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분석
“기자님, 아직도 하세요? 정말 징하네요” 한 기초의회 사무처 직원의 불만 섞인 농담이 기억납니다. 시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3년 전부터 분기마다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정보공개청구로 감시해오고 있습니다. ‘왜 하필 국회도 아니고 기초의회를 감시하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국회의원은 이미 언론과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추진비, 정책개발비, 정치후원금 등 대부분의 예산 집행을 감시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기초의회는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기초의회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숨어서 혈세인 업무추진비를
돌고 도는 폐기물… '불법의 고리' 추적
지금, 포털에 ‘불법 폐기물’을 검색하니 6만5000개 넘는 기사가 쏟아집니다. 이 중엔 제가 쓴 것도 꽤 있습니다. 사실 불법 폐기물은 어디나 널려있고, 대충 규모가 된다 치면 그때마다 부단히 쓰레기 산에 기어올랐습니다.‘불법 폐기물에 불이 나고, 투기범은 달아나고.’ 문득 든 기시감에 처음엔 사건을 낮잡았습니다. 거기서 거기인 폐기물 기사가 떠올라, 참고하려, 예전 쓴 기사들을 죽 훑었는데 어쩐지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화면 속에서 저는 한껏 찌푸리고 쓰레기를 들어 올렸으나, 늘 그러고는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작정하고 ‘김…
고적과 식민지 관광
취재는 ‘왜 우리 성은 사라져가고 왜성은 살아남았을까’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자신들의 전승지 위주로 고적(古蹟)을 지정해 문화재로 보호했고,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우리의 많은 성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혼란기에 사실상 거의 다 파괴됐습니다. 이번 방송은 광복절을 맞아 우리 문화재 속 일제 침략 유산을 주제로 마련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재 체계의 근간이 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고적 지정 과정을 쫓았습니다. 더불어 식민지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과 연구 없이 관광자원화라는 근시안적…
JTBC '이스타항공 이상직 일가' 보도… 편법증여 의혹, 배임 등 문제점 입체적으로 보여줘…
359회 이달의 기자상은 근래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언론사간, 중앙과 중앙, 지방과 중앙, 지방과 지방간 수상 경합이 치열했다. 코로나 2차 팬데믹 조짐과 그로부터 파생된 정치·경제·사회 이슈들, 잇따른 수도권의 수돗물 파동, 늘 문제로 대두되는 비리 의혹 사건 같은 기본적인 이슈들 외에도 일선 기자들의 이슈에 대한 속보 취재와 언론사로 날아드는 제보들, 신선하면서도 밀도 있는 기획취재까지 더해져 지면과 방송전파를 통해 다뤄지는 기사량이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탓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취재보도와 기획보도 등 이달의 기자
검찰·국세청 고발 이끈 '이상직 일가 의혹'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 순간에도, 노동자들은 국회 앞에 모였습니다. 나 몰라라 하던 이상직 의원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습니다. 상식의 문제입니다. 2015년 말, 당시 10대와 20대였던 이 의원 아들딸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습니다. 직후 사모펀드 등에서 약 100억원을 빌려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인수했습니다. 누가 한 걸까요.이스타항공 2대 주주 역시 페이퍼컴퍼니였습니다. 회사 대표는 이 의원의 형입니다. 그는 자신이 대표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유명 갈비업체 송추가마골 고기 빨래
영상 내용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버려야 할 고기가 새 고기로 둔갑하는 과정이 담겼습니다. 폐기해야 할 고기를 소주와 새 양념에 헹궈 파는 행위를 직원들은 ‘빨아 쓴다’는 은어로 불렀습니다. 대형 갈비 체인 송추가마골의 지점에서 벌어진 ‘고기 빨래’ 사건은 한 직원의 용기 있는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생생한 제보 영상들을 손에 쥐고도 쉽사리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큰 파장이 내다보였기에 정확한 보도를 위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영상이 만들어진 경위, 영상에 담기지 못한 ‘고기 빨래’ 과정의 전모, 이런 재가공 행위의
국내 첫 수돗물 유충 사태
욕실에서 5살 첫째가 물었다. “아빠 치카 물 마셔도 돼?” 아이는 양치 후 입을 헹구고도 수돗물을 머금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안 된다”고 했다. 나조차 수돗물을 작정하고 마셔본 기억이 없었다. 어릴 때 양치를 하다가 수돗물이 식도로 잘못 넘어간 적은 있다. 커서는 매달 돈을 내며 쓰는 정수기가 집에 있는데 굳이 수돗물을 들이켤 이유가 없었다. 내가 하지 않은 행위를 딸에게는 해도 된다고 할 아빠는 없다.요즘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고도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은 안전하니 마셔도 된다고 홍보한다. 서울시는 ‘아리수’를,…
내일의 대학, 대학의 내일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온라인강의는 대학가를 점령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국내 4년제 대학 10곳 가운데 9곳이 온라인강의만으로 한 학기를 마쳤다. 대학마다 혼란이 이어졌고, 학생들은 급기야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잦은 접속 불량과 과제 폭탄, 시험에서의 부정행위까지 온라인강의로 맞닥뜨린 현실은 부정적인 것 투성이다. 그러나 과연 온라인강의가 문제일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온라인강의의 효용성과 낮은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반복해서 강
어린이집-위탁운영 업체 리베이트 실태
어린이집은 가장 깨끗해야 합니다. 일단 위생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아이들의 건강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은 또 다른 측면에서 가장 깨끗해야 합니다. 즉, 운영이 투명해야 합니다. 비리, 리베이트가 없어야 합니다. 원장과 보육교사들은 가장 깨끗한 마음가짐이어야 합니다. 정직함과 떳떳함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태어나 가장 먼저 사회생활을 배우는 곳이 어린이집입니다.어린이집 위탁운영 업체 비리 실태를 접했을 때, 이 점이 가장 마음 아팠습니다. 아이들에 부끄럽지 않을까? 매일 보는 아이들에 미안하
기후변화의 증인들
환경 분야를 취재하며 환경은 참 ‘뒤로 밀리기 쉬운’ 이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새로운 사건 사고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체로 새롭지 않(아보이)기 때문입니다. 환경 문제를 다룬 기사들은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이 많습니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는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떤 주제는 기존에 쌓인 팩트들을 모아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게 새 팩트를 찾아내는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획을 진행하며 느꼈습니다. 기후변화의 증인들은 아이템 선정과…
TV조선 '유망주의 극단적 선택' 보도, 가해자 법적 조치 가능케 한 수작
제35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 63편이 출품돼 1, 2차 심사를 거쳐 14편이 최종심사에 올랐다. 이 중 7개 부문에서 각 1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취재보도부문에서는 최종심사에 오른 4편의 보도 중 TV조선의 여성 철인3종경기 유망주의 극단적 선택…유족 “前 소속팀에서 가혹행위” 보도가 선정됐다. 특종 보도의 가치뿐 아니라 문체부의 진상조사와 경찰 수사,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가능케 한 입체적인 후속 보도로 완결성을 높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TV조선의 보도는 다수의 선행 보도에서 나타난 정형화된
여성 철인3종경기 유망주의 극단적 선택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가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말이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고, 딸의 억울함이 밝혀지지 않을까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의 불안은 그럴만했다. 6개월 동안 최 선수를 보호하고 지켜줬어야 할 기관들은 외면했다. 기관들은 꽃다운 유망주를 잃은 뒤에서야 ‘칼’과 ‘붕대’를 들었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최 선수가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그 문자를 받고 어머니는 최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많은 기자들이 최 선수
정부가 깔아준 다주택 꽃길
정부가 애를 쓰는데 집값은 왜 안 잡힐까. 취재는 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서 시작됐다. 정부 부동산 대책을 질타하는 목소리 중에는 민간임대주택사업 인센티브 제도가 원흉이라고 꾸준히 지적해온 학계와 시민단체가 있었다. 이들의 주장을 들었을 땐 다주택자를 경계하는 정부가 다주택자나 다름없는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막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왜 유지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부 의도대로 이들이 전월세 안정화를 도왔는지, 혹은 다주택 꽃길만을 깔아줬는지 증명할 데이터를 찾기도 힘들었다. 임대주택사업자 규모를 파악해 이들의 영향력을 실증해
'덕분에' 지키는 방역전선인데…
간호사 10명 중 7명, 코로나19로 부당 처우 당했다. 취재는 간호협회가 낸 이 보도자료 한 장에서 시작됐습니다. ‘덕분에 챌린지’ 이면이었습니다. ‘코로나 영웅’으로 칭송하면서 이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취재팀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선별 진료소의 간호사들을 찾았습니다. 서울, 인천, 대구, 거제 등 전국을 누볐습니다. 곳곳엔 ‘영웅’ 대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한 평범한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간호사들은 “다시 나서긴 솔직히 망설여진다”고 했습니다. 최전선에서 싸운 대구시 간호사들은 ‘코로나 수
대한민국 데프블라인드 리포트
눈과 귀가 닫힌 ‘데프블라인드’(De af-Blind)는 저마다의 우주에 산다. 보고 들을 수 없으니 바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타고난 지능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청각장애로 인해 언어를 학습하지 못했다면 그의 우주는 세상에서 고립된다.취재팀은 한 달여간 한국 사회와 단절된 국내 데프블라인드 133명의 존재를 확인해 26명의 당사자를 대전과 원주, 제주 등지에서 직접 만났다. 극소수의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자조 모임이나 복지관 등을 찾았고, 누가 어디에 사는 것 같다는 한마디를 단서 삼아 접촉을 시도했다. 구체적 신원이 파악되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