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깔창 생리대’ 뉴스는 인권문제로 주목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처음 보도한 박효진 국민일보 온라인팀 기자는 “보도의 파장이 이정도일 줄 생각도 못했다”며 “온라인 기사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팀 소속 기자로는 이례적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기사는 댓글에서 시작했다.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는 기사에 달린 ‘저소득층 소녀들은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 휴지, 신문지로 버틴다’는 댓글이 눈에 들어 왔다. “생리대에 신발 깔창이라니… 설마 했죠. 사실이
“하은이 사건으로 인권전문기자 꿈꾸게 돼”
불가능할 것 같았던 도전을 2년차 새내기 기자가 해냈다. 기자로 일하는 동안 한 번도 받기 어렵다는 이달의 기자상을 한꺼번에 두 번이나 수상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지적장애 13세 하은이 성매매 둔갑 판결’과 ‘구의역 사고 배후, 메피아 계약’ 기사다. 김광일 CBS 기자는 수습을 뗀지 1년밖에 안된 어린 기자지만 사내 선배들 사이에서는 ‘믿고 맡기는 후배’로 알려져 있다. “중학교 때부터 오지랖 넓고 훈수 두는 걸 좋아했어요. 이런 걸 살리면 좋겠다 싶어 기자가 돼야겠단 생각을 했죠.” 다른 사람들의 사정에 관심을 갖고 해
“친구 같은 농구에 푹 빠졌죠”
학교 운동장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여덟 살 소년. 어느 날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간 잠실야구장에서 “마치 광야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박세운 CBS노컷뉴스 기자가 스포츠에 빠진 건 그때부터였다. 학창시절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릴 땐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경기만 봤다. 농구대잔치, 미국 프로농구(NBA)까지 섭렵했다. “NBA에서 LA레이커스 매직 존슨 선수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206cm 거구인데도 코트를 날아다녔거든요. 농구가 더 좋아졌어요. 그렇게 ‘농구 덕후’가 됐죠.”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아 스포츠 기자가 됐다.…
“YTN 치열한 모습 부족하고 자기검열 팽배”
“YTN만의 독특한 맨파워가 있고 건전함, 그리고 활력이 있거든요.” 박진수 YTN 신임 노조위원장의 애사심은 남달랐다. 26일 상암동 YTN에서 열린 집행부 출범식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한 그는 연신 변화와 통합을 강조했다. “언론이 망가지면 사회도 무너지는 겁니다. 기업에 노동자와 경영진이 있다면 사회에는 정부와 언론,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고 사회를 상식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보수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 상식의 문제로 봐야 하는 거죠.” 지난
“사람 향한 글쓰기 계속할 겁니다”
“칼럼 쓰고 싶습니다.” 지난 2014년 2년차 편집기자는 샘플 원고를 들고 디지털미디어부장을 찾았다. 글을 쓰고 싶어서였다. 현장에서 쓰는 기사는 아니더라도 내 생각을 글로 잘 풀어낼 자신이 있었다. 원고를 검토한 국장과 부장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온라인 칼럼 ‘1일1식(識)’을 매일 연재하는 김나영 서울경제 기자의 이야기다. “친구와 함께 ‘직장인의 4대 비극’을 낸 직후였어요. 사람과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 등 셰익스피어 작품 속 인물을 다양한 인간군에 빗대 책을 썼죠. 그러다보니 칼럼도 욕
“남성 위주 조직문화·취재관행 등 여기자 저평가 요인 바로잡겠다”
1961년 설립된 한국여기자협회는 2004년부터 사단법인으로 탈바꿈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현재 25개사·1100여명의 여기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여기자협회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비상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원대한 포부보다는 회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통해 여기자들의 권익 증대는 물론 역량 향상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지난달 말 취임한 여기자협회 채경옥 신임 회장(매일경제 논설위원)은 2년 임기 동안 여기자들이 사회 안팎에서 저평가되는 구조적 문제점 등을 바로잡는 데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채 회장은 “여
“순수함이 살아 있는 곳, 아프리카를 알리고 싶습니다”
올해 초 연합뉴스는 이스라엘, 쿠바, 아프리카 등에 단기특파원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지리적으로 먼 이들 나라의 정치·사회·문화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입사한 지 만 4년을 갓 넘긴 김수진 연합뉴스 기자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손을 번쩍 들었다. 아프리카 대륙 이곳저곳을 취재하는 순회특파원 자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은 한 나라에 불과하지만 아프리카는 대륙이잖아요.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50여개국이 아프리카에 모여 있는 만큼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포부는 당찼지만 사실…
“미생(未生) 같았던 바둑의 인연, 기자생활로 완생(完生)하렵니다”
꿈 많던 8살 소녀는 바둑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아마추어 5~6단)의 권유로 집 근처 바둑학원을 다녔다.소녀는 입문한지 몇 개월 안 돼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정’급(바둑대회는 실력에 따라 갑, 을, 병, 정으로 나누어짐) 전국대회지만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이를 계기로 대전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김원 프로 7단이 운영하는 ‘김원 바둑 도장’ 10명의 수련생 중 한 명이 됐다. 김원 바둑 도장은 국내에서 3대 바둑 도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후 대전지역 여성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 트로피를
말랑말랑한 정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더불어민주당 공보실에서 주는 김밥은 밥이 질지 않고 시금치와 당근 등 재료의 본 맛이 담백하게 느껴진다. 반면 당 대표실 김밥은 느끼하고 식감이 좋지 않다. 마른 밥알에 미원으로 간을 더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밥도 꽤 맛있다는 소문이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정치부 말진(막내기자), 고승혁 국민일보 기자에게는 국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기록거리다. 당에서 제공하는 김밥과 아메리카노를 비롯해 국회의원들 저마다의 말의 빠르기, 정치인의 컬러링 등이 그에게는 신선한 글감이고, 기사에 채 담지 못한 뒷이야기,
“오아시스 같은 글 쓰고 싶어요”
양변기는 왜 흰색일까? 천장 마감재로 쓰는 석고보드에는 왜 지렁이 무늬가 있을까?신아름 머니투데이 기자의 칼럼에 그 답이 있다. 그는 가구, 그릇, 벽지, 시멘트, 타일 등 ‘시시콜콜’한 인테리어 이야기를 담은 ‘신아름의 시시콜콜’을 3년째 연재 중이다. 그는 송정열 머니투데이 중견중소기업부장의 제안으로 칼럼 연재를 시작했다. 이 부서는 2013년 신설되면서 산업1부가 담당하던 건축자재 등을 맡게 됐다. 그동안 비중이 작았던 분야였기에 송 부장과 신 기자 등 부원들은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전략을 고민했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
“호기심 많은 기자에겐 와인이 제격이죠”
“회식은 소맥? 이제 와인 어때요? 호기심 많은 기자에게 딱 맞는 술이 바로 와인입니다.”‘와인 애호가’ 최현태 세계일보 체육부장은 회식에서 소맥 폭탄주 대신 와인을 마신다. 1992년 기자가 된 후 사회부, 정치부 등 숱한 부서를 거치며 “폭탄주 몇만 잔은 마셨을 것”이라는 그는 “술잔을 거부할 수 있는 짬밥이 되자마자 폭탄주를 끊었다”고 했다.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예요. 이 한 병엔 역사와 문학, 문화, 철학, 음악, 시… 모두 담겨있죠. 와인을 마시면 궁금한 게 많아져요. 포도 품종부터 산지, 와이너리 역사, 양조가는 어
택시기사로 변신…4·13 총선 민심을 읽다
‘택시’는 민심의 풍향계로 불린다. 턱 밑까지 차오르다 억누르는 ‘말’도 택시 안에서만큼은 무장 해제되기 때문이다.심지어 가까운 지인한테도 숨기는 정치적 성향조차 여과 없이 표출되는 곳이 택시다. 한 평(3.3㎡)도 안 되는 택시 안이 서민들의 ‘대나무 숲’으로 불리는 이유다.중앙일보 사회2부 이슈팀은 지난달 28일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배를 짚어보기 위해 ‘보이스 택싱(Voice Taxing)’을 선보였다. 보이스 택싱은 큰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기자가 직접 택시를 운전하며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연중 기획물이다. 이를 위
세상에 지지 않는 청년을 응원하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고달프다. 숨 막히는 스펙 경쟁과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다 겨우 구한 일자리는 저임금과 비정규직. 그게 아니더라도 청년들은 ‘사축(社畜)’이 되어 장시간의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수천만 원의 대학등록금과 높은 주거비 앞에서 또 한 번 절망한다. 청년들이 그 ‘푸름’을 만끽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진부한 소재가 됐지만 경향신문은 올해 창간 70주년을 맞아 ‘청년’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대다수의 보통 청년이 겪고 있는 문제에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끝난…
“취재원과 나눈 문자·전화도 무차별 수집”
방준호 한겨레 기자는 지난달 10일부터 정보기관의 무차별 통신자료 수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방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통신자료 속의 개인정보가 다른 민감한 정보도 파악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특히 기자들은 취재원 보호 관점에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방 기자와의 일문일답.-방 기자도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확인해봤나.나도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받아봤다. 총 2건이었는데 서울지방경찰청과 마포경찰서에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통신자료를 받아갔다. 1
“삶에 대한 공감이 희망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딸은 결혼 전날 밤 아빠에게 편지를 남기려다 아빠의 노트북에 담긴 일기를 보게 된다. 아빠의 일기는 10년에 걸쳐 쓴 딸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그리고 동시에 자살을 결심한 아빠의 유서였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지만 IMF를 겪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서서히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났던 아빠, 아니 아빠들의 인생과 외로움. 윤희일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이 2014년 12월 출간한 에세이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의 내용이다. 펴낸지 1년도 더 된 책의 이야기를 꺼낸 건 그의 책이 최근 중국과 대만의 출판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