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디지털 전략에서 놓치고 있는 것
언론사의 주역은 누구인가. 이 근본적 질문이 2019년 12월 현재, 유령처럼 한 언론사를 배회하고 있다. 디지털화 최전선에 스스로를 던진 중앙일보 이야기다. 우리의 오늘의 이 비판이 디지털을 위한 중앙일보의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먼저 분명히 밝혀둔다. 그 반대다. 디지털화를 위한 중앙일보의 노력이 한국 언론 전체에 던지는 울림이 크기에 주목하는 것이다.언론사의 주역은 기자다. 기사를 발굴하고 취재하고 쓰고 출고하는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핵심이다. 언론사가 혁신을 꾀할 경우 그 주인공도 기자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
소통없는 소통 창구… 임명동의 부결 의미
선거란 누군가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일찍이 미국의 정치학자 프랭클린 P. 애덤스가 관찰한 선거의 본질이다. 실제로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노력 못지않게 싫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임명동의 투표 역시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견제 장치로 채택됐다. 지난 10년 YTN의 공정보도 투쟁을 이끌었던 노종면 YTN 앵커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이틀 동안 보도국 구성원 374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찬성이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지상파 여성 메인앵커 기용, 이제 첫 걸음
KBS 9시뉴스 메인 앵커 이소정의 등장을 환영한다. 언론 환경이 요동치고 있지만 KBS 9시뉴스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보도 프로그램이다. 이소정 앵커의 기용 소식이 만시지탄이지만 의미가 큰 이유다. 그간 한국의 방송 뉴스 프로그램엔 3개의 암묵적 규칙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남오여삼(50대 이상의 남성과 30대 이하의 여성), 남중여경(남성은 경성 뉴스, 여성은 연성 뉴스) 그리고 남선여후(남성 앵커 먼저 여성은 나중)다. 지상파뿐 아니라 대다수의 종합편성채널도 이 규칙을 충실히 따랐다. 때로 주말 뉴스 또는 일부 채
MBN은 우아한 가
최근 막을 내린 MBN 드라마 ‘우아한 가’는 재벌에 숨겨진 비밀과 오너리스크를 막는 TOP팀의 초법적 일탈을 다뤘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 극의 긴장을 높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MBN 드라마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주연과 스토리는 다르지만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MBN 출범에 얽힌 시크릿이다. 종편 출범 때 자본금이 부족하자 임직원 명의로 차명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 편법을 저지른 혐의가 핵심이다. 또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주식을 나중에 사주기로 한 혐의도 검찰이 확인했다. 물론 재무제표엔 한 줄도 반영
실검 기사 제작업체까지 등장하다니
하루 기사 20건 이상 송고. 500자 분량의 기사는 15분이면 충분. 한 종합일간지 디지털뉴스부에서 일하는 A기자는 포털 실검 대응 기사를 찍어냈다. A기자는 발제 회의나 데스킹도 없다. 오직 실검과 온라인 이슈를 따라 쓸 뿐이라고 말했다. 연예 매체만 실검에 등장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건 아니다. 종합일간지, 경제지도 누리꾼들의 악플을 논란으로 포장해 보도함으로써 오히려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을 부추기고 있다. 왜 언론사는 이런 자극적 내용의 실검 대응 기사를 물건 찍어내듯이 생산하고 있을까. 트래픽을 올려야 하기 때
법무부의 정보통제 발상 위험하다
무분별한 피의 사실 공표는 법에 명시된 무죄 추정의 원칙을 훼손하고, 재판도 받기 전에 피의자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었다. 검찰은 피의 사실을 흘려 망신주기식 수사와 여론재판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끌고 가곤 했다. 10년 전 논두렁 시계는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법무부가 기소 전에 수사상황 등 피의사실 공개를 금지하고 공개소환과 포토라인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을 내놓은 배경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이런 취지와 달리 법무부 훈령은 피의자 인권을 명분으로 모든
댓글·실검 부작용, 네이버도 결단하라
카카오가 지난 25일 자사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과 인물에 대한 연관 검색어를 폐지하기로 했다. 카카오톡에서 제공되는 뉴스서비스의 실시간 검색어는 25일부터 삭제됐고 포털사이트 내 실검 기능을 개편하는 방안도 고민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정치선거 관련 뉴스에 대한 댓글 중단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카카오 측은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이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며 관련 검색어 또한 이용자들에게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사생
윤석열 검찰총장의 한겨레 고소, 부적절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씨 접대 진술 및 부실 수사 의혹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신문과 취재 기자, 보도에 관여한 사람들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한겨레는 앞서 11일 윤 총장이 윤씨의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검찰이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마무리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한겨레 고소와 관련한 질의에 취재 과정을 다 밝히고, 명예훼손이 된 것에 대해 지면에 사과하면 고소를 계속 유지할지 재고
기자 향한 인신공격… 소통 막는 민주주의의 적
정치적 의견이 명확히 갈린 사안에 대한 보도는 늘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된다. 출고와 동시에 기사가 모바일 메신저로 공유되고 실시간 댓글이 달리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압력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독자의 지적에 귀 기울이는 겸손은 오래전부터 기자에게 요구되어왔던 덕목이다. 하지만 최근 기자들에 대한 조롱과 야유는 소통의 범위를 넘어섰다. 이번엔 법조 기자들이 공격 대상이 됐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취재하고 있다. 수사에 대한 찬반이 갈린 채 수십만 인파가 모인 집
조국 사태와 언론의 길
논평은 자유지만, 사실은 신성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21년 창간 100주년 기념사에서 언론의 핵심 가치를 천명했다. 주류에 맞서 위기를 겪던 시대, 저널리즘의 사명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고 있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우리 언론의 보도는 이 가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사실과 의견의 혼재, 진영의 정파성을 앞세운 외눈박이 보도, 세대 갈등으로 포장한 편가르기 보도가 언론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라져 검찰 개혁과 조국 파면을 외치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갈수록 심해
언론 향한 '전략적 봉쇄소송' 멈취야
조국의 독립을 위한 열정의 정신, 강한 대한민국, 행복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길을 만들어가겠다.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광복절에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인터넷에서는 엉뚱한 논란이 벌어졌다. 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을 대일민국이라고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었지만 KBS는 이를 자사 메인뉴스인 뉴스9에 보도했다. 문제는 나 원내대표의 대응이었다. KBS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 측은 기사를 내려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였음
이젠 독자를 찾아가야 할 시간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경영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고객이다. 그는 여러 저서와 강연을 통해 고객 창조와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굳이 경영학 교과서를 펼치지 않아도 고객 없는 비즈니스를 상상하긴 어려운 일이다. 언론사의 고객은 누구일까? 독자라고 쉽게 답할 수 있는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언론사는 독자와 광고주라는 두 고객을 갖고 있었고 재정적 기여도에서 광고주는 독자를 압도했다. 언론사가 독자보다 광고주에 관심이 더 많다는 건 비밀도 아니었다. 합리적 판단을 하는 경영진에게는 당연한
'조국 사태'가 한국 언론에 남긴 것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고 지난 9일 장관으로 임명하기까지 한 달 동안 언론의 검증보도는 가히 조국 사태로 불릴만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두 차례 유급했지만 6개 학기 연달아 모두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는 보도로 촉발된 언론의 의혹 제기는, 조씨가 고등학교 재학 중 단국대 의대에서 2주간 인턴을 하면서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보도로 이어지면서 전 언론의 취재경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조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는 모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지역민방의 사유화, 위험수위 넘었다
우리의 사명 하나, 우리는 사주의 이익을 위해 복무한다. 둘, 우리는 방송을 사주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한다. 셋, 우리는 사주와 갈등이 있는 지자체를 보도로 응징한다. 넷, 우리는 사주의 개인일정에 기자들을 적극 동원한다. 일부 지역민영방송의 사유화 행태를 보며 상상해 본 단상이다. 방송의 공공성을 팽개치고 사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은 상상보다 더한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사주의 스피커로 전락한 방송은 공해와 다름없다.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에서 자사 대주주의 사업체를 노골적으로 홍보한 JIBS제주방송에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
故이용마 기자를 보내며
지난 23일,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인데 햇볕은 뜨거웠다. 아름드리나무를 찾기 힘든 삭막한 상암동 MBC 앞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뙤약볕 아래 선 사람들의 등줄기를 타고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용마 기자의 장례식이었다.고인은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 당시, 홍보국장으로 파업을 이끌었다. 2009년엔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를 이유로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을 체포하는 초유의 사건이 있었고 2010년엔 사장이 직원들에게 MBC의 미래를 부탁한다며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