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기자들 권한 강화가 언론자유 요체”
지난달 30일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박준동 기자는 입사 23년차 고참이다. 1999년 노조 전임 사무국장까지 맡았던 터라 굳이 나서지 않아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천명의 나이에 노조 전임의 부담을 스스로 짊어진 것은 지금이야말로 언론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봤기 때문이다.“기레기라고까지 조롱받았던 기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최순실 게이트 보도로 크게 바뀌었습니다. 검찰도 정치권도 못한 일을 언론이 했으니까요. 언론인들은 ‘우리가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책임감을 느껴야…
“속보 재촉은 비효율…심층 콘텐츠 집중”
“보수-진보 이념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는 사안을 균형감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일보는 공정하다, 건강하다’는 신뢰를 쌓아가겠다.”취임 한 달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 신종수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독자의 신뢰도를 높이고 활기찬 편집국을 만들어 질적 전환을 이루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국장은 취임하자마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신없이 한 달을 보냈다”고 했다. 편집국장 임명 전 종교국장을 지낸 그는 “기독교의 핵심 가치는 공의와 사랑”이라며 “공의(公義)가 없으면 사랑도 이뤄지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공의롭냐 그
“좋은 기사 이슈화해 공유…그게 뉴스의 길”
“언론의 문제를 얘기할 때 보통 정치적 편향성만 다루잖아요. 정보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저는 다양성이 결국은 정치 편향성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공유돼야하는 뉴스는 이슈여야 하고, 그 이슈에 집중하는 게 진정한 뉴스의 길이라는 걸 일파만파를 계기로 알게 됐으면 합니다.”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지난 17일 공개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일파만파’의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일파만파에 친구 신청을 하면 시민편집단이 되는데, 이들이 골라낸 뉴스를 어플과 페이스북 통해 유통하는 방식이다. 그간 포털에…
중계차 길 내주고, 장갑 쥐어준 시민들 고마워
100만 촛불로 광화문이 물들었던 그날, 오마이TV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기 있었다. 타사 기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났어도 16시간이나 현장을 지켰다. 집회 내내 오마이TV가 포털 검색 1위에 올랐고 생중계 조회수는 430만건을 기록했다. 삽시간에 정기 후원자(10만인클럽)도 640여명 늘었다. 왜 오마이TV에 관심이 쏠린 걸까. 당시 현장을 중계했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장윤선 정치선임기자, 박정호 기자는 ‘신뢰’를 이유로 꼽았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오마이TV가 있었어요.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 생중계부터 2004년 노
“보도할 가치가 있는 모든 뉴스를 다룬다” 하태원 채널A 앵커 겸 정치부장
채널A는 다음달 개국 5주년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보다 젊은 감각으로 무장해 시청자층 확대를 꾀하기 위해서다. 변화의 중심엔 채널A 메인뉴스 앵커 교체 등이 포함됐다. 메인 앵커 교체는 5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개편에 힘을 실어 큰 변화를 주겠다는 방증이다.지난달 3일부터 ‘채널A 종합뉴스’ 메인 앵커를 맡고 있는 하태원 채널A 정치부장은 “‘보도할 가치가 있는 모든 뉴스를 다룬다’는 뉴욕타임스의 사시(社是)처럼 좌우, 진보·보수 등을 떠나 뉴스가 되는 건 다 다룰 것”이라며 “채널A가 지난 5년…
골목상권 상인들 특별한 이야기 ‘마이리틀샵’
뉴미디어 시대, 지역 언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희란 충북일보 기자는 고민했다. 온라인에서 ‘먹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홈페이지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더라도 SNS에선 맥을 못추는 콘텐츠가 많았다. 언론사보다 기자 개인이 공유한 기사가 더 큰 반향을 일으킬 때도 있었다. 그때 ‘휴먼스 오브 뉴욕(Humans of New York)’이 떠올랐다. 미국 뉴욕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페이스북 페이지다. 좋아요 수가 1800만 개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지역민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어요. ‘휴먼스 오브…
“기자 양성 과정에 사회책임 접목하고 싶어”
최근 가천대에서 저널리즘 MBA 주임교수로 임용된 안치용 전 기자는 22년간 경향신문에서 일한 베테랑 기자였다. 그는 50살이 가까워 올 즈음 제2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다 2013년 과감히 사표를 냈다.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회책임 전문기자였던 그는 이후 사회책임과 관련된 다양한 시민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최근엔 가천대에 제안해 저널리즘 MBA 과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세월호 참사 등을 통해 언론의 사회책임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사명감을 갖고 기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아요”
“자전거 타는 모습에 스스로 반할 때도 있습니다. 하하.” “자전거는 굴러가기만 해도 신나잖아요!”생활밀착형 자전거 칼럼 ‘두바퀴 찬가’를 연재하는 김주영·김민호 한국일보 기자에게 왜 자전거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제목처럼 찬사가 쏟아졌다. “자전거는 편리하고 빠르고 친환경적인 데다 재밌기까지 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안전하고 재밌게 타길 바라는 마음에서 칼럼 연재를 시작했습니다.”(김민호)지난해 8월 한국일보 온라인에 등장한 ‘두바퀴 찬가’는 두 기자가 자전거를 타며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다룬다. 종합일간지와 전문지 사
사건현장 뛰는 24년차 '늙은 오빠'
“진심으로 쓴 거니, 장난삼아 쓴 거니.” 처음은 아니었다. 십수년 전에도 그랬다. 시경 캡이 끝나고 온라인뉴스부를 가겠다는 그에게 편집국장은 방으로 불러 “나한테 불만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불만 있는 게 아니었다. 2000년 오마이뉴스의 탄생을 보며 스트레이트와는 다른 스타일의 기사, 능동적인 속보 대처가 부러웠을 뿐이었다. 그는 생긴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온라인뉴스부에 저널리즘의 미래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인사 나기 전날 밤, 진심이냐는 편집국장의
“잊지 않고 기억해준 동료들 있어 외롭지 않아”
“더 이상 (동료기자들이) 피케팅을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바쁜데 아침 점심에 조를 짜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게 저 때문이라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인정받아 기쁘다.”정연욱 KBS 기자가 돌아왔다. 멀리 제주에서 원래 자리였던 경인방송센터로. ‘청와대 보도개입’에 침묵하는 자사 보도와 간부들을 비판한 기고, 갑작스런 발령, 회사와 소송까지 거친 지난 세 달간의 결론이다. 법원은 그를 ‘귀양’보낸 지난 7월 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일탈한 권리남용”이라며 “인사명령 효력을…
“지식사회에 필요한 건 시대정신”
“끊임없이 도전하는 매일경제신문의 DNA를 살려가면서 매경을 국내 최고의 영향력 있는 신문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서양원 매경 편집국장은 지난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50년 간 쌓아온 매경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이어받겠다고 밝혔다.매경은 2년 임기의 편집국장 인사를 10월에 열리는 세계지식포럼 이후 단행했지만 올해는 ‘부정청탁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시점에 맞춰 보름 이상 앞당겨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단순히 외부환경 변화에 순응하겠다는 의미를 넘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서양원 국장은 “김영란법이
“복면 썼지만 할 말은 합니다”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기 전, 언론에서는 최종후보에 오른 그를 극찬하기 바빴다. 미국과 유럽 주요 언론의 주목에 힘입어 한국 문학이 한류 열풍에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부푼 꿈들이 넘실거렸다. 그런데 이런 여론에 과감히 반기를 든 기자들이 있었다. 한국일보 ‘복면기자단’이다. 단원 중 한 명인 ‘뻔뻔한 캣츠걸’은 이 소설이 식물성을 여성주의와 연결시킨 데서 다소 전형적이라 했고, ‘낮술 마신 밤의 여왕’은 여성 캐릭터가 수동적이라며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복면기자단’은 매달 한 차례 한국일보 문화부…
“개별 언론사 대상 교육 있었으면”
“앞으로 보도할 때 ‘욕정을 참지 못해’ 같이 무심코 쓰는 표현들은 좀 더 신경 쓸 것 같습니다.”지난 22일 아동·여성폭력 세미나에 참석한 안보람 MBN 기자는 세미나를 통해 기존 성폭력 보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안 기자는 “구체적인 기준과 사례를 들면서 어떤 점이 문제인지 설명해 줘 앞으로 기사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데스킹을 받을 때도 그런 부분에 대해 ‘이런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시키니까 한다’는 생각
“아동·여성폭력 보도든, 자살 보도든, 자극적인 보도 지양해야”
홍연 뉴스토마토 기자는 이틀 연속으로 열린 아동·여성폭력 세미나와 사건기자 세미나에 모두 참여했다. 홍 기자는 “선배의 권유로 두 세미나에 참여하게 됐는데 특히 아동·여성폭력 세미나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여성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아동학대 등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인권침해를 겪는 사례를 종종 들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틀 간 세미나를 들으면서 홍 기자가 느낀 건 아동·여성폭력 보도든 자살보도든 자극적인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
“학계-언론계 손잡고 저널리즘 위기 극복해야”
“아이에게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을 주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부모들은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려고 하잖아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보채다가도 맛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좋은 음식을 찾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언론과 소비자의 관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은 “모든 소비는 사회적 학습의 결과로 미디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사회가 불량식품을 조장할수록 사람들이 더욱 싸구려 입맛에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안 편집장과 박성호 MBC 해직기자는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