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상] 위안부 보고서 55
지난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박옥선(90)할머니를 만났다. 처음 만난 위안부 피해자였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어떤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할 지 막막했다. 먼저 마음을 연건 박 할머니였다. “밥은 먹었나, 먼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기자의 손을 덥석 잡아주셨다. 친할머니가 생각났다. 박 할머니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안부 할머니들도 여느 할머니들과 다르지 않구나. 우리 할머니 얘기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우리 팀은 위안부 ‘피해자’가 아닌 우리들 할머니 이야기를 담고자
[기자상] 눈 앞에 닥친 원전 폐로
원자력발전소의 폐로, 해체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기획 취재한 6개월여의 시간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것처럼 두렵고, 힘들면서도 호기심과 사명감으로 한발짝 한발짝을 뗀 순간들이었다.경향신문의 ‘눈앞에 닥친 폐로’ 기획 이후 ‘원전 폐로’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게 된 것은 가장 크게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다. 최근의 국감현장에서도 여러 국회의원들이 관련 질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원전 폐로가 밀실 속에 갇힌 관념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원전 폐로 자체가 탈핵과 찬핵진영, 어느쪽이나 필요성을 인
[기자상] 수학교육 대해부-수학 포기자의 진실
망설였다. 새로울 게 있겠냐는 회의론부터 나왔다. 하지만 문제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수학교육의 현장을 보고 느낀 충격, 이대로는 힘들다는 선생님들의 호소가 가슴에서 떠나질 않았다. 수학포기자 문제를 다시 꺼낸 건 이 때문이었다.문제는 심각했다. 수학 때문에 불행하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대놓고 학교를 조롱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어른들의 노력은 더뎠다. 영어나 역사에 비해 수학은 ‘핫’하지가 않았다. 고위급으로 갈수록 수학은 현안이 아니었다. 학자들은 외려 학교의 인내를 요구했다.취재도 순탄치 않았다. 할 말 많
[기자상] 사상 최대 규모의 KT&G 면세 담배 밀수 사건
지난 4월 초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많은 면세 담배가 국내에 불법 유통됐다는 기사를 내보낸 뒤 곧바로 ‘취재 타깃’을 담배 제조사 KTG로 잡았습니다.“관행적으로 면세 담배를 정해진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팔았을 뿐입니다. 이제 그렇게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뭐가 문제죠.”KTG가 무책임한 답을 내놓을 때마다 취재 의욕은 더욱 불타올랐습니다. 신기하게도 파면 팔수록 KTG와의 관련성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KTG가 2933만갑(취재 초기 1648만갑)의 면세 담배를 특정인에게만 공급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만평] 기협만평 2014.10.15
[오피니언] MBC, 기어이 대법원까지 갈텐가
이상호 MBC 기자에 대한 MBC의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또 나왔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가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한지 1년 도 안 돼 서울고등법원이 또다시 ‘불법 해고’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SNS에 글을 올린 것을 이유로 해고한 것은 징계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난 위법”이라고 밝혔고, “해고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못박았다. MBC 사측의 해고 행위가 광범위한 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것이다.MBC 사측은 1심에 이어 사측이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패소했지만 여전히 안하무인이다. M
[오피니언] 노벨문학상, 질문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다시 지나갔다. 올해 수상자는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 수상 직후 소설가 조경란은 “내가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않은 몇 권의 책이 있다”로 시작하는 글을 조선일보에 보내왔다. 평론가와 소설가 글의 매력이 다른 법이지만, 이번에는 작가의 글을 선호했던 이유가 있다. 노벨상에 대한 관심과 질문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에 대한 두 가지 생각 때문이다. 우선 하나는 ‘노벨상 콤플렉스’의 극복. 2년 전 김기덕 감독이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을 때 그런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칸·베네치아·베를린 등 세계 3대
[오피니언] 유언비어 보도? 그래도 처벌이 답은 아니다
검찰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다. 산케이신문의 보도가 근거 없는 의혹보도, 유언비어 보도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뜻일 거다. 하지만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대한 보도를 기소 처벌하려는 것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적한 것처럼 국가적 비극이 발생한 가운데 대통령의 행적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9·11 사태 당시 부시 대통령의 행적이 공공의 쟁점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산케이신문의 보도에 포함된 세간의
[신간안내] 세상에 없는 세상수업
이 책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고 싶어 기자가 된 저자가 관찰과 공부, 토론과 사색에서 건져 올린 ‘세상사 편력’이다. 경쟁, 성공, 언어, 추락, 쏠림, 따돌림, 중독, 독재, 이데올로기, 희생, 우상, 도덕, 행복 등 사람이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나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과거·현재의 사례와 연구 결과들을 들어 그 원인을 설명하고, 사고와 판단·행동의 기준을 제시한다.사람이 알아야 할 ‘사람’에 관한 이야기, 사회의 룰, 충격적인 역사적 사건 속에서 얻어야 할 교훈과 통찰, 불확실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 잡는 법, 수
[신간안내] 방송뉴스 기사쓰기
“‘좋은 기사’인지 아닌지는 기사의 내용이 결정합니다. 어떤 기사가 좋은가 아닌가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 쓴 기사’는 조금 다릅니다. 어떤 내용이든, 그 내용을 보고 듣는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했느냐에 대한 판단은 훨씬 객관적입니다.”이 책은 ‘잘 쓴 기사’와 ‘잘 쓴 리포트’를 만드는 법을 다뤘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기자 지망생들과 눈만 뜨면 욕을 먹기 시작한다는 수습기자들까지, 기사를 쓰는 법에 대한 교육은 받지 못한 채 맨땅에 헤딩하듯 모든 것을 익혀야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좋은 기사
[신간안내] 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 트레킹
산들의 거주지라 불리는 히말라야는 전문 산악인도 오르기 힘든 꿈의 장소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사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곳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도시여행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설산답게 눈과 얼음, 빙하가 있기도 하지만 사막과 너른 초원이 펼쳐지는 반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금빛 석양을 한껏 받은 거벽을 보는 낭만도 있다.저자는 네팔, 파키스탄, 티베트 등 히말라야 2400km에 걸쳐 있는 8000m급 14개 봉우리의 베이스캠프를 다니며 히말라야 등반을 꿈꾸는 독자를 위
[신간안내] 진실, 그것을 믿었다-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2005년 6월1일 ‘PD수첩’ 게시판에 ‘황우석 교수 관련’이라는 한 통의 제보가 도착한다.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제보자를 만나러 간 저자에게 제보자는 대뜸 묻는다. “진실과 국익 중 어느 것이 우선인가요?” 제보자가 말한 진실은 세계적 저널에 실린 논문이 가짜이며 연구 과정에서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사건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일단 그것을 의심한다. 이 사건을 취재했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터무니없다고 느껴질 만한 제보를 접하고, 의혹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두려움, 좌절,
[인터뷰] “종이신문 만드는 디지털 매체…변화 이끌겠다”
“편집국장 자리에 있는 동안 디지털 퍼스트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고 물러나겠다.”지난 1일 취임한 임정효 파이낸셜뉴스 편집국장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발맞춰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파이낸셜뉴스. 임 편집국장은 회사의 방향이 디지털 퍼스트로 정해져 있다고 해도 변화는 자기가 이뤄내야 할 몫이라며, ‘종이신문을 만드는 디지털 매체’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먼저 변화를 준 것은 회의 시스템이었다. 지난 13일부터 아침에 하던 지면 회의를 오후 2시로 미루고 그날의 이
[오피니언] 남미 3개국 대선…볼리비아에 주목하는 이유
남미는 지금 선거철이다. 브라질과 볼리비아, 우루과이 등 남미 3개국이 대선을 치렀거나 진행 중이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5일 대선 1차 투표가 시행됐다. 중도좌파 후보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중도우파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가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오는 26일 결선투표에서 만나 최종 승부를 겨룬다.1차 투표 득표율은 호세프 41.59%, 네비스 33.55%였다. 브라질 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대통령을 꿈꿨던 마리나 시우바 후보는 21.32%를 얻으며 3위에 그쳐 결선투표 진출이 좌절됐다. 1차 투표가 끝난 직후 나온 여론
[미디어] CBS, 사장 선임 앞두고 규정 구체화
CBS가 차기 사장 선출 절차를 5개월여 앞두고 ‘CBS 사장 선임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전국언론노조 CBS지부가 지난 13일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CBS 이사회는 ‘CBS 사장 선임에 관한 규정’을 보다 구체화했다. 과거 규정은 내용이 모호해 논란을 낳을 여지가 있거나, 이사회의 재량 범위를 과도하게 인정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는 사장 선임 일정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새 규정 5조는 “사장 공모는 사장임기 만료일 기준 80일 전부터 70일 전 사이에 시작하고 중앙일간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