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현장 찾은 시민들과 술잔 기울이며 대화 나눠요”
봄비가 촛불을 잠재울 순 없었다.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는 형형색색의 우산을 든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대규모 탄핵촉구 촛불 행렬 뿐만 아니라 태극기 부대도 맞불 집회를 열며 어지러운 모습이었다. “촛불 현장에서 시민들을 편하게 모시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박성제 MBC 해직기자가 홍여진 뉴스타파 기자와 함께 거리로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뉴스타파 속 코너 ‘뉴스포차’ 공개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세종문화회관 건너편 길목에 설치된 뉴스포차 세트는 빗속에도 시선을 끌었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포장마차와
“언론사 떠나지만 환경전문기자의 길 계속 걷겠다”
‘조홍섭 기자의 32년은 한국 환경운동의 32년이다.’ 지난달 28일 정년퇴임한 그를 한겨레는 이렇게 지칭했다. 그는 1985년 과학동아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1988년 한겨레 창간멤버로 합류한 후 줄곧 환경·과학 분야의 취재기자로 활동한 환경전문기자 1세대다. 환경운동의 역사적 순간에 항상 있었다고 할 정도로 그는 수많은 현장을 뛰어다녔다. 기억에 남는 취재 경험을 물을 때도 “두 가지 정도가 생각난다”고 하더니 곧 환경운동의 역사를 줄줄이 읊었다. 화성 매향리 미군 공군사격장 문제를 시작으로 공해문제, 비행기 소음, 새만금 간
“임신-육아-경력단절…맘고리즘은 바로 우리 이야기”
한국 사회에서 출산과 육아, 돌봄은 대부분 여성이 전담한다. 여성은 아이를 갖는 순간 일과 가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거나 경력단절을 감수하고 ‘전업맘’으로 돌아간다. 육아와 돌봄을 여성(Mom)에게 전담시켜 굴러가는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작동방식(Algorithm). ‘맘고리즘’이라는 용어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경향신문은 올해 신년 기획으로 ‘맘고리즘을 넘어서’라는 시리즈를 선보였다. 목정민 기자가 ‘엄마는 괴로워’라는 가제로 발제한 기획이 단초가 됐다. 맘고리즘은 취재팀이 만든 말로 ‘임신-육아-직장-부모에게 돌봄 위탁-퇴사-경
“MBC 추락시킨 인물이 사장이라니 말이 안되죠”
“사장 선임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서‘후배들이 또 아우슈비츠 열차를 타게 됐구나. 다시 독가스실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구나’란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특유의 솔직담백한 멘트로 어록을 쏟아내며 사랑을 받았던 최일구 전 앵커가 잡음이 끊이지 않는 MBC의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최 전 앵커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고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며 MBC의 앞날에 희망을 봤는데, 언론장악방지법은 국회에 묶여있고 방송문화진흥회는 사장과 부사장 등 임원진 선임을 강행하는 등 구름만 잔뜩 낀 상태”라고…
“개인 안위만 좇던 사람들이 MBC 사장 하겠다니…”
“청와대가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 독주할 수 있는 형태를 개선하자는 거죠.” 언론노조 MBC본부를 이끌어가게 된 김연국 노조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일명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를 현 노조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여야 추천 7:6 구조로 바꾸는 안으로, 사실상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계류 중이다. MBC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걸고 시작된 파업으로 수십여 명
“젊은 감각과 활발한 소통으로 조직에 활력 불어넣겠다”
“젊은 감각과 활발한 소통으로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다.” 현직 중앙일간지 편집국장 가운데 가장 젊은 김영기 서울경제 편집국장은 젊다는 수식어에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젊음’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김 국장은 취임 전부터 언론계의 이목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차(1994년 입사)로 편집국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종합일간지, 경제지 편집국장 대부분은 1991년 이전 입사자다. 취임 일주일 만인 지난 10일 기자와 만난 김 국장은 “경륜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겠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와 소통, 추진력으로 조직에 활력
“기자의 진실 배제되는 헤드라인…이념 프레임으로 뒤틀려선 안돼”
“직접 취재한 기자들의 진정성이나 양심이 헤드라인에도 정확히 녹아들어갈지 미지수라 생각했다.”제43·44대 기자협회장을 지낸 박종률 CBS 논설위원은 인터뷰에서 ‘반성’이란 단어를 많이 말했다. 난산 끝에 나온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언론학 박사학위 논문 ‘정권초기 뉴스의 프레임과 편향성 연구’를 두고도 그는 기어코 기자와 언론의 지향을 설명하려 했다. 연구가 드러낸 현실에서 기자들이 어떻게 소외되는지 그래서 무엇이 변화해야하는지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기본의 자리. “기자는 자기 자신을 말하는 사람이다. 언론은 듣
야만적 인사관리, 기자를 지우다
“MBC 기자들이 동영상을 올리고 피켓팅도 하는데 반응이 굉장히 차갑다. 그걸 변호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기자들이 이렇게 힘들었습니다’ 하려던 건 아니다. 더 처절하게 저항하고 깨지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이 정도의 냉담함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못했다. 왜 못했을까. 그 물음을 들여다보려 했다.”슬픈 논문이었다. 14년차 임명현 MBC 기자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12년 파업 이후 공영방송 기자들의 주체성 재구성에 관한 연구-지도교수 김창남’에 대한 얘기다. 왜 슬픈가. MBC 기자들의 내밀한 마음을 들여
“보도본부장·보도국장 퇴진이 상식”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정문 앞. 보도정상화와 보도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MBC 취재기자뿐만 아니라 카메라기자, PD 등도 가세해 힘을 보탰다. MBC 기자들은 “지금까지 수십여 명의 기자가 징계를 받고 쫓겨나 있다.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징계 받는 걸 알면서도 더 이상 참지 못한 기자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012년 MBC 기자들은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걸고 170일간 파업을 벌었다. 사측은 파업 가담자에 대해 해고와 전보로 대응했고, 보도국 내 빈자리를 시용기자로…
“KBS ‘원 오브 뎀’ 추락…방송·경영 전반 최악”
“지금은 마지막 기회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지난 5일 노조 4대 집행부 출범 1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 KBS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KBS본부는 KBS노동조합과 함께 최근 6명의 본부장에 대한 인사 조치와 보도책임자 교체 등을 요구하며 사측에 “전면적 쟁의 행위”에 대한 최후통첩을 했다. 성 본부장은 “방송과 경영 모든 면에서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 과거의 사장이 있었을까 싶었던 1년”이라고 총평했다. 2016년은 KBS에
"제주 해녀와의 동행,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05년 6월2일 제민일보가 ‘대하기획 제주잠(해)녀’를 시작했을 때 잠녀기획팀의 목표는 유네스코 등재였다. 그때만 해도 3~4년이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그러나 자그마치 11년 후인 지난해 11월30일에야 제주해녀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 지난한 시간 동안 제민일보 기자들은 해녀와 해녀문화를 꾸준히 조명해왔다. 지난달 21일 제주해녀 기획으로 팀원들과 함께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고미 제민일보 기자는 그 중에서도 11년간 기획을 꾸준히 이어온 유일한 기자다. 고 기자는 “기획을 시
“대통령이 세월호 당일 아무 것도 안한 게 문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박 대통령의 의료 문제는 ‘잃어버린 7시간’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 가운데 하나였다. 수많은 기자들이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혹을 밝히기 위해 취재에 돌입했고, 그 치열한 전쟁 한복판에 의사 출신인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도 뛰어들었다. 그는지난 13일 최순실씨가 김영재의원에서 ‘최보정’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136차례나 진료를 받은 것과 관련, 최보정의 생년월일이 대통령 생일과 최씨의 생년을 합쳤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최씨 단골병원 의사인 김영재 원장은 대통령 주치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뼈에 사무치게 혼냈다”
지난 10월 JTBC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가 연설문에 개입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이후 대한민국은 급격하게 ‘최순실 게이트’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지난 9일 박 대통령은 탄핵되기에 이르렀다. 그간 미르·K스포츠재단의 비리 의혹과 대기업들의 연루, 대통령의 7시간 등 다양한 의제가 쏟아졌지만, 연설문 개입이라는 국정농단 이슈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만큼 대통령의 연설문은 국정 운영에 있어 주요한 과제이며, 국내외 정치 외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2000년 8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김대
“저널리즘 본령에 충실한 신문 만들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중반에 뛰어들어 정신없는 5주를 보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김민아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지난 10월28일 임기를 시작한 이후 게이트 정국, 촛불혁명 등 역사적 장면을 통과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12일 본보와의 인터뷰도 출근 시간을 앞당겨 이른 아침에 이뤄졌다. 그는 “탄핵까지 숨 쉴 틈 없이 달려오느라 다른 지면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것들을 서둘러 실행하려 한다”고 말했다.김민아 국장이 취임 소감에서 표명한 신문의 방향은 “저널리
“기자 명함 없어도 취재 잘 할 수 있어요”
“언론사 기자가 아니어서 오히려 기사 마감에 구애받지 않고 한 가지 주제에 깊이 파고들어 취재할 수 있다는 게 제 장점이지요.”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서울가정법원, 고양지원 등에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법조공무원 김용국 기자는 “최대한 깊이 있고 심층적인 기사를 쓰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이며 취재원이 늘어났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무원 신분으로서 자발적으로 각종 매체에 생활법률 이야기, 판결 분석, 판사 인터뷰, 사법개혁 등을 소재로 기고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식 출입기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