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언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재명 대통령의 언론·미디어 정책과 행보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자가 47.4%에 달했다. 긍정 평가는 16.1%에 그쳤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의 약 3배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62주년 기자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이 수치를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그 이유다. 부정 평가 응답자의 77.3%는 ‘대통령 개인 SNS를 통한 특정 매체 비판 등에 따른 언론 전반의 위축’을 꼽았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등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응답도 62.3%였다.


대통령이 언론을 비판해선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보와 왜곡 보도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고 언론이 신뢰를 잃게 만든 잘못된 관행도 고쳐야 한다.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논의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은 일반 시민의 비판과 무게가 다르다. 대통령이 SNS를 통해 특정 매체를 직접 비판하면 해당 언론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언론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현장의 취재와 보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자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이를 우려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규정하고 비판과 규제를 앞세워서는 제대로 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현 정부의 긍정적 변화도 분명히 있다. 이 대통령이 기자들과 수차례 만나 질문에 답하고, 국무회의를 생중계하는 등 투명성을 넓힌 점은 평가할 만하다. 긍정 평가 이유 가운데 ‘국무회의 생중계 등 투명한 정보공개’가 83.2%로 가장 높았다. 정부가 언론과 자주 만나고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길이다.


기자 사회의 사기 저하도 살펴야 한다. 기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은 87.3%에 달했다. 낮은 임금·복지뿐 아니라 사회적 평가 하락, 언론의 영향력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었다는 응답은 지난해 42.7%에서 올해 52.2%로 높아졌다. 성취감과 만족감 부족, 미래에 대한 불안도 40%를 넘었다.


이를 기자들의 직업적 하소연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위축되고 자신의 보도가 사회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느끼면 권력 감시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언론에 대한 신뢰를 되찾으려면 정치권은 불리한 보도라는 이유로 언론을 비판하거나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언론사도 기자들이 충분히 취재하고 검증할 수 있는 여건과 편집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기자들 역시 부정확한 보도와 사실 확인의 부족, 지나치게 자극적인 제목 등이 언론 불신을 키우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잘못된 보도에 책임을 묻는 것과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언론도 정확성과 책임성을 높여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언론개혁은 언론을 존중하고 언론이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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