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 선정적 보도, 유튜버와 다를 게 뭔가
한 사람이 경찰을 밀치며 건물 안으로 뛰어든다. 다른 사람은 가스 배관을 타고 벽을 오른다. 경적을 울리거나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싸움판을 벌이기도 한다. 며칠 동안 이런 기괴한 장면이 연출됐던 곳은 지난 12일 출소한 조두순의 집 앞이다. 불편을 겪은 주민들의 질타와 신고에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던 이 난장판은 유튜브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달됐다. 일부 유튜버의 일탈적인 방송은 좋게 보면 치기 어린 정의감 때문이겠지만 많은 경우 광고 수익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에서 리얼리티 ‘막장쇼’가 막을 올리
KBS 획기적 공공성 강화로 수신료 인상 동력 삼아야
KBS가 숙원 과제인 수신료 인상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KBS는 지난달 말 수신료 인상을 골자로 한 ‘공적 책무 강화와 수신료 현실화’ 라는 제목의 경영목표안을 마련하고 이달 중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 안은 세부 목표로 △공적책무 수행강화 △미래방송환경 변화 대비 콘텐츠 경쟁력 제고 △수신료 현실화 △경영혁신을 통한 재정건전성 기반 조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수신료 현실화가 핵심 목표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은 2007년, 2010년, 2013년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수신료는…
질문 받지 않겠다면 '민주주의' 운운 말라
“이정도 사안이면 중범죄에 해당하는데 해임건의는 안 하십니까?”브리핑을 마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추 장관은 아무 말 없이 발언대를 내려와 출입구로 향했다. “질의응답 안 받으세요, 장관님?” 기자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너무 일방적입니다”라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지난달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사실을 발표한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관련 브리핑을 한다는 소식은 발표 시작 40분 전인 오후 5시 20분쯤 기자단에 통보됐
말뿐인 출입처 혁파, 근본적 대안 모색 뒤따라야
기자유감 시대다. 기자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회악의 평가를 받는 일이 부지기수다. 특히, 검찰 개혁 국면에서 일부 검찰 기자단 역시 적폐로 낙인 찍혔고, 급기야 ‘검레기’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케케묵은 출입처 받아쓰기라는 지적을 넘어 출입처와의 유착 문제로까지 비화된 것이다. 논란의 도마 위에 다시 출입처 제도가 올랐다. 최근 언론 환경이 급격히 변하며 출입처 제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당장 언론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각 기관의 보안 의식도 철저해져 이른바 ‘마와리’를 통한 정보 수집도 예전같지 않다
포털 종속된 저널리즘… 괴물 되진 말아야
지난 11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네이버 뉴스 소비 현황을 분석한 기사가 언론계의 화제다. 상위 10개 언론사가 네이버 ‘많이 본 뉴스’의 약 70%를 차지했으며 그중에서도 40%는 중앙일보·조선일보·연합뉴스 등 3사가 독점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뉴스홈에 뉴스를 공급하고 있는 매체는 76곳이며 검색 제휴를 맺은 곳은 500여 곳에 이른다. 수백 개 매체가 매일 수십만 건의 기사를 쏟아내는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이토록 높은 점유율이라니. 상위권을 차지한 언론사들은 승자가 된 느낌을 받을 만도 하다. 일
지역언론 종사자의 분투만 요구해선 안 된다
‘지역신문, 지역의 명품이 되다’는 주제로 2020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지난 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예심을 통과한 일간지 15개사, 주간지 12개사 등이 참여해 지역언론의 경험과 성과를 공유했다. 지역민과 지역공동체를 위한 기획 보도, 지역밀착형 디지털 콘텐츠 실험 사례가 눈에 띄었다. 강원도민일보는 비무장지대 마을의 역사를 끈질기게 추적한 기획연재물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를 발표해 대상을 받았고, MBC강원영동은 크로스미디어 실험 ‘하우투’와 ‘청춘 스마트 클래쓰’를 통해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콘텐츠가 가능하다는
방송 중단 위기 MBN, 쇄신할 적기다
MBN이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매일 방송을 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선 폐쇄 못지않은 무거운 처벌이다. 직원들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언론단체는 승인 취소에 미치지 못한 봐주기 제재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신뢰가 바탕이 되는 언론기관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엄중한 처벌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에선 차명주주 의혹을 오래전에 제기했지만 계속 뭉개왔던 방통위가 현 사태를 부른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재승인 심사가 코앞이다. 곪을 대로 곪은 뒤에야 처방약을 내린 지금, 늦었지만 대충
언론이 만든 '백신 공포'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을 의미하는 이른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고투하는 가운데 지난 열흘 가까이 독감백신의 접종여부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인천에 사는 17세 고교생이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게 사태의 발단이다. 이 고교생의 사인과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적으로 독감 접종 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런 보도가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과 혼란을 야기한 점은 분명하다.물론 독감 유행이 임박한 시기에 백신 접종…
신뢰 회복, 구체적이고 투명한 준칙서 시작하자
“만약 세상이 완벽하다면, BBC의 편집 가이드라인은 단 한 문장으로 구성될 것이다. 최상의 판단을 내려 알아서 하라!”2010년 당시 마크 톰슨 BBC 사장이 편집 가이드라인 서문에 쓴 내용이다. 당연하지만 세상은 완벽하지 않고 언론도 완벽하지 않다. 능숙한 기자라도 수많은 사실의 조각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노련한 기자들도 때로는 악의를 품은 제보자의 말에 속아 넘어간다. BBC는 기자들이 윤리적 위험에 빠지거나 오보의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편집 가이드라인’이라는 난간을 만들었다. 한국 언론도 나름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
무엇을 위한 '소유·경영 분리'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지난 7일부터 릴레이 집회를 시작했다. SBS 대주주인 태영그룹 윤석민 회장이 협의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는 이른바 ‘끝장 집회’다. 윤석민 회장 측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내세워 노조와 단독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갈등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BS 노사가 사장 임명동의제 시행 등을 담은 10·13 합의를 맺었던 건 2017년이다. 사장 임명동의제 도입은 국내 방송사 가운데 SBS가 처음이었다. 당시 합의는 윤세영 전 SBS미디어그룹 회장이 사임하면서 선
MBN 대주주, 구성원에 귀기울여라
지난 7월24일 종편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N 경영진들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시청자와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건 MBN 노조와 MBN 기자협회, MBN PD협회 등 구성원들이었다. 구성원들의 통렬한 반성은 언론사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정작 이 사태를 초래한 경영진은 염치와 담을 쌓은 모양이다. MBN이 내세우는 공정과 신뢰는 불법 경영진들로 인해 와르르 무너졌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경영진은 찾아볼 수 없다. ‘미안하다’ ‘달라지겠다
기자협회보 2000호 발행에 부쳐
1964년 8월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3개월 후인 11월10일 창간한 기자협회보가 오늘 2000번째 신문을 발행했다. 기자협회보가 56년 동안 부침과 영욕을 겪으며 한국언론의 살아있는 역사를 기록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정의롭고 용기 있는 일선 기자들 덕분이었다. 기자협회보는 반세기 넘게 기자사회 대화의 광장이자 좋은 저널리즘의 공론장, 미디어산업의 흐름을 통찰하는 마당이었다. 지금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지만 군사정권 시절의 언론 환경은 참담했다. 언론은 할 말을 하지 못했고, 기자는 기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권력에 불리한 기사는
언론에 묻는다, 팩트입니까
팩트입니까. 언론에 묻고 싶다. 편견이 사실을 훼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내 편인지, 네 편인지 가르는 진영 논리가 언론을 선전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진보언론을 자처한 언론은 ‘어용 언론’ 소리를 듣고 있고, 보수언론은 정권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팩트보다 정치적 주장에 경도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심화되고 있다. 그 밑바닥엔 팬덤 정치가 있다. 팬덤을 잘 활용하면 시청률이 치솟고, 배반하면 독자 이탈이 쇄도한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순간 매서운 보복이 뒤따른다. 내 편은 옳고, 네 편은 그르다는 흑백 논리에…
코로나 시대, 이전의 취재 관행 벗어나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명을 넘었다. 언론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을 자가격리 대상으로 만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모 정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취재 기자의 확진 판정으로 지도부 전원이 자가 격리되고 국회가 ‘셧다운’ 되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야 피해를 입은 게 먼저라 하겠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보자면 존재 자체만으로 민폐인 것이다. 그리하여 취재 방식도 덩달아 바뀌었다. 재택근무나 화상 회의가 도입됐다. 온라인으로 부처 정책 브리핑을 시청하고, 집에서 전화로 취재된 기사들은 그 자리에서 송고됐다.
청주방송 대주주의 뜬금없는 남 탓
“청주방송 노조가 이재학 PD 사망에 책임이 있다.” CJB청주방송 대주주인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의 발언이다. 이재학 PD 사망 사건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인정하고 합의한 지 한 달도 안 돼 나온 말이다. 이 회장은 언론을 통해 “노조도, 그 누구도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지난 6월 발표된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주장이다. 진상조사위는 이 PD의 사망 원인이 회사의 부당해고와 회사 측의 소송 방해 행위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