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도 쉽지 않은 여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5월 전국 평균기온은 역대 가장 높은 18.6℃를 기록했고, 6월엔 더위가 잠시 주춤하는 듯싶다가 월말부터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시금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여름이 걱정되긴 마찬가지입니다. 전 지구 해수면 온도는 6월 들어 연일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지표면도 뜨겁게 달궈졌습니다. 유럽은 열돔에 갇히며 40도를 넘어서는 극한 폭염을 겪는 중입니다. 7~8월이 찾아오기도 전부터 스페인에서만 수백명이 더위로 숨졌고, 프랑스와 영국 등 곳곳에선 역대 최고 온도가 기록됐죠. 우리나라도 7월과 8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60%에 달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역대 가장 더운 오늘’이자 ‘앞으로 경험할 날보다는 시원한 마지막 날’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습니다. 극악무도한 날씨에 해마다 온열질환자는 늘고,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열악해져만 갑니다. 이미 지난여름에도 우리는 노동 현장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켜졌어야만 하는 생명을 회사도, 사회도 지키지 못한 것이죠.
현재 여름은 97일, 겨울은 107일간 이어지는 사계절을 보내는 우리지만,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SSP5-8.5 시나리오) 2080년대에 접어들며 여름은 169일로 다섯 달이 넘고, 겨울은 40일로 한 달이 조금 넘을 전망입니다. 당장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SSP1-2.6 시나리오) 지금껏 뿜어 댄 온실가스 탓에 여름은 129일로 지금보다 한 달가량 길어지고, 겨울은 82일로 3주 넘게 짧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단순히 계절 길이가 변하는 것을 넘어 이는 노동자를 잃게 되는, 그리고 국가 경제가 멈추는 결과로도 이어집니다.
고열 작업환경 관리지침에 따라 노동자는 온도 등 환경에 따라 작업과 휴식을 적절히 반영해야 합니다. 중등 작업을 기준으로, 26.7℃의 기온까지는 1시간 작업할 때 휴식 없이 연속 작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28℃까진 매시간 75% 작업과 25% 휴식을 병행해야 하죠. 28℃를 넘어 29.4℃도에 이르는 기온에서 ‘작업휴식시간비’는 50대50이 됩니다. 29.4℃를 넘어 31.1℃에 이르는 구간에선 25% 작업-75% 휴식이 지켜져야 하고요. 그리고, 원칙적으로 31.1℃가 넘는 환경에선 중등 작업을 해서는 안 됩니다. 기후변화로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환경은 그럼 어떤 모습일까.
당장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더라도, 약 50년 후인 2075년 우리나라의 연간 총작업 가능일수는 280.7일에 그칩니다. 8월엔 단 하루도 작업을 해서는 안 되고, 7월에도 그나마 작업이 가능한 7.7일 가운데 나흘은 작업과 휴식이 50대50, 3.7일은 매시간 25% 작업 후 75% 휴식을 취해야만 작업이 가능합니다. 반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엔 2075년 연간 작업 가능일수는 240.7일로 급감하고, 7~8월 두 달 동안은 어떤 형태로도 중등 작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6월과 9월에도 그나마 ‘15분 작업-45분 휴식’을 해야 작업을 할 수 있는 날이 각각 3.5일과 1.6일에 그치고요.
그리고 2100년,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연간 총작업 가능일수는 211.1일로 더욱 줄어들게 되고, 6~9월엔 어떤 형태의 작업도 가능하지 않은 ‘작업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5월에도 작업 가능일수는 9.7일에 그치는데, 그중 계속 작업이 가능한 날은 2.1일뿐입니다. 사실상 5월 중순부터는 정상적인 작업이 불가능한 셈이죠.
한때 온난화라고 불리던 이 현상은 기후변화로, 이후엔 기후‘위기’로 점차 표현이 강해졌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 대로, 그사이 우리는 ‘지구 온난화의 시대(Era of Global Warming)’를 지나 ‘끓는 지구의 시대(Era of Global Boiling)’에 접어들게 됐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할 때, 우린 종종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배부른 소리냐’며 외면하곤 합니다. 그나마 외면하지 않고 문제를 바라본다 해도, 그 원인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감축보다 당장의 현실을 모면하기 위한 적응에 집중하고요. 이러한 외면과 무관심 속, 우리가 마주하는 일터는 점차 일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일을 하기 위해선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할 겁니다. 지금의 감축이 곧 ‘먹고 사는 문제’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