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의 언론사 인수, 저널리즘 포기는 안 된다
중견기업들의 언론사 인수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존 언론의 영향력 저하가 뚜렷한 상황에서 투자 의지를 가진 기업의 언론사 인수 시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포털의 조회수에 연연하는 콘텐츠 양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언론사에게 기업의 안정적 투자는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북돋우는 든든한 뒷배가 될 것이라는 게 그 기대다. 반면 언론의 공적 책무는 외면한 채 기업이 사업을 위한 방패막이로 언론을 악용할지 모른다는 우려 목소리도 크다. 안타깝게도 최근 잇따른 중견기업들의 언론사 인수 움직임을 우리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눈길로
서울신문 기자 삭제, 흐지부지 끝나면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정황을 포착해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7일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대부분 언론이 김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기사화했다. 이튿날인 18일 일부 종합 일간지는 지면에도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같은 날 서울신문에는 호반, 현장근무자 5000명에게 5억 상당 격려품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을 뿐이었다. 서울신문 홈페이지에도 김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물론 호반건설에 부정적인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어쩌면 예견된 사태였을지도 모른다. 호반건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어퍼컷 퍼포먼스는 대선 유세로 끝났다. 국가운영은 권투 경기처럼 상대를 꺾어야 승리하는 게임이 아니다. 특히 초박빙의 대선 투표 결과는 내편 네편 갈라치기 분열정치를 종식시키라는 준엄한 경고였다. 국민통합이란 엄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두 달 뒤면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다.윤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처럼 왜곡된 언론관을 보여서는 안 된다. 언론을 향해 수시로 어퍼컷을 날려 아직도 어질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겨냥해 민주당 정권의 전위대는 강성 노조이고, 그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편향된 시각은 공영
우크라이나 사태, 심층 국제보도에 눈 떠야 할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직후, 각국 유수 언론사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 조직의 수준이 보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발빠르게 호모 사피엔스 등 저작으로 국내에도 유명한 유발 하라리의 기고를 게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평소 관계가 돈독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등 푸틴 대통령을 잘 아는 유력 인사들의 알찬 기고문을 실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는 러시아가 아닌 미국을 비판하는 미국 학자인 존 미어샤이머와의 장문 인터뷰 기사를…
혼탁한 대선… 실종된 정책검증 보도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의 앞날을 결정할 20대 대통령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꽃이라는 정치학의 고전적인 명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대통령 권한이 막강한 한국에서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의 의미는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 이상이다.대선은 지난 5년 집권세력을 평가하는 의미도 크지만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대해 각 정당들이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다. 갈수록 복잡다기한 현실과 방대한 정책을 이해하는 데 유권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선거
포털 '100만 조회' 기사와 '돈 안되는' 기사
이윤에 초점을 두면 가치가 위태로워지고 가치에 집중하면 생존의 기반을 위협받을 수 있다.오랜 시간 뉴미디어를 연구해 온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2018년 펴낸 사라진 독자를 찾아서에서 언론의 모순적인 지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라는 추상적인 이상을 실현한다는 과제와 기업으로서 이윤을 내는 역할이 충돌하며 저널리즘의 위기를 불렀다는 것이다.기자협회보 보도로 지난해 국내 최대 디지털 뉴스 플랫폼 네이버에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본 기사들이 공개됐다.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목록들은 언론의 지위를 분석했던 책의 내용을 떠오
가볍게 쓰는 디지털 기사의 민낯
그냥 개최국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 지난 7일 밤,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경기가 끝난 직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서울신문 기사다. 기사 본문에 그냥 개최국 중국이 메달 모두 가져가라고 하자라는 문장이 10번 반복됐고, 제목 역시 같은 내용이 2번 반복됐다. 기사 본문 곳곳에도 개인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문장이 들어 있었다. 서울신문 평화연구소 사무국장(논설위원 겸임)이 쓴 이 기사는 네이버에서 4만여개의 공감 표시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이 기사를 출고한 지 약 30분 만에 삭제했다. 기자
대선 한 달 앞, 우려되는 '좌편향' 발언
내 생각과 다르면 좌편향으로 낙인찍고 적대적 감정을 드러낸다. 갈라치기로 내 편의 이득을 꾀한다. 식상한 레퍼토리다. 시대가 변했으니 선거 전략도 변할 법한데 여전히 과거의 악습에 젖어있다. 강력한 대선 후보가 뛰는 제1야당의 선거대책본부 인사의 퇴행적 언론관이 입길에 올랐다. 그는 공영방송 앵커 출신이다.황상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언론전략기획단장이 지난 5일 대선후보 토론회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기자협회와 방송 주관사인 JTBC를 싸잡아 좌편향이라고 공격하며 토론회를 무산시켰다. 진행자를 문제 삼는 것을 시작으로 기자협회가 지난…
호반은 이러려고 서울신문 인수했나
서울신문이 대주주 호반그룹에 대한 과거 비판적 기사를 일괄 삭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자본이 언론사를 인수할 때 예견됐던 사주에 의한 편집권 침해가 노골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영권과 편집권의 분리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몰각한 사주의 태도, 기사삭제의 책임을 회피하는듯한 경영진의 행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지난 16일 서울신문 온라인에서 삭제된 기사는 2019년 7월부터 11월까지 특별취재팀 바이라인을 달고 연속보도한 언론사유화 시도 호반건설그룹 대해부 시리즈 기사 50여건이다. 당시는…
정치권은 언론탄압과 사전검열 당장 멈춰라
시청률 17%. 공영방송 M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의 지난 방송 시청률이다. 웬만한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보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제목은 김건희 씨는 왜. 특정 매체 기자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아내인 김건희씨와의 통화 녹음을 보도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청률이 증명하듯 방송은 시작도 하기 며칠 전부터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과 통화 녹음의 불법성 여부에 언론 탄압 문제까지 거론됐다.높은 시청률에 가장 큰 힘을 보탠 건 다름 아닌 국민의힘이었다. 논란이 커지며 스트레이트 방송 내용
'포털 그 후'가 의미하는 것
임인년의 각오를 담은 신년사에서 많은 언론이 포털 이후의 시대를 그렸다. 그동안 디지털 전환이 종이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1차원적 변화에 머물렀다면 포털을 벗어난 기사 유통과 구독자 확보를 위한 노력은 디지털 시대를 향한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적응기가 될 것이다. 자사 홈페이지뿐 아니라 다양한 채널에서 전통적인 신문 독자들과 다른 구독자 혹은 팔로워들을 만나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기사와 콘텐츠를 제작하고 구독 및 멤버십 모델 등을 개발하는 과정은 한국 언론이 뉴스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주체로서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의 형식을 찾는
관음증 조장하는 혐오방송 '가세연'
대중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과 연예인들에 대한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사생활 폭로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이번에는 기자의 사생활까지 무차별적으로 침해했다.가세연 채널은 돈이 된다면 대상자들의 인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특히 정치적 목적이 있을 때 사실 검증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의혹을 자극적으로 부풀린다. 가세연은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갈등 관계인 이준석 대표를 비판해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 대표가 박근혜 키즈로서 정치적 배경을 이용해 한 벤처기업인으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가세연의
기자 신상털이가 공수처에서 할 일인가
수사기관의 편의가 인권보다 앞설 수 없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소신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헌법 원칙에 따른 품격 있고 절제된 수사를 공수처의 원칙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일은 이런 원칙과 정면 배치된다.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언론 보도를 보면,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요청한 언론사 기자는 13개사 41명으로 확인된다. 공수처와 무관한 야당 출입 기자와 정부에 비판적인
지역신문법 상시법 통과됐지만 갈 길 멀다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지역신문법)이 상시법으로 전환됐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재직 경력 요건을 15년에서 10년으로 완화하고 지역신문발전기금 부정수급자 지원 제한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으나 핵심은 2022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규정된 특별법의 유효기간을 삭제해 상시법으로 전환한 것이다. 지역신문법의 상시법 전환은 지역신문 지원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신문법은 지난 2004년 특별법 형태로 제정된 이후 2010년과…
차별금지법, 언론이 공론장 마련해야
차별금지법은 2007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된 후 발의됐다가 폐기되기를 15년째 반복하고 있다. 의원 발의가 7차례나 이뤄졌고, 현재도 4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 법안을 시민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모아 법제사법위원회로 보냈다. 하지만 양당은 전체회의에서 청원 심사 기한을 2024년까지 연장했다. 처리를 미루는 이 결정은 회의 시작 43초 만에 나왔다.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여론이 71%로 대다수이지만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생산적인 논의는 이뤄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