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찾아본 것 같지?” 그 말이 귀에 박혔다
“나의 친구 김사복, 많이 보고 싶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 말미에 등장한 생전의 위르겐 힌츠페터는 김사복씨를 향해 이 말을 전했다. 그러나 힌츠페터가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김사복씨는 영화 제작사뿐 아니라 많은 언론의 노력에도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택시운전사’를 본 김정훈 CBS 기자 역시 김사복씨를 찾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 정도로 영화가 흥행했고 이름도 독특한데 못 찾는 거면 영화에서처럼 가명이거나 우여곡절 끝에 사라졌다”는 생각에서였다. 김 기자는 그래도 김사복씨를 찾기 시작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찾아본
“반려동물부터 진화과학까지 좀 더 깊고 진지한 시선으로”
‘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고양이(강아지) 다 있고 나만 없어.’ 온라인에서 한때 유행같이 번진 이 문장처럼 한국의 반려 인구는 어느덧 1000만명에 이르렀다. 반려인들이 SNS 등에 올린 강아지와 고양이의 귀엽고 친근한 사진과 영상은 ‘힐링’의 한 방법이 됐고, 자연스레 ‘동물’은 언론사에서도 주요한 콘텐츠가 됐다. 너도나도 동물 콘텐츠를 소화하는 이때, 조금 더 폭넓게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등장했다. 지난달 28일 창간한 한겨레 ‘애니멀피플’이다.‘애니멀러빙피플’을 축약해 이름을 지은 ‘애니멀피플’은 지난 4월부터 남종영 기자가
“사랑받는 KBS, 누구도 아닌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비관주의는 기분의 산물이고 낙관주의는 의지의 산물이에요. 전 이 싸움을 낙관해요.” 그만큼 의지가 강한 것일까. 최선중 대전KBS 기자는 시종일관 이번 싸움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유가 있다. KBS 9개 지역 총국에선 4일 0시부로 총파업에 돌입하며 취재부장, 편집부장, 영상부장 등 보직부장들이 일제히 보직을 내려놨다. 최 기자는 “지역에서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증거”라며 “이미 모두 한마음이 됐다”고 했다. 특히 최선중 기자가 몸담고 있는 대전KBS에선 파업 돌입 훨씬 전부터 기자들이 힘을 합쳐 피켓 시위를 하고…
“이 기회 놓치면 공영방송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지난 9년, MBC에서 ‘공영방송’이란 수식어는 의미를 잃었다. 공정방송을 외치던 언론인들은 마이크를 빼앗겼고 카메라 밖으로 밀려났다. 그 자괴감은 오롯이 구성원들의 몫이었다. 16개사 지역MBC도 마찬가지였다. 총파업 돌입을 나흘 앞둔 지난달 31일 전화로 만난 박영훈 목포MBC 기자(전국MBC기자회장)는 “그동안 안에서는 치열하게 싸웠다”면서 “이번이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박 기자는 이명박 정부, 김재철 사장 이후 지역MBC도 철저하게 망가졌다고 호소했다. 낙하산 사장이 대표적이다. 지역MBC
“비판적 시선과 따스한 감성의 작가 백무현을 기억합니다”
“고인은 행동하는 만화가였다. 따스한 작가였다. 그걸 기억했으면 한다.”시사만화가 고(故) 백무현 화백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 늦깎이 대학원생 백 화백과 사제의 연을 맺었던 손기환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고인의 추모전을 기획한 배경을 이처럼 밝혔다. ‘당신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없다’는 사건 발생 전엔 감히 우리가 실감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신의 부재라는 질문보다 답이 먼저 올 수는 없어서, 언제나 뒤늦을 수밖에 없는 얘기들. “시사만화 중 그만큼 활동적이고 끝없이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면서 따뜻한 감성으로 세상을 바
“젊은이들 사이에 퍼진 무기력과 냉소 독서 통해 해소되고 용기 얻을 수 있길”
서울 압구정 성당 인근에 자리한 독서클럽 ‘트레바리’. 10평 남짓한 조그마한 공간에서 20여명의 젊은 남녀가 진지한 설전을 벌인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묘사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다. 생김새와 나이, 직업 등도 전혀 모르던 이들이 주말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에 비좁은 방에 왜 모이게 된 걸까. “허무, 무기력, 냉소, 외로움 이 네 가지가 요즘 젊은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사명감을 잃어버린 세대가 아닐까요. 예전만 해도 가난과 풍요로움, 독재와…
“독자 마음 읽어야 기사도 읽힙니다”
디지털 독자는 긴 글을 읽지 않는다? 한국일보 기획취재부 기자들은 오히려 “길면 길수록 읽힌다”고 말한다. 김희원 부장과 박선영·박상준·김혜영·박재현 기자가 8개월간 실험하며 내린 결론이다. 지난 1월 꾸려진 팀은 주제 하나로 매주 토요일 1면 커버스토리와 속지 2~3개면을 채운다. 기사 분량이 한 꼭지당 원고지 30~40매에 달하지만 온라인 조회수는 많게는 100만을 웃돌고, 댓글도 수천개씩이다. 사실 새로운 이슈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 팬덤, 비혼(非婚), 탈(脫)서울, 캠퍼스 물가, 저녁 있는 삶, 몰카 등 이미 여러…
“독자와 소통 부족하면 한겨레 미래는 없어”
한겨레는 6월 초 ‘독자·시민과의 소통 확대를 위한 TF’를 꾸렸다. 한겨레에 대한 외부 비판의 원인과 실상을 진단하고, 한겨레가 독자와의 소통을 증진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TF팀은 그 의견들을 모아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지난 7일 오후 7시 한겨레 사옥 3층 청암홀에서 설명회를 통해 공개됐다. 다음날인 8일 TF의 결과물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 한겨레 사옥 8층 편집인실에서 김종구 편집인을 만났다. 그는 약 두 달 간 TF의 책임을 맡아 한겨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TF를 시작하게 된 계
“전 세계 골프장 취재가 제 버킷리스트입니다”
“인생 버킷리스트가 전 세계 골프장 1000곳을 취재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 겁니다.”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편집장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는 남다르다. 그가 골프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취재 분야에서 전문성과 완벽성 등을 더하기 위해서다. “전국에 약 487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이 중 151곳 정도를 가봤고 해외도 250여 곳을 다녀왔죠. 하지만 베스트 코스의 진면목을 알려면 그렇지 않은 곳까지 가봐야 알 수 있지요.”19년차인 남 기자는 지난 16년 간 골프만 담당한 베테랑
“자신과의 싸움 멈추지 않을 때 우리는 정의롭다”
‘치열한 논쟁, 부끄러움, 정의.’ 권석천 JTBC 보도국장이 ‘이용훈 대법원’(2005~2011년)을 주목한 이유다. 법조기자로 오래 일한 권 국장은 당시 “논쟁다운 논쟁”을 벌였던 이용훈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이야기를 담은 대법원, 이의있습니다를 최근 펴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인근에서 만난 권 국장은 “그간 한국 사법부 역사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 없었다”면서 “이 책으로 법조기자로서 작은 소망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2009~2010년 중앙일보 법조팀장으로 법원과 검찰, 대법원과 청와대, 보수
“변종 적폐가 0점 담합…복직하면 후배들과 소통부터”
그가 없는 동안 YTN은 많이도 바뀌었다.남대문 대신 상암동에서, 돌발영상 대신 디지털 콘텐츠가, 어린 후배들은 어엿한 간부가 됐다.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를 외치다 회사에서 쫓겨난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그렇게 꼬박 9년을 기다렸다. 최근 YTN 사장직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돌아온 건 ‘서류 탈락’. 논란 속에서 사장 재공모가 결정돼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YTN 후배들은 “채점표를 공개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의 사장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 때문에 지원했는데, 재
“해직기자 복직, 보도국 개혁 이뤄내겠다”
지난달 29일 YTN 제15대 기자협회장에 김선중 기자가 당선됐다. 그간 기수별로 승계해온 전통을 깨고 처음으로 직선제를 도입해 선출된 기자회장이다. 투표율 79.24%, 득표율 96.66%. 첫 시도인 만큼 투표가 저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김 기자가 단숨에 불식시켰다는 평이다. 사장 선임과 해직자 복직, 보도 공정성 회복 등의 난제 속에서 김 기자는 기자회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자협회보는 17일 서울 상암동 YTN에서 그를 만나 YTN의 보도 개혁과 관련해 향후 계획을 물었다. “여기저기서 ‘이런 시기에…
“내가 왜 싸웠는지 해답을 얻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저항하고 싸웠는지, 다시 현장에 돌아간다면 어떻게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를 만들 수 있을지 해답을 얻고 싶었습니다.” 해직 5년차에 접어든 박성호 MBC 기자가 공영방송 뉴스의 불편부당성 연구: BBC와 KBS의 선거보도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박사 학위 논문을 펴냈다. 지난 2012년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170여일간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이후 공정보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다. 박 기자는 “연구를 하면서 공정보도를 바라보는 관념이 다차원적으로 넓어졌다”며 “기자를 할 때는 가장 큰 관심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건 시청자 신뢰”
지난 5월18일 SBS는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도책임자를 모두 교체했다. ‘8뉴스’ 앵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전임 앵커인 김성준 보도본부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주말 ‘8뉴스’를 진행하던 김현우 앵커가 평일 ‘8뉴스’를 책임지게 됐다. 그로부터 50여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앵커를 지난 7일 SBS 1층 기자실에서 만났다. 그는 “짧은 경력에 버거운 중책을 맡게 돼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며 “주말·평일 아침뉴스나 주말 ‘8뉴스’를 진행해봤지만 평일 ‘8뉴스’는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
“통찰력과 지혜 나누는 글 쓰고 싶어”
청년 타깃 매체들은 영상을 핵심 콘텐츠로 내건다. 짧고 재미있는 영상이 젊은층의 이목을 끌고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른 청년 매체 ‘디퍼(deepr)’는 깊이 있는 글을 전면에 내세웠다. “통찰력과 지혜를 나누는 글을 쓰고 싶다.” 이들이 텍스트로 승부수를 던진 이유다. 디퍼는 미디어 전문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가 지난 3월 창간한 온라인 매체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타깃으로 정치, 사회, 문화 이슈를 다룬다. 청년 매체에서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이나 웃음 코드 대신 이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