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공지능(AI)으로 업무 효율을 얘기하는데, 그들의 고민은 아예 달랐어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화 통화에서 그는 “패널들 발표에 부끄러웠다”고 했다.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약속을 잡았다. 18일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11층 AJP 편집국에서 만난 서혜승 국장은 전날 통화에서 다하지 못한 말을 이어갔다. “한국 언론은 AI를 콘텐츠 생산이나 업무 효율화에 쓰잖아요. 그런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에서 확인한 세계 언론의 고민은 전혀 다른 차원에 있었습니다.”
서 국장은 이달 1~3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제77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에 한국 언론에서 유일하게 연사로 나섰다. 세계신문협회(WAN·World Association of News Publishers)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64개국 1300여명이 참가했다. 서 국장은 ‘AI가 바꾸는 뉴스 경험’ 세션에서 독일 뉴스통신사 dpa, 독일 디지털 미디어 그룹 이펜미디어(Ippen.Media), 인도 디지털 매체 스크롤(Scroll) 기자들과 함께 발표자로 참여해 AJP의 AI를 활용한 뉴스 생산 전략을 소개했다. AJP는 아주경제가 주축인 아주미디어그룹이 2024년 11월 창간한 영문 뉴스 통신사다.
사흘 동안 이어진 토론과 발표 현장에서 세계 주요 언론은 단순한 AI의 뉴스룸 도입을 넘어 사용자 경험, 개인화, 정보 구조화,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총회에서 기술 격차가 아니라 질문의 격차를 느꼈다고 했다. “한국 언론이 아직 ‘AI로 무엇을 자동화할 수 있을까’를 묻고 있을 때, 세계 유수 언론은 이미 ‘AI 시대에 언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묻고 있었어요.”
무엇보다 세계 언론이 AI로 독자 경험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게 눈에 띄었다. 인도 힌두(The Hindu)는 모든 기사를 200자 요약본, 질의응답(Q&A) 형식, 오디오 설명 등 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해 전달하고, 스웨덴 보니에르 뉴스(Bonnier News)는 수십 년간 축적한 기사 아카이브를 대화형 서비스로 바꿔 독자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주고 있었다. 그는 “AI를 갖고 독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까 고민하는 지점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AI 시대, 언론은 규모가 크든 작든 지도가 없는 항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똑같은 출발점에 서 있는데, 한국 언론은 생산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다면 해외 언론은 이용자 중심으로 AI 도구를 쓰고 있다는 거예요.”
서 국장은 AI가 발전할수록 더욱 강조된 것은 역설적으로 저널리즘의 본질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 AG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회장 겸 발행인의 연설이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면서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설즈버거 회장의 메시지가 세계 각국 언론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굴한 정보와 목격자 증언, 비공개 문서, 전문가 분석, 사진과 영상이 공공 기록을 풍성하게 만든다”며 “사람들이 알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언론의 고유 취재 보도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해 변화하는 세계 미디어 흐름을 목격했다. “마르세유에서 돌아오며 얻은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어요. 우리를 찾아온 독자가 누구이고, 무엇을 찾는지, 어떻게 뉴스를 경험하는지 공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AI가 범람할수록 사실은 더 중요해지고, 정보가 넘쳐날수록 신뢰는 더 비싸지니까요.”