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메달리스트에게도 박수를… 즐겨라, 코리아!
결국 하긴 한다. 2021년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재작년 하반기 파견이 확정된 출장이 2년 가까이 흐른 2021년 7월에야 현실이 됐다. 개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취재기자들은 올림픽 하긴 하는 거냐는 질문을 받고 나도 궁금해란 답변을 보내기 일쑤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약 2시간 30분 거리의 일본 도쿄행이 이토록 멀고 험난할 지 이 곳에 와 있는 어느 누가 알았으랴.19일 한국선수단 본진과 같은 비행기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11시15분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오전 8시부터 공
검찰의 마법은 부활할 것인가?
검찰은 5년마다 마법에 걸린다. 2007년 12월11일자 주간경향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대선이 있는 해마다 검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선거 결과를 좌우했던 관행을 지적한 것이었다. 실제로 검찰은 1997년, 2002년 그리고 2007년까지 세 번 연속해서 대선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했다.1997년 대선 직전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측이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 하지만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 수사를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대중 후보는 악재를 피할 수 있었고 결국 대선에서 승리
남북이 서로의 국호를 제대로 불러줄 때가 왔다
남북은 분단 이래 서로의 이름, 즉 국호(國號)를 제대로 불러준 적이 없다. 남쪽은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ROK), 북쪽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이라는 정식국호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상대방을 지칭할 때 이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서로를 적대시하고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관행에 따라 남쪽에서는 한국-북한이라 부르고, 북쪽에서는 조선-남조선이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북한을 북한이라 부르려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을 남한
남초 커뮤니티 밖에도 청년이 있다
언론들 대체 왜 그래요?지난 5월에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라는 책을 낸 뒤에, 20대 남성 논란 등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내겐 언론에 관한 질문이 가장 많이 쏟아졌다. 페미니즘 백래시 현상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는 보도가 많은데, 왜 그러느냐, 어떻게 해야 언론이 바뀌느냐 등의 내용이었다.그럴 때마다 포털에 종속된 산업구조, 조회 수 지상주의, 조직 내 젠더 감수성 미비 등 수많은 문제가 중첩되어있다며, 겨우 설명을 했지만 항상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해법이 무엇인지 제시하기가 현재로선 불가
기자는 세 가지 거짓말을 한다 :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숫자
얼마 전 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언론이 오보를 내보내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정정하거나 사과하는 데 인색하다는 건데, 그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10개 신문에 올해 들어 게재된 94건의 정정보도를 자체 분석했다. 이 중 59건은 자체 정정인데, 대부분 단순 오탈자나 오기(誤記)로 인한 것이고 나머지 35건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이나 법원 판결에 의한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라 설명했다. 그리곤 94건 중 300자 이상은 단 24건에 그쳐 진정성이 의심되고, 또 단 10건 만이 사과를 포함했다고 덧붙였다.편하
장마의 무한 변신, 올해는 어떤 얼굴로 찾아올까
지난달 11일, 일본에서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가 시작됐다.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이었지만 우리도 거의 이틀에 한 번 비가 내리면서 벌써 장마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장마의 기상학적 정의는 여름철 정체전선(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다. 일본의 경우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을 끌어올려 공식적인 장마가 시작됐지만 우리는 아직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다.잦은 비를 몰고 온 것은 저기압이었다. 북동쪽 상층에 차가운 성질의 저기압이 정체하면서 주기적으로 비구름대
'요즘 애들'이 묻는다, 일이란 무엇인가
MZ세대 직장인들에게는 어느 때 보다 일과 직장이 화두다. 지난해 우리는 누구나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금융위기 때처럼 자산이 폭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등바등 열심히 일했는데 가만히 있었다는 이유로 맨 뒷줄로 밀려나버린 자산 급등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막 직장에 입사한 젊은 세대라면, 게다가 물려받을 것 한 푼 없는 흙수저라면 나의 성장을 보장해주지 않는 일터와 통장을 스치는 근로 소득을 바라보는 눈이 복잡하기만 하다.유튜브 채널 이과장이 내놓은 웹드라마 좋좋소의 인기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취업
ESG, 누구를 위한 열풍인가
ESG 열풍을 넘어 광풍 수준이다.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ESG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이 한 말이다. 요즘 경제계 최대 화두를 꼽자면 단연 ESG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경영이나 투자 방침을 뜻한다.산업이나 금융계 출입 기자들이 기업 관계자들에게 물으면 아마 열에 아홉은 ESG 이슈가 최대 관심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ESG 경영선언, 위원회 설립 등에 대한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행사 개최가 잇따른다.기자들은 본디 불신 지옥에 빠
풋살장의 보기 드문 청년들, 이젠 안녕
최근 스포츠계는 풋살 경기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로 뜨거웠다. 경기를 하던 선수가 느닷없이 영화 소림축구에서나 나오는 날아 차기로 상대 선수를 가격하고, 앉아있는 상대 선수 손을 밟고 지나간다. 화를 제어하지 못한 또 다른 선수는 상대 선수와 심판을 밀치거나 폭언했다. 지난 15일 국내 풋살리그인 F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벌어진 경기 중 폭력 사태 얘기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온라인 동영상 생중계에 노출됐다.근래 보기 드문 막장 플레이 주인공들은 경기 막판 패색이 짙어진 제천FS 선수들이다. 상대팀인 고양불스풋살클럽 선수들의 도발
공소장 공개가 없었다면 박근혜 탄핵도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근본적인 원동력은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전 국민적 문제제기였다. 그러나 광장에 모인 수백만의 목소리가 탄핵이라는 헌법적 절차로 옮겨질 수 있었던 것은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가 없었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도 진행될 수 없었을 것이고,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정이 선고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그렇다면 국회는 당시 무엇을 근거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었을까? 2016년 12월9일 의결된 탄핵소추안 43쪽과 44쪽에는 탄핵소추의 기초가 된 증거의 목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인가?
지난 3월30일 시행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워싱턴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미국시간으로 지난달 15일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화상 청문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대북전단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론과 함께 한국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일은 한 번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대북전단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 매개물 게시, 전단 등을 살포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
코로나 백신에 대한 확신과 의심 그리고 미신
지난해 말 일부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날이 추워지는데 독감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부작용신고가 속출했다. 83세 노인, 백신 접종 후 사망 같은 기사가 줄을 이었다. 불안감은 가중됐고 접종을 주저하는 어르신들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독감에 맞고 사망한 110명의 노인 중 독감접종과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례는 0건이었다.독감 백신을 맞고 노인이 사망했으니, 이는 보도할 가치가 충분히 높을까? 지난해 국내에서 사망한 65세 이상 전체 어르신은 20만 4000여명이다. 이중 절반 정도가…
"객관 보도"란 함정
기사가범람한다.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교육콘텐츠,재보궐선거이후이남자(20대남자)현상,군가산점부활등에대해젠더갈등이란점을부각하고일부온라인커뮤니티의목소리를고스란히담아낸기사들이다.기원도의미도불분명한단어를두고남성혐오란주장이튀어나오고,해당단어를사용한웹툰등에이른바별점테러를하는일이벌어지면서 이주장을그대로담아젠더갈등이격화하고있다거나남혐논란이있다는기사도앞다퉈나온다.위근우칼럼니스트는최근경향신문칼럼에서웹툰별점테러등일련의현상에대해이번악플및별점테러는매우많은유저가적극적이고일사불란하게뛰어드는것과별개로사건의인과를찾기어렵다.공격대상의선별도무차별적이라고지적했다.특히이들의
누가 언론사 목에 디지털을 달 것인가
유튜브에서 놀면 뭐하니 클립을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찾아봤더니 MBC에서 만들었더라고요. 그때 MBC를 처음 알았어요.한 대학에서 실습을 나오기로 한 미디어학과 학생의 자기소개서엔 변화된 미디어 환경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끊임없이 콘텐츠는 소비하지만 그게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다양한 플랫폼과 수천, 수만개의 채널과 함께 자란 세대에게는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텔레비전을 보던 시절 MBC 뉴스 틀어라하면 알아서 11번을 누르던 시절에 자란 세대로서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따라가
기상전문기자가 대파밭에는 왜?
지난 설 연휴에 야채가게를 찾았을 때만 해도 명절 효과인 줄 알았다. 대파 한 단이 6000원이 넘었다. 한 뿌리만 팔 수 없냐고 너스레를 떨다가 결국 쪽파를 들고 왔다. 대파 대신 쪽파라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명절이 지나고 3월 들어서도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대형 마트에 가도 8000원이 넘는 가격표에 선뜻 장바구니에 넣을 수가 없었다. 1년 전만 해도 대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산지에서 트랙터로 밭을 갈아엎는 모습을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났다. 지금의 대파 대란이 기후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지난해를 돌이켜보면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