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행 언론인의 ‘YES or YES’
“제안은 고맙습니다만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바로 들어가는 건 맞지 않습니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언론인도 윤리라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언론윤리가 땅에 떨어졌어도 이런 제안은 심히 불쾌합니다.” 이랬으면 어땠을까.마치 남한테 자리를 빼앗길까 애가 탄 듯, 윤도한씨는 방송사에서 명예퇴직한 지 8일 만에 기자에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옮겼다. 제안을 거두어버릴까 다급한 듯, 여현호씨는 신문사에 사표 낸 지 이틀 만에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 당장은 옮길 수 없습니다. 제가 국정운영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
수신료, 언제까지 정쟁 도구로 삼을텐가
자유한국당이 KBS 수신료 거부운동과 함께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름도 거창한 ‘KBS 헌법 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수신료 강제징수를 금지함으로써 KBS의 편향성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분리징수의 의도를 명확히 밝혔다. KBS의 보도가 진짜 편파적인지는 잠시 논외로 하자.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이념에 따라, 정파적 이익에 따라 개개인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은 이러한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이 오랜 기간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다. 시계를 거
2019년 한국 언론에 바란다
2019년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을 위해 기존 언론들이 사활을 걸고 변화를 시도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매체인 신문과 방송 모두 뼈를 깎는 변화 노력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지상파 TV와 신문의 영향력 감소는 통계로 증명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용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뉴스를 이용하는 창구 기준으로 포털(35.8%)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종편(24.4%)과 지상파(21.7%) 순이었다. 신문은 겨우 2.3%에 불과했다. 지상파와 신문 등 올드 미디어의 약세가 반등하
양승동 KBS 사장에게 바란다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12일 취임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고대영 전 사장이 해임된 이후 고 사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온 지 8개월 만이다. 양 사장은 앞으로 3년 동안 공영방송 KBS를 이끌게 된다. 하지만 양 사장과 KBS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10년 간 KBS는 지속적으로 쇠퇴했다. 전 정부들의 보도 개입 등 제작 자율성 침해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KBS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누려오던 영상 콘텐츠 공급자이자 지상파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답하지 않을 자유, 질문 할 자유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관련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 간담회 현장에서다. “사전에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문제는 질문받지 않겠다. 외교에 관해서는 무슨 문제든지 질문해주시면 제가 아는 대로 답변드리겠다”는 것이 그의 방침이었다. 당초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춘추관은 기내 간담회에서 질문 5개를 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세부적인 질문내용은 공유하지 않았지만 대략 외교현안 3개, 국내현안 2개 정도의 질문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기자단은 이 방
팩트체킹, 기본으로 돌아가야
아시아경제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내부 문건 보도에 대해 오보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대형 오보를 낸 매체가 기사 취소를 시작으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과정은 썩 개운치 않은 모습을 남겼다.아경은 지난달 26일 “한미동맹 균열 심각”…靑의 실토, “이상無” 외치던 靑, “한반도 비핵화 주변국 동상이몽” 진단 등 2건의 기사를 신문 1·3면과 온라인에 게재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했는데, 정부의 새로운 시각이다 보니 그 혼란과 파장도 컸다. 청와대는 보도가 나
‘TV조선 대표 딸’의 폭언만 남은 보도
TV조선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 방정오씨 딸의 폭언 음성이 인터넷을 달궜다. MBC가 첫 보도를 하고, 미디어오늘이 후속으로 내보낸 음성에 대중들은 분노했다. 10살 초등학생이 50대 후반의 운전기사에게 내뱉은 안하무인식 언어는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아저씨 진짜 해고될래요?” “네 모든 식구들이 널 잘못 가르쳤네” “죽으면 좋겠어” 같은 발언이 음성 그대로 보도됐다. 평범한 초등학생이 아니고, 거대 언론사 회장 일가의 손녀였기에 발언이 더 폭발력을 가지고 확산됐다. 사람들은 재벌가의 갑질로 받아들였다.천천히 따져보자. 이번 보도
‘셜록’의 특종이 던진 ‘빅 퀘스천’
폭행과 엽기행각으로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수사에서 음란물 유포부터 상습폭행, 마약까지 ‘범죄 종합세트’라 할 만한 양 회장의 범죄행위가 드러났다. 양 회장뿐 아니라 관련 업체 전·현직 임직원 등 19명과 음란물 업로더 61명 등도 무더기로 입건됐다. 보름여 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건은 독립언론의 보도로 세간에 알려졌다. 우리는 이 사건이 기사화를 거쳐 사회에 파장을 미치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한다.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 박상규 기자는 첫 제보를 받고 2년 동안 한국미래기술을 들여다
중간광고만 의존하면 지상파 미래 없다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도입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국회 질의에서 “중간광고 허용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 9일 방통위는 전체회의에서 정책방향을 보고하면서 중간광고의 차별적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매체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지상파 방송에도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었다. 사실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문제는 1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논쟁이다. 찬반
성 차별 보도와 결별하자
세계경제포럼이 2017년 발표한 한국의 성 격차지수는 144개 나라 중 118위였다. 정치와 교육, 고용, 보건 4개 분야에서 남녀의 불평등을 계량화한 지표인데, 매년 100위 밖에 머물렀다. 유엔개발계획이 2015년 조사한 성 불평등지수와 좀 다른 결과다. 생식건강·여성권한·노동참여 등 3개 분야를 측정했는데, 한국은 조사대상 188개 나라 중 10위를 차지했다. 측정기준이 다른 데서 오는 순위치고는 차이가 많이 났다. 여성과 남성이 체감하는 불평등 격차만큼 크다. 통계를 떠나 여성이 의회 진출과 취업·승진 등에서 남성에 비해 차
이해하기 힘든 경찰의 KBS 압수수색 시도
2008년 8월8일, 사복경찰 수백 명이 KBS 본관 건물에 들이닥쳤다. 당시 한나라당이 추천한 KBS 이사 6명이 정연주 사장의 해임 제청을 결의하기 직전이었다. 이사회가 열리는 본관은 경찰에 의해 차단됐고, 저항하는 KBS 직원들은 제압당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경찰의 난입으로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은 통과됐다. 사복경찰이 공영방송 KBS에 밀려든 것은 독재치하에서도 볼 수 없는 살풍경이었다. KBS 구성원들은 이를 ‘8·8 사태’로 명명했다. 꼭 10년 만이다. 지난 23일 경찰은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 사무실
변하는 네이버, 준비 안 된 언론
네이버라는 고래가 뒤척이면 언론은 몸살을 앓는다. 그동안 인터넷 뉴스 유통을 네이버에 의존해 온 한국 언론에게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네이버가 내놓은 모바일 메인 개편안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언론이다. 지난 10일 네이버는 모바일 개편안을 내놓았다. 3000만 명을 맞는 네이버의 첫 얼굴이었던 뉴스를 메인에서 걷어냈다. 대신 구글을 연상시키는 단출한 검색창이 자리 잡았다. 네이버에서 뉴스를 만나려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손가락을 쓸어야 하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그나마 사용자가 뉴스를 선택하지 않으면 보지 않
가짜뉴스,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으로, 사회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며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몰아붙인 뒤, 관계부처에 가짜뉴스의 제작자뿐 아니라 유포자를 엄중처벌, 각 부처가 가짜뉴스를 발견한 즉시 수사를 요청할 것, 검찰과 경찰의 가짜뉴스 관련 공동대응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 총리 자신이 지난달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호찌민의 영묘 방명록에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고 적은 글이 김일성을
부산일보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며칠 앞둔 통화에서 전대식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부끄럽지 않으려 싸우고 있다”고 했다. 사장 배우자 출마 문제로 촉발된 부산일보 구성원의 사장 퇴진 요구는 불법선거운동 의혹, 편집권·공정보도 훼손, 성과급 비정상적 수령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가 1일 쟁의행위 가결로 나타났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결렬이 계기가 됐지만 실상은 지난 5월2일 사장 배우자가 자유한국당 부산시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은 이후 150여일 계속된 사장 퇴진 요구의 연장선이다. ‘투표율 89%
젠더감수성을 클릭수와 바꾼 언론
멀게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가까이는 올해 초 터져나온 ‘미투 운동’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는 페미니즘이다. ‘젠더감수성’은 새로이 탑재해야 할 사회적 능력이 되고 있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런데도 대중의 인식을 반영해야 할 방송 및 언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젠더감수성이 결여된 성차별적 내용,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여과없이 방송되는 일이 잦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심의한 안건을 조사한 결과, 양성평등 제재건수는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