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신문을 읽었다 하는가?
한국ABC협회 사태가 발생하자 미디어비평지와 방송은 해외로 팔려나가서 포장지로 유통되거나 계란판 생산에 쓰이는 잔지 실태를 폭로했다. 자연스럽게 등장한 질문이 누가 신문을 읽는가?였다.지난해 12월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신문잡지 이용자조사 결과에서 만 19세 이상 국민의 13.2%가 지난 1주일 동안 장소와 관계없이 평균 4.0일, 하루 평균 13.9분 동안 종이신문을 읽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신문을 읽은 장소로는 가정(69.9%)이 직장이나 학교(20.0%), 식당은행(5.8%), 자신이나 가족이 운영하
기후 편집국을 두자
언론의 취재 부서와 인력은 이슈의 중요도 변화에 맞춰 바뀐다. 누가 변화를 먼저 포착해 이슈를 선점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지가 결국 언론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기도 한다.몇 년 새 기후변화가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단순히 과학과 날씨의 문제였던 기후변화는 이제 산업과 정치안보, 심지어 종교와 문화의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자연히 기후변화는 환경 출입처에서만 다룰 수 없는 이슈가 됐다.여러 변화들이 시도됐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부터 기후팀을 신설해 80여명의 취재인력을 보유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별도 기후 섹션을 개설해 관련 의제를…
먼저, 기자를 구하라
직장에서의 탈진(burnout) 현상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인 질병 분류체계에 포함된 것은 2019년이다.탈진 연구자들은 탈진의 주요 원인을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지속불가능한 업무량. 둘째,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인지. 셋째, 노력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 넷째, (자신을) 지지하는 공동체의 결여. 다섯째, 공정성의 결여. 여섯째, 가치(value)와 기술(skill)의 부적당한 결합.이제 이 여섯 가지 요인들을 기자들의 삶에 대입해 보자. 첫째, 업무량.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일하고 있나? 둘째, 통제
베를린이 주택 사회화하는 동안 한국은 뭐했대?
지난가을, 베를린에서는 주택 사회화에 대한 시민 투표가 열렸다. 거대 부동산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장기적으로 베를린시가 사회주택으로 다시 사회화시키는 것에 대한 투표였다. 이 투표를 통해, 베를린의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아주 강력한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됐다. 시민들은 집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는데, 정치와 제도는 그 흐름에 어떻게 발맞춰갈 것인가? 베를린 정치는 집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답을 더 이상 유예하기 어렵게 됐다.베를린의
언론사 혁신보고서가 실패하는 이유
2014년 5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를 기점으로, 국내 여러 언론사들도 여러 혁신보고서를 냈다. 읽어보니, 보고서대로 하면 그 언론사는 대한민국 최고 언론사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후 잘 됐다는 소식은 별로 못 들었다.가장 큰 이유는 대외적 환경이 점점 나빠졌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선 어떤 펀드매니저도 고수익 내기 힘든 것처럼. 그러나 내부 요인도 적지 않다고 본다. 출발은 대개 보고서 쓴 사람과 보고서 행할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단기에 성과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내 임기내, 또는 오너 실망하기 전에, 결과를 보려 하니
한국과 일본 보도의 온도 차이
최근 일본 지인들과 연락하면 한국은 코로나가 심각한 것 같은데 괜찮아요? 라고 걱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 화제가 된 모양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달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0명대까지 늘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예상 범위 내인 것 같다.일본은 8월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5000명을 넘었는데 최근 들어 급감해서 100명대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 급감의 원인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백신 접종률도 높은 한국에서 왜
구독 경제에 대한 오해
구독 경제가 유행이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뉴스 기업들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구독료에서 벌어들인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 성공 모델로 꼽히는 노르웨이 신문 산업의 구독 매출 비중은 2006년 45%에서 2019년 62%로 늘었지만 매출은 17% 줄었다. 뉴욕타임스의 구독 매출도 20%에서 80%로 증가하는 사이 총 매출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더 큰 문제는 구독 경제 피로감이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같은 구독할 매체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지출이 증가하자 절독 흐름이 시작됐다. 그래서 광고 모델 인기가 다시 상승 중이다.
편향성은 편향성대로 예산은 예산대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내년 서울시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TBS 출연금을 대폭 삭감해 논란이 됐다. TBS의 올해 총 예산은 515억원. 이중 서울시 출연금은 375억원이다. 전체 73%에 달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올해 대비 약 122억원을 삭감한 252억원을 내년도 출연금으로 책정했다. 서울시는 충격요법이라고 주장했다. TBS가 재단으로 독립한 만큼 서울시로부터 재정적으로도 독립해야 서울시를 비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측에서는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한다.서울시 출연금 삭감 관련 논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김어준의 뉴스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시대
너도나도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시대이다. 선거 때다 보니 더 그렇다. 하지만 논의는 쳇바퀴를 돌리는 느낌이다.여당 사람들은 포털 문제를 주로 언급한다. 확실히 요즘은 흥미에 치중한 포털용 기사가 너무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시덥잖은 입씨름을 논란과 갈등의 구도에 가둬 대단한 사회적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거나, 해외의 엽기적 사건을 낚시성 제목을 달아 소개하는 게 대표적이다. 대부분 기사가 실린 매체의 소속 기자가 직접 작성한 것인지도 의심스러운 수준의 저질이다.대선을 앞둔 최근엔 정치권 이슈가 잘 팔린다. 그러다보니 정치인이
탈원전 프레임 전쟁, 사라진 공론장
지난 5년간 정치권의 주요 정쟁 대상으로 부각됐던 이슈를 꼽으라고 하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빠지지 않는다. 탈원전은 지난 대선만 해도 당시 홍준표 후보조차 공약으로 신규 원전 건설 지양을 내세울 만큼 진영 간 차이가 없었던 이슈였지만, 이제는 지지 정당에 따라 찬반의 양극단을 달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사회적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한국 언론은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지금도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언론의 프레임 전쟁은 계속되는 중이다. 보수 언론은 모든
언론은 '위드 코로나' 준비가 되었는가?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보도가 본격화되었으니 이제 1년 10개월이 지났다. 시민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매일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백신접종률이 국민의 70% 이상이 되면서 정부의 방역 체계도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내달 1일부터 바뀔 가능성이 크다.이쯤에서 언론도 그간의 코로나 보도를 숨 고르고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집단감염 발생원, 확진자 동선, 시민들 사이에 유통되는 허위정보에 대한 검증과 해명으로 숨가빴던 한편, 자영업자의 생활고,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뒷바라지, 맞벌이 부부의…
영끌세대와 민달팽이세대
민달팽이세대, 즉 Generation rent가 등장한 지 오래다.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고, 민간임대차 시장에서 형성된 주택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주택을 구매하지 못하는 청년층. 이들은 보통의 노동소득으로는 구매 불가능한 주택 가격을 불안하게 지켜보며 부랴부랴 사회에 진입해 자립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한다.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일 경험을 위해 불안정 노동과 정체된 임금 수준을 홀로 감당해낸다. 누군가는 학업 중에, 누군가는 구직과 취업 전후로 첫 독립을 시작하며 세입자로의
이천수는 왜 심하은을 공격했나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FC불나방의 감독인 이천수와 FC국대패밀리의 수비수 심하은은 부부다. FC불나방과 FC국대패밀리의 결승전 당일, 이천수는 아내 심하은에게 몸은 괜찮아?라고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누나들(선수들)에게 그 얘기 했어. 공격은 심하은 쪽으로라고. 심하은은 킥은 빼어나지만, 발이 느리고 몸싸움을 거의 못한다. 또다른 수비수 국대 출신 박승희는 빠르고 공에 대한 집착력이 대단하다. 아내는 남편을 향해 못 됐다라고 하지만, 어떤 감독이라도 그런 전략을 짤 것이다. 이천수는 평생을 승부사로 살아온 사람
안창림 선수를 둘러싼 보도
이번 도쿄 올림픽 때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한 사람은 유도 73kg급 안창림 선수다. 동메달을 땄을 때 한국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때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 말은 일본 귀화 거부라는 말이었다. 안창림 선수는 재일코리안 3세로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가 대학 시절에 한국에 건너와서 한국 대표 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유망주였기에 귀화를 권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거절하고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일본 출신 선수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건 반가운 일이긴 하다. 그런데 일본 귀화 거부 때문에 영웅처럼 보도되
뉴스레터의 깔때기 전략
언론사의 뉴스레터가 붐이다. 지난해 미국 언론사들의 71%가 이메일로 구독자들을 획득한다는 설문 조사를 봤는데,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닌 듯 하다. 이메일 뉴스레터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뉴스레터를 통해 기사 클릭을 유도하려는 영업과 독자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마케팅이다. 문제는 둘 다 뜬구름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뉴스레터가 돈이 되는 클릭 순증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뉴스레터에 직접 광고를 붙이는 모델도, 기사 클릭수를 높여 디지털 광고 수입을 높이는 방식도, 지금 같은 디지털 무료 뉴스 환경에서는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