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70) 4+4+2는 합당한 숫자일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대통령실에 출입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대통령 취재는 4+4+2 풀(POOL)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영상기자 4팀, 사진기자 4명, 취재기자 2명이 대표로 취재한다. 어떨 때는 자리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영상 2팀, 사진 2명, 취재 1명을 요구한다. 이는 취재하기에 합당한 숫자일까?한미정상회담에서 일어난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
[뷰파인더 너머] (69) 다시 우크라이나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3개월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여기저기 질서없이 누워있던 사람들도, 빼곡히 빈 곳 없던 멀티 콘센트도, 비어있는 동공도 이곳, 바르샤바 중앙 기차역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아졌습니다. 이곳을 가득 메웠던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이들은 지금 유럽 40여개국으로 흩어졌고 일부는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갔습니다.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지금 폴란드 동부 조
[뷰파인더 너머] (68) 슬픈 살인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대학 시절 봉사활동 중 만난 한 시각장애인의 어머니가 제게 말했습니다. 단 하루라도 좋으니 제가 아들보다 오래 살았으면.얼마 전 한 엄마가 친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딸은 뇌병변 1급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나 30년간 누워서 지냈으며, 최근 대장암 말기 판정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부모가 먼저 천륜(天倫)
[뷰파인더 너머] (67) 과정이 결과로 증명되는 세상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목표로 정한 암벽의 길을 개척해 순차적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들. 가느다란 줄에 몸을 의지한 채 때로는 손가락 힘만으로 버텨내기도 하고, 고비마다 빠른 판단으로 넘어서려는 의지. 쉴 틈도 없이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완등해야 하는 압박감. 섣부른 판단에 미끄러져 실패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에 주어진 과정들을 잘 이겨냅니다. 결과에 따라 성취감
[뷰파인더 너머] (66)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닭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자연농업으로 키우는 닭 농장을 찾았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햇살 좋은 마당으로 산책 나왔습니다. 사육되는 닭이 맨발로 땅을 밟기란 하늘의 별따기. 그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걷고, 헤집고, 비비고, 모래를 끼얹어 목욕하고 아주 신이 났습니다.그들도 위계질서란 게 있었습니다. 기운 센 수탉이 목청 높여 암탉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짝짓기로…
[뷰파인더 너머] (65) 타는 목마름으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김지하 시인을 10년 전 취재현장에서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저는 당시 인턴 6개월 차에 접어든 사회초년생이었습니다. 국어 교과서와 수능 언어영역 지문으로만 접하던 시인을 직접 만나다니, 부푼 마음으로 취재현장에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그를 만난 현장은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라는 보수단체에서 주최한 시국 강연회였습니다. 조국의 위기가 나를 불렀다며 공개
[뷰파인더 너머] (64) 오르는 건 쉽지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오르지 않은 품목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집 근처 지하철역 안에 있는 빵집에서 팔던 700원하던 빵은 900원이 되었습니다. 가격 상승 비율로만 보면 20%가량 올랐습니다. 빵을 상당히 좋아하는 입장에선 슬픈 소식입니다. 다른 빵집도 가격을 올리진 않을까 걱정하며 빵을 사먹는 요즘입니다.이 사진을 찍었을 때에도 점
[뷰파인더 너머] (63) '대박'은 어디에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요즘 애들을 우리 사회는 MZ세대라고 합니다. 1980년대생은 MZ세대에 속한다는 사실에 젊은 세대와 어우러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만, 진짜 젊은이들은 사회가 명명한 MZ라는 단어마저도 기성세대의 틀로 여기기도 합니다.어느 주말 오후 MZ세대인 이들이 골목 담벼락에 붙어 즉석복권을 긁고 있었습니다. 수억 원의 당첨금이 내걸린 1등을 꿈꾸며 정성스
[뷰파인더 너머] (62) 3년 만에 체육대회 열어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광주광역시 북구 동신여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여파로 단체 활동이 중단되어온 지 3년만입니다.이날을 기다린듯 별나고 화려한 옷차림의 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영화 오징어 게임 등 유명 영화와 만화에서 나온 의상을 비롯해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한 몸뻬에 새마을 운동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까지.…
[뷰파인더 너머] (61) 맨발 걷기, 어싱(earthing) "살기 위해 걷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가끔 흘려듣긴 했지만 그곳 마사토 산책로에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신발이 없어도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얼굴마다 화색이 하얀 벚꽃 같았습니다. 얼마나 맨발로 걸었으면 중년의 발등이 목덜미보다 더 까매졌습니다. 아프지 않냐 했더니 말문이 술술 터졌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다 꿀잠을 잔다는 분, 무지외반증 통증과 발톱 무좀까지 싹 나았다는 분. 척추측만증
[뷰파인더 너머] (60) 이제, 지하 주차장에서 만날 일은 없겠죠?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특별검사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이었던 그를 카메라에 담아왔기에 감회가 새롭습니다.검찰과 관련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사진기자들은 검사들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취재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으레 찾곤 했습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는 언론의 숙명입니다. 권력자를 향한…
[뷰파인더 너머] (59) 익숙한 문장, 익숙한 색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밤이 찾아온 폴란드 바르샤바를 밝히는 건물이 있습니다. 아직 공사 중이지만 완공되면 폴란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기록될 바르소 타워입니다. 건물이 다 지어지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마음은 지어진 지 오랜 듯합니다. 이 건물 고층부 6개 층에 노란불이, 5개 층에 파란불이 들어와 우크라이나 국기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바르소 타워는 누리집을…
[뷰파인더 너머] (58) TO. 견원지간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진영 간 낯 뜨거운 네거티브 난타전 결과 0.73%p, 초박빙 득표율 차이로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대한민국이 둘로 쪼개졌다는 극단적 결과를 반증하듯 당선인과 2위 후보 모두 각 진영 역대 최다 득표라는 역설적 기록도 쓰였습니다. 지역세대성별로 좀 더 들여다보면 더욱 극단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0.73%p. 당선인과 낙선인 모두
[뷰파인더 너머] (57) 이제야 봄을 느낍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봄비가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자 노란 산수유 꽃에 빗물이 송골송골 맺혀있습니다. 콩나물 대가리처럼 생긴 산수유 수술들이 물방울 속 양분을 흡수하는 듯 꼿꼿이 서 있습니다. 바람이 물방울을 털어내려 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게 신기합니다.2022년 들어온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세상이 너무도 빠르게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여전한 코로나19
[뷰파인더 너머] (56) 다 우리가 한 짓입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그는 우리 식탁 단골 메뉴였습니다. 노가리, 코다리, 흑태, 백태, 바닥태, 영태, 건태, 황태, 북어. 탕으로 국으로 포로, 신물 나게 즐겼습니다. 바다 깊은 곳에서 자라 몸에 좋은 미네랄을 듬뿍 먹고 자랐다고 독을 빼고 기력을 돋우는 데도 그만이었습니다.제삿상에도, 대문 문설주에도 떡하니 오른 귀한 몸이었습니다. 음식이자 보약이자 없어선 안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