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신임 수석 최고위원 최민희 의원은 기자 출신이다. 본인 스스로도 1980년대 언론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월간 말지 1호 기자’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과거의 ‘기자’ 최민희였다면 지금의 ‘정치인’ 최민희의 언행에 대해 과연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해진다.
8월8일 민주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과정에서 불거진 취재 방해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오마이TV 영상기자가 취재 중이던 카메라 렌즈를 최 의원 측 관계자가 종이로 가리며 막았다. 취재진의 항의에 돌아온 답은 “무슨 취재를 방해했나”였다. 카메라를 물리적으로 가리는 행위는 취재를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였음에도 최 의원 측은 “보좌진 얼굴을 찍으려 해서 방어 차원에서 막았다”는 해명을 내놓으며 끝내 사과를 거부했다.
오히려 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취재진의 과거 소속 언론사를 거론하며 “조선일보 쪽 출신 오마이뉴스 기자님”이라 적었다.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기자 개인의 이력을 끄집어내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최 의원은 지난해 한겨레신문의 미디어 법제 개편 속도전 비판 보도에도 개혁 대상은 기자들이라며 취재기자를 겨냥해 날을 세운 바 있다. 보도 내용에 대한 반박보다 기자와 언론사 자체를 문제 삼는 태도를 되풀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뿐인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MBC 업무보고 자리에서 특정 보도를 지목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MBC 보도본부장이 원하는 답을 내놓지 않자 퇴장을 명령한 일도 있었다. 이에 ‘언론 탄압’이란 비판이 일자 MBC 보도를 가리켜 “친국민의힘 편파”라고 주장하며 “MBC 보도본부장은 특권이며 성역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언론을 향한 공격적 언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 의원은 8월24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동반 하락의 원인을 두고 “전당대회가 끝나고 언론의 일방적인 비난, 그리고 이간 보도 때문”이라면서 “총선을 위해서도 더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28일 회의에서 언론의 “이간” 보도에 재차 경고를 던졌다. 정부여당에 대한 여론 악화조차 언론 탓으로 돌리는 적반하장에 실소가 나오지만 이 발언을 마냥 웃어넘기기 어려운 건 최 의원이 실제로 언론 관련 입법을 다뤄온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 이를 내세워 언론개혁의 속도를 올리겠다는 예고는 결코 빈말로 흘려들을 수 없어 심히 우려스럽다. 취재를 막아선 당사자가 도리어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상황은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권력이 그 잣대를 스스로 쥐려 한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에 맞서 선봉에서 싸운 기자 출신 정치인이 정작 자신을 비판하는 카메라 앞에서는 취재를 막고 기자의 이력을 끄집어내며 낙인찍기에 나서는 모습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스스로를 ‘말지 1호 기자’, ‘전설의 과방위원장’이라 칭하며 ‘언론개혁에 40년 인생을 바쳤다’는 이가 권력을 쥔 뒤 비판을 받을 때마다 언론개혁을 무기로 삼아 기자와 언론사를 겁박한다면 이는 언론개혁이 아니라 언론 길들이기에 불과할 것이다. 자부심에 취한 언사에 앞서 제3자의 시선에서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