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소유·경영 분리'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지난 7일부터 릴레이 집회를 시작했다. SBS 대주주인 태영그룹 윤석민 회장이 협의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는 이른바 끝장 집회다. 윤석민 회장 측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내세워 노조와 단독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갈등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BS 노사가 사장 임명동의제 시행 등을 담은 1013 합의를 맺었던 건 2017년이다. 사장 임명동의제 도입은 국내 방송사 가운데 SBS가 처음이었다. 당시 합의는 윤세영 전 SBS미디어그룹 회장이 사임하면서 선언한 소유
MBN 대주주, 구성원에 귀기울여라
지난 7월24일 종편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N 경영진들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시청자와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건 MBN 노조와 MBN 기자협회, MBN PD협회 등 구성원들이었다. 구성원들의 통렬한 반성은 언론사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정작 이 사태를 초래한 경영진은 염치와 담을 쌓은 모양이다. MBN이 내세우는 공정과 신뢰는 불법 경영진들로 인해 와르르 무너졌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경영진은 찾아볼 수 없다. 미안하다 달라지겠다는 그
기자협회보 2000호 발행에 부쳐
1964년 8월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3개월 후인 11월10일 창간한 기자협회보가 오늘 2000번째 신문을 발행했다. 기자협회보가 56년 동안 부침과 영욕을 겪으며 한국언론의 살아있는 역사를 기록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정의롭고 용기 있는 일선 기자들 덕분이었다. 기자협회보는 반세기 넘게 기자사회 대화의 광장이자 좋은 저널리즘의 공론장, 미디어산업의 흐름을 통찰하는 마당이었다.지금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지만 군사정권 시절의 언론 환경은 참담했다. 언론은 할 말을 하지 못했고, 기자는 기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권력에 불리한 기사는…
언론에 묻는다, 팩트입니까
팩트입니까. 언론에 묻고 싶다. 편견이 사실을 훼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내 편인지, 네 편인지 가르는 진영 논리가 언론을 선전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진보언론을 자처한 언론은 어용 언론 소리를 듣고 있고, 보수언론은 정권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팩트보다 정치적 주장에 경도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심화되고 있다. 그 밑바닥엔 팬덤 정치가 있다. 팬덤을 잘 활용하면 시청률이 치솟고, 배반하면 독자 이탈이 쇄도한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순간 매서운 보복이 뒤따른다. 내 편은 옳고, 네 편은 그르다는 흑백 논리에 사로
코로나 시대, 이전의 취재 관행 벗어나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명을 넘었다. 언론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을 자가격리 대상으로 만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모 정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취재 기자의 확진 판정으로 지도부 전원이 자가 격리되고 국회가 셧다운 되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야 피해를 입은 게 먼저라 하겠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보자면 존재 자체만으로 민폐인 것이다. 그리하여 취재 방식도 덩달아 바뀌었다. 재택근무나 화상 회의가 도입됐다. 온라인으로 부처 정책 브리핑을 시청하고, 집에서 전화로 취재된 기사들은 그 자리에서 송고됐다. 데
청주방송 대주주의 뜬금없는 남 탓
청주방송 노조가 이재학 PD 사망에 책임이 있다. CJB청주방송 대주주인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의 발언이다. 이재학 PD 사망 사건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인정하고 합의한 지 한 달도 안 돼 나온 말이다. 이 회장은 언론을 통해 노조도, 그 누구도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지난 6월 발표된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주장이다. 진상조사위는 이 PD의 사망 원인이 회사의 부당해고와 회사 측의 소송 방해 행위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주방송이
계속되는 젠더 보도 참사, 더 많은 고민 필요
최근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편집국 내부에서 일어난 갈등이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지난달 29일 온라인으로 쓴 박재동 화백에 대한 가짜 미투 의혹 기사와 지난 6일 서울신문 지면에 게재된 곽병찬 논설고문의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는 칼럼이 갈등의 시작점이다. 두 기사는 모두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표현이 많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편집국 보도 방침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부의 비판에 직면했다. 성범죄 등 성과 관련된 사건을 선정적으로 재현해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원피스' 아닌 '일하는 모습'에 주목하라
지난주 가장 주목받은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일 것이다. 지난 4일, 류 의원이 붉은색 패턴 원피스에 운동화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어두운 계열 정장 차림 일색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류 의원은 단연 눈에 띄었다. 원피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려라 바캉스 갔냐는 힐난성 반응부터 술집여자 같다 티켓다방 생각난다며 류 의원을 성적 대상화해 성희롱하는 발언까지 쏟아졌다.류 의원의 원피스에 쏠린 세간의 관심에 언론도 적극 부응했다. 초선인 류 의원에 대한
정부, 서울신문 지분 팔아 돈 벌 셈인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조합원 415명을 대상으로 기획재정부 지분 인수에 동의하는지 묻는 투표를 30일까지 진행한다. 투표 결과, 과반이 동의하면 사주조합은 기재부와 지분 인수 협상에 돌입한다. 서울신문 1대 주주인 기재부의 지분율은 7월1일 현재 30.49%다. 기재부 소유 지분은 액면가로 126억원, 자산가치를 반영하면 270억원 정도라고 사주조합은 밝히고 있다. 기재부 지분 인수엔 거금이 필요하고, 조합원 개인들이 부담을 지는 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획재정부 국고국장과 출자관리과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전직 채널A 기자 구속, 검언유착 관행 반성 계기로
법원이 지난 17일 검언 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언론 자유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권력형 비리 의혹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구속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전 기자는 친여권 인사 연루 소문이 돌던 금융 사기 사건인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면서 검찰 고위 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이 전 기자를 구속하면서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했
'후레자식' 모욕, 이해찬 대표가 직접 사과하라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극단적 선택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충격파 속에서도 사회 구성원 각자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함은 상식이다. 기자의 소임 중 하나가 진실을 위한 성역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생각은 다른 듯 하다. 그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대병원 박 시장 빈소에서 기자에게 후레자식 같으니라는 욕설을 했다. 박 시장의 급작스러운 죽음의 원인으로 보도된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묻는 질문을 받은 뒤였다.이해찬 대표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이 대표는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KBS 경영혁신, 비효율부터 과감히 제거해야
KBS가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되었지만 핵심은 비효율 제거와 수신료 인상 두 가지다. 둘은 적자에 허덕이는 KBS에게 당면한 과제이자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해묵은 문제다. 곪을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는 상처처럼, 두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이 어려워진다. 또 수신료 인상의 전제로 항상 비효율 제거가 따라붙었을 정도로 두 사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KBS는 다시 문제만큼이나 익숙한 답안을 손에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비효율의 상당 부분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30년 전만 해도 국민
'받아쓰기'에 매몰된 볼턴 회고록 보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예상대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짧으면 몇 년, 길면 한 세대가 지나야 공개되곤 했던 백악관 웨스트윙의 의사결정 과정을 폭로 형식으로 기술한 책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미국 국내적으론 당장 11월 초로 다가온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다른 나라들로서도 수퍼파워 미국이 트럼프 시대 들어 좌충우돌했던 모습을 내부자 시각을 빌어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존 볼턴이란 인물이 누구인지부터 짚어보자. 네오콘의 주축인 그는 아들 부
지독한 뉴스 편식, 언론의 책임도 따져봐야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프랑스의 미식가로 알려진 장 브리야사바랭(1755〜1826)이 한 말이다. 한국의 상황을 반영해 변주해보면 당신이 어떤 신문을 보는지 말하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 쯤이 되지 않을까. 이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얘기다. 주목할 만한 조사 항목이 있다.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와 특별한 관점이 없는 뉴스,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 가운데 어느 것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신중해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언론의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정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11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정 의원에게 묻는다. 악의적 보도란 무엇인가. 정 의원이 정의하는 악의적 보도의 정의가 궁금하다. 악의적이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봤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남을 해치려 하거나 미워하는 악한 마음을 가진 것. 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