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줄이기 후퇴하는 환경부
고래야, 미안해. 바다거북에게 미안타.필자가 2019년 8월 바다거북, 2020년 1월 참고래 부검 연구 현장을 취재한 뒤 썼던 르포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바다거북과 참고래 사체에 대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과학적 부검 연구에서는 이들의 체내에 다량의 플라스틱이 들어있음이 확인됐다. 먹이를 구하지 못해 마른 북극곰이 기후위기의 상징이 되어 경각심을 안겨준 것처럼 거북과 고래 부검은 시민들의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 동물들에 대한 사람이 미안해라는 반응들은 이제 시민들의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
가짜뉴스에 흔들리는 한국 경제
2021년 5월과 6월. 한국은행은 기자간담회와 창립기념사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6월11일 창립기념사에 담긴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 등이 대표적이다. 한은 임직원들도 비슷한 시점 여러 채널을 통해 시장에 연내 금리인상 의지를 전달했다.하지만 여의도 증권가는 한은의 메시지를 무시했다. 증권사 대부분은 작년 5~6월에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쏟아냈다. 2024년 1분기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증권가의 보고서가 기관투자가와…
구조를 말하지 않는 사회
지난달 29일, 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세 시간 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 도로를 차를 몰고 지나갔다. 꽤 싸늘한 늦가을 날씨에도 배를 시원하게 드러낸 상의를 입고 한껏 멋을 낸 거리의 젊은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배앓이는 안 하려나 몰라. 역시 젊음이 좋구나. 해사한 미소들에 얕은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10년만 어렸어도 오늘 같은 날 이태원에 갔다!조금만 더 어렸다면, 나는 정말로 그 군중 속에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3년 가까이 착용했던 속박 같은 마스크를 허공에 집어던지고, 가진 것 없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두려울 것도…
연차 쌓이면 올라가는 '연공임금'의 성벽
직무, 곧 하는 일에 따라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꽤나 미심쩍은 혹은 적대적인 반응을 맞닥뜨린다. 직무 가치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 자본가나 관리자 마음대로 하려는 거냐, 개개인의 경쟁이 심화된다 등.기업들이나 정부가 의도적으로 뒤섞지만, 직무급과 성과급은 다르다. 개인이나 집단의 성과를 평가해 기본급을 정한다면 성과급이다. 반면 해당 직무에 필요한 숙련에 따라 기본급을 정하는 게 직무급이다. 이때 직무에 요구되는 숙련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하진 않는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개별 기업을 넘어선 산업별 노동조합과 산업
의지가 앞서야 할 반지하 대책
의지가 앞섰다.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 전수조사 방침을 후퇴시켜 번복해 발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뒤 일주일 만에 내놓은 대책에서 서울시는 20만호에 달하는 서울 내 반지하 가구를 전수조사해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주거 상향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서울시는 1102가구+ 수준의 표본조사로 계획을 변경했다. 오 시장은 전수조사는 인력이나 예산상 한계가 있고, 통계청도 표본조사를 하지 않냐고 덧붙였
'트리플 딥' 라니냐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또 라니냐다. 2020년 9월 시작된 라니냐가 이번 가을과 겨울까지 3년째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니냐는 남미 페루 부근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수온 그래프가 3번이나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트리플 딥 곡선을 그리게 됐는데 매우 이례적이다. 보통 라니냐는 1~2년 정도면 사라지고 중립을 되찾기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3년 연속 라니냐는 이번 세기 들어 처음이라고 밝혔다.라니냐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뭘까. 라니냐는 적도 부근 바다의 수온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의 대기 순환
이유 있는 잔혹함
(이 기사에는 영화 늑대사냥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문제적 영화가 등장했다. 21일 개봉한 늑대사냥이다. 영화는 시사회 후 역대 한국 영화 중 가장 잔인하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개봉 직후 이 정도면 고어물(신체손괴, 살상 등을 소재로 한 영화 장르) 아니냐는 비판의 한가운데 섰다. 사지가 절단되고 몸을 관통한 흉기가 장기를 끄집어내는 장면은 애교다. 아기를 칼로 찔러 죽이려는 장면이나, 시체에 소변을 보는 장면은 역겨움까지 불러일으킨다. 피칠갑의 생지옥을 구현하고자 영화에 쓰인 가짜피만 2.5톤에 달한단다
프로스포츠계의 '회색지대' 근로자
프로스포츠계 근로자성 분쟁 불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시민단체 권리찾기유니온은 서울 용산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산업 종사자가 회사 지시를 받지만, 개인사업자로 계약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노동자 권리를 회복하는 사회 연대 운동을 열겠다고 밝혔다.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우정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유스팀 전 감독은 2007년 입사해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로 출퇴근하고 구단 차량을 이용할 때도 구단 허락을 받아야 했다며 14년간 일한 내게 계약 만료를 통보한 구단은 프리랜서란 이유로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최
고르비 사망, 냉전 부활, 북한의 새로운 모색
구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지난달 30일 세상을 등졌다. 그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펼치며 러시아뿐 아니라 전세계를 바꾸었다.그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만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군대를 철수하는 등 군비 감축을 했다. 이어 1989년 12월 몰타에서는 조지 H.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역사적 담판을 거쳐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냉전의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냉전 종식의 선언은 본격적인 세계화의 서막을 알렸다.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으로
4대강 디스토피아
2037년 여름, 은퇴를 앞둔 한 일간 신문사의 ㄱ기자는 마지막 칼럼을 쓰기 위해 노트북 자판 위에 손을 올렸다.2010년대 초반부터 기사와 칼럼을 통해 반복해서 경고한 내용이 있다. 이대로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을 방치하면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될 뿐 아니라 강을 생명줄로 살아가는 인간의 삶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이다. 숱하게 경고해 왔던 내용들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몇 년 전부터 낙동강 상수원에서 취수하는 물은 고도정화처리를 거쳐도 걸러지지 않는 오염물질과 중금속, 그리고 악취로 인해 더 이상 식수는 물론 농업용
대우조선해양, 수술대 올라야 산다
여름철 조선소는 최악이다. 땡볕에 달궈진 도크(선박 건조공간) 안팎에서 노동자들은 기진맥진이다. 철판을 용접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파워그라인드로 선체의 녹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현장 곳곳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고, 페인트 냄새는 코를 찌른다. 선박 표면을 긁어대는 파워그라인드 소리에 귀는 먹먹해진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업계 작업 강도는 제조업계에서 가장 셀 것이라며 조선업계를 등진 노동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지난달 파업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작업 환경에서
파업 손배와 노란봉투법
2013년 12월,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배춘환씨는 시사IN에 보도된 한 기사를 보고 편집국장 앞으로 편지를 썼다. 쌍용차 노조가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였다.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편지에는 현금 4만7000원이 들어 있었다.2014년 신년호에 이 사연을 실었다. 독자들이 4만7000원을 넣은 봉
빼앗긴 들에도 성평등은 오는가
모험하는 여자들의 아웃도어 커뮤니티라는 수식어를 내세운 단체 우먼스베이스캠프(WBC)를 알게된 건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된 게시물을 보고서였다. 평소 울창한 숲에서, 파도를 마주하는 해변에서, 자연을 침대 삼아 잠드는 삶을 갈망했지만 어쩐지 나의 것이라 생각한 적 없었다. 초등학생 시절 아람단 활동을 하며 야영하는 법을 배웠던 것을 제외하곤, 백패킹 같은 아웃도어 활동은 안전 때문에라도 여성에겐 허락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여자들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동해 텐트를 치고, 파쿠르(자연 속에 존재하는 다
지지율 유념
선거철도 아닌데 목을 빼고 여론조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데드 크로스는 이미 기정 사실이고, 곧 긍정평가가 20%대로 접어들진 않을지, 우려와 기대가 섞인 관심이다. 취임한 지 이제 석 달을 바라보는 시점이다.지지율에 유념치 않는다는 윤석열 대통령,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그는 사실 데드 크로스도, 골든 크로스도 이미 경험했다. 윤 당선인의 직무수행을 평가하는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경우는 여러 번 있었고, 취임 바로 전 주에 나온 갤럽조사에선 부정 48%, 긍정 41%로 그 차이가 오
극장과 헤어질 결심
요즘 극장가를 술렁이게 만드는 영화 두 편은 탑건: 매버릭(탑건2)과 헤어질 결심이다. 탑건2는 너무 많이 봐서, 헤어질 결심은 너무 안 봐서 문제다. 탑건2는 11일 기준 465만 관객을 달성했다. 아이맥스, 4DX, 돌비시네마 등 다양한 특별관에서 도장깨기를 하는 N차 관람 열기가 식지 않는 것으로 보아 500만 관객은 거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마블민국인 우리나라에서 마블스튜디오의 토르: 러브 앤 썬더 개봉 1주일 만에 탑건2가 예매율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은 이례적이다.반면 박찬욱 감독에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