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하고 싶을 때만 써먹는 '청년', '반지하'
이번 여름, 폭우로 인해 반지하에 거주하던 주거취약계층, 장애인, 빈곤층, 노동자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기후위기 재난으로 열악한 주거에 살던 사람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것에 정부는 그 책임을 통감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언론 등이 보다 다양한 대안과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시킬 때였다. 그러나 카메라의 초점은 또다시 주택 가격을 향하고, 부동산 시장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어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기사가 냉큼 쏟아진다. 그 많은 언론이 주목하는 집이란, 여전히 자산 증식 수단이다.최근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주택 재개발 2
K-POP이 대단하다고 새삼 느낀 순간
나는 주로 일본 매체에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는데 가끔 K-POP 관련 원고 의뢰를 받을 때도 있다. 아무래도 수요가 많은 건 영화나 드라마보다 K-POP이다. 최근 아이돌 그룹 NCT127 유타(나카모토 유타)에 관한 원고 의뢰가 들어왔다.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인 20명에 관한 기획 기사라고 한다. 20명 중 1명으로 유타가 뽑힌 것이다. 나는 K-POP 아이돌로 데뷔한 일본인이 꽤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중 누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여러 분야의 20명에 들어간 유타가 어
디지털 구독료 하락에 대처하는 자세
국내 언론들의 디지털 전환은 왜 더딜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매출과 수익 축소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미국의 관련 자료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미국 전역의 대도시 지역일간지 20개를 표본 조사한 텍사스대학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발발 후 9개월(2019년 대비 2020년 3분기 현재) 동안 인쇄 신문 구독자는 평균 21% 줄고, 디지털 구독자는 64% 늘었다. 문제는 구독료다. 이들의 디지털 구독료(무제한으로 기사를 볼 수 있는 올 액세스 상품 기준)는 연평균 165달러(약 22만원). 연평균 인쇄판 구
미디어가 재현하는 자폐에 대한 단상
우영우 신드롬이다. 오징어게임을 비롯하여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인기를 끈 많은 드라마들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설정과 장면 묘사로 입방아에 오른 데 반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력과 더불어 여성 자폐성 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고 부딪히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로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드라마 속 우영우는 이전에 미디어에서 재현한 자폐인이나 장애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단 나이부터 다른데, 이전에 자폐를 다룬 영화인 증인이나 말아톤의 주인공이 10대 여학생이나 20대 초반의 청년 모습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3주년에 보는 '우영우'
(*이 글에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요즘 평소에 잘 안 먹던 김밥을 자주 먹는다. 얼마 전에는 딸아이랑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단어 맞추기 놀이를 했다. 회전문을 보면 왈츠가 떠오른다. 이쯤 되면 드라마에 단단히 빠진 게 맞다.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자꾸 생각나는 드라마다.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자폐 변호사가 주인공인 점이나 모든 법률 분쟁은 해피엔드로 마무리되는 점 등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지점들이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을 열광하게 하는 데는…
드라마 '우영우'에서 발견한 것
웰메이드 드라마라 부르는 건 섣부를까. 그러나 이렇게나 빠르게 대중의 눈을 사로잡은 드라마도 드문 건 사실이다.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지닌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이다. 단 4회 만에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를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새삼 미디어의 위력을 실감한다. 정말 오랜만에 OTT 서비스에서 방송 채널로 리모컨 설정을 바꾸고 본방사수를 했다. 단체 메신저 각 방과 오프라인 모임에서 감상 소
신문용지 갈등, 해법이 필요하다
오래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 2010년 신문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구체적 실천 방안의 하나로 효율적인 신문고지 관리와 가격안정화를 제안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법은 찾지 못했다. 2021년도에 신문기업에서 사용한 신문용지는 총 41만8000톤이다. 신문용지는 품질과 구매량, 결제방식에 따라서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톤(롤)당 평균 75만원이었다. 어림잡아도 작년 1년간 신문업계가 지출한 비용은 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신문용지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신문제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는 '기후 장르'
기후 문제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강이 말라버리며 자원이 부족해지고 종말의 위기에 빠진 후손들이 엔트로피를 되돌리는 기술로 인버전(시간 역행)을 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기후위기를 방관한 선조인 현대 문명을 침략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20년 블록버스터 작품 테넷의 스토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놀란 감독이 과학 장르(Science Fiction) 영화의 대가인 만큼 그의 영화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다루기 좋은 소재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시간역행이나 엔트로피 등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기술을 대중에게 쉽고 흥미 있게 전달
전세사기
전세사기 피해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하는 사회문제다. 전세사기는 피해자 개인이 유달리 부주의하여 발생하는 게 아니다. 주택 임대차 시장 문화 자체가 전세사기 발생의 원인이지만, 이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방관했던 결과다.전세사기 유형을 들여다보면, 주택 임대차 관행의 허점을 파고드는 피해 사례가 대다수다. 전월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모른다고 답한다. 실제로 많은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그 틈을 파고들어 가짜 중개사, 나쁜…
영상물 출연의 어려움
나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기자지만, 라디오에 고정 출연 중이고 가끔 TV 등 영상물에 출연할 때도 있다. 그런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영상물이다. 기사는 편집자가 고치거나 의견을 줄 때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내가 확인하고 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정 출연 중인 라디오도 대본은 내가 쓰고 프로듀서의 의견을 들으면서 녹음한다.영상물이 어려운 건 내 의사와 다른 말이 내 대사로 된 대본으로 올 때가 있어서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좌담회 같은 프로그램인데 대본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베스트 3를
칸의 쾌거, 넷플릭스의 배신, 그리고 서브스택의 선전을 해석하는 법
75회 칸 영화제 감독상(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남우주연상(송강호)의 브로커는 CJ EM이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하지만 지적재산권(IP)은 제작사와 공동 소유한다. 헤어질 결심의 제작사는 모호 필름. 박찬욱 감독이 대표로 있는 CJ EM 58% 지분의 자회사다. 브로커의 제작사인 영화사 집은 100%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다. 비경쟁부문에 초대돼 화제를 모은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JTBC 계열의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이 투자배급사다. 제작사는 카카오엔터가 81% 지분을 소유한 사나이픽처스다.칸의 쾌거에 얽혀 있는 C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그리고 매체
지난 4월22일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의 국어과 교육과정의 시안을 발표하는 이 토론회에서는 미디어 교육과 관련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을 볼 수 있었다. 국어과의 교수학습 내용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과 함께 매체를 공통 교육과정에 신설하는 방향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아직 연구진 수준에서 제시한 의견이지만 문자 교육 중심의 전통적인 국어 수업에서 한 발 나아가 다양한 시각 정보와 디지털 미디어를 읽고 쓰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제안에 많은 현장 교사
다시 회식할 자유는 주어졌지만
밤마다 술집이 문전성시다. 술집이 즐비한 골목들은 자정이 넘도록 불야성을 이룬다. 직장인들의 일정 관리 앱에는 미뤘던 술 약속, 회식 일정이 빼곡하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 다시 인원, 시간에 제한없는 회식이 가능해졌다.업무 특성상 평소 자주 회식을 하던 주변 언론인들과 홍보실 담당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강제로 회식이 줄어들어 건강이 좋아졌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맘편히 밤늦게까지 술잔을 돌릴 수 있게 된 지금 상황을 짐짓 반가워하는 눈치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회식이 기다려지는 행사
지금 지역언론에 필요한 건 '다른 시선'
올 초 MBC충북 시청자위원회 공모에 지원했다. 민언련에서 일하면서도 언론사 시청자위원회에는 속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언론에 직접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기대했다. 발표 결과를 전달받았는데, 결과는 탈락이었다.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위원회 정원이 10명에 달했고, 선발 과정도 노사 동수의 합의로 구성하는 방식이었다.결정적으로 공모요강과 운영규정에 쓰인 시청자위원의 자격이나 책무 등 모든 것이 내가 업으로 삼아 늘 하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전국민언련네트워크의 여러 활동가들이 다양한 언론사에 시
누구를 위한 매장 폐쇄인가?
신문이라는 재래시장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 고객을 많이 얻으면, 신문은 강력한 여론 영향력을 얻었고, 공장도 새로 짓고 직원들 자녀 학자금도 넉넉히 줄 수 있었다. 한때 그랬다. 디지털 시장에서 신문은 재래시장에서 얻었던 영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영향력을 얻으려면 차라리 유튜버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포털이라는 플랫폼이 규칙을 정한다. 신문이 직접 플랫폼을 구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오더라도 고객들은 울긋불긋 남 보기 민망한 세움 간판에 낚시하듯 현혹하는 줄 광고에 질려서 다시 오지 않는다.신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