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자와 필화’ 연재를 시작하며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시대, 20여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언론 환경의 변화다. 민주화 과정을 거친 한국 내 정치상황이 큰 원인이지만 그 기저에는 기자들이 있었다. 권력의 야만과 광기에 맞서, 때론 권력의 유혹과 부추김을 견디며 펜을 꺾지 않은 기자들이 있었기에 자유로운 글쓰기는 가능하게 됐다. 군사정권은 정부에 반하는 기사를 썼다고, 권력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고 언론인을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구둣발로 짓이기고 몽둥이로 때리고 전기로 지지고 감옥에 집어넣고…. 시간이 흘렀지만 연루자들은 매년 그때
[기획] 필화사건 연루자 지금은…
한수산 필화사건에 연루돼 모진 고문을 당했던 사람은 모두 7명. 그 가운데 박정만 시인은 20년 전 유명을 달리했고, 나머지 6명은 그때 당했던 분노의 기억들을 애써 떨치며 제각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소설가 한수산(65)은 그 사건 이후 술과 방황으로 세월을 보내며 글을 쓰지 않았다. 자신을 고문했던 보안사령관 노태우씨가 1988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떠나 있기도 했다. 현재 소설을 쓰며 세종대 국문과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본보는 한씨와 다각도로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시 중앙일보 편집위원이
[기획] “소설이 그 ‘미친 사건’의 전주 될 줄 몰랐다”
전두환 정권, 중앙 ‘욕망의 거리’ 문제 삼아 정규웅 기자 등 7명 서빙고 분실서 3박4일 고문‘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1981년 5월28일 오후 3시,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전화기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문화부 편집위원 정규웅은 전화기를 들었다. “중앙일보 문화부입니다.” 잠시 후, 저음톤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정규웅 부장이시죠. 보안사령부 아무개 소령입니다. 한수산씨의 제주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 주시겠습니까
[우리의 주장] 물먹은 논둑에 곡괭이질 그만두라
우리나라의 방송의 대표격인 공영방송 KBS의 사장으로 대통령 선거 캠프 인사가 거론된 것은 올해 초 선거 때 부터였다. 당시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설마’ 하는 낙관을 가졌던 것은 새 정부의 실용 정신이 갖는 합리성에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많은 사건과 시간이 흘렀다. KBS 이사회의 사장 제청이 임박한 지금 선거캠프에 있었던 유력한 후보중 한 명이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장공모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선거에 관여했던 사람이 KBS 사장으로 선임되게 하는 것은 구시대적
[기협회장 칼럼] 분열과 반목 아닌 통합과 신뢰 쌓아갈 때
해마다 8월17일은 기자협회 생일입니다. 벌써 44번째입니다. 즐거워야 할 생일이 우울하기만 합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언론정책 등을 볼 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때문에 생일 하루 뒤에 가진 기념식도 조촐한 행사로 치렀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습니다. 지면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시다시피 한국기자협회는 5·16 군사정권의 언론윤리위원회법 철폐투쟁을 계기로 지난 1964년 8월 17일 창립됐습니다. 지난 44년간의 역사에는 기자협회보가 강제 폐간되고 전임 집행부들이 구속되는 고초를
[언론단체] 국제기자연맹(IFJ)은?
IFJ는 전세계 1백50여개국 60만명의 언론인이 가입한 세계 최대의 순수 언론인 단체다.IFJ는 1926년 처음 창립됐으며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기능이 일부 상실됐다. 하지만 전쟁 중 연합국과 자유주의 국가 기자들이 ‘국제연합국기자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 of Allied Countries)’이라는 명칭 아래 런던에서 활동하며 명맥을 이었다. 1946년 26개국 언론인들이 다시 코펜하겐에서 국제기자기구를 결성했고 1952년 5월 14개국 대표
[와이드 인터뷰] “IFJ 조사단 파견 진지하게 고려하겠다”
국제사회는 현재의 한국언론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세계 최대의 순수 기자 조직인 국제기자연맹(이하 IFJ) 에이단 화이트(57) 사무총장은 한국 기자들이 처한 상황을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언론과 미디어 운영에 대한 간섭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IFJ 조사단 파견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를 거쳐 곧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군부독재 시절부터 한국언론의 독립을 지켜봐왔던 화이트 총장의 육성을 들어봤다. 본보가 지난 8월초부터 추진해온 에이단 화이트 사
[종합] “어떤 정부, 어떤 권력도 언론 통제할 수 없어”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는 18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4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이날 행사에는 김형오 국회의장,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 민주당 최문순 의원을 비롯해 한국언론재단 박래부 이사장, 신문유통원 강기석 원장, 신문발전위원회 남영진 사무총장, 이성춘, 이형균, 박기병 전 기자협회장 등 정계·언론계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이날 행사는 기자협회 44년 영상물 상영과 김동훈 부회장(한겨레)·한승주 여성특위 위원장(국민일보)의 ‘창립선언문 낭독’ 등의 식순으
[만평] 2008.8.20 기협만평
[오피니언] 협회, 소통의 다리가 되어줬으면···
“협회는 지금 뭘하고 있나” 며칠전 동료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다. 이 날의 화제도 어김없이 촛불과 YTN, KBS 사태였다. 미디어의 소통방식이니,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니 하는 말들이 오갔다. 술잔이 한 순배나 돌았을까. “상황이 이 지경인데 우린 여기앉아 이렇게 푸념만 하고 있다”는 자괴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불똥은 이내 옮겨 붙었다. 부지불식, 누군가의 입은 내게 “협회는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고 묻고 있었다. 지회장을 맡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겠다.
[오피니언] ‘정파 저널리즘’ 꾸짖는 배포 있어야
‘정파 저널리즘’은 한국 모든 언론의 탯줄이다. 한국의 모든 신문과 방송은 특정한 정치 국면을 배경삼아 탄생했다. 정치적 격동기에 편승하여 기업적 발전을 도모했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정치 격동을 주조했다. 영욕의 현대사에서 그들은 언제나 중요한 ‘행위자’였다.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의 역사는 각각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역사보다 길다. 이념 제시·정책 연구·엘리트 재생산·대중 동원 등이 정당의 구실이라 할 때, 한국에서 그 기능은 정당이 아니라 언론이
[오피니언] 공영방송 사수 투쟁은 저널리즘의 문제다
YTN에 구본홍을 사장으로 앉혔다. MBC PD수첩에 대해 검찰 수사를 강행했다. KBS에 경찰이 떼로 난입했다. 정연주 KBS 사장은 해임되고 곧바로 체포됐다. 아무런 주저함이 없다. 염치도 없고 눈치도 안 본다. 지지율 하락과 국민들의 저항의 배후에 방송이 있다고 보고 있다. KBS는 국정 철학을 구현해야 한다는 노골적인 망언을 떳떳하게 말하는 확신범들이다. 방송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가 언론을, 저널리즘을, 기자를 보는 인식의 문제다. 결국 취재와 보도, 그리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문제다. 취재하는 기자들이 경찰에
[오피니언] 보수·진보 목소리 고루 낼 수 있는 협회돼야
“기자협회는 회원사 기자들의 권익을 도모하는 곳인가요, 아니면 회원사를 공격하는 곳인가요?”최근에 기자협회를 탈퇴하겠다며 한 후배가 제게 물었던 말이다. 이 후배는 매달 내는 회비 1만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협회(구체적으로 말하면 협회보)의 정치적 편향성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한다. 내 돈 내가면서 얻어맞는 상황이 싫었던 것이다.비단 이 후배뿐만 아니라 최근에 많은 선후배들이 기자협회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3백여 명의 중앙일보 기자 중 협회에 가입한 기자가 1백명을 겨우 넘긴 것만 보더라도 협회에 대한
[오피니언] 민주적 운영위한 재정·사업 공개해야
오늘날 이 나라 언론이 처한 상황은 자못 심각하고 우리 기자 사회는 불확실성 속에서 좌표를 잃고 있다. 이러한 국면을 타개하고 기자협회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개괄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 회원기자들과 부지런히 소통하며 집행부와 회원 간의 거리를 좁혀야한다. ▲ 언론계 내부에 팽배한 모순과 비리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감시로 기자들이 긍지를 갖고 취재현장을 뛸 수 있도록 해 달라. ▲ 언론 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의 기회를 협회 차원에서 마련하자. ▲ 언론 시장의 독과점과 불
[오피니언] 공영방송사장 검거할 때 당신은 어디에
생일 축하의 말을 먼저 전해야하는데, 당신을 향한 기대와 갈망으로 축하의 말보다 원망의 마음이 앞선다. 한 사회의 권력층이 백주 대낮에 황당한 굿판을 벌이는 이 때, 21세기에 버젓이 마녀사냥을 자행하는 이 때,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물음이 앞선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제 수하를 내려 보내 언론장악에 나서고, 독립을 주창하며 이전 대통령에게는 맞장까지도 서슴지 않던 수많은 검사님들까지 안면 확 바꿔 대통령의 발이 돼 언론을 만신창이 내는 이 때,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방송은 권력의 손짓아래 사과를 하고 언론은 푸른지붕의 영도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