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길게 이어진 장마는 도시를 온통 빗물로 적셨다. 며칠 동안 쉼 없이 쏟아진 비는 도로와 광장 곳곳에 물을 남겼고, 비가 그친 뒤에도 도시는 쉽게 마르지 않았다. 바닥에 얇게 남은 빗물은 장마의 마지막 흔적처럼 한동안 자리를 지켰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검게 젖은 바닥 위로 붉은빛이 넓게 번지고, 물 위를 스치는 잔물결은 마치 붉은 빗방울이 다시 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빛과 물이 만나 만들어낸 풍경은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이번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을 잃고 복구에 나선 이들에게 장마는 하루빨리 끝나야 할 재난이었고, 이어진 무더위 속 메마른 논밭과 저수지를 걱정하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단비이기도 했다. 장마가 물러난 뒤 곧바로 찾아올 폭염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같은 비를 맞았지만 누군가에게는 피해였고,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위를 예고하는 신호였다. 장마가 남긴 흔적은 모두에게 같았지만, 그 흔적을 바라보는 시선은 저마다 달랐다. 사진 속 붉게 번진 빗물은 그런 장마의 여러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비는 그쳤지만 바닥 위에 남은 붉은 반사는 지난 한 주를 적셨던 장마의 시간을 조용히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