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만의 문제일까?
권력 감시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나, 그런 언론을 불편해하는 권력의 행태는 어디서나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비판하는 언론을 대하는 권력의 행태나 권력에 저항하는 언론의 행태가 다 같지는 않다. 언론인들이 비판적인 감시자로서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전문적인 직업윤리와 자부심의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이정현 녹취록 파문을 옹호하는 새누리당과 종편의 노력이 눈물겹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영방송 KBS의 보도국장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해서 뉴스내용 변경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부탁을 하는 홍보수석의 노력이 일상적 업무란다. 그렇다면 지금의 홍보수
이정현 발언, 언론통제가 아니라고?
언론취재를 상대하는 기업이나 정부부처의 홍보담당자들이 업무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요소는 무엇일까. 아마 열에 아홉은 언론보도에 대한 CEO나 기관장의 반응이라고 답할 듯하다. 아무리 평소 홍보를 잘했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회사나 부처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고, 기관장의 반응이 싸늘하면 그 동안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밥값 못했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고 자리보전의 위기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래서 홍보담당자들이 평소 언론인과 친분을 쌓으며, 사실관계가 다른 기사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라 비판적인 기사를 무마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본
뉴스 편식 시대에 인류 공영은 가능한가
“헐!” 2016년 6월24일 오후 2시, 영국의 EU탈퇴가 확정된 국민투표 결과에 경악의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날 한국의 주식시장은 초반부터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예상했는지 폭락하며 마감했지만, 영국의 EU 탈퇴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 전날 도박사들도 EU 잔류에 걸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영화 ‘브레이브 허트’로 잘 알려진 스코틀랜드가 2014년 국민투표에서 영국에서의 독립을 부결시킨 사례를 봤던 터라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도 부결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영
트럼프와 미디어, 그리고 참회록
대선 후보 지명절차만 남겨둔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그를 지켜보는 국내외 언론들의 모습이 착잡해 보인다. 그의 선거 캠페인만큼이나, 그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도 롤러코스터를 탔다.미국의 언론부터 보자. 비아냥에서 무시로, 그리고 당황과 검증 보도, 참회록으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가십거리’로 여기는 언론들이 많았다. 허핑턴포스트가 “트럼프의 선거유세는 구경거리”라며 트럼프 기사를 연예면에서 다루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좌절한 백인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 성공하자 언론들은 당황했고, 심상치 않은 ‘트럼프 현상
기자는 무엇을 위해 쓰는가
최근 벌어진 강남역 살인사건 및 신안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여전히 인권과 안전, 젠더에 관한 감수성이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특히 모 경제신문의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속 3명의 정액...학부형이 집단강간이라는 기사 제목은 읽는 순간 ‘행패’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수준이었다. 언론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된 이런 기사를 들여다보면 현장에서 취재기자가 판단미숙으로 정보를 잘못 판단해 벌어진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대부분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태도와 방식, 즉 사건보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방향
우리 안의 위험한 보수
인지언어심리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보수와 진보를 ‘사고체계’를 통해 구분하였는데, 보수적 사고체계는 ‘엄격한 아버지’에 진보적 사고체계는 ‘자애로운 어머니’에 비유했다. ‘엄격한 아버지’는 거친 세상에 맞서 아이가 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것으로 아이를 훈육하고 통제하며 무언가에 맞서 싸워 스스로 극복해 내기를 바라는 사고방식이다. 반면 ‘자애로운 어머니’는 아이가 홀로 서기 위해서는 훈육보다는 돌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세상이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에게 감정이입하고 격려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사실 보수와 진보라는 표현을 다들
저널리즘 가치 스스로 입증해야
불공정 편파보도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 완벽하게 공정한 보도는 불가능하니 불공정 시비는 어느 때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불공정 시비는 그 차원을 넘어선다. 이명박 정부 때도 비슷했지만 이 정부 들어서서도 많은 사회적 현안이 발생했다. 굵직한 문제들만 거론해도 국정원 개입 선거 부정 논란부터 세월호 참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철수, 누리과정 비용 떠넘기기, 한일 위안부 협상 그리고 국정원 강화 테러방지법 도입, 민중대회 강제진압과 백남기 농민 물대포 공격 등. 이런 현안들이 진행되면
명예훼손죄 폐지할 때 됐다
종종 아는 기자들이 문의를 한다. 그 중엔 보도할 내용이 혹시 명예훼손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상당수다. 답변은 한결같다. 취재 내용이 사실인지, 공익적 사안인지를 되물어 본다. 두 관문을 모두 통과한다면 ‘걱정 안해도 되겠네요’라고 응답한다. 이른바 사실이거나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익에 관련된 사안이라면 명예훼손이 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풀이해서 설명한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항의성 전화를 받을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정말 난감하다. 현행법은 명예훼손
‘대통령의 소통·협치’ 이미지와 진정성
4.13총선에서 제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새누리당은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시민들은 ‘정권심판’의 선거결과를 청와대가 엄중하게 받아들이기를 고대했다. 4.13총선 참패 제1 원인을 보수언론조차 ‘박근혜 대통령’으로 손꼽지 않았나. 총선 참패를 수용해 청와대를 인적쇄신하고, ‘불통’의 국정운영 방식을 전환하기를 바랐다. 독재시절에도 여당이 선거에서 참패를 하면 ‘쇄신 정국’을 형성했던 경험적인 연상기억 탓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며칠을 뜸들인 뒤인 4월18일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고 새롭게 출범하는 국
김영란법, 이제 언론이 적극 나서야
#‘김영란법’의 시행령이 입법 예고됐다. 공직자와 언론인, 사학교원이 9월28일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는 내용이다. 신문과 방송에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시행령이 발표된 날(9일) 네이버 정치 분야를 보니 톱 기사의 제목은 ‘청렴한 공직 사회와 내수 위축 우려 사이서 ‘줄타기’’였다. ‘“도시락 간담회만?”…김영란法에 공직사회 ‘벙어리 냉가슴’’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있었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이 말했다는, “주변에서 이제 도시락 시켜놓고 간담회를 해야
구조조정 보도, 도움도 안 되고 읽을만도 못하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중공업 구조조정에 관한 언론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부나 금융권의 발표를 받아 적은 기사이니 내용이 대동소이하고 통신사의 뉴스서비스를 그대로 베껴 쓴 기사들은 아예 내용이 동일하다. 냉정히 평가하자면 읽어볼 기사는 하루 서너 건을 넘지 않는다. 참고로 필자가 방송용 또는 온라인용으로 작성했던 조선업 구조조정 기사를 몇 건 인용하고자한다. 아래 기사들은 모두 5년 전인 2011년 6월에서 10월까지의 넉 달 동안 송고한 내용들이다. “…조선산업의 후퇴로 일감이 줄어든다면 그 자리에 새로운 녹
“이제 다시 해직언론인들이다”
이번 전주 국제영화제에선 최승호 피디가 두 번 등장한다. 한번은 연출자로, 다른 한번은 출연자로. 그가 직접 연출한 ‘자백’과, 해직언론인으로 출연하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공교롭게도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함께 상영되기 때문이다. 현재 뉴스타파에서 메인 앵커를 담당하고 있는 최승호 피디는 MBC 출신 해직 언론인이다. 2012년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쟁취를 내걸고 무려 170일간 파업했던 MBC는, 그 과정에서 능력 있는 언론인들을 대거 잃게 된다. 최승호 피디도 그 중 한명으로 어느덧 해직 4년차를 맞고 있다. 매주 뉴
총선 이후 언론의 과제
총선이 끝났다. 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난무한다. 언론들은 출구조사 결과나 총선 참여와 득표 결과에 대한 선관위 자료에 근거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았다. 무엇이 진실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선거 결과에 드러난 민심을 읽는 것은 왜곡된 정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일 수 있겠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민심에 대한 정치공학적 판단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가 무엇이며 20대 국회 또는 정치권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점이다.총선 이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협치를 강조했다. 협치는 분명 민주주의 제도
판세만 점친 총선보도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여야는 물론이고 언론도 유권자들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정치권은 후보공천과정부터 당내 분파들 간 치열한 이익 챙기기 모습만 보였고, 후보 등록 이후에는 읍소와 반협박으로 표를 구걸했다. 언론도 친절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매번 선거 때마다 언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로 정당과 후보자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선거보도준칙도 마련하고, 언론사별로 자체 규정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보도는 역대 최악이라 할 만큼 언론의 역할이 미미했다. 아니 미미했다기보다는 잘
‘시그널’ 이재한 형사에게 언론조력자가 있었다면…
최근 종영한 tvN의 '시그널' 16편을 주말에 몰아보았다. 고부 갈등이나 청춘남녀의 연애 담을 다룬 드라마가 아닌 장르물이라 신선했다. '한국판 콜드케이스' 같기도 했다. '시그널'은 지난해 7월24일 국회에서 일명 '태완이법'이 통과했다는 사실에 근거했다. 이후 지방경찰청마다 각각 '장기 미제 사건 전담팀'들이 꾸려진 것도 반영했다. 1999년 대구에 살던 7살 소년 김태완은 누군가가 뿌린 황산에 전신 화상을 입고 49일 투병 끝에 사망했다. 2015년 공소시효 15년에 걸려 범인을 잡지 못하고 태완군 사건이 종결될 것을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