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대신 언론 잡는 정부
청와대가 메르스 보도와 관련해 신문사 편집국장에게 모욕적인 전화를 하고, 광고를 통한 언론 길들이기를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 언론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16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박현동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방문 기사와 관련해 김 수석이 “그게 기사가 되느냐”고 따졌다는 것이다.이미 출고된 기사에 대해 ‘기사가 되냐’고 지적하는 말은 기자 고유의 업무와 편집권에 대한 도전으로 언론사 내부에서조차 극히 자제하는 표현인데 취재원으로부터 편집국장이 이런 말을 듣는
‘천재소녀’ 소동, 부끄러운 언론
‘천재 수학소녀’ 소동의 뒷맛이 쓰다. 한국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받아쓰기’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또다시 드러난 사건이었다.발단은 미주지역 한 매체의 지난 2일 보도였다. 수재들만 입학한다는 미국 모 고교에 재학 중인 김 모양이 명문으로 손꼽히는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서 동시에 입학허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교육열 높은 한국사회에는 ‘신데렐라’같은 이야기였다. 국내 언론들이 소식을 재빨리 받아 대서특필했다. 김 양과 그의 아버지는 화제의 인터뷰 주인공이 됐다.이 과정에서 김 양의 주장을 검증 취재한 언론은 없었다. 합격 여
새출발 한국일보, 언론의 역할 다하길
지난 2년간 사주 고발, 편집국 폐쇄, 법정관리 등 고비를 넘기고 동화기업에 인수합병된 한국일보가 9일 재창간 선포식을 열었다. 61년 역사의 한국일보 재출범은 그저 한 종합일간지의 사주가 바뀌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청산 위기를 넘기고 한국일보가 정상화되기까지는 한국일보 구성원들의 노력 외에 사회적 지지와 성원이 뒷받침됐다. 그런 만큼 언론의 역할에 대한 책임과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할 수 있다.한국일보 사태는 여러모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이례적이고 기적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2년 전 한국일보는 노조로부터 고발당한 전
포털은 ‘검색어 장사’부터 손떼라
선정적 헤드라인, 기사 베끼기, 검색어 장사, 어뷰징, 가십성 연예기사 남발…. 포털 뉴스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실시간 검색 뉴스를 미끼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광고로 수익을 얻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포털과 언론의 암묵적 공생은 시장의 황폐화를 불렀고, 결국 사이비 언론을 키웠다. 사이비 언론은 ‘쓰레기’ 취급을 받지만 트래픽을 올리며 돈을 챙기고 있다. 일부 중앙언론사닷컴들도 ‘기사 쓰는 알바’들을 고용하며 트래픽에 목매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시절이다.그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앞으론 뉴스 서비스 제휴업체의 자격
‘포럼 장사’에 동원되는 기자들
기자(記者)의 사전적 정의는 ‘기록하는 자’다. 풀어 쓰면 ‘신문·잡지·방송 등에 실을 기사를 취재하여 쓰거나 편집하는 사람’(국립국어원 정의)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사의 행태를 보면 ‘기자’에 ‘자사 행사의 인사 초청을 담당하고 모객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정의가 추가된 듯 하여 착잡하다. 주요 언론사를 포함한 다수 신문 매체의 최근 1면을 보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지난 20일과 21일 주요 일간지 3개사의 1면은 모두 자사 주최 포럼의 외빈들이 원탁에 앉아 박수를 치거나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1면거리
연합뉴스 인사탄압 멈춰야 한다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의 행보가 거침없다. 편집권 보장 장치인 편집총국장제를 폐지하더니 이번엔 전임 노조 간부 등을 지방으로 발령내는 ‘보복 인사’를 지난 15일 전격 단행했다. 회사는 인사권이 고유한 권한이라며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2012년 노조위원장을 맡아 공정보도 사수를 위한 103일 파업을 이끈 공병설 기자의 지방 발령은 인사 횡포에 가깝다. 파업 직후 6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이미 받은 바 있는데, 한마디 협의도 없이 사흘만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지방으로 떠나라는 비인간적 조처는
여성혐오적 언어 부추기는 언론
지난 4월25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티라노의 무는 힘, 노처녀보다 세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후기 백악기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무는 힘이 악어의 2배에 달한다는 과학 기사였다. 그런데 제목으로 뽑은 ‘노처녀’와 ‘무는 힘’의 상관관계에 대한 언급은 본문 어디에도 없었다. 결혼적령기를 넘긴 여성에게 먹잇감처럼 잘못 걸리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는 남자들의 사석 농담이 여과 없이 제목으로 붙은 것이다. 부적절했다.지난 5일 연합뉴스는 부산의 불법 주정차 실태를 고발하는 사진전 소식을 전하면서 ‘김여사가 따로 없네’라는 제목
안광한 MBC 사장 대법원 상고 염치없다
노동절과 주말이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우리 언론사에 중요한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이 2012년 MBC 노동조합의 파업은 방송의 공정성을 위한 것이어서 정당하고, 이에 따른 징계는 모두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결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과 박성호 전 기자회장 등 6명에 대한 해고는 물론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내린 노조원 44명에 대한 징계도 모두 무효임이 재확인됐다. 법원은 ‘방송 공정성은 언론의 의무이며 이를 지키기 위한 파업은 정당하다’는 기념비적인 1심 판결에 이어 ‘절차상 다소 미비한 점이 있어도
종편의 ‘황당뉴스’ 우려스럽다
한국의 언론 자유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30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국보다 하위 순위의 국가는 헝가리, 그리스, 멕시코, 터키 등 네 곳 정도로 OECD 국가라고 보기엔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나라들이다.‘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 Without Borders)’는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180개 조사 대상 국가 중 60위로 평가했다. 2013년 50위, 2014년 57위였으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매년 순위가 하락한 것이다.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한 나라 민주주의 정도를 파악하는 중요한 척
‘성완종 리스트’ 총리 사퇴로 끝나선 안된다
직장인 단골 점심 메뉴인 김치찌개와 야근할 때 한잔씩 마시는 비타500. 큰 부담 없이 먹고 마실 수 있는 서민의 식사이고 음료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평범한 음식도 해괴한 모습으로 둔갑한다.“기자가 지가 죽는 것도 몰라. 어떻게 죽는 지도 몰라.” 조폭들이나 할 법한 말을 국무총리 후보지명자가 기자들을 불러놓고 했다. “청문회에서 흠이 나와도 김치찌개 먹고 도와달라”며 ‘확인사살’도 잊지 않았다. 김치찌개로 기자를 협박한 정치인이었던 이완구 국무총리는 20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비타500 박스에 든 3000만원을 받은 의혹에
세월호 1년, 언론의 길을 묻다
1년 전 오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수학여행 단꿈에 부풀어 있었다. 이튿날, 어린 친구들을 태운 세월호가 맹골수도 바닷속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평온했다. 비보는 언론의 오보로 성난 파도를 만들었다. 한가닥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며, 언론은 ‘기레기’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이어졌다. 재난보도에서 속보경쟁을 버리자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그로부터 1년 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품은 단원고 교실 책상마다 꽃들이 놓였다. 세월호가 가라앉으며 엄마 아빠들 웃음도 사라졌다.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 삭발을 했다.…
‘일베기자’ 임용, KBS를 다시 생각한다…
공영방송 KBS에 마침내 일베 기자가 탄생한 모양이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 여성협회 등 11개 내부 단체의 한결같은 반대를 무릅쓰고 KBS 조대현 사장과 경영진은 문제의 수습기자의 정규사원 임용을 강행했다. 물론 회사측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일베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면에 옮기기조차 힘든 반인륜적 게시글 6000여건으로 인터넷 공간을 어지럽혔다고는 하나 입사 전의 일이라 법리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는 말도 들린다.그러나 우리는 KBS 내부 구성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주목하고자 한다. 일베 수습사원의 임용이 결정된
연합뉴스를 국영통신으로 만들 셈인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7일, 연합뉴스에선 이른 아침부터 국기게양식이 거행됐다. 개인적으로 태극기에 대한 예를 나타내고, 나라사랑의 마음을 다짐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겠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의 회사원들이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했다.알고 보니 신임 박노황 사장이 연합뉴스와 계열사의 간부들에게 국기게양식 참석을 지시하면서 이뤄진 행사라고 한다. 국기게양식은 애국가 1절을 함께 부른 뒤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사장 인사말을 듣는 것으로 끝
광고협찬 이전투구 도 넘었다
다음달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다. 언론은 당시 무분별한 취재경쟁으로 유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후 재난보도 지침까지 만들며 신속보다 정확한 보도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는 참혹한 현실 앞에 반성과 자정을 약속한 것이었다.최근 MBN 미디어렙의 광고 영업일지 공개는 또 한번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한다. 언론의 약탈적 영업이 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기자를 동원해 광고영업을 하고, 방송 편성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경제부 ㅊ부장이 광고주와 미팅’ ‘기자…
대전일보, 정론 말할 자격 있나
지난 12일 대전일보 노동조합 개소식에 참석한 손님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전일보 사측이 내준 노조사무실은 사방이 콘크리트 벽으로 꽉 막힌 지하실에 사무집기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사무실이 비좁아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사무실 앞 계단과 엘리베이터 앞 바닥에 쪼그려 앉아 개소식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고사상’에 절하면서 이렇게 참담한 적이 없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창문 하나 없는 4평 규모의 지하 공간을 노조사무실로 내줄 정도로 사측은 노조에 적대적인 모습이 역력하다. 대화하고 소통하자는 노조의 요구에 눈 감고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