촉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언론이 보도를 결정하는 뉴스의 가치 판단의 주요한 기준 중에 시의적절성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뉴스에 눈독 들이는 IT기업의 행보
이달에는 페이스북과 애플의 새로운 뉴스 서비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인터넷과 IT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뉴스 분야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니 말이다.페이스북은 지난달에 ‘인스턴트 아티클즈(Instant Articles)’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도 이달 8일 ‘뉴스 앱’을 공개했다. 두 거대 기업의 행보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다.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즈’는 링크를 통해 개별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서 뉴스를 보던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달리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바로 볼 수 있게 만든 서
이건희 회장과 프라이버시
인터넷매체 ‘더팩트’가 지난 2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병상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더팩트는 “이 회장 건강 상태를 둘러싼 세간의 억측이나 악성 루머 등이 삼성은 물론 나라 경제 차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비정상적 현상이라고 판단”해 근황을 보도한다고 밝혔다. 국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이냐, 상업적 보도일 뿐이냐, 그저 다수의 관심사에 대한 보도이냐의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돌리고 이 보도의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언론과 관련해 사생활 또는 프라이버시라 함은 개인이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비밀,…
애국가 4절과 메르스
실시간 속보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접촉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올라온다. 처음엔 4명이라더니 어느덧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람의 수가 5배로 증가했다. 재집계 과정에서 수가 증가한 것일 뿐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보니, 마치 지난해 4월16일의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다. 과연 앞으로 메르스에 대한 정부 발표를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메르스 루머 유포자를 색출하겠다며 엄포다. 메르스를 잡는 게 아니라 메르스에 대한 ‘루머’를 잡으려 드는 셈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선…
방송통신심의위 편파 심의 끝내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는 수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수용자에게 피해를 준 언론의 보도 행위를 제재하여 차후에 발생할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방송으로서는 불편하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심의가 언론의 본질적 활동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게 헌법 37조 2항의 의미다. 그런데 방심위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JTBC의 ‘다이빙 벨 보도’나 KBS ‘추적 60분’의 천안함 보도에 대한 심의·제재는 그 한 예이다.세월호 참사 초기에 희생자 수색이 지극
언론의 공정성
언론의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될 수 있을까. 최근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2012년 친정권적 인사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싼 MBC 노조의 파업은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다. 항소심은 “공정방송 실현은 사측뿐 아니라 실제로 방송 보도, 제작, 편성을 담당하는 방송사 내부 구성원 모두가 주체”라고 판시했다. 나아가 “방송의 공정성이 준수됐는지는 주권자이자 국민인 시청자가 판단할 몫”이라고 언급했다. 1심 배심원들의 판단에 대해 “배심원들은 방송을 보고 그 공정성 준수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잡초 제거론
‘도시농부’라며 집근처에 텃밭을 마련해 농사를 지은 지가 올해로 6년째다. 농사의 ABC를 알아가고 있다. 5월 중순부터 잡초를 제압하지 않으면 농작물보다 우월한 속도로 자란다. 출장으로 2주 연속 주말에 들여다보지 못하면 3주째의 텃밭은 잡초가 무성하다.공부나 세상살이에 요령이 있듯이 잡초제거에도 요령이 있다. 일단 비가 온 다음날에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형 잡초는 뿌리를 깊게 내렸기 때문에 땅이 단단하게 굳어 있을 때 두 손으로 잡아 뽑으면 어깨에 근육통이 생길 뿐 ‘근원’인 뿌리까지 제거하기가 어렵다. 비 온 뒤
저널리스트와 직업윤리
성완종 게이트 도중에 발생한 경향신문과 JTBC 간의 갈등에서 우리는 ‘언론의 직업윤리’라는 화두를 전달받았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전문직업인이자 봉급생활자이고 공공의 파수꾼 역할까지 부여된 저널리스트에게 직업적 윤리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윤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윤리는 저널리스트 개인의 정직성과 양심에 의해 구성된다.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고민하고, 사실을 사실로 인정해 그 앞에서 정직하고, 양심에 꺼리는…
퓰리처상과 언론, 오케스트라
# 지난 20일 한 언론사에서 정치부장으로 일하는 친구와 저녁식사를 했다. 뒤에 친구의 상사인 국장과 바로 아래 후배인 차장도 합류해 넷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밤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전화가 왔다. 그들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로 복귀했다. 나는 “사의를 표명할 거면 좀 일찍 하지 왜 새벽에 해서 기자들을 고생시키나”라고 그들을 ‘위로’하며 배웅했다. 그날 정치부 기자들 중에 제대로 잠을 잔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퓰리처상을 받았더라도, 당신의 가치는 마지막에 쓴 기사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