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있는 도시공원
정부와 대부분 지자체들이 20여년 동안 직무를 유기하면서 다수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사례가 있다. 예산 부족 핑계를 대왔던 지자체 중 일부는 도리어 이 사례를 난개발을 용인할 기회로 삼고 있다.일부 공무원이나 몇몇 지자체만이 아닌 정부와 다수 지자체가 집단적 직무 유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 이 사례는 바로 도시공원 일몰제를 통해 사라지고 있는 도시숲의 이야기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개인 소유의 땅에 지자체가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1달러=1200원' 시대
1997년 12월23일. 한국이 외환위기 폭풍에 빨려들어가던 시점에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962원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의미다. 1990~1998년에 달러당 600~800원선을 오가던 환율이 외환위기와 맞물려 2~3배가량 폭등한 것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은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외환위기를 계기 삼아 한국 정부와 가계가 외환방파제를 튼실하게 구축한 결과다. 1997년 12월 말 207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4631
언론사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저도 기자 준비했었는데. 그러셨어요? 아아... 지상파 3사 중 한 곳의 방송작가와 나눈 대화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30대 여자 언론계 종사자. 그는 보도 프로그램 원고를 쓰고 나는 주간지 기사를 쓴다. 누군가를 섭외하고 또 취재한다. 발제에 골머리를 앓는다.그런데 내가 발딛고 선 땅은 그가 선 땅과 전혀 다르다. 나는 정당한 이유 없이는 해고될 수 없다. 그는 몇 년 넘게 일하다가도 언제든지 말 한마디로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 나는 4대보험과 연차휴가를 적용받지만, 그는 고용보험 외에는 별다른 안전망이 없다. 나는 근로기준법
삼프로와 씨리얼
저 후보가 저렇게 달변이었어? 다소 고루한 경제 정책 이야기가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지는데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세간의 화제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대선 특집 말이다. 지난 연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대선 후보 5명이 잇따라 출연한 영상은 누적 조회수 1000만을 훌쩍 넘길 정도다.각 후보의 매력도 빛났다. 멋 모르던 시절 주식을 시작해 겪은 온갖 시행착오를 풀어놓는 후보에게서 인간미가 느껴졌다. 공직의 길을 걷느라 주식을 해본 적 없다는 후보에게서는 우직함을 엿봤다. 전문 사회자
삼프로TV란 무엇인가
밥을 먹다가 언론인을 긴장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삼프로TV는 무엇인가라고 물어라. 아마 함께 밥을 먹던 언론인은 수저질을 멈추고 언론의 위기, 또 언론의 역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한참을 떠들어 댈 것이다. 보도 관행이라든가,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시청자의 입맛이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이야기하며 명확한 답이 없는 현실에 자조적인 한숨을 디저트처럼 곁들이면 목적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언론에게 선거는 대목이나 다름없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만큼 잰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정책이 실종됐다거나 따옴표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은
"라니냐가 또 온다" 2년째 추운 겨울?
지난가을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사이트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지난겨울(2020년 12월~2021년 2월)도 라니냐였던 것 같은데 또 라니냐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분명 중립상태로 돌아갔는데, 2년 연속 라니냐가 찾아온 적이 있었나?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적도 부근 무역풍이 강해지는 것이 원인으로, 이 시기 남미 페루 부근 바다에는 차가운 물이 용승하며 표층 수온을 끌어내린다. 페루 근처 해역은 평소 한류가 지배적인 곳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무렵 갑자기 난류
파워 오브 도그의 모호함에 대하여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3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상 후보를 예측하는 움직임도 바빠졌다. 버라이어티 등 미국 연예매체가 아카데미 작품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 작품은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다. 1967년 발매된 토머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레이스의 청신호를 밝혔다.영화는 1925년 미국 몬태나주의 한 농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농장을 운영하는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은 동생 조지(제시 플레먼스)가 과부인 로즈(커스틴 던스트)와…
'거수기' 김 이사가 왜 그럴까?
이사만큼이나 혼동을 주는 직함이 드물다. 흔히 상무 전 초임 임원 직급으로 사용한다. 직급 인플레이션 심한 회사에서는 이사가 넘쳐나기도 한다. 이런 김 이사님들은 회사의 경영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한다.그런데 엄밀한 의미의 이사, 즉 상법상 등기이사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들은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법인등기부 등본에 이름이 올라간다. 회사 내부에서 승진한 사내이사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영입한 사외이사도 법상으로는 동등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등기이사다. 사장님이라 할지라도 등기이사 타이틀을 받지 못하면 대표일뿐 대표이사는 될 수
위드 코로나 시대 팬 마케팅, 혁신보다 현실이다
위드 코로나에도 프로스포츠 관중몰이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게 주요 종목 관계자의 대다수 견해다. 축구, 야구, 배구, 농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는 안전하게 한 시즌을 완주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상적인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 중심엔 관중의 정상적인 스포츠 관람이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프로스포츠는 입장료 수입, 즉 관중이 늘어나면 다른 부가가치가 정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100% 유관중 경기로 대부분 돌아섰는데 예상만큼 관중이 들어차지 않고 있다
단두대 매치
단두대 매치라는 표현이 있다. 이기는 쪽은 살아남고, 지는 쪽은 목이 잘리는 경기라는 뜻이다. 보통 스포츠 분야에서 승자가 토너먼트에 진출하고 패자는 탈락하는 상황이라든지, 패할 경우 감독이 경질되고 이길 경우 자리를 보전하는 경기를 묘사할 때 이용된다. 리버풀과의 경기는 연패에 빠져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솔샤르 감독의 단두대 매치가 될 전망이다라는 식이다.이번 대선 역시 여야 후보의 단두대 매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 모두가 대선을 앞두고 검찰 또는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대선의 승
노태우와 정주영… 남북화해와 대선
1980년대 말. 대학의 문에 들어서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역사를 알아갔고 그 깨달음 속에 주먹을 쥐었다.군부독재 타도하자 독점자본 해체하라라는 구호들이 가득했다. 그 시기 쿠데타의 핵심 군부세력이 권력을 장악했고, 자본은 그들에게 실탄을 제공했다. 그렇게 나의 대학생활은 부조리에 대한 타파 의지로 가득했다.그러다가 사회에 나와 북한과 남북관계를 다루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며 재평가를 하게 된 두 사람이 있다.한 사람은 최근 세상을 등진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
'중계 저널리즘' 속에 잊히는 삶들
2주 전이었다. 열이 심하게 났고,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다리가 퉁퉁 부어서 걷기가 불편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봉와직염이라며 빨리 입원을 하라고 했다. 갑자기 입원을 해야 된다는 당황스러움도 잠시, 고열과 두통이 이어져서 한동안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있었다.입원 4일째, 다리는 여전히 아팠지만 열이 가라앉고 입맛도 돌아왔다. 그제야 병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가 보였다. 깁스를 한 옆자리의 초췌한 중년 남성은 통화를 하며 어쩌다가 내 팔자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은 손가락 힘줄이 끊어지는 산재를 당
여론조사를 허하라
나는 맞고 당신은 틀려야 사는 곳은 정치권만이 아니다. 이들의 세(勢)를 알려주는 여론조사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걸 조사해도 많게는 20%p가까이 벌어지는 탓에 서로가 정답이라며 아웅다웅하고 있다. 막상 정답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오답도, 정답도 모두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정치가 곧 여론조사고, 여론조사는 정치꾼이 되어버렸다.오늘도 조사 결과는 쏟아져 나오고, 불신과 정보를 동시에 배출하는 아이러니를 미디어는 연일 보도한다. 불편한 동거다. 보다 못해 숫자가 아니라 추세를 보라는 지침을 주지만, 심지어는…
가을이 실종됐다고요?
기상전문기자라는 직업 때문일까? 사람들이 날씨 얘기를 하면 귀가 쫑긋해진다. 출근길 버스에서, 점심 먹으러 나가는 직장인들 틈에서 왜 이렇게 추워? 아니면 더워? 비가 자주 와? 미세먼지가 심해? 이런 대화가 자주 들린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 사이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곤 한다. 진짜 그러면 사람들이 놀라겠지?최근에는 10월 중순 갑작스러운 한파가 찾아왔다. 요가 수업을 갔는데 매트 위에 앉은 회원들 사이에 날씨 얘기가 한창이다. 가을 옷을 살 필요가 없다, 트렌치코트를 꺼냈는데 1번 입고 세탁소에 맡기게 생겼다
'플랜 비'는 없다
빠른 속도의 드럼에 맞춰 신디사이저가 깔리기 시작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타기 시작할 것이다. 테이크 온 미~ 테이크 미 온~이란 후렴구 멜로디를 듣는 순간 아, 이 노래!라고 외치지 않을 이는 없을 것이다. 노르웨이 3인조 밴드 아하가 1985년 선보인 히트곡 테이크 온 미다. 무려 36년 전 노래지만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13억 회에 달한다. 시간이 흘러도 생명력을 잃지 않았음을 숫자가 증명한다.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은 것도 이 노래가 촉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하의 전성기를 목격하진 못했지만 테이크 온 미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