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로 불볕더위에 뛰어드는 사람들

[이슈 인사이드 | 노동] 이재 매일노동뉴스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7월3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장 상인이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뉴시스

덥다. 세상이 모두 불타오르듯이 덥다. 부글부글 끓던 더위가 어느 밤을 기점으로 치솟아버렸다. 경남 양산은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고 한다. 전례가 없는 일투성이라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매년 이즈음이면 노동단체들은 바쁘다. 정부를 상대로 폭염 대비 정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린다. 아파트 건설 현장이나 다리를 짓는 건설기능직은 이 중에서도 좋은 ‘장면’을 내놓아 한동안 관심이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는 매년 건설 현장의 타죽을 것 같은 더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자체 조사한 건설 현장 온도를 기록해 발표하고 마지막으로 안전모에 얼음물을 가득 채워 뒤집어쓰는 상징의식(퍼포먼스)을 한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길바닥 위에서 한 시간 정도 기자회견 하는 말을 받아적고 있다 보면 그 순간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조금 부지런한 사진기자들은 그 얼음물을 뒤집어쓰기 전 상징의식을 준비하며 연신 땀 흘리는 건설노동자를 미리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얼마나 건설 현장에서 덥게 일하는지 보여주려고 현장에서 일하는 안전 장비를 모두 갖추고 온 그들은 단단한 안전화와 잘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은 회갈색 바지 그리고 두툼한 장갑과 손목까지 내려오는 상의를 입는다. 그 위에 조끼를 입고 있고,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저런 안전 장비가 더 달린다고 한다. 보기만 해도 더운 그 차림으로 약 한 시간 정도 진행하는 기자회견 내내 대기하면서 연신 목에 걸친 수건으로 땀을 훔치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사진에 알맞다. 그러다 시원하게 얼음물을 내리쏟고는 속옷까지 젖었다며 너스레를 떨며 사라진다. 힘들 때 웃는 게 일류라던가. 가뜩이나 산재가 다발하는 건설 현장은 폭염으로 인한 사고도 잦다. 2021~2025년 기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228명 중 106명이 건설기능직이다. 숫자를 기억하노라면 그들의 그 너스레가 씁쓸하다.


그나마 건설기능직은 노조가 매년 정기적으로 기자회견이라도 해주니 기억한다.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폭염 산재가 늘고 있다. 배달이다. 물론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배달 노동자도 온열질환 산재를 적용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건설 현장만큼이나 사방이 흉기인 도로 위의 배달 노동자는 가벼운 차림을 유지하더라도 헬멧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얼마나 움직이느냐가 수입과 직결하기 때문에 쉴 틈도 많지 않다. 요새 배달 노동자를 배려하는 마음씨 좋은 고객이나 업장도 많다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배달 노동자가 매장에 진입하지 않고 밖에서 음식을 받아 가라고 하는 가게가 성업 중이다. 탓할 수는 없지만 노동을 전문으로 취재하는 기자로서 씁쓸할 때가 있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역시 주머니 사정이다. 플랫폼 기업은 일정 기간 일정량 이상의 배달을 완료하면 조금 더 높은 보상을 주는, 이른바 ‘미션’을 건다. 그러니까 모두가 피하고 싶은 오후 12시~2시 사이에 배달 100건을 하면 얼마를 더 주겠노라 하는 것이다. 배달운송 서비스 공급을 늘려 고객의 배달 지연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누구는 혹서기에 바깥 활동을 자제하라는데, 누구는 돈 벌려면 더 뛰라고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이 미션을 잡지 않으면 당장 다음 달 지출이 빠듯하기 마련이라 땀을 머금고 이륜차 레버를 조여야 한다고 한다.


재난은 아래부터 차오른다. 어쭙잖은 격언이 아니라 매일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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