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유토피아, 언론 하기에 달렸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언론계에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하루가 다른 AI의 발전 속도는 디지털 전환기 이상의 충격파를 언론에 던지고 있다. 충격파의 전체 모습은 ‘AI 포그’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이 급변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에 따라 언론의 미래는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고,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예측 가능하다.


AI발 전환기에 직면한 기자들의 감정은 양가적이다. 본보의 기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AI 기술 고도화에 64.7%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74.7%는 뉴스룸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체로 전문직으로서의 기자 일자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단순 반복적인 기사를 작성하는 노동에서 해방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품고 있다. 심층보도와 탐사보도 등 인간 기자만 할 수 있는 고유영역에 자원을 집중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초고속 열차에 몸을 맡겼다 해도 이 기차를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탈선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AI에 의한 일자리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AI 범용화와 저널리즘 윤리의 갈등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AI가 사용한 콘텐츠에 대한 보상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 보상은 어떻게 분배해야 공정한 것인지, AI로 어떤 새로운 형태의 뉴스를 개발할 수 있는지 등 모두가 도전적인 과제들이다. 과제는 중차대하지만 우리 언론의 준비 상황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AI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주목하는 언론사들은 많지만, AI 시대에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와 조직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와 같은 본질적 질문에 천착하고 있는 언론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다.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는 세계 언론들의 다양한 시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개별 언론사의 각개 전투식 대응으로는 압도적 기술과 자본력을 가진 AI 빅테크 기업들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콘텐츠 사용량 측정 등 기술적 표준을 만드는 작업에 세계 유수 언론사들이 정치적 지향을 넘어 ‘SPUR’(스퍼)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연대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별 언론사가 근시안적으로 자기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다가는, 디지털 전환기 포털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것과 같은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주도권을 잃은 언론의 위상 추락은 시간문제다.


AI의 범용화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에 대한 독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저널리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AI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이 언론의 중요한 과제라는 이야기다. 어떤 경우라도 사람이 중심이 되고 AI가 보조적 도구가 돼야 한다는, 세계 유수 언론들이 세워놓은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AI가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자본력이 부족한 매체들이 고전하지만, 오히려 AI를 활용해 작은 매체들이 독자적 활동공간을 확보하는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에 일상적 작업을 맡김으로써 인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독자적 탐색 보도로 위상을 높인 해외 중소 매체들의 전략도 우리 언론이 참고할 만한 일이다. AI의 보편화는 언론생태계의 양극화가 아닌 다양화로 귀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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