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갈등만 키우는 기자 징계 그만둬야
KBS가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2014년 길환영 전 사장 퇴진으로 귀결된 총파업 이후 가장 극심한 내부 갈등이다. 보도국 내부 게시판은 연일 익명의 가면을 쓴 비난과 비아냥, 인신공격의 싸움터가 되었다. 간부와 평기자, 서로 다른 노조의 조합원, 선배와 후배 등 기자 집단을 구획해 온 모든 경계에는 서로 다른 불신과 분노의 정서가 쌓여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이 모든 갈등은 전국언론노조KBS본부(이하 새노조)의 공정방송추진위 간사였던 정홍규 기자와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인 김준범 기자를 KBS 사측이 징계위에…
‘백종문 녹취록’ 어물쩍 넘어가선 안된다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 사태의 본질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부당해고’ 의혹이다. MBC 백종문 본부장은 녹취록에서 분명한 근거 없이 ‘괘씸죄’만을 이유로 파업에 참가한 직원들에게 해고는 물론 징계, 인사보복의 칼날을 휘둘렀음을 자인했다. 2. ‘부당거래’ 의혹이다. MBC의 핵심 인사들은 특정 매체의 보도에 감사해하면서 지속적인 정보 제공을 약속했고 해당 매체 인사를 회사의 대표적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시켰다. 또 해당 매체 등에 대한 실질적 재원 마련 방안까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3. ‘부당개입’ 의혹
아리랑TV사장 ‘호화 출장’ 대충 덮어선 안돼
또 터졌다. MBC ‘부당해고 실토’ 녹취록 파문에 이어 아리랑TV 사장의 ‘초호화 해외 출장’ 의혹이 터져 나왔다. 경향신문과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면, 방석호 아리랑TV 사장의 ‘황제 출장’은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어섰다. 방 사장은 작년 박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생중계 임무를 맡은 미국 출장 때 한 끼에 10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고, 하루 대여비가 1000달러에 달하는 리무진을 빌려 명품 쇼핑몰을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방 사장이 식사를 했다는 인물들은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방 사장 측은 경비 허위기재에 대해…
MBC는 부당해고 진실 낱낱이 밝혀라
MBC가 2012년 노조파업을 빌미로 증거도 없이 기자와 피디를 해고했다는 녹취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가 최민희 의원실에서 입수해 보도한 녹취파일을 보면, MBC 임원의 노조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부당해고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2014년 징계무효 소송 1심 패소 뒤 극우매체 인사와 함께 한 자리에서 “박성제하고 최승호는 증거불충분으로 해서 기각한다…그럴 것을 예측하고 해고시켰거든. 그 둘은 왜냐면 증거가 없어”라며 소송에서 질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해고시켰다고 시
언론사 디지털 개혁, 건투를 빈다
2016년 새해 접어들면서 언론사들이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을 향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면 중심의 제작회의를 탈피해 온라인 기사를 중심으로 발제, 출고하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중앙일보는 주간 및 월간 시사매거진 취재조직을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포함해 지난해 마련한 디지털 혁신안을 실행 중이다. ‘한겨레21’은 카카오쇼핑몰에 입점해 유료독자를 늘리는 실험에 나섰다. 클릭수 만으로는 언론사의 생존을 담보할 만한 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이다. 어느 때보다 깊은 위기감에서 시작된 혁
뉴스제휴평가위에 거는 기대와 우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기준을 발표했다. 기사 어뷰징으로 인해 미디어 환경이 갈수록 혼탁해지자 개선책을 마련한 것이다. 제재 기준으로 중복 및 반복기사 전송, 추천 검색어 남용, 실시간 뉴스 영역 남용, 기사로 위장된 광고, 선정적 기사 등 10가지를 제시했다.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제재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포털 뉴스를 정화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하지만 우려스러움과 아쉬움이 있다. 제휴대상 매체 기준으로 정한 ‘5인 이상 사업자’만 해도
한 줄의 팩트 찾아 현장을 달리자
‘혼용무도(昏庸無道)’. 나라가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러웠던 2015년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붉은 원숭이의 해라는 병신(丙申)년이다. ‘복 많이 받으시라’는 새해 인사마저 인색해진 요즘 우리 기자사회는 원숭이 같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연말을 맞아 한 미디어매체에서 공영방송 PD들을 불러 방송현실에 대한 좌담회를 했는데 PD들이 복면을 쓰고 진행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복면좌담회. PD가 방송을 얘기하는데 테러리스트 같은 복장을 해야 될 정도인 우리의 언론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다.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가만히 있으라”는 KBS 보도국 간부들
“기자협회장의 특정기사 보도 요구는 의견제기가 아니라 압력이었고, 명백한 편집권 침해이다.” 17일 KBS 보도국 국·부장단이 낸 성명서 한 대목이다. 이병도 KBS 기자협회장이 전날 아침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청문회 마지막 날인 만큼 9시 뉴스에 보도를 하는 게 좋겠다”라는 발언을 비판하면서다. 정치권 등 외부 세력의 부당한 보도 개입도 아니고 평기자 대표의 제안을 ‘압력’으로 몰아붙이는 국·부장단의 어이없는 행태는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기자들이 좋은 뉴스를 보도하기 위해 데스크에 제안하고 요구하고 심할 때는 얼굴을 붉히고 싸우
인터넷 비판여론까지 차단할 속셈인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뿌린 환경운동가 박성수씨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7개월째 구치소에 갇혀 있다. 박씨는 오는 22일 대구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공판을 받을 예정인데 검찰은 그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공교롭게 박씨가 뿌린 전단지는 ‘대통령 비판도 못하는 사회’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대통령 자신이 명예훼손이라고 직접 고소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으며 검찰은 그를 구속하고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과 경찰의 조치는 그가 뿌린 ‘대통령 비판도 못하는 사회’란 전단지의 내용이 사실임을 역
‘정부 대변인’으로 전락한 언론
최근 중앙언론사 한 곳이 국방부 정책을 홍보하는 대가로 1억원을 받고 기사를 써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언론이 국방부 홍보대행사와 맺은 약정서를 보면 충격적이다. 월 1회 이상 종합면에 7회에 걸쳐 1500자 내외 ‘면 톱’으로 싣는 것으로 꽤 구체적이다. 이 언론이 지면에 썼던 기사들은 ‘지지율 15% 오른 박 대통령, 군복 대신 카키색 재킷’ ‘군, 메르스 때 환자 이송 전시계획 따랐다’ ‘문경 군인체육대회, 국제대회 본보기 됐다’ 등으로 국방부 홍보기사가 대부분이다.기자협회보가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실로부터
뉴스 유통 다변화, 강건너 불구경 아니다
종이매체 기자들은 각 사에서 ‘부수확장 캠페인’이 시작되면 골머리를 앓는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뉴스 소비가 대세로 굳어진 마당에 주변 사람들에게 ‘종이신문 구독’을 부탁할 염치가 없어서다. 자발적인 종이신문 신규 구독자를 찾기란 ‘엄동설한 산딸기 찾기’ 격이다. 수익모델이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언론사의 구태의연한 대응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종이신문 독자의 급감은 수치로 거듭 확인된다. 가장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이신문을 본다는 응답자는 2009년 74.3%에서 2015년 43.1%로 거의 반
EBS도 ‘국정화’하겠다는 속셈인가
KBS가 사내 게시판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직원을 해고했다. 직원이 뉴스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참고하고 개선하면 될 일이지만 KBS는 그런 말을 더 이상 못하도록 아예 막아버렸다.MBC에선 타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기자들이 정직 기간을 마친 뒤 법원에서 ‘정직 무효’를 선고받자 또다시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미 3개월의 정직을 마친 기자들이 대법원 승소 이후 추가로 한 달 더 정직기간을 갖게 된 것이다. MBC 경영진이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폭거를 자행한 것이다. MBC에선 징계를 받은…
정치와 언론의 경계, 최소한은 지켜야 한다
미국 법정드라마 ‘굿 와이프’에는 유명한 방송 진행자가 주 검사장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정치라는 아레나를 거의 독차지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도전 격이다. 다른 후보들은 찔끔 긴장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언론인 출신이 정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새라 페일린도 원래는 지역 방송기자 출신으로 정치에 첫 발을 디뎠다. 보수성향의 정치 칼럼니스트 패트릭 뷰캐넌은 언론인과 정치인의 경계를 넘나든 것으로 유명하다. 닉슨 행정부를 거쳐 1980년대 중반 레이건 집권 때 백악관 대변인을 지
KBS ‘훈장’ 방영, 그렇게 두려운가
“선배, 쪽팔리게 살지 맙시다.” 영화 ‘베테랑’의 대사를 패러디한 이 냉소적인 한마디는 지난달 8일 KBS 보도본부 ‘보도정보시스템’ 게시판에 익명으로 게시된 댓글 가운데 일부다. 댓글이 달린 원문은 탐사보도팀 이병도 기자가 ‘훈장 2부작’ 방영을 촉구하는 ‘무엇이 그리 두렵습니까!’란 제목의 글로, 불방 과정의 공방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글의 말미에서는 “무엇이 그리 두렵습니까? 이번 취재 과정에서 보인 국장과 부장의 태도는 안절부절과 도망다니기였습니다”라고 적시하며, 불방의 책임이 전적으로 보도 책임자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디지털 역량 왜 기자에게 떠넘기나
방송, 라디오, 신문을 불문한 많은 전통매체들이 자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재교육을 서두르고 있다. 웹을 넘어 모바일 중심으로 뉴스 콘텐츠의 소비 플랫폼이 급격하게 이동하는 현실을 피부로 체감하는 데 따른 대응이다. 종이신문 구독률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더불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고, 라디오는 팟캐스트와 스트리밍 서비스에 위협받고 있으며, 방송은 채널 다변화를 넘어 ‘N스크린’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디지털은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 기사 어뷰징으로 페이지뷰를 올리는 ‘꼼수’는 장기전략이 될 수 없다. 저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