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기후보도를 후순위에 둘 것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히말라야 만년설이 인간의 탐욕 앞에 무너져 내렸다.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며 얼음과 진흙, 바위가 뒤섞인 급류가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과 티베트 접경지대 마을들을 휩쓸었다.


히말라야의 품에 안겨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의 터전은 순식간에 지옥이 됐다. 안치실이 포화하고 신원 확인이 안 된 시신들이 가매장되고 있다는 소식, 신성한 풀인 ‘쿠샤’를 엮어 만든 인형으로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는 참담한 소식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진다. 한국인 실종자를 찾기 위한 신속대응팀의 움직임, 현지 수색 상황 등에 대한 소식도 연일 타전된다.


다만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피해를 키운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보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4년 발표한 ‘국내 기후변화 및 관련 보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응답자의 96.7%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75%가 기후변화 뉴스에 관심을 보였지만 71.4%는 보도량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보도 내용이 반복적이고 새롭지 않다’는 응답이 67.3%, ‘국내 문제보다 해외 현상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응답이 62.9%에 달했다.


관심이 식는 사이 지구는 빠르게 뜨거워졌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전의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시인했다. 1.5도를 넘어서면 폭염과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등 기후 위험이 급격히 커질 수 있지만,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약 1.4도 올랐다. UNEP는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1.8도, 현 수준이 유지되면 2.6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팔 중부 돌라카 지역에 자리한 초롤파호는 1950년대 후반만 해도 몇 개의 작은 빙하 연못에 불과했다. 하지만 빙하가 녹아내리며 약 0.23㎢였던 면적이 약 1.65㎢까지 넓어졌다. 네팔 전역에는 이런 빙하호가 2300개가 넘고, 이 중 20여 곳은 붕괴 위험에 처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폭염과 가뭄, 폭우 등 기상재해가 잇따랐다. 올여름 경남 양산은 42.5도까지 치솟으며 국내 기상관측 기록을 다시 썼다. 거제에서는 나흘간 한해 내릴 비의 절반이 쏟아졌다.


더 이상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책임이 있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4년 기준 12.8톤으로, 세계 평균 6.6톤의 약 2배에 이른다.


언론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정치와 경제, 전쟁과 국제정세 등 당장의 현안에 밀려 기후 문제가 후순위로 취급되는 현실부터 돌아봐야 한다. 기후 재난을 단순한 사건으로 소비하고 관심이 식으면 보도도 함께 사라지는 방식으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AFP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은 이미 기후위기를 뉴스룸의 우선순위로 두고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과 장기적 해결책을 꾸준히 심층 보도하고 각 분야의 이슈를 기후 문제와 연결해 살펴야 한다. 기자 개개인의 관심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 기후 문제를 뉴스의 핵심 의제로 다룰 수 있도록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장기 기획과 데이터·현장 취재를 뒷받침하는 내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구의 지붕인 히말라야산맥과 안데스산맥의 빙하호들은 이 순간에도 몸집을 키우며 붕괴의 시간에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은 오늘도 무사하기를, 내일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더 이상 기후 보도를 후순위로 미룰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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